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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원 경례! "
- 척
영지에 남은 기사들과 일부 병사들은 오른 주먹을 왼쪽 가슴에 힘차게 올리고 영지를 나서는 이들에게 예를 표했다. 후작은 마지막으로 나에게 잘 부탁한다는 눈빛만 남기고 천천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 흑, 아버지. "
에르윈이 내 품에 안겨 사라져가는 후작을 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모든 병사들과 기사들이 다 나가고 성문은 다시 굳게 닫혔다.
이제부턴 저들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누구도 들어오거나 나갈 수 없다. 후작이 돌아올 때까지 영주 대행을 맡게된 나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보면서 각자 역할에 충실하라고 말한 뒤에 몸을 돌려 성으로 돌아갔다.
' 세 곳이라. '
공작파에 해당하는 영지에서 우리들을 치려는 영지는 총 세 곳. 아마 우리 영지에 숨어있는 세작들은 병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곧바로 연락을 보낼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은 대략 4, 5일정도?
' 오랜만에 몸좀 풀겠는데. '
나는 수성할 생각 따윈 없었다. 내가 마음껏 날뛸 수 있는 넓은 평원이 있는데, 좁은 성안에 갇혀서 싸울 필요는 없었으니까.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놓칠 수 없다.
' 물론 그 전에 해결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크흐흐. '
* * *
" 이… 이게 무슨 짓이오! "
" 하산 상회에 연관된 자는 모조리 포박해라. "
병사들이 출전한 다음날, 하산 상회는 엄청난 죄목으로 모든 이들이 포박되었다. 바로 내통죄! 공작 영지의 세력에 붙어서 안에서 직접 내통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는데, 당연히 하산 상회의 상단주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것이다.
" 전혀 모르는 일이오! "
" 여기 떡하니 증거가 있는데? "
" 말도… 말도 안돼! 이건 모함이야! "
" 모함? 하, 내통죄가 얼마나 큰지는 알고 있겠지? "
나의 음산한 목소리에 상단주를 비롯해 그의 식솔들 모두가 침을 삼키며 벌벌 떨었다. 그 중에는 나와 안면이 있는 그의 장녀, 잔느 하산도 있었다.
" 정 못 믿겠으면 이걸 보시지. "
" !! "
내가 내민 종이는 확실히 하산 상회에서만 사용하는 장부였고, 거기엔 공작 영지로 보내는 일정한 금액이 있었다.
" 모… 모르는 일이오! 내가 한 것이 아니야! "
" 글쎄. "
" 하… 한참 전에 장부 하나를 잃어버렸는데, 누군가가 그걸로 이런 짓을 한 것 같소. "
상단주는 정말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지만, 이 일이 그저 그렇게 모른다고 끝낼 문제가 아니었다. 내통죄는 정말 모두 참수형이나 교수형을 시켜도 무방할 정도로 큰 죄였으니까. 그렇기에 상단주도 이렇게나 발버둥치는 것이겠지.
" 이거 말로해선 안되겠는걸. "
나는 기사들에게 눈짓을 주어 그의 식구들을 한 명씩 데려가게 했다. 장녀와 차녀, 그리고 상단주의 막내 아들은 기사들에게 끌려가면서 자신의 아버지를 마구 부르외쳤다.
" 아버지! 아버지이이이! "
" 안돼, 제발 제발 아이들만큼이라도…, 크흑. "
" 그럼 죄를 인정하겠단 소린가? "
" 난 정말 모르는 일이라고 했잖소!! "
미안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그딴 말을 해봤자 믿어줄 사람은 없다고. 설령 믿는다고 해도 그의 무죄를 입증할만한 단서는 없다. 오히려 그의 죄를 보여주는 증거만 있을 뿐.
" 이 자를 끌고가라. 그리고, 입을 열 때까지 고문해. "
" 옙. "
기사들은 상단주와 그의 부인을 어디론가 끌고 갔다. 그들은 어차피 어떻게 되든 내 알바는 아니다. 나는 이미 필요한 것은 전부 얻었으니까.
' 상회의 돈과 그리고 장녀와 차녀지. '
막내 아들은 남색을 좋아하는 놈들에게 대충 던져놓으면 될테고, 나는 장녀와 차녀만 데리고 오면 된다.
" 크흐흐, 싸우기 전에 좀 즐겨볼까. "
* * *
" 이건 모함이에요! 저흰 아무 죄도 없다구요! "
하산 상회의 장녀와 차녀는 비밀리에 내 저택의 지하실로 옮겨졌다. 물론 그들은 이곳이 성안의 지하감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쉽게도 거기보다 이곳이 훨씬 지독한 곳이란 것을 알고 있을까.
" 단장님. "
" 아, 큐나. 준비는 끝났고? "
" 네, 단장님. "
큐나도 이젠 제법 고문에 맛을 들렸는지 이제 스스로 직접 내 고문을 도와주고 있었다. 장녀인 잔느 하산과 차녀인 드뷜랑 하산은 벽에 묶여있는 손과 발을 마구 흔들었지만, 연약한 흰 피부만 새빨개질 뿐이었다.
" 제발, 절 봐서라도 제발…. "
" 그래, 잔느양. 당신을 생각해서 특별히 내가 이렇게 움직이는거야. 나머지는…, 끔찍한 고문에 비명을 지르고 있겠지. "
" 아아, 안돼요… 제발. 그… 그럼 이 아이만이라도 풀어주세요. 몸이 약한 아이라서 견디지 못할거에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
차녀인 드뷜랑은 자신의 언니를 바라보며 그게 무슨 소리냐고 외쳤지만, 잔느는 입 다물고 있어라고 소리치며 드뷜랑을 풀어달라고 계속 애원했다.
" 눈물겨운 자매구만. "
" 기… 기사님…? "
" 미안하지만, 네년들은 이곳에서 나갈 수 없을거야. "
" 아…! "
내가 비릿하게 웃자 잔느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도리질을 쳤다.
" 아냐, 이게 아냐… 이게 아니란 말이야…! 제발 기사님…, 이러지 마세요. 저희들은 정말 아무 것도 모른단 말이에요…. "
" 알고 있어. "
" … 네? "
나는 큐나가 준비해온 채찍을 들어서 바닥에 한번 찰싹- 내려치고는 빙긋 웃으면서 잔느를 바라보았다.
" 알고 있다고. 너희들이 아무 죄도 없는거. "
" 그… 그럼 도대체 왜…! "
" 필요하니까. "
" … 네? "
나는 천천히 잔느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볼부터 천천히 내려가 목을 훑고 쇄골을 건든 다음에 가슴을 강하게 쥐었다.
" 악! "
" 너희들 돈이랑, 이 몸뚱아리가 필요했으니까. "
" 아… 악마…! 당신은… 당신은 악마야아아아앗! "
잔느가 내 말뜻을 이해했는지 괴성을 지르며 몸을 마구 흔들었다.
" 당신을 좋게 생각했었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고! 이 악마놈아!! "
" 크하하하하, 그래그래 그게 내 의도였거든. 네년의 아비랑 어미는 아마도 처참하게 고문을 받아가 죽겠지? 막내는 남창굴에 던져뒀으니까 알아서 디질테고. "
" 아아…. "
" 어때 내 작품이? 이래도 나와 네년이 어울리는 것 같나, 응? "
잔느뿐만 아니라 뒤블랑도 내 말에 충격을 먹었는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쩍 벌린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이건…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잖아…. 어떻게… 어떻게 아무 죄도 없는 한 가족을… 그러면… 목숨이라도 살리는게…. "
" 그래서 특별히 네년들은 살려주는거지. 왜, 죽고 싶어? "
" 그래! 죽여라, 이 악마야! 죽여! 네놈따위한테 능욕 당하며 살 순 없어, 이 악마야! "
잔느가 목청껏 소리치며 악을 썼다.
" 그럼 스스로 자결하던가. 쉽잖아? 혀를 깨물면 죽으니까. "
" 흥, 그래 내가 못할 것 같아?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살아도 산게 아닐테니까. 노예처럼 이렇게 살바엔… 죽는게 나아. "
" 그래? 뭐, 네 생각은 그런데… 과연 뒤블랑은 어떨까? "
내 말에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있는 뒤블랑을 바라보았다.
" 뒤블랑, 같이 죽자. 이렇게 사는건 의미없어, 응? "
" 어… 언니…. "
" 너도 평생 저 남자 밑에서 헐떡이면서 살 순 없잖아, 응? 이렇게 돼지만도 못한 삶을 사는 것보단… 뒤블랑…? "
" 미안해… 언니, 나… 나는 못하겠어…. "
뒤블랑은 몸을 덜덜 떨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자결을 하기엔 그녀의 심성이 너무 연약했다. 잔느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눈을 감고 절망적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자신의 동생을 놔두고 혼자 죽을 수가 없었다.
" 언니 정말 미안해… 미안… 미안해…. "
" 아냐…, 이해해. 그래, 당연히 무섭지. "
" 크흐흐, 아주 잘 봤다. 그래, 당연히 무섭지. 혀를 깨무는 순간 엄청난 고통으로 과다출혈로 죽을 때까지 버둥거린다는걸 알면…, 절대 자결은 생각도 못할거야. "
" 흥, 잠시 그 고통쯤이야 평생 겪는 고통보다 낫지. "
잔느는 의연하게 소리쳤지만, 뒤블랑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사정없이 몸을 달달 떨면서 살려달라고 빌기만 했다.
" 뒤블랑! 그딴 소리좀 하지마. 저놈이 널 곱게 놔둘 것 같아? "
" 언니… 언니 무서워… 무서워…. "
나는 씩 웃으면서 동시에 채찍을 한번 바닥에 찰싹- 때리고는 누구부터 시작할거냐고 물었다.
" 내가 하지. "
" 호, 그 눈물겨운 자매사랑인가? "
" 닥치고 빨리 해. 몸이 근질근질하니까. "
미약하게 두려운 기운이 눈빛에 서려있었지만, 잔느는 꺾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 이래야 재밌지.
" 그럼 시작하지. "
나는 잔느의 몸을 뒤집어서 등이 앞으로 오도록 했다. 그리고 큐나를 바라보고 고개를 한번 끄덕이자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물이 가득 담긴 통을 휙- 털어서 잔느에게 물을 뿌렸다.
- 촤악
" 하악! "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이었기에 그녀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터져나왔다. 나는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그녀의 등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 촤아아악
" 아아아악! "
그녀의 아름다운 드레스가 순식간에 핏물과 함께 찢겨나갔다. 단 한 대에 잔느는 미칠듯이 울부짖으면서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다시 채찍을 휘둘렀다.
- 촤아아아악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촤아아아악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촤아아악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그 순간 그녀의 사타구니에서 노란 액체가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는 기절해버렸는지 벽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고개를 푹 수그렸다.
" 큐나. "
- 촤악
" 하악! "
큐나는 다시 차가운 물을 잔느에게 뿌려 정신을 차리게 하고 기계적으로 통에 물을 채웠다.
" 흐윽… 흐으윽…. "
잔느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이를 악물었지만, 항복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제법 끈기가 있는 여자다 싶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 촤아아악
" 아아아아아아악! "
" 그만! 그만해요! 제발 그만해요! 안돼, 제발 그만둬요오오오…, 어어어어엉. "
결국 옆에서 보던 뒤블랑이 오열하면서 소리치자 잔느는 풀린 혀로 웅얼거렸다.
" 아쥑이야… 아쥑…. "
" 그래? "
- 촤아아아악
" 아아아아아아아윽! "
이미 등을 감싸고 있던 드레스는 다 떨어져나갔고, 잔느의 등은 채찍에 맞은 상처로 움푹움푹 살이 패여나갔다.
- 촤아아악
" 아아아아아악! "
이번엔 엉덩이를 향해 채찍을 날렸다. 순식간에 그 부위의 천이 찢어지면서 핏물이 흘렀고, 잔느는 까치발을 하면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 항복인가? "
" … 닥… 쳐! "
- 촤아아악
" 하아아아아아윽! "
- 촤아아악
" 아아아아아아악! "
이 이상했다간 정말 몸이 흉측하게 변할 것 같았기에, 나는 채찍을 탁자에 내려두고 작은 통을 하나 집어들었다.
" 잘 버텨냈군. "
" 흐윽… 흐윽…, 내가… 굴복할 것… 같아? "
" 그래, 상으로 상처를 소독해주지. "
나는 작은 통에서 소금 한 움큼을 쥐어 그녀의 상처에 촥- 뿌렸다.
" 아악! "
" 꽤 따끔할거다. "
" 아아… 아아아아윽! "
나는 다시 소금통을 탁자 위에 올려둔 뒤에 천천히 뒤블랑을 향해 몸을 돌렸다.
" 흑, 제발… 제발 용서해주세요. 흑흑, 제발 용서해주세요! "
" 안돼… 그 앤 안된다고…. "
" 글쎄. "
그녀를 고문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잔느까지 무너트리는 최고의 방법.
' 크흐흐, 얼마나 버틸지 한번 해보자고, 잔느 하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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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