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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휘감고 도는 마나의 힘이 점점 강해질수록 반신반의하던 그녀의 얼굴의 미소는 점점 더 짙어져갔다. 고작 이런걸로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걸까?
" 하…, 하하하! "
" 호,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나? "
" 아무리 너라고 해도 그 안에선 절대 살아남을 수 없어! "
호, 그래? 그러면 여기서 그녀의 기대감을 산산히 부숴트리면 좋을 것 같네.
" 마나를 전부 없애버리는 장치지. 거기가 네놈의 무덤이 될거야! "
갑자기 내 몸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이건 생각 못했는데. 갑자기 등이 마구 가렵기 시작했다. 엄청난 마나가 나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흐음. "
마나가 빠져나가든 말든, 나는 눈을 감고 그저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만끽했다. 좀 위험하긴하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여기에 있는 모든 인간들을 죽여버리면 될테니까. 공녀만 빼고.
- 뿌드드득
온몸에서 요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어… 어…? "
- 푸화아아악
상의가 터져나가며 등뒤에서 거대한 날개가 튀어나왔다. 동시에 인간과 별차이가 없던 손은 검은 비늘로 뒤덮이며 보기만해도 베일 것같은 검은 손톱이 자라났다. 그리고 이마에서 두 개의 검은 뿔이 솟아났다. 엄청난 압력과 동시에 나를 구속하던 장치가 깨져나간다.
- 퍼엉
" 아악! "
공녀는 두손으로 얼굴을 살짝 가렸다가 드러난 내 모습에 몸을 벌벌 떨었다.
" 아… 아…. "
" 이거… 느낌 좋은데? 와하하하하하하. "
내 웃음소리와 동시에 서있는 모든 기사들과 병사들이 귀를 막으며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단 공녀만 빼고. 나는 그녀에게만 내가 내뿜는 기세를 의도적으로 피했다. 이미 병사들과 기사들은 눈코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아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 뭐… 뭣들 하는거야! "
" 뭐하긴. 이런거…? "
내가 손을 들어 마치 문고리를 잡고 휙- 돌리는 것처럼 행동하자 바닥에 쓰러져있던 그들은 모두 목이 휙- 돌아가면서 즉사했다.
" 허… 허억…. "
" 이거… 내 정체를 알려버렸네. "
" 안돼… 안돼 이건 아냐…. "
" 뭐, 다시 돌아가면 되려나. "
흩어졌던 마나가 다시 나에게 엄청난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떨어져나간 상의가 펄럭이며 내 주위를 빙빙돌기 시작했다. 검게 솟아난 날개가 점점 내 몸속으로 들어오고, 이마에 달려있던 뿔도 조금씩 크기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 쿠우우우우웅
한참이 지난 후에, 나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목을 뚜둑- 흔들며 몸을 풀었다.
" 이야, 제법 괜찮았어 공녀. "
" 아아…. "
" 이제 알았지? 나한테 덤비면 어떻게 된다는걸? "
그녀는 이미 전의상실을 떠나서 얼이 빠져있었다. 공녀의 입에선 연신 악마…, 악마…- 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손으로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 철써억
" 꺄악! "
" 이제 끝이네. 이 영지도…, 그리고 너도. "
* * *
나를 본 후작은 허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었다.
" 이건… 이해할 수 없군. "
"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편이 좋을겁니다. 그냥 받아들이시지요. "
" … 그래. "
레온 경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그에겐 별로 관심도 없다.
" 공작의 영지는 이제 우리의 손에 들어왔네. "
"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공작이 살아있는한, 이런 영지따윈 별 의미도 없지요. "
" … 설마. "
후작은 설마-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이대로 바로 진격하지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을테니 말입니다. "
" … 베네딕트 왕국을 바로 손에 넣을 생각인가? "
"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않습니까? 적들이 전력을 갖추기 전에…, 먼저 치자는 뜻이지요. "
분명 그들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들에겐 내가 있다. 승리의 아이콘인 바로 내가. 후작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들도 내가 거대한 성문을 홀로 부수는 것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을 것이다.
" 바로 출발하지요. "
* * *
" 악마! 사악한 악마야! "
공녀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나를 향해 사납게 소리쳤다.
" 악마라뇨 공녀님. 혹시 머리를 다치신거 아닙니까? "
" 닥쳐! 내가 모를 것 같아?!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 인간이 이정도 힘을 가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
" 슬프네요. "
나는 비릿한 미소를 입에 걸고 그녀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 그딴 눈으로 보지마. "
" 제가 말했잖습니까. 당신은 내 손에 들어오게된다고. "
" 퉷. "
그녀가 내 얼굴을 향해 침을 뱉었다. 나는 세게 그녀의 뺨을 손으로 후려치고 쓰러진 그녀의 머리칼을 잡아 올렸다.
" 꺄악! "
" 이봐, 공녀….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날뛰지 말라고. 적당히 나대. 정말 내가 널 험하게 다룰 수도 있으니까. 나는 아름다운 널 그렇게 다루기 싫거든. "
" 흥, 악마따위의 말… 믿을 것 같아? "
나는 히죽 한번 웃고 그녀의 얼굴을 의자에 한번 쾅- 박았다. 다시 들어올리자 그녀의 코에선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 아으으윽…, 크흑. "
" 여자라고 난 봐주지 않아. "
" 퉷! 지옥에나 떨어져. "
그녀는 피가 섞인 침을 다시 나에게 뱉었다. 그래, 이게 내가 바라는거지. 나는 킬킬 웃으면서 그녀의 코에서 흐른 피를 손가락에 슥- 묻히고 입에 넣어 쪽- 빨았다.
" 맛있네. "
내 한 마디에 그녀는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마차가 한번 덜컹- 흔들린다.
"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아? "
" 네놈의 영지로 가겠지. 의기양양한채 말이야. 그런데…, 착각하지마 아직 끝난게 아니니까. "
" 호,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
나는 키득키득- 웃다가 그녀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갔다.
" 우린 지금 수도로 향하고 있다고. "
" … 뭐? "
" 못 들었나? 그럼 다시 한번 더 말해줄께. "
그리고 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잡은 손에 힘을 더 꽉 주었다. 그녀의 입에서 약한 신음이 흘러나온다.
" 지금 우린 수도로 가고 있다고. "
* * *
마차에 가면서 나는 그녀를 무진장 괴롭혔다. 이미 그녀의 온몸은 멍으로 뒤덮였고, 뺨도 시퍼렇게 부어서 그녀가 정말 3대 미녀인지 의문이 살짝 갈 정도였다.
얼굴은 되도록이면 멀쩡하게 놔둘 생각이었지만, 그녀가 너무 날뛰는 바람에 몇번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저질러버렸다. 그래도 상당히 아팠는지 전에 비해선 좀 고분고분해졌지만, 아직 완전히 길들여진 것은 아니다. 물론 나도 그걸 바라고 있진 않았지만.
' 후작 영지로 돌아가기만 해봐. 내가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혀줄테니까. '
이미 그녀를 고문할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해뒀다. 몇 번이라도 죽고 싶다고 발버둥치겠지. 하지만 그녀가 죽도록 놔둘 생각은 없다. 여기서 나에게 상상도 못할 증오심을 채워줄 생각이니까. 그 시작은 바로… 베네딕트 수도에서 시작하면 된다.
" 네년의 어미… 그래도 나이가 좀 들었어도 꽤나 곱더라. "
" 너…. "
내 말에 그녀가 부들부들 얼굴을 떤다. 아직 멀었다고, 공녀.
" 나이 든 여자가 내 취향은 아니니까 걱정말라고. "
그래도 40줄이 훌쩍 넘은 여자를 품고 싶은 생각은 없다.
" 네놈의 아비를 사로잡아서… 아주 처참하게 처형할 생각이거든. "
" 안돼… 안돼…. "
" 호, 아비를 걱정하는거냐? 아니면… 네년의 어미? "
내 히죽거림에 그녀는 이를 악물며 나를 노려보았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나는 몇 번이고 죽었을 몸이리라. 그만큼 그녀의 분노 게이지가 엄청나게 쌓여있었다.
" 수도에 거의 다 도착했다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공녀. "
" 너…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
" 궁금해? "
나는 그녀의 금빛 머리칼을 잡아서 확- 들어올렸다. 이미 곱던 그녀의 머리칼은 한웅큼이나 빠져 마차의 바닥에 수북히 쌓여있었다.
" 말해줄까. 그래, 말해주는게 좋을 것 같아. 어차피 네년이 말하는걸 들어줄 사람이나 있을까. "
그녀의 목울대가 꿀렁였다.
" 내 목표가 베네딕트 왕국인 것 같아? 아냐. 뭐, 너라면 그정돈 알겠지. 연합국의 통일? 와하하하하하하핫. "
정말 순수하게 즐거웠다.
" 그딴 시시한 건줄 알아? 설마 모든 나라의 통일같은거라고 생각하나? 제국까지? 푸하하하하하하하. "
" 너…. "
" 잘들어, 공녀. "
나는 한번 킥킥-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내 입가에 가져왔다.
" 내 목푠 그런 허접한게 아냐…. 내 목푠…. "
- 꿀꺽
" 전인류의 말살이다. "
* * *
얼마있지 않아서 우린 수도 앞에 도착했다. 그래도 말이 뛰면서 풀풀 풍기는 먼지를 먹지 않아서 꽤 편안한 여정이 되었다. 물론 공녀에겐 일생 중 최악의 여정이었겠지만. 당연히 아직 더 최악의 일은 남아있었지만, 그건 내 지하실에서의 즐거움으로 남길 생각이었다.
어차피 후작도 그녀를 나에게 전리품 비스무리한 것으로 넘겼으니까. 그에겐 그딴 하찮은 여자보단 왕의 자리가 더 탐이 날 것이다.
" 도착했네, 프라하스타 경. "
" 흠, 군사들은 어떻습니까. "
" 좀 지치긴 했지만,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눈치네. "
이미 한번 겪은 것이 있으니 이젠 나의 무력을 믿는 것이겠지. 기사들도 마찬가지겠고. 뭐, 나야 빨리 끝나면 나쁠 것이 없었기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병사들과 기사들은 경외심을 담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미 그들에게 나는 하나의 전설이 되어버렸겠지. 어쩌면 베네딕트 왕국의 역사에 내 이름이 새겨질지도 모른다.
' 지상 최악의 재앙. '
처음은 영웅이었겠지만, 그건 점차 재앙으로 변하겠지. 왜냐하면 나는 그들의 편이 아니었으니까. 전인류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상상을 하며 나는 사타구니에서 올라오는 짜릿함에 몸을 살짝 떨었다.
' 아직은 멀었다. '
하지만 결국 그 날은 온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나는 아군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서 검을 뽑아들고 머리 위로 번쩍 들어올렸다.
" 우와아아아아아아! "
주변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함성소리. 그들은 며칠간의 진군에서 지쳤겠지만 전의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왜냐? 그들에겐 내가 있었으니까. 모든 이들은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홀로 적진으로 걸어가 믿을 수 없는 무력으로 성문을 파괴시키는 것을. 이미 나의 존재는 그들에게 인외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것이다.
" 프라하스타! 프라하스타! "
모두가 내 성을 제창하며 무기를 올렸다내리기를 반복한다. 나는 그들 사이를 유유하게 걸어가 맨앞에 우뚝 섰다. 이미 수도의 성벽 위에는 수많은 적군들이 우르르 몰려와 활을 장전하고 있었다.
' 베네딕트에선 마지막 전쟁이 되겠네. '
제법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즐거웠다. 여기가 끝나면 어디로 갈지 고민하면서 나는 연합국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 아트란? 보르크? 뷔넬? '
그러다가 연합국의 가장 작은 왕국의 이름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 라인하르츠. '
내 진짜 세력을 만들어나가기에 아주 적합할 것이다.
- 뚜벅 뚜벅
나는 여유있는 미소와 함께 수도를 향해 걸어갔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다. 아군들의 사기는 더이상 올라갈 수 없는 지경까지 올라가있다.
' 한 방. 이번에는 단 한 방에 폭파시킨다. '
공작의 영지에선 살짝 예측이 빗나가는 바람에 두 방을 날렸지만, 이번은 그런 실수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한 방으로 적들의 전의를 상실시키고, 곧바로 왕궁까지 전진할 것이다.
- 뚜벅 뚜벅
어느새 나는 활의 사정거리까지 도달해있었다.
- 슈우우우우우우
검 손잡이를 두 손으로 쥐고 천천히 마나를 불어넣는다. 동시에 성벽에서 수많은 화살이 비처럼 날아왔다.
- 크와아아아아앙
거대한 사자후를 한번 터트리고 오른발을 강하게 바닥에 내딛었다.
- 쿠우웅
' 간다. '
그리고 곧바로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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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쓸게요, 헤헷. 베네딕트 왕국을 끝내고 곧바로 연합국 통일 갑니다. 함께 달립시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