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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제국,제국의 노예-특별편 (43/43)

두 개의 제국,제국의 노예-특별편

탁자 위에 발그스름한 색채를 자랑하는 과일들이 올라와 있었다. 지금 바깥엔 눈이 펑펑 내

리고 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엘 파셔 황제의 권력으로도 이 시기에 과육이 스며 나

오는 과일을 맛보기는 어렵다. 따뜻한 남부에서 물러터지기 쉬운 과일을 온전히 운반해오

긴 쉽지 않을 테니까.

한 마디로 이것들은 특식이다.

턱을 괸 채 과일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늘이 신년 첫날이란다. 그래서 시녀들이 특별히 가져온 것이다.

지스카르에게 붙잡혀 황궁으로 끌려온 뒤로 지금껏 계속 침실에 갇혀 있었다. 한동안은 지

스카르와 짜증나는 거래를 해가며 밖을 몇 번 드나들었는데, 황후파와 지스카르의 대립이

 본격화 되고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그것조차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어영부영 침실에서만 생활한지가 얼마던가. 그러던 중에 달이 몇 번이고 차고 기울다가 어

느새 낡은 해가 휙 지나가 버렸다는 것이다.

길게 한숨을 거듭 쉬고 과일을 들어 한입 베어 물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저 하늘처럼 높

고 고귀하신 황제폐하께서 행차하셨나 보다. 내 노예된 도리로 황망히 몸을 일으켜 만인

지상을 맞이해야겠으나 그냥 턱을 괸 채 과일 먹는 걸 계속하기로 했다. 

저 오만방자한 노예를 벌하지 않고 무엇 하느냐는 둥 노여움에 찬 호통소리는 들려오지 않

았다. 지스카르는 무심해 보이는 얼굴로 조용히 내 맞은 편 자리로 와서 앉았다. 

과일 하나를 홀랑 까먹고 씨를 내려놓았다. 방안에 들어와 지금껏 한마디도 않고 있던 지스

카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먹을 만 한가?”

“좀 더 생색내도 돼. 한겨울에 생과일을 내주면서 먹을 만 하냐고? 남단에 식민지를 둔 스

트라스에서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북방의 엘 파셔에서야. 점잖 빼지 말고 그쪽도 먹

으라고.”

나는 과일을 하나 들어 지스카르에게 던져주었다. 지스카르는 고개를 저으며 내게서 받은 

과일을 도로 쟁반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물었다.

“보석류는 좋아하나?”

“흠? 보석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나는 과일 두 개 중에서 어느 것을 집어 들지 고심하며 건성으로 답했다. 그때 지스카르가 

손바닥만한 상자를 하나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싫어하지 않는다니 다행이군.”

그제야 과일에서 시선을 떼고 상자를 주시했다. 지스카르가 상자를 향해 살짝 턱짓했다. 나

는 다소 탐탁치 않은 기분으로 상자를 집어 들었다. 뚜껑을 열자 우아한 한 쌍의 브로치가

 자태를 드러냈다. 순간 나는 와그작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하! 이거 멋지군! 하긴 아끼는 첩을 위해 보석을 선물하는 건 사내대장부의 의무가 아닌가! 

내 이래봬도 황비를 제치고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데 그간 너무 소홀히 대우받

았지! 그러면 이 다음은 뭐지? 귀걸이? 반지? 혹시 드레스도 있는 건가?”

머리에서 스팀이라도 치솟는 것 같다. 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채 소리치자 지스카르가 

답했다.

“.......그게 전부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라.”

“호걸이었던 사자왕 드미트리 1세는 말년에 어린 첩비를 얻자 그 사랑스러운 소녀를 위해 

금은보화로 언덕을 만들어 선물하였다 하는데 너는 어찌 이것뿐이냐? 네 배포는 고작 이 

정도야?”

“단지 신년 선물일 뿐이다.”

지스카르가 다소 딱딱한 음성으로 말했다. 새해선물?

그제야 나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지스카르를 잠시 노려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좋아, 그런 거라면 고맙게 받지.”

나는 상자 안에서 브로치를 꺼내어 들었다. 과연 황제의 손에서 나온 물건답다. 섬세한 넝

쿨 조각에 세련된 문양. 이건 단순한 장신구라기보다는 예술작품에 가까웠다.

문득 눈에 띄는 부분이 있어 브로치 두 개의 끝을 이어 맞춰보았다. 그러자 딸깍하며 이가 

맞물렸다. 한 쌍이지만 넝쿨처럼 조각된 부분을 끼워 맞추면 하나의 브로치로 변한다. 제법

 예술적인가 했더니 이거야 독창적이기까지 하다. 이만한 물건은 황태자 시절 레브노아드

도 본 적이 없었다. 최고의 장인이 오랫동안 고심하여 만들어낸 대작이 틀림없었다.

브로치를 손끝으로 쓸어보다가 문득 가운데에 한 알씩 박힌 보석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짙

은 녹색의 사파이어였다. 그에 피식 웃음이 비집고나왔다. 나는 검지를 들어 눈가를 톡톡

 두드렸다.

“내 눈동자는 녹색이지. 흑발 흑안이 많은 엘 파셔야 말 할 것도 없고, 스트라스에서도 이

런 색은 흔치 않아. 그렇지 않나?”

내가 브로치를 구경하는 동안 지스카르는 무슨 기척이라도 살피듯 내 반응에 주목하고 있었

다. 그러다 내가 갑작스럽게 말을 꺼내자 의아해 하는 느낌이다. 물론 어떠한 표정의 변

화도 없었고, 이건 그냥 내 추측일 뿐이다. 어쨌든 나는 말을 이어갔다.

“세상에 차고 넘칠 만큼 다양한 인간들이 있는데 그들의 뇌 속 사고는 한심할 정도로 똑같

단 말이야. 녹색 눈이니까 녹색 사파이어! 아아, 상상이 가느냐? 그 지겨울 정도로 똑같은

 사파이어들의 행렬이라니!”

탁 소리 나게 브로치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생일 때마다, 달리 경사가 있을 때마다 레브

노아드가 받는 보석의 반수 이상은 녹색 사파이어였다. 때때로 녹색 일색의 보석들을 감

상하며 나는 그 진부한 발상에 실소를 흘리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진부한 물건이라도 기껏 새해선물이라고 마련해 온 것에 이렇게 트집 잡는 

건 너무 박하지 않냐고? 흥, 난 좀 전부터 이미 심사가 뒤틀어진 상태라고! 애초에 말이다,

 내가 왜 저 놈에게 개인적으로 새해선물을 받아야 하느냔 말이다. 

몇 달 간 방 안에 갇혀 지내느라 시간 감각이 없어질 지경이 된 건 바로 저 놈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저 놈이 이 딱한 처지를 생각해 일부러 신년선물을 챙겨주는 데에 감격을 해야

 하나?

“후.”

깊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스카르는 브로치를 집어 도로 상자 안에 넣었다. 브

로치를 도로 챙기는 모습이 다소 쪼잔하게도 보이지만 솔직히 이해는 간다. 저 정도면 보

물이라고 불려도 아깝지 않을 수준이거든.

“그럼 달리 무엇을 원하지?”

지스카르가 물었다. 나는 그를 보고 한쪽 눈을 찌푸렸다. 내가 쳐다보기만 하자 지스카르가 

덧붙였다.

“풀뿌리로 연명하는 자들조차 새해첫날에는 선물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너만 홀로 

예외가 된다면 아쉬울 일이 될 테지. 원하는 것을 말해보아라. 하나쯤은 들어주겠다.”

코앞에서 선물에 책을 잡고 퇴짜를 놓았는데, 마음에 안 든다면 다른 것을 선물해준다고 한

다. 저렇게까지 말하자 나도 더 이상은 심통을 놓기가 다소 멋쩍어졌다.

나는 괜히 콧김을 풍 뿜고는 고개를 돌렸다.

“없어.”

물론 원하는 것이 진짜 없지는 않지. 날 여기서 풀어 달라던가, 부모님이 있는 빈첸시오 성

으로 돌려보내 달라던가 이런 것 말이다. 물론 들어줄 턱이 없다. 딱 새해선물로 적당할 

수준을 언급하고 있는 것일 테니까.

내가 팔걸이에 몸을 기대 아예 엎드려 버리자 지스카르가 다시 물었다.

“전혀 원하는 게 없나?”

“그래, 없다.”

다시 한번 선언하듯 말했다. 하지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번쩍 몸을 일으켜서 돌아앉았

다. 지스카르가 물었다.

“원하는 게 생각난 모양이지?”

번개같이 움직인 것과는 달리 나는 바로 입을 열지 못했다. 얼굴이 약간 달아올랐다. 생각

했을 때는 간단했으나 정작 그 말을 압 밖으로 꺼내려니 어쩐지 쉽지가 않았다. 제법 망

설이고, 상당히 머뭇거렸다. 그러나 이내 결심을 굳히고 손가락을 두개 폈다.

“일주일에 두 번.”

“........?”

“아예 손대지 말라고 말하면 안 들을 테니까! 밤마다 하는 그거 말이다. 일주일에 두 번만 

하라고. 이 정도는 들어 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스카르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그런 식으로 만들어낸 것 같다. 덕

에 내 얼굴이 전보다 더욱 화끈거렸다. 새해 정초부터 선물 받고자 하는 게 이거라고? 내

 구질구질한 처지를 떠올리게 하는 멋진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 정말이지 구질구

질하다.

잠시 후 지스카르가 얕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주일에 한 번 정도는 쉬게 해주마.”

“뭐? 지금 장난해? 좋아, 그럼 일주일에 세 번!!”

이번에야 말로 지스카르의 얼굴에 제대로 황당함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떤 한편으로는 다소 

굳은 표정이기도 했다.

“브로치는 거절이고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인가. 그렇게 질색인 듯 말하니 들어주고 싶지 않

군.”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일순 몸을 굳히고 뒤로 물러났다. 

실은 소파에 앉아 있는 상태였기에 물러났다기보다는 움츠렸다는 게 맞았다. 힘없는 약자가

 됐다고 떨고만 있는 건 내 지론과 거리가 멀지만, 바로 살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가 

되었을 때도 평정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뭐야!”

놈의 접근에 잔뜩 이빨을 세우고 외치자 지스카르가 손을 뻗어 어깨를 붙들었다. 녀석은 펄

쩍 놀라는 나를 붙잡아 누르며 말했다.

“좋아. 네 말대로 하마. 그것이 네 신년선물이 된다면.”

지스카르가 그 상태로 내 목덜미에 입술을 대려 했으나, 나는 순간 그 대답의 내용 때문에 

피할 생각을 못하고 되물었다. 

“정말로?”

지스카르는 대답하는 대신 얼굴과 목덜미를 감싸 안고 눈꺼풀 위에 키스했다. 그제야 나는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진저리를 치며 놈을 밀어냈다.

“대, 대낮부터 무슨 짓이야!”

“네가 먼저 말을 꺼내서 생각나게 만들었지 않느냐. 책임을 져야지.”

“그런.........!!”

지스카르는 오른쪽 팔목을 휘어잡고 그대로 나를 소파에 쓰러뜨렸다. 그리고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었다. 다리를 족쇄 때문에 거치적댈 뿐이고, 남은 건 팔 하나다. 이걸로 놈의 행동을

 저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단추를 전부 풀어낸 후 셔츠를 완전히 제쳤다. 단지 상반신

이 드러난 것뿐인데 나는 계집애마냥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다. 

“비, 비켜!!”

말 그대로, 생각보다 주먹이 먼저 날아갔다. 하지만 지스카르는 가볍게 내 주먹을 막고 그 

팔까지 붙들어 역시 소파 위에 찍어 눌렀다.

“일 주일에 세 번, 약속은 지키겠다. 너도 그 정도라면 응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얼굴이 화끈했다. 분명, 내 제안을 역으로 뒤집으면 그런 뜻이 된다.

할짝.

혀가 목덜미를 핥고 지나갔다. 순간 그 살갗에 소름을 쫘악 끼쳤다. 욕지거리가 목구멍 끝

까지 치밀어 올라왔으나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욕을 해서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면 

모를까, 욕을 하든 반항을 하든 어차피 똑같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수치스러워도 실리

를 구하는 게 더 낫지 않은가. 세 번 응하면 더 건드리지 않는단다. 저 놈은 한 번 말한 

것은 분명히 지킨다.

내가 숨을 몰아쉬며 가만히 있자 지스카르가 희미하게 웃었다. 쓴웃음에 가깝다 생각되었

다.

“현명하군.”

녀석이 목덜미를 살짝 아프게 깨물었다. 나는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팔을 비틀어내려 했

으나 손목이 여전히 단단하게 붙들려 있었다. 아니 반항은 하지 않기로 했잖은가. 나는 

심호흡을 두어 번 하고 몸에서 힘을 풀었다. 

지스카르는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아래로 스르르 내려갔다. 이를 갈았다. 무슨 지렁이

라도 스물스물 기어가는 것 같다.

완전히 옷을 풀어헤친 맨가슴 앞에서 녀석이 멈추었다. 나는 내도록 눈 둘 데를 몰라 망설

이다가 문득 내 얼굴을 올려다보는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마치 보라는 듯이 지

스카르가 가슴 돌기를 입으로 빨았다.

“윽!!”

치밀어 오르는 신음을 도로 삼키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스카르는 오래지 않아 입을 

떼고 떨어졌다. 또 녀석과 시선이 마주쳤다. 긴장으로 유두의 끝이 약간 솟아올라 있었다.

 내게 그걸 확인이라도 시키는 것처럼 가슴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가 혀를 길게 내서 끝을

 날름 핥았다.

“......!!!”

어깨를 흠칫 떨었다. 지스카르는 그 반응을 구경하고 있었다. 충분히 노골적인 시선이었으

므로 나는 치를 떨며 놈을 노려보았다. 내 시선이 닿자 그는 다시 유두를 핥았다. 끝을 

이리저리 핥고 지그시 짓눌렀다. 돌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기다린 후 다시 끝을 핥아갔다.

 나는 어깨를 잔뜩 굳힌 채 가늘게 떨었다. 간지럽고 축축하고 미칠 것처럼 부끄럽다. 숨

이 점점 더 거칠어져가고 있었다.

혀만 쓰던 지스카르가 돌기를 입으로 완전히 물고는 빨았다. 그러다니 갑자기 이를 세워 유

두를 질끈 깨물었다.

“헉!!”

정수리 꼭대기까지 소름이 끼쳤다. 팔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 몸을 들썩거렸다. 하지만 양쪽 

팔목을 휘어잡은 지스카르의 손아귀는 돌처럼 견고했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틀림없이 

자신이 하는 걸 보라는 눈빛이다.

“읏!”

녀석이 다시 돌기를 물었다. 달래듯 지그시 빨다가 다시 끝을 깨물었다. 아프지는 않다. 아

프진 않지만......!! 

깨물린 덕에 돌기가 빳빳하게 서고 살갗은 불그스름했다. 지스카르는 혀로 유두를 슥 눌러 

달래고 내킬 때는 질근 깨물었다. 그 음란한 감각에 머리털이 삐쭉삐쭉 섰다. 도저히 가

만히 있을 수가 없어 다시 팔을 비틀었다. 나는 어느새 턱까지 차오른 숨을 겨우 토하면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때 녀석이 돌기를 이로 문 채 위로 쭉 잡아당겼다.

“억! 치워!!!”

순간 저절로 고함소리가 튀어나왔다. 세 번만 참자던가 뭐 그딴 빌어먹을 덜 떨어진 생각은 

이미 별세계 밖이었다. 미친 놈!! 그게 가능하면 나는 벌써 창부가 되서 지스카르 놈을 어

떻게 유혹하고 꼬여내려고 애쓰는 중이었겠지!

나는 이를 갈면서 팔을 뒤틀었다. 그러나 짓눌린 팔은 꿈쩍도 않았다. 팔꿈치만 겨우 들썩

거릴 수 있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부끄러움만으로 죽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

“온 몸이 뜨겁군. 열병이라도 난 것처럼.”

지스카르가 낮게 속삭이며 갑자기 한쪽 팔을 놓았다. 그 손으로 내 허리를 붙잡고 겨드랑이

를 쓸어 올렸다.

“흡!”

저도 모르게 헛숨이 터져 나왔다. 손에 잠시 잠깐 신경이 쏠린 사이 놈이 아플 정도로 유두

를 세게 깨물었기 때문이다.

“개.... 개자식이........!”

시뻘개진 내가 미처 욕지기를 다 토해내지도 못했는데 지스카르의 손이 다른 쪽 유두를 쥐

었다. 나는 당연히 기겁을 했다. 자유로워진 손으로 그 팔을 붙들었지만 놈의 힘을 이기고

 그것을 떨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스카르가 손끝으로 유두를 질근 잡아 문질렀다. 내가 아무리 질색을 해도 돌기 끝은 자극

에 조금씩 단단하게 솟아올랐다. 그것을 지그시 쥐고 잡아당겼다. 반대쪽을 희롱하던 입

술도 손으로 지분대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스카르는 바짝 잡아당긴 유두와 근처의 

살갗을 혀로 핥았다.

“아.... 아.....! 비, 비켜....비켜!”

“벌써부터 이렇게 숨이 거칠어졌군.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지스카르가 심장 언저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놈은 조롱을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이 분위

기는 분명 조롱에 가까운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거칠어진 숨을 훅 들이마시고, 멈추었다.

 동시에 자유인 왼손을 말아 쥐고 이번에는 제법 날카롭게 휘둘렀다.

턱!

역시 그 공격도 가로막혔다. 그러나 운이 좋았다면 놈의 목덜미에 제대로 타격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스카르는 눈을 약간 좁히고 마치 노려보는 것처럼 나를 주시하다가 팔을

 거칠게 소파에 찍어 눌렀다.

지스카르는 다시 벌거벗은 내 몸뚱이를 희롱하기 시작했다. 목덜미를 핥고 민감한 살갗을 

핥아 내려갔다. 이윽고 돌기 근처에 다다라 끝을 꽉 깨물자 나는 다시 펄쩍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팔에 양껏 힘을 주었으나 비참할 정도의 무익한 발버둥이었다.

내 저항에 지스카르의 조롱이 더 심해졌다. 춥-하고 민감한 부위를 빠는 소리가 귓가를 어

지럽혔다. 기습적인 자극에 깜짝깜짝 놀라고 허리를 흠칫 들썩거렸다. 애무를 하는 놈이 

너무나 흡족할 정도로 나는 충분히 반응을 해주고 있었다. 빌어먹을! 씹어 먹어도 시원찮

을 놈! 정말로.... 싫다.....! 이젠 정말로 싫어!

숨이 고르게 나오지 못하고 마구 엉켰다. 고개를 옆으로 비튼 채 나는 그저 경직되어 벌벌 

떨기만 했다.

지스카르는 내 꼴을 슥 한번 보더니 돌기를 핥았다. 잠시 둔해지던 혀를 다시 놀려 지분거

렸다. 그렇게 있더니 갑자기 얼굴을 떼고 일어났다. 팔목을 짓누르고 있던 손을 떼어 내 

등을 감싸고 품으로 끌어안았다.

나는 약간 경련 상태로 뻣뻣하게 놈을 밀어내려 했다. 지스카르는 내 뒤통수를 완전히 제 

가슴께로 끌어당기고 등을 손으로 가만히 문질렀다. 그 상태로 한동안 조용히 기다렸다. 

머리 위에서 지스카르의 깊은 한숨이 들려왔다.

“빌어... 먹을 놈이........”

나는 아직 숨을 다 고르지 못하고 욕만 간신히 토해냈다. 지스카르는 조금 더 기다린 후에 

나를 떼어냈다. 좀 전에 하던 짓을 더 할 생각은 없는 듯 하다. 뭣 때문에 갑자기 그런 

식으로 나를 다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더 이상은 그렇게 괴롭히지 않을 거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저 놈은 원래 내게 모욕을 주다가도 금방 제 풀에 그만두곤 하니까. 그래서 더 짜증난다. 

얼마 가지도 못하는 주제에, 니 맘대로 굴렸다가 놨다 하면 다야?!

“레이........”

지스카르가 징글맞게 남의 이름을 부르더니만 천천히 입술을 덮었다. 혀를 내어 입 안을 확

인 하듯 훑어내고 빨아서 머금었다. 기분 탓은 아니다. 키스는 평소보다 조심스럽고 부드

러웠다. 지스카르는 고개를 약간 틀어 다시금 입 안을 빨았다. 다음엔 혀를 밀어 넣었다. 순

간 기다렸다는 듯 나는 그 혀를 콱 깨물었다.

“욱!”

지스카르가 어울리지 않게 신음까지 질렀다. 당연히 악 소리나게 아프겠지, 왜 안 아플까봐! 

그 신음이 실로 통쾌했다. 나는 놓칠세라 더 강하게 깨물고 늘어졌다. 이대로 확 물어뜯어

 버릴까!!

질근대며 깨물고 있긴 한참, 나는 슥 입을 열었다. 짜증나지만 엘 파셔 황제를 벙어리로 만

들고 난 후의 국제정세나, 이것저것 뒷감당이 좀 신경 쓰였다. 지스카르가 인상을 잔뜩 

지은 채 떨어져 나왔다.

그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지그시 나를 노려보았다. 나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황제폐하

의 용안에 생채기를 낸 것도 아니고 용설(龍舌-이딴 용어가 있다면 말이야!)을 피나게 깨

물었으니 이거 오체분시 하라는 명이라도 떨어지는 거 아닌가 몰라!

“........”

“........”

먼저 눈싸움을 그만둔 것은 지스카르였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입맛을 다시듯 혀를 좀 굴렸

다. 무척 쓰라린 듯 답지 않게 또 한번 인상도 찡그렸다. 

그러다 갑자기 뭘 잘못 먹었는지 혓바닥까지 깨물린 놈이 또 한번 키스를 시도했다. 부드럽

던 전과는 비할 수 없게, 먹어치울 듯이 입술과 입 안을 빨아 당겼다.

“푸하! 뭐....! 이 자식........!”

내가 가까스로 떨어지는데 성공하여 물러나려 했지만 지스카르가 어느새 뒤통수와 목덜미를 

붙잡아 움직임을 봉쇄하고 힘껏 끌어당겼다. 그리고 침도 삼키지 못하게 이리저리 빨다가

 이내 제 혀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때는 이때다!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놈의 혀를 

와그작 물어뜯었다. 

“........!!!”

신음소리는 없었지만 그 놈은 흠칫하면서 온 몸으로 고통을 표현해냈다. 분노를 토해내듯 

놈의 혀를 막 나무뿌리처럼 짓씹다가 놓았다. 지스카르는 제법 볼만한 얼굴표정으로 입을

 가리면서 물러섰다.

“씹어 먹을 자식아! 그렇게 뭘 빨고 싶으면 홍등가라도 찾아가!! 전문 직업인 여성들이 반갑

게 맞이해 줄 테니까!!”

내가 이를 갈며 소리치자 고통에 겨워 끙끙대기만 하던 지스카르도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뭘 봐? 눈빛으로 얼굴에 구멍이라도 내겠군!”

지스카르가 손을 뻗어 내 턱을 붙들었다. 깨물지 못하게끔 이와 이 사이 부분을 손으로 누

르며 다시 키스했다. 

이 미친놈이 입술박치기에 한이 맺혔나!!

내가 팔로 발버둥치자 지스카르는 다른 한 손으로 그 팔을 잡아 눌렀다. 그나마 왼팔은 붙

잡히지 않았기에 나는 발버둥치다가 그것도 안돼 손톱을 세워 할퀴었다. 물론 꿈쩍도 않

았다.

턱을 붙잡은 채 혀를 넣어 마음껏 입안을 휘젓고 혓바닥을 꽉 감아왔다. 강하게 억눌린 턱

과 뺨 때문에 나는 정신없이 허우적대기만 했다. 침이 고여서 어느새 주룩 흘러내렸다. 

지스카르는 혀로 그걸 슬쩍 핥아내고 턱을 쥔 손에 힘을 좀 더 주어 고개를 위로 젖히게 

만들었다.

아, 아파!

그걸 말할 새가 없었다. 지스카르는 격정적으로 입술을 빨아댔다. 그러나 이내 그게 목적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듯 입천장 윗니와 아랫니, 특히 혓바닥을 집요하게 탐했다. 혀 위아래를

 핥고 맛보고 찔러보았다. 마음대로 입을 움직일 수 없으니 다시 침이 고여 흐르기 시

작했다. 지스카르는 오히려 더 흘리라고 턱을 더욱 바짝 붙잡고 아예 목구멍을 쿡쿡 찔렀다

. 한참 후에야 지스카르가 물러났다.

“쿨럭! 하악!”

나는 뒤로 고개를 젖힌 상태로 기침 섞은 숨을 토해냈다. 그것을 지스카르가 안아서 도로 

일으켜 주었다. 나는 정말로 숨을 몰아쉬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스카르는 내가 숨을 고르는

 것을 기다리며 뺨을 혀로 핥았다. 침이 흘렀던 부분이다.

“더럽게!!!”

나는 숨쉬다말고 발칵 소리 질렀다. 지스카르는 피식 웃었다. 안 어울리게도 저 놈이 웃었

다! 그러나 나는 웃을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아파...”

진짜 턱하고 뺨이 아파 죽겠다. 좀 전까진 이러다 으스러지는 거 아닌가 걱정까지 했을 정

도다. 그 말에 지스카르가 내 뺨을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여기저기 손끝으로 세심히 만지는

 것이 다친 데는 없나 확인하는 것 같았다. 전부 확인이 끝나자 지스카르는 언뜻 보기에

도 시뻘겋게 된 혀(저런 혀로 잘도 키스에 집착하는구나!)로 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그래도 네가 한 것에 비하면 약과이지 않나?”

“약과라고? 좋아! 그동안 네 놈이 휘두른 폭력과 내가 쓴 폭력을 전부 모아 합계 결산을 내

볼까?!”

“.............”

지스카르는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할 말 없을 만도 하지!! 어쭈 시선도 피한다.

그러나 지스카르는 이내 내 시선을 똑바로 대했다. 그의 시선은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고 한

편으로 엄격한 기세가 담겨있었다.

“네가 노예임을 잊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짐은 황제이고 너는 노예인데 어떤 이

가 같은 기준을 들이댄다더냐. 키우던 강아지를 다루는데 손을 올렸기로 그것이 일일이 

비난을 받을 일이란 말인가.”

“키우는 강아지가 네 입 안의 혓바닥까지 질근질근 씹어대는데 왜 아직 갖다 버리지 않고 

끼고 도는 거냐? 노예인 걸 까먹은 건 네 놈 아닌가?”

“........”

지스카르는 대답을 피했다. 대신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이마에 입술을 대었다.

때때로 노예임을 까먹는 건 당연히 내가 아닌 저 놈이다. 나라면 웬 비루한 노예 하나가 눈

앞에서 깐죽거리는 꼴 따위, 결코 그냥 참고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지스카르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내가 보기에 저 놈은 그 정도로 대범한 인물이 못되거든!

그래,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저 놈이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취미가 있음

도 알고 있다. 아니 취미가 아니라 떨칠 수 없는 의심, 의혹이겠지!

“날 모욕하지 말라고. 비록 네가 강하여 나를 사로잡았을지언정 나를 함부로 짓이겨 밟지 

말란 말이다!”

내가 분에 차서 외치자 지스카르가 물었다.

“신분이 높은 자라면 비록 사로잡았더라도 최소한의 예우는 해주는 것이 도리겠지. 하지만 

너는? 네가 무엇이기에?”

나는 지스카르를 노려보았다. 이를 빠드득 갈며 외쳤다.

“나는 여기에 그대로 있다! 니 놈 눈에는 내가 뭘로 보여?!”

지스카르는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더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듯.

지스카르는 나를 안고는 일어났다. 어어-하는 동안 녀석에게 안겨 와서 도착한 곳은 바로 

침대 위였다. 마치 조금 전엔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아 끝을 보지 않았다는 투로, 지스카

르는 모든 진도를 생략하고 단번에 바지 안으로 손을 쑥 넣었다.

“잠깐! 싫........어!!”

지스카르는 소리치는 내 입술에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한편 오른손으로 순식간에 허리끈을 

풀고 바지를 벗기려 들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손으로 녀석의 팔을 붙들었다. 지스카르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놈이 그새 새빨갛게 변한 나를 향해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말거라. 괴롭히지 않을 테니.”

“이미 괴롭히고 있잖아!”

지스카르는 답하는 대신 바지를 확 끌어내렸다. 

“너........!!”

그 수치심은 상반신이 벗겨지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냥 숨이 턱 막혀 미처 다 소

리를 지르지도 못했다. 그러는 동안 손이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치부를 슥 움켜쥐었다.

“헉...!”

“레이....”

자지러지는 나를 지스카르가 바짝 끌어안았다. 그리고 눈가에 키스를 하며 아래쪽으로 집중

된 신경을 조금 빼앗았다. 내가 간신히 실눈을 떠 녀석을 보자 이번엔 입술에 키스를 했다.

 가볍게 머금은 다음 이번엔 혀를 넣으려 했다. 순간 나는 모든 울분을 담아 이를 딱 깨

물었다. 지스카르는 물리기 전에 얼른 물러났다.

지스카르는 못마땅한 듯 나를 내려다보고는 마치 심통이라도 났다는 양으로 움츠리려고 발

버둥치는 다리를 한쪽 무릎으로 지그시 눌렀다. 발목은 족쇄와 벗겨지다 만 바지로 얽혀

있었고 허벅지는 옆으로 눌리니 마치 개구리마냥 다리가 훤히 벌어졌다.

“그만해!!”

나는 왈칵 소리쳤다. 발버둥치는 나를 지스카르가 바짝 당겨 단단히 끌어안았다. 키스 대신 

얼굴을 핥으며, 그러나 다리 사이를 만지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팽팽한 긴장은 그 무엇보다 강한 자극이 된다. 가벼운 접촉에도 나는 온 몸을 민감하게 반

응했다. 그리고 성기를 움켜쥔 채 가볍게 주무르던 손이 움직임을 바꾸는 순간, 살덩이를

 잡아 위로 슬쩍 당기는 그 때, 나는 정말이지 과도하게 느끼고 턱을 바르르 떨었다.

부끄럽다. 무엇보다도 내가 느끼고 있다는 게 정말 지독히 부끄러웠다. 얼굴이 시뻘개지는 

건 물론이고 숨이 턱턱 막혔다. 지스카르가 눈가에 계속 키스하며 속삭였다.

“괜찮아.”

“흑....!! 으!”

“자, 괜찮다. 짐이 그리 유도한 것이니까 뜨거워질 수밖에 없을 게다.... 레이.......”

“집어쳐! 그냥 손떼면 될 거 아냐!”

놈이 헛소리를 나불나불 대는 게 더 신경 거슬려 와락 소리를 질렀다. 가볍게 웃는 것이 느

껴졌다.

“그 정도 기세면 되겠군.”

지스카르는 귓불을 꽉 깨물었다. 이어서 다리 사이를 움켜쥐고 있던, 잠깐 잠잠하던 손도 

다시 움직였다. 귀두를 엄지로 문지르면서 살살 피를 몰기만 하다가 단숨에 아플 만큼 강

하게 쥐어 몰아붙였다. 

“.........!!!!!”

나는 허리 전체를 튕기며 뒤틀었다. 입이 크게 벌어지자 지스카르가 냉큼 자기 것으로 막았

다. 맛만 보고는 잠깐 떨어져 내가 크게 숨을 한번 들이쉴 수 있게 기다리고, 다시 틀어

막아 키스했다. 혀는 넣지 않고 빨기만 하는 키스다. 성기를 틀어진 손은 더욱 과감해졌다.

 아래위로 당기고 손 전체로 주물러댔다. 나는 그 손아귀 움직임만으로 저만치 딸려 올라

갔다 내려왔다 했다.

“후우, 정말 뜨겁군.”

지스카르가 잠깐 키스를 멈추며 중얼거렸다. 정말로 그렇다. 몸이 뜨거워지고, 특히 다리 사

이는 견딜 수 없게 흥분해 달아올랐다. 땀이 스며들어 잔뜩 습해지고 끈적거렸다. 어찌되어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고 싶은지 슬쩍 지스카르의 시선이 아래로 가는 걸 느꼈다.

“지스카르!”

내 외침에 눈을 내리다 말고 지스카르가 내 얼굴을 보았다.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그가 짓궂게 말했다.

“그럼 대신 입을 빌려다오.”

“아?”

정신이 없어 일순 무슨 소린지 깨닫지 못했다. 그때 지스카르가 쑥 혀를 집어넣었다. 어느

새 이런 습관이 생겼는지 저걸 확 물어뜯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러나 순간 지스카르가

 몸을 확인하는 대신 무엇을 원했는지 깨달음을 얻었다. 차라리 무지가 행복이지, 그걸 알

자 도저히 물어버릴 수가 없었다. 

내가 가만히 있는 것을 느낀 듯 지스카르는 무척 만족스럽게 키스를 즐겼다. 빨고 핥고 하

는 도중 지스카르와 내 타액이 입 안 가득히 섞여들어 금새 절척거리는 음란한 키스로 변

했다. 지스카르는 어느새 손도 다시 움직였다. 그것 역시 피할 수 없는 자극이었다.

나는 입맞춤에 저항하여 고개를 비틀고, 손에 반항하며 다리를 움츠렸다. 사실 아무렇게나 

힘주어 뒤튼 것뿐인데 갑자기 지스카르의 무릎에 눌려있던 허벅지가 휙 벗어났다. 허벅지를

 완전히 짓누르지 않고 아프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누르고 있다가 실수한 것이다. 

지스카르도 놀란 듯 키스하는 것을 멈추었을 정도다. 그러나 이내 커다란 손으로 뒤통수와 

목덜미를 한 손에 쥐고 다시 입맞춤을 했다. 혀를 쭉 빨며 성기도 동시에 바짝 끌어당겼다.

“우으음!!”

억눌린 신음을 터뜨리며 나는 다리를 와락 움츠렸다. 그러나 움츠린다고 손을 떨어져 나갈 

리 만무하다. 외려 움츠리자 지스카르는 갑자기 성기를 반대로 잡고 손목의 힘으로 중심을

 꾹 눌렀다. 누르면서 전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자극했다. 온 몸의 떨림을 막을 수가 없었다

. 몸이 들썩이는 걸 참을 수 없었다. 허리와 허벅지, 아랫배에 잔뜩 힘을 주고 발끝으로

 시트를 이리저리 끌었다. 

이대로 죽을 성 싶다. 너무 부끄러워서! 그러나 참으라는 이성과는 달리 틀어 막힌 입에서 

어느덧 말로 설명하기 힘든 신음소리까지 맴돌았다. 그때 지스카르가 입술을 잠깐 해방시

켜주었다. 

“하악! 아아!!”

“아직은 안돼. 어서. 자 말해 보거라.”

난데없이 지스카르가 속삭였다. 그러나 무슨 헛소리냐고 소리칠 여력조차 없었다. 지스카르

는 나를 꽉 끌어안고 귓가에 또 속삭였다.

“어서. 레이.”

“으, 싫어!”

순간 지스카르가 내 중심을 와락 움켜쥐었다. 나는 놀라서 바락 소리 질렀다.

“지르카르!!”

막바지에 몰린 건 난데, 갑자기 지스카르가 견딜 수 없다는 듯 귓불을 꽉 깨물었다.

“한 번 더.......!”

“읏...... 아........!!”

거길 쥔 손이 허리가 들썩거릴 만큼 거칠게 움직였다. 이대로 낭떠러지까지 몰아 떨어뜨려

버리겠다는 심사 같았다. 이를 악 물고 견디고 참고 팜았다. 그러나 나는 벌써 저만치까지

 끝 갈 데 모르고 마구 내몰리고 있었다. 

“지스......카르.......!! 싫어!”

“다시....!”

“놔... 놔....... 지스... 지스....!!”

지스카르가 머리를 터뜨릴 듯 강하게 끌어안았다. 이내 그 끄트머리에서 나는 억눌린 목소

리를 토해내고 말았다.

“지스카르!!”

허리가 파르르 떨렸다. 굉장한 기세로, 빌어먹게도 같은 사내놈 손에 전부 다 토해버리고 

나는 그만 축 늘어지고 말았다. 지스카르는 내가 여운을 느끼게 내버려두며 한편으로는 

팔로 머리를 받쳐 피가 몰린 듯 뜨거운 얼굴을 식혀주었다.

나는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놈을 보았다. 지스카르가 주제에 꽤나 자상한 얼굴로 이마에 키

스했다. 내가 물었다.

“한 건 난데, 왜 네 놈이 한 것처럼 만족한 얼굴이야?”

“.......”

지스카르는 입을 맞춘 상태로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변태 같은 놈.”

내가 놈에게 이 말 한두 번 한 것도 아닌데 지스카르가 이번만은 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

를 들었다.

“말이 심하군.”

“내가 모를까봐. 사실 잘 몰랐지만, 이제는 확신이 생겼지. 방금 말이야. 이름 불러주는 것

만으로 흥분했잖아.”

“........흥분....”

뭔가 해명 비슷한 걸 하려던 놈이 도로 입을 다물었다. 이렇고 저렇고 해서 이러 저렇거든 

이라며 변명을 하기엔 놈의 과묵한 다크 속성에 안 맞는 거다.

“내 네 놈이 변태인 건 진즉 알았지만.....”

나는 지그시 놈을 보며 말했다. 이 기회 아니면 언제 저 놈을 쪽팔리게 만들겠냐 하는 마음

이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때 지스카르가 갑자기 자기 옷을 확 벗었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나는 거의 벌거벗은 상

태였으나 녀석은 아직 옷을 하나도 벗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무척 부끄러운 일이지만 미처

 자각할 틈도 없었고, 모든 게 끝난 이 상황에서 저 놈이 옷을 벗는다는 건 조금도 반가

운 소식이 아니었다.

지스카르는 웃통만 벗고 아직 바지까지는 벗지 않았다. 그러나 내 예상을 거스르지 않고 목

덜미를 덥석 물고 핥기 시작했다. 나는 놈을 밀어내려 애쓰며 외쳤다.

“이 자식이.......! 할 말 없으니까 이런 식으로!!”

지스카르는 어느 집 개가 짓냐 식으로 내 말을 무시했다. 목덜미에서 아래로 내려가 쇄골에

서 한번 입 맞추고 단숨에 가슴께까지 내려가 유두를 슬쩍 입으로 머금었다. 질색하는 나를

 달래듯 손으로 등허리를 쓸며 혀로 돌기를 굴렸다. 똑같은 접촉지만 좀 전과는 전혀 다

른 종류의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 상태가 좋으냐 하면 너 죽을래 라고 답해줄 것이다.

“읏... 이 변태 놈이!!”

무익하게 휘두른 주먹이 지스카르의 손에 붙잡혔다. 그러나 지스카르는 금방 손을 풀어주고 

배를 핥아가면서 배꼽까지 나아갔다. 그즈음에서 움츠리고 있는 무릎을 잡았다. 나는 놈이

 앞으로 어찌할 건지 금세 의도를 깨달았다.

“하, 하지 마!”

나는 얼굴을 벌겋게 만들고 외쳤다. 하지만 지스카르가 이런 종류의 요구를 단 한 번이라도 

들어준 적이 있던가?

지스카르는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거길 움켜잡았다. 무릎으로 한쪽 허벅지를 누르고 나머

지 한 손으로 다리를 완전히 벌렸다. 약간 열기가 남아있는 곳에 찬 공기가 확 들어왔다.

 치부를 타인의 앞에 전부 드러내는 것도 견딜 수 없는 부끄러움이다.

지스카르는 거기서 당장 어찌하지는 않고 시선도 아직은 내 얼굴에 둔 채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긴장 안하게 생겼어!?!?!?

지스카르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성기는 놈이 손으로 쥔 상태라 당장 시야에 보이지는 않

았다. 녀석은 굳이 손을 떼지 않고 먼저 허벅지에 얼굴을 대었다. 비록 중심은 아니었으나

 허벅지만으로도 나는 쉽게 반응을 보였다. 이윽고 입술이 허벅지 가장 안쪽 여린 살에 

와 닿았다.

“아........!!”

아직 신음이 나올 정도는 아니나 꼬리뼈까지 찌릿했다. 틀림없이 내 반응을 지켜보고 있으

리라. 지스카르는 혀를 내밀어 허벅지를 슥 맛보았다. 그러나 더 지분대기보다는 가만히 

입술을 대었다. 그리고 무슨 좋은 냄새라도 난다는 듯 거기에 코를 박고 숨을 들이켰다.

좋은 냄새는 무슨 빌어먹을! 방금 한 직후인데!! 저 지저분한 놈은 잘도......!

내가 욕 비슷한 걸 토해내기 직전 지스카르가 성기를 쥐어 세웠다. 그리고 기둥을 혀로 길

게 핥아냈다. 나는 숨을 헉 들이키며 다 팽개치고 지스카르의 어깨를 꽉 붙들었다. 발끝 

발꿈치에 절로 힘이 들어가 바짝 세워졌다.

“그만둬!!!”

지스카르는 사정 봐주지 않고 단숨에 내 것을 입에 물었다. 춥 하고 분명 빨아 당겼다. 순

간 눈앞이 번쩍 하는 듯 했다. 나는 아예 숨쉬는 것조차 잊고 헐떡대며 팔을 버르적거렸다.

 저 놈에게 주먹질은 소용이 없다. 나는 차라리 그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버렸다. 이렇게

 하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버릴 수 있는 것처럼.

“자, 레이......”

내가 극도로 흥분하자 지스카르가 잠시 떨어져서 기다렸다. 덕분에 숨통이 겨우 터졌지만 

놈의 느끼는 음성에 온 몸에 닭살이 오소소 돋아 있었다. 아니 느끼했던가? 저 무감동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겠다. 저 놈이 내 이름을 부르면 닭살이 돋아 못 살겠다.

문득 지스카르가 말했다.

“이름을 부르는 것...... 부인하지는 않겠다. 네게서 짐의 이름을 듣는 것이 나쁘지 않으니

까.”

지스카르는 그리 말하고 내 성기에 슬쩍 입 맞췄다. 저런 미친!!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대

론 내가 대신 미쳐버릴 지경이다. 나는 흠칫 반응을 해버리고 그로 인한 수치심에 얼굴을

 감싸고 바들바들 떨었다. 지스카르가 말했다.

“힘들면 이름을 불러 보거라. 편하게 해줄 테니.”

“웃.....기지 마. 변태!”

지스카르는 지그시 날 보더니 그걸 도로 입으로 물었다. 도저히, 도저히 이건 참을 수가 없

다. 나는 다리를 움츠리고 다리를 허둥대며 지스카르를 떼어내려 애썼다. 지스카르는 급

하지 않게 꼼꼼히 혀를 사용했다. 처음은 간지러움, 다음은 찌릿거리는 느낌이었고, 곧 말

할 수 없는 자극이 허리등줄기를 흘렀다. 이내 벼락같은 감각에 일순 허리를 크게 퉁겨 

일으켰다. 지스카르가 다리를 꽉 잡고 다리 사이를 더욱 괴롭히다가 갑자기 입을 떼고 떨어

졌다. 일순 나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던 것도 썰물처럼 쓸려나갔다. 침대에 일순 축 늘어져

 나는 고개를 옆으로 떨궜다.

“하아, 하아.....”

헐떡이는 나를 보며 지스카르가 말했다.

“이름을 부르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텐데?”

“이 변태!!”

“........레이.”

다시금 지스카르가 속삭였다. 그 느끼한 음성으로. 아, 이제야 알겠다! 왜 저놈에게 이름 듣

는 게 이렇게 낯 뜨거운 지. 저 놈이 평생 살아봐야 누구 앞에서 좋아하니 사랑하니 애정

 넘치는 말 한 마디 가능하겠는가? 이름을 부르는 것은 녀석에게 있어선 호감의 끝을 표하

는 지상최후최종의 수단인 것이다. 놈 자신도 아마 잘 모르겠지만!

“악! 죽어버려!!”

별로 유쾌할 것도 없는 결론을 내리고 나는 발악을 했다. 지스카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

정이다. 빨갛게 얼굴을 붉힌 채 나는 소리쳤다.

“어쨌거나 정말 그만해! 애초에 왜 나만 이렇게 괴롭히는 거냔 말이야! 이름 따위로 흥분하

지 말고 그냥 해버리면 될 거 아니냐!! 이러고도 니가 변태가 아니야?”

지스카르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는 이윽고 답했다.

“정식으로 해버리면 아무래도 의욕이 줄어드니, 거듭해서 오랜 시간 관계를 가지기가 힘들

지.”

“아?”

“일주일에 세 번이라고 약속하지 않았나. 겨우 삼일이다. 건드리지 못하는 날을 미리 대비

해 충분히 안아둬야 하지 않겠나?”

“뭐!?”

이게 무슨 소리야!

“내일 충분히 쉴 수 있을 게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하거라. 오늘밤은 재우지 않을 테니

까.”

뭐라고? 지금은 아직 대낮인데 지금부터 밤을 새워? 순간 지스카르는 거짓말처럼 사악한 얼

굴을 했다. 아니 이건 내 눈의 착각이고 녀석은 별 표정 안 지었지만. 그래도 이게 내 착

각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이 자식이 지금 새해선물이니 뭐니 하면서 미끼 하나 던져놓

고 나를 가지고 놀았다 이거지?!!

아니 갑자기 혼란스럽다. 이 놈은 약속을 하면서 남을 교묘히 기만하거나 장난질을 치는 놈

이 아니다. 이거야 뭐에 단단히 뒤틀리기라도 한 듯이. 그래,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지.

그때 지스카르가 다시 내 것을 혀로 핥아냈다. 나는 화들짝 다시 놀라며 놈의 어깨를 붙들

었다.

“하, 하지마! 그리고 노, 농담이지?”

“농담은 즐기지 않아.”

지스카르는 중심을 그대로 입에 넣고 갑자기 질끈 깨물었다. 정말로 놀라버렸다. 놈이 이런 

방식으로 날 괴롭히는 일은 잘 없었다. 순간 내 머리에 하나 번개처럼 내려 꽂히는 것이 

있었다. 나는 벌컥 외쳤다.

“네 놈 내가 브로치 선물 퇴짜 놨다고 이러는 거지!!”

“.........”

지스카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허벅지, 중심과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저 안쪽에 입을 

대고 강하게 빨았다. 떨어지자 그곳에 불그스름한 표식이 생겼다. 그에 멈추지 않고 지스

카르는 더 안쪽으로 내려가 또 낙인을 찍을 태세였다.

“시, 싫어!”

지스카르는 절대 멈출 태세가 아니었다. 나는 새파랗게 질렸다.

“잠깐! 그 브로치 도로 받을 테니까!!”

“.........억지로 마음에 들지 않는 걸 받을 필요는 없다.”

“마음에 들어! 든다고!”

지스카르는 아랑곳 않고 다리 사이에 다시 입술을 댔다. 나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

지스카르가 오랜만에 내게 맡기겠다며 서류문건을 보냈다. 시종이 해도 충분한 일인데, 웬 

근위기사들이 이렇게도 한가한지 크리스와 던필이 일부러 그걸 들고 여기까지 찾아왔다. 

나는 서류를 받아들고 몇 장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 군주께 내일까지 끝내놓겠다 하였다고 전해라.”

크리스는 알았다고 답하고 물러나려고 했다. 정중하게, 그러나 용건만 간단히. 그것은 진정 

기사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던필이 건들거리며 어느새 자리 한 켠을 척 하니

 차지했다.

“너무 고지식하게 굴지 말라고. 우리 황제님께서 방에 갇혀있는 꼬마 심심할까봐 잠깐이라

도 말상대를 해주라고 보낸 거잖아. 크리스 너도 앉지?”

“.........”

크리스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으나 던필 말대로 자리 하나를 차지했다. 그 모습을 보자니 그

저 코웃음이 나왔다. 크리스와 던필에겐 솔직히 전혀 유감이 없다. 다만 지스카르가 시킨

 일이라니까 그냥 무조건적으로 반감이 드는 것이다. 나는 지금 지스카르는 물론이고 황제

의 ‘황’자나 폐하의 ‘폐’자만 들어도 그만 짜증 왈칵 치민다. 이 심리상태는 아마도 굉장히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이 욱신거림이 다 낫기 전에 사라지기는 힘들 테지!

“흥! 말상대라면 조롱새처럼 지저귀는 여자아이여야 마땅하지, 덩치도 커다란 시커먼 사내

놈들이랑 대체 뭘 하라고!!”

“조, 조롱새 같은 여자애... 음, 꼬마야. 그건 좀 문제발언인데... 일단 넌........”

던필이 오묘한 표정으로 말을 하려다 말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지 안다. 황제의 

총애를 담뿍 받는 미동美童이 여자타령을 하니 황당하다는 거지.

크리스는 눈치가 좋은 건지 달리 이유가 있는지 던필의 황당함에 동조하지 않고 가만히 있

었다. 나는 크리스의 얼굴을 봐서 스물스물 기어오르는 짜증을 일단 밟아 넣기로 했다. 

그래 새해정초부터 큰 소리를 내는 건 좋지 않지. 암. 

그때였다. 크리스가 어쩐 일로 흥미로운 얼굴을 하며 내 가슴께에 시선을 주었다.

“못 보던 브로치인데..... 아, 사파이어가 네게 굉장히 잘 어울리는군.”

크리스는 진심을 담아 감탄했다. 진심을 담아서 잘 어울린다고 했기 때문에 나는 순간 목구

멍까지 치미는 욕지거리에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아직 하반신의 통증 때문에 제대로 일

어서지 못해 다시 팩 쓰러졌다. 크리스가 놀라 얼른 달려와 나를 부축했다.

“어디가 안 좋은 건가? 사람을 불러야겠군. 일단 폐하께.........”

“다들 나가 죽엇!!!!!!”

새해 정초부터 큰소리를 내지 말자는 계획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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