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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성스러운 두 별, 떨어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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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은 이제 괜찮아?"
꿈과 같았던 스위트 룸에서의 일박 이일도 지나고 그 다음날,
우타유키는 유우지에 의해 학교 옥상으로 불려와 있었다.
이 또한 언제나 함께 있던 그녀들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응. 미안해. 걱정끼쳐서."
"아냐...... 나도 미안해. 몇 번이나 전화걸어 버렸어."
"으응, 괜찮아. 쓰러져서 연락도 못한 내 쪽이 나쁜 거야."
그녀로서도 놀랄 정도로 거짓말이 술술 흘러나왔다.
유우지에게 불필요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변명에 가까웠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얼른 이야기를 끝내고 빨리 렌 선생님에게 안기러 가야 하는 것이다.
"저기 말야. 사실은 그동안 전하려고 해왔던 건데, 지금 들어줄 수 있어?"
"응? 뭔데?"
"그건-"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각오를 다진 유우지는 입을 열었다.
"최근 너. 렌 선생님과 사이가 좋더라."
"어, 아, 그, 그런가?"
핵심을 찔린 우타유키는 순간 당황했다.
설마 그가 그녀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걸 보고나서 깨달았어.
- 우타유키. 너를 좋아해."
"유우지......"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이게 만약 한 달 전이었다면 펄쩍 뛰어오르며 기뻐했을 것이다.
린린게 언니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지만,
그래도 유우지가 자신을 먼저 선택해주다니 너무나 좋아했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계속 부딛쳐왔던 마음이 드디어 닿는다.
그리고 새로운 관계로의 첫걸음을 내딛는 것에 큰 기대를 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타유키는
-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요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진지한 시선도 지금 그녀를 스치고 있는 미풍과 다를 바 없었다.
적어도 며칠 전의 그녀라면 그런 자신에게 위화감을 느꼈을 테지만,
지금은 이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의심의 여지라곤 어디에도 없었다.
"미안해."
"어......"
"나, 유우지와 사귈 수 없어."
"그, 그게 무슨........ 거짓말이지? 왜, 뭣때문에..."
설마 거절당할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당황한 유우지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낼 정도였다.
생일날 데이트에서 바람맞았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하는데.
또 다시 드러나는 그의 둔한 성격이 우타유키의 마음을 더욱 차갑게 식혔다.
"이야기는 그것 뿐이야?"
"어, 앗"
"그럼 난 갈께. 일은 계속 할 꺼니까 걱정마."
"자, 잠깐 기다려!"
손목을 붙잡혔다.
이전에는 이렇게 피부가 맞닿기만 해도 기쁘기 한량이 없었을텐데,
지금은 오히려 불쾌하고 기분나쁘게 느껴졌다.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있는 남자는 그 분 뿐이다.
"유우지에겐 린린게 언니가 있잖아?"
"아... 아아......."
차갑게 단언한 우타유키는 손목을 뿌리치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고작 이 정도의 힘으로 자신을 도우려고 했다니 서글퍼졌다.
렌 선생님은 훨씬 더 쎄고 든든하고, 그리고 멋지신데.
"안녕. 유우지."
이별의 말은 더욱 차가웠다.
이번에야말로 소꿉 친구는 그녀를 쫒아오지 않았다.
○
그날 밤.
퇴마사로서의 일 때문에 렌에게 불린 우타유키는 혼자서 집을 떠났다.
당연히 유우지는 부르지 않았다.
깨끗한 새 무녀복을 입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즐겁게 지정된 장소로 향한다.
퇴마사 일을 하러 가는 건데도 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기대되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무사히 일이 끝나면 그의 품에 부드럽게 안겨서-등으로 몽상해버린다.
너무 긴장감이 없다고 스스로 타이르면서도 즐거운 망상을 그만 둘 수 없었다.
"어...... 그러니까, 여기... 맞나?"
스마트폰의 화면과 눈 앞의 건물을 몇 번이나 비교해본다.
거기에 세워져 있는 것은 커다란 양옥 저택이었다.
그녀의 무녀복과 너무나 언밸런스한 건물이었다.
다양한 의미로 여기에 들어가는 건 조금 꺼려졌다.
그러나 렌 선생님에게서 "그대로 들어오면 된다"라고 염화가 왔다.
"시, 실례합니다......"
대문에 열쇠는 잠겨져 있지 않았다.
렌 선생님 소유의 건물일까 하는 의문 등을 떠올리면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전기가 켜져 있는 넓은 현관 홀로 우타유키는 걸어 들어갔다.
"선생님...?"
불러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잠시 가만히 둘러보자, 다시 선생님으로부터 염화가 날라들었다.
"오른쪽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거기로 내려오도록."
"아, 네. 알겠습니다."
그의 말에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는 우타유키는 생각하던 것을 접어두고 지하로 향했다.
마음 한 켠에선 어쩐지 나쁜 예감이 들고 묘한 두근거림이 일렁이는 것도 모두 무시한다.
혹은 깨닫지 못한 척을 한다.
또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그 정도로 우타유키는 렌을 맹신하고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생각보다 길었다.
마침내 문 앞에 도달한 우타유키는 한 번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그것을 열었다.
".......어?"
거기는 생각보다 넓었다.
많은 수의 소파와 테이블들이 정렬되어 있는 그곳은 마치 고급 레스토랑 같았다.
순진한 우타유키는 몰랐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단란주점의 홀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
우타유키는 말문을 잃었다.
몸이 굳은 것은 물론, 숨쉬는 것조차 잊었다.
- 여자의 신음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리고 남자들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들.
콧구멍을 간지럽히는 온갖 땀과 체액의 냄새.
주지육림이라고 할만한 장소가 여기에 펼쳐져 있었다.
"아아앙♡ 아아앗♡ 흐아아아앙♡"
"그만, 그만해주세요♡ 죄송해요♡ 그런 거 들어가지- 아아아아악♡"
"히익♡ 히이이익♡ 커헉♡ 너무 굵어♡ 굵어어어엇♡"
이리저리 난무하는 파렴치한 교성이 귀에 들어와도 이해가 따라잡질 못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 전라의 젊은 여자들과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홀레붙어있다.
홀 곳곳에서. 테이블 위에서도, 바닥에도.
대부분이 부모와 자식 만큼이나 차이가 나 보였다.
절대로 연인으로 보이진 않았다.
게다가 여자를 마치 도구처럼 다루며 마구 페니스를 찔러대고 있었다.
여자들도 거친 취급을 받으면서도 기쁨에 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또는 저항하면서도 주어지는 쾌락의 물결에 거역할 수 없는
- 우타유키 그녀가 헐떡일 때의 그 표정이었다.
- 또 다른 문제는, 지금 범해지는 여자들 그 자체였다.
"히아아아악♡ 좋아♡ 너무 좋아아♡ 흐으으으으♡
"...... 카토...... 선배?"
지금 벌거숭이 상태로 뚱뚱한 중년 남자에 올라타 음탕하게 허리를 굴리고 있는 건
그녀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 회장이었다.
같은 학생회에 애인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 있건만,
지금 그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추악한 남자와의 섹스에 몰입해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또 있었다.
"으럇! 더 엉덩이를 흔들란 말이다!"
"윽! 흐으윽♡ 어째서 내가 이런 일을.... 흐앗♡
"말대꾸하지 말랬지!"
"히익!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아아♡"
나이 일흔이 넘어보이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네가 후배위로 찌르고 있는 것은
역시 같은 학교의 선배였다.
검도부 주장을 맡고 있는 시노노메 츠바키는 높은 신장과 늠름한 분위기가 감도는 쿨뷰티 미인이었으나
지금은 빼빼 마른 노인에게 엉덩이를 때려지면 헐떡거리고 있었다.
반항적인 말을 입에 담을 때마다 그 커다란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려지고,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포니테일을 마구 잡아당겨지자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희열로 들떠 있었다.
"이 변태년이! 울어봐 이 암퇘지년아!"
"부힛♡ 부히부히부히힛♡ 부힛♡"
평소 단정한 몸가짐과 빼어난 실력으로 검도부원으로부터 존경받아온 츠바키 선배였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에서 그녀의 평소 모습을 떠올리기란 너무나 어려웠다.
무늬만 반항할 뿐, 노인의 명령에 따라 울부짖는 변태 마조 암퇘지 노예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물론, 그녀도 검도부에 연하의 연인이 있었다.
이런 노인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멋진 남자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노인에게 계속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한마리 암퇘지에 불과했다.
"으후우웁! 우우우웁!"
"이, 이거 개쩌는데? 보지 조임이 장난 아니잖아!"
"얌마! 넌 남편에게 대주지도 않냐! 사까시가 너무 서툴잖아!"
"바보녀석아. 네가 그렇게 무리하게 목을 찌르니까 못하는 거지."
"흐옥, 구호오오옥, 구우우우!"
더 비참한 모습의 여자도 있었다.
세 남자에게 쉴 새 없이 범해지고 있는 건 국어 선생님인 시노하라 아이리였다.
예전부터 젊은 미인 교사로 유명했던 그녀는 학생들과도 사이가 좋아 인기가 높았다.
그런 그녀가, 학생 시절부터 사귀던 남자친구와 드디어 골인에 성공한 것이 몇 달 전이었다. - 이었을 텐데.
"자, 싼다!"
"야야, 너 또 안에다 싸지르냐. 그만 좀 해라. 우리들도 사용해야 하니까."
"알았어 알았어. 너야말로 입에 그만 싸대라. 할려면 전부 마시라고 해."
신혼생활을 구가하고 있어야 할 그녀는 지금 바닥에 꿇어앉은 채 윗 입과 아래입으로 동시에 페니스를 물고 있었다.
또한, 다른 남자의 자지를 필사적으로 훑어대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는 아무도 없었다.
아이리 선생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저 남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열심히 봉사하고 있었다.
우타유키는 그녀가 좋아하는 교사가 윤간 당하는 모습에 더욱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 광란의 현장에서 그녀들은 아주 일부분이었다.
야구부 에이스와 사귀고 있는 야구부 매니저.
얌전하지만 몰래 몇 명이나 되는 남자들에게 러브레터를 받았다는 도서 위원.
학교 내에서도 유명한 꽃미남과 함께 교실을 좌지우지하는 흑갸루.
어릴때부터 약혼자와 건전한 교제를 나누고 있다는 대기업 사장의 딸.
보이시하고 쾌활한, 육상부에서 기대받는 다크호스.
그 외에도 몇 명이나, 누구 하나 빠짐없이 남자들과 섹스하고 있었다.
결코 그녀들의 연인으로 보이지 않는 남자들과.
비록 우타유키가 여자들 전원을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조금이라도 예쁘다고 소문난 여자들은 모두 여기서 남자들에게 범해지고 있었다.
과유불급이라고, 혼란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면 처리에 부하가 걸린다.
완전히 멍해져버린 우타유키에게 다가오는 인영이 있었다.
"내 저택에 온 것을 환영한다."
"에, 네, 네엣? 선생님의 저택이라고요?!"
그녀를 여기로 부른 것은 분명 이시카와 렌이었다.
언제나 세련된 정장을 입고 여유가득한 태도로 상냥한 미소를 짓던 청년.
바로 그 평상시의 그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안도의 한숨을 흘리긴 했지만,
아직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다.
"선생님.... 이건 도대체....... 혹시 저주사의 소행인가요...?"
"이건 내 부업이다."
"부, 부업......?"
그가 한 말의 의미를 몰라 앵무새처럼 따라 말해버린다.
렌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 것으로 만든 애들을 원하는 남자들에게 팔고 있어.
이게 꽤 벌이가 되거든.
내가 조교한 아이들은 만족도도 높으니까."
터무니없는 말을 태연하게 말하는 렌.
여자를 지배하고 다른 남자에게 대준다......?
같은 여자 입장으로선 질겁할만한 행위였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우타유키는 머리를 흔들었다.
왜냐하면 렌 선생님은 착하고 강하고 잘생긴 퇴마사이기 때문이다.
"이, 이런....... 용서받지 못할 행위는 하면 안되요.......
마치 사람을 물건처럼....... 이래서야 마치 저주사-"
그제서야 우타유키는 깨달았다.
눈 앞의 남자의 정체를.
"네 생각대로다. 미안하다. 계속 정체를 숨기고 있었어."
"거짓말........ 서, 선생님이 저주사.. 저주사라니!
그럴리가 없어요! 그럴수가... 그럴수가...... 그렇다면......난 대체......"
"지금은 믿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게 아니다."
"네?...... 아, 꺅!"
스윽 팔을 잡혀 당겨지더니 렌의 얼굴이 바로 앞까지 육박한다.
"자네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지?"
실망.
낙담.
두려움.
그것 밖에 없다.
동경하던 남자가 실은 가증스러운 저주사였다니.
씁쓸한 감정 밖에 남지 않는다.
그렇다.
그럴터였는데.
어째서일까.
조금도 그를 향한 마음이 희석되질 않는다.
유우지에게선 그렇게 간단하게 식어버렸는데.
그녀로서도 이해 불능이었다.
"웁"
그 증거로, 이렇게 입술을 포개도 도망칠 수 없었다.
아니, 도망치지 않았다.
"웅, 웅, 우우웅, 츄웁, 쯉, 쪽, 쪼옥"
스스로 혀를 얽히고, 입을 벌리고, 침을 교환한다.
이미 몸에 숙달된 키스법에 따라 그에게 봉사해버린다.
족히 일 분 이상 키스를 나누고 나서야 드디어 두 사람의 얼굴이 떨어졌다.
"다행이다. 역시 우타유키는 나를 좋아하는 구나."
"그, 그, 그렇지-"
"내가 싫었다면 도망쳤을테지."
"아......"
렌이 그녀를 껴안는 순간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의 근육질 육체가 우타유키의 부드러운 육체를 조여드는 순간 끝없는 행복이 피어나왔다.
"아 그렇지. 우타유키에게 줄 프레젠트가 있어."
"프레..... 젠트....요?"
렌의 품에 안긴 채, 머리도 어질어질, 몸도 비틀비틀하며 끌려가는 형태로
우타유키는 안쪽, 더 안쪽의 어느 방 안에 들어갔다.
한 대의 TV와 침대만 놓여진 그 방은 주술력으로 가득차 있었다.
잘 보니, 구석에 몇 마리나 되는 요마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걸 보도록."
TV의 전원이 켜진다.
화면에 비친 여성을 본 순간, 우타유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