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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데이트-3화 (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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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 Route

그녀의 입술이 나를 덮친다. 그녀의 손이 나를 벗긴다. 그녀의 다리가 나를 감싼다. 용케 신발을 다 벗은 우리는 옷도 채 다 벗지 못하고 한데 뒤엉켜 그대로 침대 위로 나자빠졌다. 돌침대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

혀와 혀가 엉키며 알코올에 쩔어 있는 체액을 서로 나눈다. 나는 소주 다섯 병을 마셔도 취한 기색이 드러나지 않는 자타공인 술꾼인데도 불구하고 "입술"에는 도무지 안 취할 수가 없다.

그녀의 손이 내 옷을 벗긴다. 남자 옷을 많이 벗겨본 능숙한 솜씨다. 그에 비해 나는 그녀의 옷을 벗기며 쩔쩔매었다. 결국 브래지어는 그녀가 풀었다. 그때 나는 누워있었고 승마자세로 올라탄 그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범하고 수수한 디자인의 브래지어가 풀리자 억압되어있던 풍만함이 고스란히 모습을 떨친다. 순간 출렁이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정신이 아득해진다.

"너무 뚱뚱하죠... 저....."

팔을 둘러 수줍게 가슴을 가리는 그녀. 여태까지 그녀의 막무가내 행동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모습이었지만 그런 차이에 나는 더 열광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한사코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부정하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풀어내었다.

"이런 몸매는 뚱뚱한 게 아니라 글래머라고 하는 거예요."

고개를 들고 그녀의 가슴골에 얼굴을 파묻는다. 나를 묻어버리는 가득한 살덩이의 매혹이 나를 집어삼킨다.

예로부터 대지의 여신은 풍만한 가슴을 자랑했다. 다른 건 몰라도 만인을 배불리 먹이는 풍년을 기원하는 게 빈약한 가슴에서는 불가능할 테니까. 정말이지, 그녀는 여신 중에서도 진정한 대지의 여신 급이다. 만약 반드시 내가 어느 순간 죽어야 하고 그 대신에 죽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단연코 이 여자의 가슴에 파묻혀 질식사하는 방법을 택하고 말테다!

"하윽!!!"

가슴은 엉덩이의 모방기관이라고 했다. 미칠 듯 한 풍만함을 자랑하는 가슴을 가진 그녀의 엉덩이가 결코 범상할 리가 없다. 아직 벗지 못한 치마를 걷어 올리고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팬티는 이미 없었다. 엉덩이를 한 움큼 움켜잡는다. 한 손에 한 짝. 채 손에 다 들어오지도 않으면서도 적당한 탱글탱글함을 버리지 않는 최상의 감촉이다. 아, 물론 내가 다른 여자의 엉덩이를 만져본 것은 아니지만, 이 여자의 엉덩이보다 더 좋은 감촉의 엉덩이는 없을 것 같다.

"잠깐만요."

마치 굶주린 사자가 고기를 탐하듯 만져대며 허둥대는 나를 밀어내고, 그녀는 남은 옷을 마저 벗었다. 그리고 침대 아래 던져두었던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뭔가를 꺼내온다. 콘돔이었다. 바라보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는 내 쪽을 보고 부끄러운 듯이 살짝 웃더니 묻지도 않은 대답을 했다.

"일제라서... 얇아요."

내 팬티를 벗기는 그녀에게 협조했다. 허리를 살짝 들어주자 능숙하게 내 마지막 남은 옷가지인 팬티를 벗긴다. 그리고 이미 성이 날대로 나 있는 내 물건을 살짝 어루만지더니 포장을 뜯고 꺼낸 콘돔을 천천히 씌웠다. 낯선 느낌이 내 물건을 감싼다. 일을 마친 그녀는 가만히 내 옆에 누웠다. 그녀의 서비스 아닌 서비스를 받고 계속 가만있던 터라 이다음에는 뭘 해야 되는지 잠시 어리둥절했다.

비록 숫총각이지만 그래도 이 나이 먹도록 항상 받아온 시청각교재들 - 그러니까 야동 - 그리고 교과서들 - 그러니까 야설 - 그리고 간접체험까지 - 딸딸이 및 형들이 이야기해주는 밤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이제는 내가 움직여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해....해도 되나요?"

한심하게도.... 그녀의 몸 위에 내 몸을 포개놓고도 난 이런 소릴 하고 말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안경을 벗고 눈을 감은 그녀의 맨 얼굴은 순간적으로 아이 같아 보였다. 그녀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살짝 벌린 다리 사이로 내 아랫도리를 가져다 댄다. 손을 뻗어 내 물건을 살짝 쥐고 털이 무성한 계곡으로 진입시켰다. 콘돔에 씌워진 것을 만지는 기분은 혼자서 어루만질 때와 사뭇 달랐다. 나름대로 지식을 많이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직접 해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입구를 못 찾고 헤매지 않고 금방 넣을 수 있었다는 거...

"아흑...."

그녀의 안은 다소 빡빡했다. 젖어있었다고는 하나 덜 애무가 되었던 듯.... 그러나 이미 삽입의 쾌감에 사로잡힌 나는 그녀의 표정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런 촉감은 처음이었다. 내 안의 무언가가 터져 나가고 있다. 그녀를 부둥켜안고 그저 아랫도리를 쉴 새 없이 찍어 올리기만 했다. 가슴을 빨고, 유두를 깨물고, 그녀의 허리를 가득 끌어안고....

"하윽!! 하아악!!!"

어느 샌가 그녀의 다리가 내 허벅지를 감고 단단하게 조여와 엉덩이를 많이 들 수도 없었다. 그저 그녀와 한 몸이 된 채로 들썩거릴 뿐. 침대가 부셔져라 몸을 흔들어댔다.

"하악... 하악...."

격한 기운이 휘몰아쳐온다.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하반신에서 빠져나가는 기운을 만끽했다. 자위와는 차원이 달랐다. 한번 치고 나면 뭔가 허탈하면서도 공허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힘이 빠진 나를 감싸고 있는 따뜻한 무언가의 존재가 더없이 위대하게 느껴졌다. 한참을 그렇게 노곤함을 만끽하며 있었다. 뜨거웠던 몸이 식고나자 새삼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데이트 첫날부터 남자를 모텔로 끌고 온 그녀.

애무도 없이 당장 돌입하게 만든 그녀.

핸드백에 콘돔을 넣어가지고 다니는 그녀.

아놔... 이거 정말 괜찮은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는데 그녀의 손길은 이미 천천히 내 허리를 지나 엉덩이 아래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콘돔을 벗기더니 휴지로 꼼꼼히 닦아준다. 그리고 몸을 꿈틀거리며 아래로 내려가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물건을 살포시 입에 물어준다. 조금 음란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빨기 시작한다. 복잡한 생각은 다시 날아갔다.

으아. 내 생애 첫 번째 데이트는 이렇게 한 여자에게 완전히 물리고 말았다. 밤은 깊었고, 우리의 시간은 충분했다.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로 할 때, 명희는 내 물건을 손에 쥔 채로 잠들어버렸다. 그녀를 조심스럽게 바로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욕실에 들어가 땀과 침에 절어있는 몸을 씻어냈다. 손에는 아직도 부드럽고 탱글거리는 감촉이 남아있었다. 꿈이 아닐까 싶었다. 문을 살짝 열고 침대를 쳐다본다. 명희가 누워있는 게 보였다. 꿈은 아니었다. 물기를 닦고 침대로 돌아와 명희 옆에 누웠다.

"으음.... 자기야...."

명희는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팔을 들어 팔베개를 해주자 그녀는 내 팔을 베고 새근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방금 "자기"라고 말한 것 같은데... 설마 그게 나인가. 겨우 오늘 처음 만난 나에게 그런 호칭으로 부르는 건 뭔가 이상하다. 묻고 싶은 것, 궁금한 게 한 가득이었지만 내 생각은 길지 못 했다. 그대로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그녀가 없었다.

"아아...."

간밤의 격렬한 행위가 가져온 피로. 머리를 쿡쿡 찌르는 숙취. 이 모든 것은 현실이었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내 우려대로 그건 꿈이었던 걸까. 아직도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침대에서 나와 옷을 찾아 입었다. 냉장고에서 생수 하나를 꺼내어 마시면서 나가려고 하는데, 화장대에 메모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집어 들었다.

<고마워요. 먼저 갈게요.>

둥글둥글한 여자 글씨체... 그렇다. 지난밤은 꿈이 아니었다. 나는 분명 어제 소개팅을 했고, 그녀와 술을 진탕 마셨으며, 대체 무엇에 필이 꽂혔는지는 모르지만 그녀와 여기에 와서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었다. 그녀는 먼저 가고 없지만, 체취며 향기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잠깐이나마 여운을 즐기려던 난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고 뜨악했다.

아홉 시!

아홉 시!

짧은 바늘이 숫자 9에 도착해있는 아홉 시!

오늘 첫 수업이 1교시인데!

아홉 시에 하는 수업!

입으로 젠장 소리를 수도 없이 외치며 뛰기 시작했다. 출근과 등교 시간을 갓 넘긴 터라 전철은 한가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학교 앞 전철역에서 내려서도 전속력으로 달렸다. 지금 수업은 전공수업이었고, 교수는 안 그래도 까다롭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강의실에 도착해서 뒷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몸을 최대한 낮추고 오리걸음으로 걸어 빈자리를 찾아가려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최한석 학생.“

교수님의 목소리였다. 식은땀이 난다. 몸이 굳는다.

"거기 최한석 학생 아닌가요?“

"네? 네! 맞습니다."

통로와 의자, 그 중간 지점에서 어정쩡하게 몸을 일으켰다. 앞을 보고 있던 학생들 전원이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았다. 한꺼번에 많은 시선이 날 향하는 건 부담스럽다. 교수가 날 보면서 빙긋 웃었다.

"늘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금 추천 대상에 오르는 자네 아닌가. 오늘은 어쩐 일로 지각인가?"

"저기, 그게... 어제.... 어, 음...."

"어제 뭐? 설마 데이트라도 했나?"

무심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수업을 듣고 있던 이 중에서 날 아는 선배들은 크게 웃었다. 복학생들은 대체로 능글맞은 편이라서 이런 껀수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이야! 우리 한석이가 데이트를 하다가 지각을 해? 대체 어떤 밤을 보낸 거야? 설마 총각 딱지 뗀 거야?"

침착해 지려고 노력했지만 여기까지 뛰어오느라 정신이 없었고, 게다가 실제로 그런 일도 있었기 때문에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질 못 했다. 사방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이 흘러나오는 걸 교수가 손을 들어 제지하며 말했다.

"여기까지 뛰어오느라 숨이 찬 모양입니다. 최한석 학생이 숨을 돌리도록 우리 잠시 쉬었다가 갑시다."

다들 웃으며 책을 덮었다. 나도 따라서 대충 웃어 보이긴 했지만 절대로 편한 웃음은 아니었다. 시뻘게진 얼굴을 식히기 위해 얼른 화장실로 뛰어갔다. 달콤한 꿈을 깨기 위해서는 차가운 현실이 필요한 법이다. 세면대에 찬물을 가득 받고 얼굴을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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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지난 번 연재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그때와는 조금, 아주 조금씩 이야기가 달라질 전망입니다.

앞으로 지켜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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