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블데이트-5화 (5/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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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 Route

"여기 500CC 두잔 주세요. 과일안주하구요."

우리가 들어간 곳은 카페였지만 술도 파는 곳이었다. 그녀는 대번에 생맥주부터 시켜놓았다. 길바닥에서 바락바락 소리치느라 목이 마르기도 하겠지... 안주로 나온 파인애플을 포크로 뒤적거리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500CC 한잔을 속성으로 들이킨 그녀는 두 번째 잔을 주문하고 있었다. 왠지 이런 장면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초면에 화를 내서 미안해요. 사실 그쪽보단 제가 더 잘못 한 건데...."

시간이 지나고 화가 좀 누그러졌는지 그녀는 순순히 자기의 잘못을 시인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어제 약속시각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도착했다고 한다. 그보다 먼저 제시간에 도착한 나는 엉뚱한 여자에게 명희가 맞느냐고 물어보고 같이 나간 것이다. 그렇게 길이 엇갈렸고 그녀는 오지도 않을 나를 그 이후 한 시간씩이나 기다리면서 분노를 쌓은 모양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체 모를 그 여자는 자기 입으로 자기가 이명희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저 내가 진호 선배에게 들은 대로 명희가 맞냐고 물어보았을 때 그녀는 고개만 끄덕였을 뿐이다. 어지러운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대충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어제의 그녀는 왜 나와 함께 나갔을까.

오늘 아침까지도 왜 아무런 말이 없었을까.

난생처음 보는 나랑... 대체 왜 그런 밤을 보낸 걸까.

생각은 여전히 복잡했지만, 일단은 눈앞의 그녀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아닙니다. 제가 따로 연락처라도 남겼어야 하는데.... 암튼, 오늘 이렇게 만났으니 다행이네요."

역시 경험은 남자를 성장시킨다고 했던가. 분명 그저께까지만 해도 과사무실 서무 보는 애한테 인사 건네는 것도 서툰 나였다. 지금은 처음 보는 여자와 마주 앉아 맥주를 나누어 마시며 능숙하게 겸양을 떨고 있다. 애벌레가 고치에서 벗어나면 한 쌍의 날개를 단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듯이, 그런 변화의 기운을 내게 일어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다. 확실히 어젯밤을 기점으로 난 바뀌었다.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 변화를 깨닫고 나니 뭔가 스스로 대견한 기분이 들었다.

"진호 오빠랑은 교회에서 옛날부터 알고 지냈는데, 하도 저를 애같이 봐서 말이에요. 그래서 꼭 소개팅시켜달라고 졸랐어요. 게다가 K대학교라면 학생들 수준도 높잖아요."

"하하... 뭐, 그렇게까지 높은 줄은 모르겠는데요...."

"그래서 오빠가 자기 후배들 좋은 사람 많으니 소개를 해주겠다고 하잖아요. 처음에는 거절했죠. 전 남자한테 별로 관심 없거든요. 저 좋다고 하는 사람도 귀찮고. 그렇지만 진호 오빠가 자꾸 권하는데 계속 거절하기도 미안해서..."

명희는 주로 진호 선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 역시 그녀의 이야기를 거들어서 학교에서의 선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녀와 나 사이에 공통적인 주제라고 해봐야 그게 다다. 병원에서의 일에 대해 내가 공감하기도 어렵고, 대학에서의 일에 대해 그녀가 공감하기도 어려운 법이니까.

그나저나 오늘의 명희 역시 어제의 명희(?) 마냥 술을 아주 그냥 물처럼 들이켜고 있었다. 물론 어제의 종목은 소맥이었고 오늘은 맥주이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러나 맥주의 고질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는 법.

"저, 잠시...."

"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날 때 상체가 조금 휘청한 것 같아서 내심 철렁했지만 이내 자세를 똑바로 잡고 화장실 쪽으로 나아간다. 재빨리 주머니 속에 있는 지갑을 꺼내어 잔액을 확인하고 오늘 먹은 술값을 계산해본다. 남은 돈으로 모텔을 갈 수 있나 없나를 생각하다가 자신에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처음 만난 여자에게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내가! 지금 모텔비를 걱정하고 있다니! 세상에나. 역시 경험은 남자를 성장시키는 거야! 자못 뿌듯한 생각마저 들었다.

잠시 후, 명희가 돌아왔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이 참...."

"왜 그러세요, 명희................씨? 헙."

다녀온 그녀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조금 전까지는 서로 마주 보고 앉아있었기에 서로 간의 거리가 약 1m 가량 되었었는데 지금 이 순간부터는 0.1m도 채 되지 않게 되었다.

닿는다. 서로의 몸이 닿는다.

착 달라붙는 바지의 라인은 다리의 라인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었다. 매끈하게 뻗은 다리가 내 면바지에 와 닿는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저 면바지가 내 살갗이었으면 좋겠다. 게다가 아까는 경황이 없어 잘 몰랐는데 스웨터를 입은 그녀의 상체는 제법 대단한 볼륨을 자랑하고 있었다. 키가 작고 얼굴이 동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만은 평균 이상의 숙녀였다.

네크라인이 깊게 파진 그 틈으로 레이어드해서 입은 안쪽 옷가지가 언뜻언뜻 비치는데, 레이스였다. 사람을 꽤나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키가 작아서 내 옆에 와 바짝 붙으면 그녀를 돌아볼 때마다 그 계곡을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다. 굳이 안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만...

"아니, 화장실에 좀 많이 취한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요."

여기도 취한 사람 있습니다!! 라고 외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바로 옆, 그리고 아래쪽에 있어 그녀의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쌕쌕거리며 내뱉는 숨은 이미 상당히 거칠어져 있었다. 보이진 않아도 꽤나 붉어져 있을 얼굴이라 생각된다. 맥주를 많이 마셨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마셨나 싶었다. 혹시 취한 척 하는 걸까? 나를 유혹하려고?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왜냐하면...

"어머, 운동 하시나 봐요?"

"네엣?! 아... 예....  예전에 싸이클을 조금...."

헐.

"어머, 싸이클이요? 그거 빨리 달리는 자전거 말이죠?"

"뭐.... 비슷합니다."

"저도 자전거 타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

정말이지, 헐.... 소리밖에 안 나온다. 그녀는 어느 샌가 내 허벅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허벅지 근육의 강도를 측정하려는지 쿡쿡 찔러보기도 하고 면적을 재보려는 건지 손바닥 전체로 허벅지를 감싸기도 한다. 말 그대로 "간호사의 손길"이군. 이러다 주사라도 맞아야 한다면서 바지라도 벗으라고 하는 거 아닐까 몰라.

아아, 신이시여, 왜 남자의 민감한 물건을 허벅지 바로 옆에 배치하셨나요. 면바지 아래쪽에서 꿈틀대며 솟아오르는 저 녀석은 대체 어떻게 감출까요. 이대로 있으면 그녀가 허벅지가 아닌 다른 신체부위의 강도와 뜨거움을 확인하려고 "쥘"려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여.

"저, 명희 씨... 저 잠깐 좀.."

"아, 예."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녀는 아쉽다는 듯이 허벅지에서 손을 뗐다. 순간 마주친 얼굴에서 그녀의 끈적끈적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께의 나라면, 이런 표정이 뭘 의미하는 것인지 잘 몰랐겠지만 어제를 경험한 나라면 바로 알 수 있었다.

좋다. 일단 화장실만 다녀오고 장소를 옮겨야겠다. 무엇보다 그녀가 내 허벅지를 직접 만질 수 있고 또한 나 역시 그녀의 허벅지를 마음껏 만질 수 있는 곳으로 말이지. 기왕이면 허벅지끼리 서로 비벼대는 것도 괜찮겠지....

이런저런 망상을 떠올리다 보니 얼굴 표정 제어가 어렵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다소 난감해졌다. 그곳은 남녀공용이었는데 한 여자가 세면대 쪽에 기대어 몸을 반쯤 엎드려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용 변기는 칸막이가 따로 쳐져 있으니 들어가서 볼일을 보면 그만이지만 남자용 소변기는 바깥에 나와 있어서 이대로라면 여자 앞에서 바지 까 내리고 쉬하게 생겼다. 아무래도 나가달라고 부탁해야지 싶었다.

"저.. 저기요. 좀 비켜주시겠어요?"

명희가 말한 사람인가보다. 아까부터 지금까지 화장실에 널브러져 있을 정도면 꽤나 인사불성인 모양이다. 불러도 반응이 없기에 그냥 돌아서려는데 순간 그녀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나도 모르게 부축을 하느라 팔뚝을 붙잡았는데, 어라? 이 감촉은 왠지 익숙한데? 팔뚝을 잡았을 때 손에 와닿는 또 다른 부드러운 감촉. 뭉클하면서도 커다란 그 무언가가 팔뚝 바로 옆에 있었다. 그리고 살내음. 화장품 향도 아니고 세제 향도 아니고 사람 그 자체의 냄새.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사람에게서 맡을 수 있는 그 냄새가 훅 풍겨왔다. 난 이 감촉도 알고 있고 이 냄새도 알고 있다.

"명희?"

아니, 오늘 만난 명희가 아닌 그 명희. 그래, 어제의 명희가 지금 여기에 있었다. 잔뜩 취한 그녀는 두 눈을 반쯤 감은 채 쌕쌕거리고 있었고 쓰고 있는 안경도 흘러내려서 벗겨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명희 씨, 정신 차리세요. 명희 씨!"

그녀의 이름이 명희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이름은 그것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내게 말해 주지도 않았지만 나와 함께 밤을 보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없었다. 그렇게 헤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모습으로 다시 만나다니. 이건 운명이냐. 인연이냐...

"한석 씨...?"

게슴츠레 눈을 뜬 그녀는 다행히도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자꾸 넘어지려 하기에 부축한다고 잡는데 어째 자꾸 끌어안는 것처럼 되고 만다. 이럴 때 누가 들어와서 보면 오해하기 딱 좋겠는데 하는 걱정이 들려는 찰나.

"너, 이 자식... 뭐하는 놈이야?"

그럼, 그렇지. 오해를 사도 어쩔 수 없다. 어떤 사람이 내 뒷덜미를 잡아 확 끌어낸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웬 중년 아저씨가 씩씩거리며 나를 한 대 칠 것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손아귀의 힘이 상당했다. 나보다 키도 작은 것 같은데 나를 한 손으로 확 끌어낼 정도라니. 일단은 그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

"아, 여기에는 좀 오해가...."

그러나 그는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가짜 명희를 쳐다보며 말했다.

"야, 김지혜! 이놈 시키는 또 뭐야? 너 이런 새끼랑 바람 난거냐? 그런 거냐? 그래서 요새 그 지랄이냐? 엉?"

...............엥? 이 사람은 가짜 명희와 친분이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덕분에 가짜 명희의 본명을 알게 되었다. 김지혜.... 그것이 가짜 명희의 본명이었다. 그리고 이 아저씨가 내 품에 있는 지혜를 욕하고 있다는 것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속이 부글거렸다. 조금 전까지는 이름도 모르는 사이라곤 하지만, 그런 동시에 그녀와 난 밤을 함께 보낸 사이다. 나와 뜨거운 밤을 보낸 여자가 생판 모르는 남에게 욕을 먹고 있으면 누구라도 발끈한 법이다. 게다가 그의 입은 꽤 험했다.

"이 쌍년이, 좋게 좋게만 봐줬더니 이제 아주 그냥...."

어느새 나를 제치고 화장실로 진입한 중년은 지혜에게 다가가 거의 멱살을 잡듯이 낚아챘다. 여자 멱살을 잡다니. 그리고 나를 한번 째려 보고 그녀를 질질 끌고 가다시피 했다. 그는 쉴 새 없이 험한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안 그래도 고단한데 니년까지 날 엿 먹여? 오냐오냐 해줬더니 이제 끝이 없어? 엉?! 니가 요새 안 맞아서 개념이 사라졌지?"

"이거 놔! 놓으라고!"

정신을 차린 걸까. 지혜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며 뒷걸음질 쳤다. 뒤에는 내가 있었기에 그녀는 바로 내 앞까지 오게 되었다. 그녀는 나를 돌아보더니 잠깐 이를 악물었다. 눈가에는 눈물이 살짝 고여 있었다. 그녀는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내 쪽을 가리켰다.

"그래! 나 이 사람이랑 바람났다! 어젯밤에 이 사람이랑 했어. 그럼 어쩔껀데?"

"뭐... 뭐야?"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의 불타는 눈빛이 날 향했지만 쫄지 않고 똑바로 마주봤다. 지혜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지혜의 외침은 이어졌다.

"니놈은 니 마누라랑 사이좋다며? 내가 언제까지 속을 줄 알았어? 엉? 이 사람이랑 잘 먹고 잘살 테니까 니깐 놈은 니 할대로 하란 말이야! 제발 여기서 끝내!"

"뭐? .... 이 씨팔년이 보자보자 하니깐...."

남자의 손이 기어이 올라간다. 휘두르기 딱 좋은 높이로. 아주 익숙하다.

"왜? 또 치게? 또 칠거냐구!"

"치라면 못 칠 줄 아냐, 이 미친년이..."

손을 더 높이 들어올린다. 지혜는 몸을 움츠린다. 많이 때려본 솜씨고, 또한 많이 맞아 본 사람의 자세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 생각은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많은 생각이 들고 사라졌지만 이 모든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중년의 남자가 들어 올린 손이 지혜를 후려치기 직전.

지혜가 움츠러들며 나의 품으로 파고들기 직전.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주먹 쥔 손을 말이다.

정말이지 알 수 없다. 어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랑 자봤고,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을 쳐본다. 어렸을 때는 워낙 키가 작고 싸움도 못 해서 동네 여자애한테도 맞고 다녔던 나였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누군가와 싸운다는 생각 자체를 안 했다. 그런 내가 그저 가볍게 쭉 뻗은 주먹이었지만 정말이지 완벽하게도 그 아저씨가 쇄도하는 궤도에 정확히 놓여있었다. 그 결과 뻗어 나간 주먹의 힘과 아저씨의 운동에너지가 벡터 합으로 더해져서 고스란히 남자의 뺨에 충돌에너지로 작렬했다. 내 주먹이 남자의 얼굴에 제대로 들어갔다는 소리다.

"어이쿠!"

화장실 바닥 한편으로 나동그라지는 남자의 모습이 꽤나 비현실적이었다. 정말 만화처럼 나자빠진다. 그러나 처음으로 사람을 쳐본 주먹에서 느껴지는 얼얼함은 리얼리티, 그 자체였다. 손이 아프다는 생각보다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뭐해요? 빨리 이쪽으로 와요!"

내 손을 잡고 이끄는 지혜를 따라 복도로 나간다. 복도 왼쪽으로 가면 다시 술집으로 들어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밖으로 나가게 된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오른쪽을 본다. 가짜 명희...아니, 그러니까 김지혜가 오른쪽에서 서서 나를 잡아끌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왼쪽을 본다. 왼쪽에는 오늘 명희, 그러니까 진짜 이명희랑 들어갔던 술집 입구가 보였다. 방금 전 내 허벅지를 은근히 만지던 그녀가 아직 있는 곳이다.

생각은 길지 않았다. 아니, 그러질 못 했다. 불과 몇 분전까지 취해서 몸도 제대로 못 가누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지혜의 걸음은 재빨랐고, 꽉 잡은 손은 쉽게 떨어지질 않았다. 우리는 몇 개의 골목을 지나 어떤 모텔로 들어갔다. 놈을 따돌리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다른 게 목적이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돈을 내던지다시피 값을 치르고 방 키를 받아 객실로 올라간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나를 찾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 물건을 찾았다. 윗도리도 채 벗기지 않고 내 바지부터 벗기고 팬티를 벗긴다. 침대에 떠밀려진 내가 벌러덩 나자빠져서 멍하게 있자니 금세 따뜻한 무언가가 내 심벌을 감싼다. 명희... 아니, 이제 그만 좀 헷갈려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지혜가 내 것을 물고 빨아대고 있었다. 츄웁츄웁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사타구니에 무언가의 액체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물이었다.

엉엉 울고 있는 그녀를 달래고, 옷을 벗기고, 눕히고, 삽입했다. 아, 물론 그녀의 핸드백에서 일제 콘돔을 꺼내어 씌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난 신사니까.

다시 오늘, 명희와의 첫 번째 데이트였건만.

난 지금 또 다른 명희와 몸을 섞고 있었다.

아니아니.... 지혜라니깐. 왜 자꾸 헷갈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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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많은 댓글은 빠른 연재를 부르는 주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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