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 / 0471 ----------------------------------------------
Main Route
"오호호, 딸내미 과외 부탁드리고도 이제야 뵙다니 정말 면목이 없네요. 그래도 이렇게 하니 선생님이 여길 직접 찾아오셔서 만날 수 있고, 괜찮네요."
"아? 네에...."
이렇게 하다니? 월급을 일부러 안 주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녀의 말투는 뭔가 묘한 구석이 있었다. 소파에 앉기를 권하기에 먼저 앉았다. 당연히 맞은편에 앉을 줄 알았는데 유미는 내 옆에 와서 착 붙어 앉았다. 얇은 옷 너머로 그녀의 몸매 라인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유진이는 좋겠네. 이렇게 잘 생긴 선생님이랑 단둘이 과외도 하고 말이에요. 혹시 유진이가 공부 집중 못 하고 그러는 건 아니죠? 선생님 얼굴 보느라고 책도 못 보고 말이에요. 호호호호~"
"아뇨, 딱히 그러지는....."
댁의 따님은 세상 누구보다 책을 들이파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어느 샌가 내 오른손은 그녀의 손에 쥐여져 있었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의 끝에 옅은 진주 빛으로 물든 손톱이 보인다. 손을 잡고 있다기 보단... 내 손등을 쓰다듬기도 하고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숫제 가지고 논다.
"아무튼 잘 부탁드려요. 제가 워낙 대충 살아온 여자라 그냥 웃음 팔고 술 팔고 그러고 살지만 유진이는 절대 그러지 않을 애니까요. 항상 잘 이끌어주시고 보살펴 주세요. 선생님이라면 믿을 수 있어요."
"아, 예."
뭔가 말이 묘했다. 나라면 믿을 수 있다니? 앞서 통화는 몇 번 나누었지만 직접 본 건 오늘이 처음인데도, 그녀는 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대체 뭘 보고 그러는 걸까.
"공부는 어때요?"
"유진이는 잘 하고 있습니다. 꽤 똑똑하던데요."
"얼굴은 절 닮았지만 머리는 아빠 닮았으니까 똑똑할 거예요. 암요. 유진이는 아빠가 누군지 모르지만 저는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요."
"그...그런가요..."
딸내미가 자기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는 대체 어떤 경우냐고 묻고 싶었지만 나는 그녀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로 했다. 입을 다물었다는 소리다. 내 손을 어루만지던 그녀는 문득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위아래로 살짝 훑어보더니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옷이 잘 어울리네요."
"네? 예...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이 옷은 사실 댁에 있던 옷인데, 유진이가 저한테 입으라고..."
"네. 선생님 입으시라고 갖다 놨어요. 계속 입으셔도 돼요."
"네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오늘 유미를 처음 봤다. 그런데도 그녀는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질 않나, 내가 입을 옷을 미리 집에 사다 놨다는 둥, 이상한 말만 하고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물어보고 싶었다. 그때 마침 한 아가씨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유미가 아가씨에게 물었다.
"혹시 1번 방 준비되어 있니?"
"네."
"이 분 좀 1번방에 모셔. 귀한 손님이니까 알아서 잘 준비해. 알았니?"
"네."
유미는 내 손을 잡아끌어 아가씨 쪽으로 향하게 했다. 나는 엉덩이에 힘을 주어 살짝 버티며 말했다.
"아뇨, 전 그게 아니라.... 그냥 페이만 주시면 되는데요.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
"어머, 그건 제가 알아서 준비할 테니까요. 좀만 쉬었다 가세요. 선생님도 참~. 이런데 와서 너무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에요."
윙크까지 살짝 해가며 나를 부추기는 유미의 기세에 못 이기겠다. 유미의 얼굴이 낯익다고 느낀 이유를 알았다. 유진이는 유미의 얼굴을 쏙 빼닮았다. 무표정한 유진이와 달리 유미는 환한 미소를 짓고 눈웃음을 치고 있어서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 이 모녀는 조금씩 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말을 거역하지 못 하게 하는 능력은 비슷한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뒤통수를 긁적이며 수긍하고 말았다.
"그....그런가요?"
"그럼요. 친구네 집이 중국집 하면 가서 짜장면 한 그릇씩 얻어먹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안 그래요?"
"그건 그렇죠."
뭐, 나도 어렸을 때 방앗간 하는 영수네 집에 가서 떡 뽑을 때 꼽사리 껴서 조금씩 얻어먹기도 하고 그랬지. 그게 우리네 인심이라고는 하지만 말이야, 중국집에 가면 짜장면 얻어먹고, 떡집에 가면 떡 얻어먹는 게 당연하다면 술집에 가서 술 얻어먹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지....
그리고 약 십여 분 뒤, 나는 그 "당연하다"는 생각에 수정을 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기, 제가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원래 이렇게 모이나요?"
"아뇨. 아직 출근 안 한 애들이 많아서 전부 모인 건 아니에요."
"이게 전부가 아니란 말이죠.... 으음."
내 앞에는 대략 서른 명 되는 아가씨들이 도열해있었다. 아마 밖에 더 있는 것 같은데, 자리가 없어 들어오지 못한 것 같았다. 옷차림은 죄다 야했고, 은근하게 가슴과 허벅지를 노출한 의상이 대부분이었다. 화장은 진했으며 날 향해 웃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아가씨가 전부 나만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에 자못 위축될 정도였다. 맨 앞에 있는 아가씨가 내게 물었다.
"사장님. 일곱 명씩 보시겠어요? 애들 인사시킬까요?"
"인사요?"
"네. 애들 인사 받고 한 명 고르시면 돼요. 이름 외우기 힘드시면 왼쪽부터 1번, 2번, 3번...."
"아, 아뇨. 인사는 됐고요. 그냥 맨 앞에 한 분만 계시면...."
"그래요. 그럼 희진이 너만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
내가 지목한 아가씨와 아까 사무실에 들어왔던 아가씨, 이렇게 두 명이 남았다. 잠시 후, 웨이터들이 각종 안주와 술을 가져와 테이블에 놓기 시작했다.
"저기, 이거 한 병에 얼마인가요?"
늘 친구들과 가는 호프집에서 가끔 시키는 과일안주접시와 비교할 때 그 양과 질이 세 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과일안주와 홀로그램 스티커가 붙어있는 양주병들과 맥주병들. 그리고 우유. 실론티. 기타 등등이 내 앞에 주욱 늘어선다. 이건 당연한 수준이라기에는 너무 과한 거 아닌가. 그 중에서 개별적으로 가장 비싸 보이는 양주병 하나를 집어 들고 오른쪽에서 귤을 까고 있는 아가씨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왼쪽에 있던 아가씨가 킥-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거예요, 아님 장난치시는 거예요?"
"정말 몰라서 그러는데요. 비싼 거죠? 그리고 이름이 뭐라 그러셨더라."
"지나예요. 글쎄요. 한 이삼십 하지 않을까요? 저희도 가격을 알고 있는 건 아니라 서요. 후훗."
오른쪽에 있던 아가씨도 따라 웃는다. 오른쪽에 있는 아가씨 이름은 또 뭐였더라. 희진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정신이 없다. 뭔가 우르르 들어왔다 우르르 또 나갔는데, 내 앞에는 술 한 병이 한 달 생활비에 맞먹는 술상이 차려지고 있으니 말이다.
"어차피 마담 언니가 낸다고 했어요. 게다가 VIP손님이시니까 원하시면 더 좋은 걸로 내올게요. 어때요, 더 비싼 걸로 시킬까요?"
"아뇨. 그리고 저 술은 좀.... 이따 약속도 있거든요."
"어머? 그래요? 잘 됐다. 우리도 너무 일찍이라 좀 그래요."
"원래는 몇 시부터 하는데요?"
"우리야 뭐, 대충 여덟시나 돼야 출근하고 그러는데 이제 다섯 시도 안 됐잖아요."
음료수 잔에 손을 뻗자 희진이 먼저 캔을 따서 얼음을 채운 잔에 따라준다.
"고맙습니다."
"뭘요."
희진은 내게 눈웃음을 던졌다. 꽤나 매력적이었다. 얼굴이 막 이쁘다기보단 조목조목 예쁘게 생겼는데 특히 눈가가 꽤나 예뻤다. 그리고 가슴이 상당히 파여 있어서 안쪽의 브래지어가... 어? 없다? 흠흠. 암튼 그녀는 왼쪽에 있는 지나보다 말이 없었다. 나와의 대화는 주로 지나가 담당하고 있었다.
"이런데 첨 와보시는구나? 그쵸?"
"네."
"우리 사장님, 너무 순하시다. 이런 데 오실 분이 아닌 것 같은데, 마담 언니는 어떻게 아세요?"
"그러니까, 저기, 유진이 과외를..."
"어머. 그럼 사장님이 아니고 선생님이구나. 이제 선생님이라 부르면 되겠다, 그쵸?"
"에... 일단 교직은 이수하고 있으니 나중에 선생님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아니에요."
지나는 까르르 웃었다. 내 말투가 웃기다며 희진과 함께 웃었다.
"근데 전투도 해야 돼요? 아까 마담언니가 잘 모시라고 하긴 했는데... 선생님 또 어디 가셔야 한다면서요?"
"전투? 그건 뭔데요? 누구랑 싸워야 돼요?"
이번에도 지나는 까르르 웃었다.
"에이, 진짜 모르는 거예요, 아님 순진한 척하는 거예요? 은근히 밝히게 생기긴 했는데~"
왠지 뉘앙스는 알 것도 같았다만.... 그나저나 유진이 엄마는 대체 무슨 생각이냐! 이게 친구 집에서 "얻어먹는" 수준이냐!! 으아니..... 정말,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럼 그냥 우리 노래나 부르고 놀죠. 아직 밴드 아저씨들 안 왔으니까 기계 가져올게요."
지나가 이렇게 말하자 희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아마도 지나보다 희진이가 아래인가 보다. 내 짐작이 맞냐고 묻자 지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가게는 애들 관리가 엄해서요. 음.... 마담언니 말 안 들으면 진짜 큰일 나거든요. 그리고 왕언니 말도 안 들으면 안 되고... 뭐,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위계질서가 잡혔다고나 할까?"
"마담언니? 왕언니? 무슨 계급이라도.... 여기가 군대도 아닌데..."
"아, 맞다. 오빠는 군대 갔다 왔어요?"
"아뇨. 아직..."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했던 입대 연기신청 결과 통지서가 날아올 때가 되었는데... 군대를 아직 안 갔다는 내 말에 지나는 손뼉을 치며 내 볼을 쿡 찌른다.
"와~ 그럼 진짜 나이 어리겠다. 몇 살이에요?"
"스물세 살이요."
"오~ 나보다 어리네?"
깜짝 놀랐다.
"엑? 아까는 스물두 살이라면서요."
"에헤헤~ 그거야 당연히 영업용 나이고. 오빠한테는 굳이 거짓말 할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럼 저보다 연상이시라는 건데 왜 계속 오빠라 부르세요?"
"그럼 동생이라 부를까요? 어휴~ 우리 동생~ 귀엽네~"
아주 그냥 나를 가지고 논다. 그런데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대개 동생보고 귀엽다고 할 때는 볼따구를 만지거나 하지 않나요. 거기가 아니라?"
그녀의 손은 볼따구가 아니라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위쪽으로 은근히 타고 와서는 지퍼도 슬금슬금 내리고 있었다.
"후훗~ 풀코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사는 할게요. 혹시 마담언니랑 친한 분이면 좀 잘 보여야 되지 않나 싶어서~"
"저기, 저, 그렇게 친한 분은 아닌데....게다가 인사라는 게 대체...."
그러나 그녀의 동작이 더 빨랐다. 아니, 빨랐다기 보단 능숙하다고 해야겠지. 순식간에 바지 지퍼가 내려가고 내 똘똘이가 외출했다. "어머, 괜찮은데?" 라고 중얼거리던 그녀는 곧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내가 비록 여자 경험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 명의 여자에게 빨려본 경험을 가지고 그 Feel에 대한 순위를 매기자면 단연 이 아가씨의 압승이다. 흡입력, 감도, 전진과 후퇴의 적절한 조화, 불알의 애무, 빨 때 빨고 핥을 때 핥을 줄 아는 임기응변까지... 불과 3~4분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물건은 마치 사춘기 중학생이 연예인 수영복 사진 앞에 두고 딸딸이 치는 것처럼 급속도로 현기증을 호소하게 된다.
울부짖는 마음 속 외침이 들렸다. 몽롱해진 내 시야에 다른 아가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로 찍 싸버렸을 것이다. 아까 가라오케 기계 가지러 간다던 희진은 아니었다. 좀 엄해 보이는 인상의, 차가운 얼굴의 아가씨였다. 화려한 색상에 몸에 착 붙는 원피스가 주력 유니폼인 이곳 아가씨들과는 달리 H라인의 무광 검은색 정장 투피스 차림을 한, 본격적인 OL같은 분위기였다.
"누....누구세요?"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좀 더 예리한 눈빛을 하고 나에게 대답 대신 질문을 되돌린다.
"최한석 씨인가요? 지금 많이 바쁘신가 보네요."
기분 탓인가. 왠지 비난하는 소리 같다. 내 허벅지에 엎드려있던 지나의 등을 두드렸다. 지나는 마지막으로 전체를 싸악 훑어내며 입을 뗀다.
"희진이 기계 가져왔으면 연결하라고 하세.... 응? 왕언니가 여긴 왜?"
왕언니라고 불린 여자는 턱으로 문을 가리켰다.
"잠깐 나가있어."
"어? 음... 마담언니가 모시라고 한 분인데?"
"알고 있으니까. 일단 나가."
지나는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곤 가볍게 목례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왕언니는 지나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문이 닫히자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지 좀 안 보이게 해주시죠?"
"아? 예! 예.... 으윽!!"
그녀가 말한 그것은 침이 묻어 번들거린 채로 밖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서둘러 넣다 보니 살짝 찝힐 뻔 했다. 게다가 팽팽해져 있는 통에 집어넣는 데에 애먹을 수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