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블데이트-26화 (26/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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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 Ro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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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 A.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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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나 가봐야겠다. 명희보고 기다리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녀 성격상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아까의 상황과 그녀의 성격을 종합해 볼 때, 괜히 그녀의 눈에 걸려 한 대 더 맞으면 맞았지 좋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과사로 돌아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올 때는 그 시끄러운 마리랑 같이 걸어오느라 귀는 좀 괴로웠지만 그래도 심심하지는 않았는데 혼자 돌아가려니 조금 쓸쓸하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 지혜네 집에 먼저 들렸다. 마리가 가버렸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지혜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그나저나 걔 옷이랑 자전거 같은 건 어쩌지?"

"뭐... 좀 있다가 개강하면 볼 테니까 그때 전해주지 뭐."

"그래, 그럼."

지혜는 마리 옷을 찾아다 종이가방에 담아주었다. 그걸 받아들면서 별 생각 없이 물어보았다.

"근데 효진이는? 어디 갔어?"

그러자 가방을 건네던 동작이 딱 멈춘다. 지혜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건 왜에?"

"아니, 왜냐니... 맨날 이 집에 붙어살다시피 하는데 오늘따라 안 보여서."

"흐음.... 글쎄. 아마 선보러 가거나 면접 보러 갔거나 둘 중 하나겠지."

"아, 그래?"

효진이가 선보러 갔다라... 으음.... 그 괄괄한 녀석이 선 자리에서 어떤 모양새를 하고 앉아 있을지 상상이 안 간다. 직접 보게 된다면 아주 크게 웃어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고 있는 동안 지혜가 내게 바짝 다가와 묻는다.

"그게 왜. 궁. 금. 해?"

"어? 어.... 그게...."

지혜의 말투가 묘했다. 나도 말을 꺼내놓고... 지금 상황을 둘러보고 나니 내가 꺼낸 말이 더할 나위 없이 묘한 말이 되어버렸음을 깨달았다. 그건 마치 며칠 전부터 속궁합을 맞춰보려고 하는 부부가 애들 때문에 그러질 못 하고 있다가 어느 날 조용한 집 안에서 "애들은 재웠어?"라고 묻는 것과 진배없는 뉘앙스였다. 들고 있던 종이가방이 바닥에 떨어졌다. 둘 중 아무도 그걸 잡고 있지 않았기에. 두 사람의 손이 상대의 몸을 향해 갔기에 그러하다.

입술을 겹친다. 혀를 섞는다. 문득 아까 낮에 맛보았던 명희와의 키스가 떠오른다. 명희는 잘 돌아갔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내 허리띠를 풀고 있는 지혜의 손길을 느끼곤 대번에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아니, 지워져버렸다. 키스를 유지한 채로 지혜의 안경을 벗기고 서로의 옷을 거칠게 벗긴 후 이내 두 사람은 하나로 부둥켜안은 채 침대 위로 몸을 내던졌다.

"하...한석아.... 하아...."

"지혜야....."

언제 봐도 지혜의 가슴은 예술적이었다. 정말이지 예술적으로 컸다. 가끔 보았던 빨간 비디오... 그 중에서 "거유물"이라고 이름 붙은 것들 치고 뚱녀 아닌 여자가 없고 괴물 모양의 젖이 안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지혜의 가슴은 뭐랄까. 크기도 크지만 모양이 단정하고 무엇보다 윤기가 있었다. 물론 아무래도 크다보니 탄력은 조금 떨어질지 언정 손으로 움켜쥐었을 때 그 일그러지는 모양새는 정말 꼴릿하기 이를 데 없다.

한 손에 한 젖을 쥐고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온 유두를 핥는다.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우 같던 유두의 감촉이 점차 젤리 같은 탄력을 더해간다. 적당한 탄력을 가지기 시작한 유두를 손가락으로 비비자 지혜가 나지막한 신음을 낸다. 혀와 손가락의 하모니를 통해 유두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내 손놀림 아래 나지막한 한숨을 토해내던 지혜는 손을 뻗어 나를 끌어안고 다른 한 손은 나의 엉덩이를 어루만지다가 앞쪽으로 이동한다.

"이쪽으로...."

그녀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다보니 내가 그녀의 상체에 올라탄 자세가 되었다. 무릎으로 몸을 버티고 서서 그녀를 압박하지 않게 조심하자 그녀는 베개를 끌어다가 세로로 괴어 목을 앞으로 쭉 뺀 자세가 되었다.

"앞으로 조금만 와봐. 그래. 그렇게...."

거의 그녀의 가슴에 걸터앉은 꼴이 되자 자연스럽게 물건이 그녀의 입가로 뻗어간다. 입을 벌려 그것을 한껏 베어물은 그녀는 고개를 앞뒤로 서서히 움직이면서 밑동부터 훑어내었다.

"하으... 지....지혜야...."

"이웅 오아?"

아마도 기분 좋냐고 묻는 거겠지. 그렇게 입에 물고 말하다니. 그건 정말 반칙이라 할 만큼 꼴릿한 시츄에이션이었다. 나도 모르게 허리를 움직이며 안으로 들이 말자 지혜가 얼굴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불편한 모양이다. 몸을 뒤로 물려 물건을 빼내자 살짝 눈을 흘긴다.

"왜 갑자기 움직이고 그래."

"아, 미안. 나도 모르게... 흔들고 싶어져서..."

"에휴. 증말.... 그럼 이쪽으로....응, 그렇게....."

뒤로 조금 이동하자 이번에는 그녀의 가슴 골안에 물건이 놓이게 되었다. 그녀는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모아 올리더니 내게 협력을 구한다. 내가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대신 모아주자 자유로워진 손으로 물건을 누르더니 가슴계곡 깊숙이 안으로 밀어 넣는다.

"여기서는 움직여도 돼."

"어? 어....."

자세는 꽤나 불편했다. 그러나 침을 잔뜩 바른 물건이 가슴계곡 사이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자.... 흐아....이 감촉은 정말이지 어디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들락거리며 가슴살에 비벼지는 느낌은 흡사 천국에 몸을 담가놓은 것 마냥 황홀했다.

"그래도 너무 세게 움직이면 아파."

"아...알았어...하악...."

나도 모르게 또 열중해버렸더니 지혜의 가슴팍이 다소 벌게졌다. 피스톤질의 스피드를 낮추어 슬적슬적 움직인다. 또 하나의 성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쫄깃한 감촉이 내 몸을 감싼다. 뭉글뭉글한 젖의 감촉을 단단하게 달아오른 몸뚱이로 뚫어내고 나아가면 그 끝에선 길게 혀를 내민 지혜의 입이 끄트머리를 핥아준다. 자세가 다소 불편하여 오래 하진 못 했지만 좀 더 빡세게만 한다면 이대로도 싸버릴만큼 죽여주는 기분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쑤시다가 물러나자 그녀는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어땠어?"

"좋았어...."

"자주 해줄까?"

"정말?!!!"

내가 너무 대놓고 좋아라 하자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싫어. 너 같은 바람둥이는...."

"엥? 그럼 뭐하러 이야기를 꺼낸 거야...."

그녀는 몸을 굽혀 내 물건에 살짝 키스했다.

"그래도, 얘는 좋아. 얘는 죄가 없잖아?"

"뭐야, 그게."

"이제 들어와도 돼."

콘돔을 찾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은 날이야. 그냥 해."

"그래?"

마다할 리가 없었다. 생으로 하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몸을 겹치고 허리를 드밀자 이미 준비라면 만땅으로 되어있던 지혜의 동굴이 내 것을 스무스하게 받아들인다. 미끄러져 들어가는 느낌이 마치 잃었던 제자리를 찾아들어가는 것 같다. 안쪽까지 들어가자 지혜가 나지막한 숨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자꾸 안아주게 된다.

입술을 찾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끝없이 달콤하고 끝없이 나를 갈구하는 붉은 입술을 찾아내어 함께 호흡을 섞고 타액을 교환한다. 그녀의 혀가 내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내 입 안 구석구석을 탐한다. 내가 이미 그녀의 안에서 마음껏 휘젓고 있듯이, 우리의 몸 일부는 상대의 몸 안으로 들어가 서로가 서로에게 쾌감을 안겨준다. 한참 동안이나 엉켜 있던 입이 떨어져나가자 그녀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와 교성이 흘러나온다.

"하앙- 하응....하아....하아....하아...."

"헉헉...."

푸잡푸잡거리는 살 마찰음. 삐걱거리는 침대의 스프링. 죽을 듯이 내뱉는 숨소리. 팔로 상체를 버티고 서서 허리를 죽어라 들이민다. 쑤셔 넣을 때마다 아찔한 감촉이 신경을 마비시킨다. 고개를 숙여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춘다. 목을 빤다. 가슴을 깨문다. M자로 들어 올려진 지혜의 다리는 내 허리를 감싸고 죽을 듯이 조여 온다.

"헉헉...."

지혜의 몸을 옆으로 돌려 나도 같이 옆으로 눕는다. 한 쪽 다리를 들어 올리게 하고 가윗날처럼 벌어진 그녀의 다리 사이로 내 허리를 들이민다. 내 방망이가 그녀를 때릴 때마다 넘쳐나는 물이 이상한 소리를 낸다. 이 모든 것을 종결시킨 것은 내 안에서 터져 나오는 뜨거운 한 줄기의 사정이었다.

"지혜야...나....지금......"

"응! 응!! 하악... 하아....하아....하아...."

그녀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는지 모른다. 그녀가 몇 번이나 대답했는지도 모른다. 그저 의미 없이 이름을 부르고 그저 생각 없이 부름에 답한다.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은 입이 아니라 이미 아래쪽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입으로 하는 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순간적으로 한결 더 빳빳해진 부위를 들이밀고 그녀 안으로 내 분신을 쏟아냈다. 움찔거리며 조여 대는 그녀의 비부가 한층 더 꿈틀거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악....."

그녀의 몸 위로 내 몸을 드리운다. 두 팔로 지탱하며 버티고 있기에 내 몸이 너무도 무겁게 느껴진다. 결합부위를 풀지 않은 채 그대로 그녀의 몸 위로 엎드리려 하니 무거울까 싶어서 조심스럽게 몸을 옆으로 돌려 나란히 누웠다.

"자...잠깐만...."

지혜는 손을 뻗어 침대 맡에 있는 티슈를 꺼내어 아래쪽에 대었다. 내 물건이 빠져나가고 나니 그쪽에서 뭔가 흘러내리는 모양이다. 손을 뻗어 아래에 대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팔을 둘러 그녀의 머리를 받쳐준다. 귓가에 입을 대고,

"사랑해."

라고 속삭였다. 처음이다. 여자에게 이런 소리를 하는 건.

나도 모르게 말하고 만다. 처음엔 그저 여자랑 잤다는 사실이 흥분될 따름이었는데, 그리고 다른 여자 랑도 그렇고 그런 짓을 해왔는데, 신기하게도 지혜가 내 마음속에서 점점 커져만 간다. 차분하면서도 마치 어머니처럼 나를 품어주는 그녀의 모든 것이 너무도 신비롭게 나를 사로잡는다.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말은, 언제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모양이다. 방금 전의 뜨거운 행위는 마음을 더욱 들뜨게 하는 묘약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미안....."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 돌아온다. 적어도 같은 대답이 돌아오든가 "나도" 라던가 "고마워" 따위의 말이 들려올 줄 알았는데 "미안"이라고?.... 나도 모르게 몸이 굳는다.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아래쪽의 처리를 마친 지혜는 내게서 등을 돌린 채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전부터 이야기 하려던 게 있어."

"뭔데?"

"이런 상황에 이런 말은 우습지만..... 사실 나 곧 ..... 결혼해."

"뭐?"

모든 시간이 멈춘다. 몸이 굳는다. 혀가 마비된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지난번에 고향 다녀온 건 선보느라 그랬던 거야. 그때 본 사람이랑 이번 봄에 결혼하기로 했어... 미리 말하지 못 해서 미안해."

내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기에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어깨를 잡아 당겨 내 쪽을 향하게 한다. 그러나 그녀는 고집스럽게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뭐야... 지난번에 이야기하려고 했던 게.... 그거였어?"

"응."

"하....... 그럼.... 뭐야, 나한테 왜 그런 건데..... 난 것두 모르고 너한테....."

난생 처음 태어나서 여자에게 고백했다. 그리고 차였다. 여자에게 고백하고 차인 경험을 한 남자야 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겠지만, 방금 전 자신의 뜨거운 정액을 쏟아 부은 여자에게서 거절을 당한 남자가 과연 있으려나. 그것도 조만간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도 사실은 네가 싫진 않았어. 하지만..."

"됐어."

달구어졌던 몸이 싸늘하게 식어간다. 침대에서 나와 옷을 찾아 입었다. 팬티를 못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지혜가 침대에서 나와 구석에 처박혀 있던 것을 찾아 꺼내준다. 그녀의 손에 들린 내 팬티가 너무도 추해 보인다. 너무도 낡아 보인다. 나도 모르게 거친 동작으로 그것을 낚아챈다.

"갈게."

"한석아.... 잠깐 이야기 좀 해."

"싫어. 볼 일은 다 끝난 거 아니었어?"

최대한 쌀쌀맞게 말하고 집을 나선다. 돌아보지도 않았다. 내 집으로 갈까 싶다가 그래보았자 그녀에게서 1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생각하니 집에 들어가기도 싫어졌다. 빌라를 나선다. 학교 앞 동기들이랑 자주 가던 껍데기 집에 가서 소주와 껍데기를 시켰다. 안주가 나올 때 쯤 난 이미 두 병을 비워내고 있었다.

"젠장!!!!"

스뎅으로 된 테이블을 내려친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힐끔거린다. 그 눈빛이... 뭐랄까. 싸움에 진 개를 조롱하는 눈빛 같다.

"뭘 봐!! 사람 첨 봐?!"

몇몇은 서둘러 눈을 돌리고 또 다른 몇몇은 오히려 눈을 날카롭게 하고 나를 째려본다. 사장이모가 나와서 만류한다. 속이 끓어서 술을 들이붓는다. 그러나 불이 꺼지질 않는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학생.... 일어나 봐.... 학생?"

테이블에 엎드려 있던 나를 흔들어 깨운 이모가 계산서를 내밀었다.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 내주었는데도 모자랐다. 지갑에는 돈이 별로 없었다. 학생증 맡긴다고 했더니 요새 그러고 안 갚는 놈이 너무 많아서 안 받는 댄다. 알코올에 절어있는 나의 뇌는 판단을 내리는데 굉장히 둔해졌다. 한참 동안 궁리하던 나는 전화를 빌려 알고 있는 삐삐번호 하나를 찍고 음성을 남겼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술을 시켰다. 이모가 불만 있는 표정으로 술을 가져다주었다. 마지막 병이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대충대충 알았다고 대답을 하며 물 컵을 비우고 글라스에 소주를 따랐다. 콸콸콸.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 얼마나 마셨죠?"

고개를 돌려보니 명희가 지갑을 꺼내어 계산을 하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부라리며 화를 낸다. 풋-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아, 씨발. 진짜.... 니년도 참 가지가지 한다. 화냈다가, 미워했다가, 또 그러다가도 부르면 나오고 말이야. 아아. 진짜....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왜 본심을 숨기고 진짜 마음대로 살고 있지를 않는 거지.

"계산 다 했어. 가자."

"어디 갈까? 2차로 말이야."

"미쳤어? 너 지금 혼자서 소주 몇 병이나 처먹었는지 알아? 일어나. 빨리 가자구."

"아, 그러니까 어디로 가냐니깐? 응? 응?"

내 손에 들린 글라스를 뺏은 명희는 내 팔을 잡아끈다. 그녀에게 이끌리다가 그녀의 뺨이 다가오자 입술을 내밀고 입을 쪽 맞춘다.

"왜 이래? 너 오늘 낮부터... 자꾸 이럴래?"

황급히 볼을 감싸고 주위를 살피는 모습이 존나 꼴릿하다. 두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말한다.

"어휴. 우리 공주님.... 2차는 모텔 가서 할까? 응? 내가 또 널 죽여줄게.... 응? 응? 너두 내 물건 좋아하잖아... 응? 응?"

이번엔 그녀의 입술을 훔치고 싶었는데.... 입술을 주욱 내밀고 앞으로 나가던 내 얼굴을 강펀치를 맞고 홱 돌아갔다. 와장창 소리를 내며 내가 나자빠지자 가게 안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몸을 피한다. 널브러진 음식그릇과 굴러다니는 술잔.... 병 하나는 깨진 듯 퍼런 유리조각이 빛을 반사하며 반짝거린다. 저쪽에서 이모가 짜증을 부리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이 미친 새끼야. 너 다시는 나한테 연락하지 마. 알았어? 오늘로 끝이야! 끝!"

엎드려 있는 내 배때기에 명희의 사커킥이 작렬한다. 그 사람 많던 술집 안이 한 순간 싸늘해졌다. 모든 이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하는 것 같다. 와글거리던 술집을 침묵에 빠트린 명희는 가방을 챙겨들고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이질적인 침묵 속에 콜록거리는 내 잔기침만이 들린다. 이모에게 갖은 잔소리, 싫은 소리를 들어가며 기다시피해서 밖으로 나왔을 때 이미 명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빈속에다 때려부은 술 때문인지 아니면 뇌를 흔들 만큼 센 펀치와 뱃속을 뒤집을 만큼의 킥 때문에 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보도블록에 웅크리고 앉아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콜록거리는 기침을 몇 번 토해낸다. 시큼한 느낌이 목구멍 바로 아래로 와 있었다. 그 불쾌감이 나를 살살 미치게 만든다. 정신이 흐려지고 눈앞이 어두워진다. 그렇지만 그래도 집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도로로 나가 택시 하나를 잡는다. 목적지를 말하고 뒷자리에 가로 누워 쿨럭 거린다. 기사님이 시트에는 토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네네, 잘 알아 모시겠습니다.

목적지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 와중에 얼풋 잠이 든 모양이다. 다 왔다고 깨우는 기사님의 재촉에 눈을 뜬다. 눈을 비비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예전에 한 번 보았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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