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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 유진의 과외가 있는 날에는 선영의 과외가 먼저 있었다. 처음 문제집 사건 이후로 선영의 과외는 순조로웠다. 초반의 부진과는 달리 그녀는 수업에 적응을 꽤 잘 해주었다. 물론 내가 잘 가르치는 편이긴 하지만 그녀 역시 좋은 학생이었다. 이해도 빨랐고 자신이 어려워하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문제집에 빗금은 나날이 줄어갔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에 뵐 때까지 이 문제집 85페이지까지 풀어주세요."
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가벼운 차림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민소매 검은 티셔츠, 짧은 반바지. 머리를 한데 모아 묶어 내렸고 얼굴에는 예의 그 안경을 쓰고 있었다. 수수한 디자인의 은테였다.
"왜 그렇게 빤히 보죠?"
나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시선이 마주치자 좀 쑥스러웠다.
"아, 아뇨. 안경 쓰신 게 신기해서."
"안경 쓴 사람 처음 봐요?"
"그건 아니지만 선영이 쓰는 건 왠지 달라보여서... 평소에도 쓰셔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분위기가 좋은데요."
그러자 선영이 살짝 웃는다.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였지만 워낙 가까이 마주 앉아 있기에 볼 수 있었다. 선영이 웃는 장면이라.... 꽤 드물게 본 것 같다. 이런 여자도 웃긴 웃는 군.
"평소 분위기는 어떤데요?"
"에.... 그게....."
그렇게 물으니 대답이 궁했다. "전투적으로 보입니다."라고 답하면 기분이 안 좋겠지?
"좀 사나워 보이죠?"
내가 대답을 못 하고 있으니 그녀가 대신 대답한다. 황급히 손을 뻗어 부정해보지만 이미 그녀는 납득을 먼저 하고 있다.
"안 그래도 그런 이야기 종종 듣습니다. 제가 일부러 그렇게 하고 다니는 것도 있구...."
"일부러요?"
놀랐다. 그런 사람도 있나? 아니, 그런 여자도 있나? 자기를 일부러 사납게 보이려고 하는 여자가? 그리고 새삼 돌이켜 보건데 이 여자는 서비스업에서 종사하는 사람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아름답게 보이게 치장하고 꾸미는 것이 중요할 텐데 대체 왜 그럴까.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니 항상 검은 옷 입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궁금한 것 투성이다.
"궁금해요?"
아무래도 나란 놈은 생각을 이마에 자동으로 기록하는 무슨 장치라도 달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어째 요즘 내가 만나는 여자들은 내가 무슨 생각만 하고 있어도 그 생각이 뭔지 다 맞추는 게 아닌가. 내가 특이한 건지, 여자들이 대단한 건지 모르겠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일단 수긍하기로 했다.
"네."
나름 큰맘 먹고 대답한 것인데, 선영의 반응은 즉답이었다.
"몰라도 돼요."
"에엑!"
사람 궁금하게 해놓고 이 여자가 누굴 잡을라고 이러나....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재차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끈질긴 거 빼면 시체인 이 몸을 궁금하게 해놓고 어디 발을 빼시려고. 몇 번이나 거듭 물었더니,
"공짜로 알려주긴 싫고....."
선영은 잠시 고민하더니 수첩을 꺼내어 뭔가 확인한다. 그러더니 내게 제안을 했다.
"다다음 주 일요일 저녁에 시간 돼요?"
"일요일이라...."
2주후의 일요일이면 아마도 신입생 MT 따라갔다가 돌아오는 날이니 저녁이면 시간이 될 것 같다.
"아마도 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라는 말은, 안 될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 때 학교에서 단체로 어딜 좀 갔다오느라구요. 돌아오는 건 일요일 오전일 테니 저녁에는 시간이 될 겁니다."
"확실하게 하세요. 괜히 약속 잡았다가 그때 가서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전 약속 어기는 사람이 제일 싫으니까."
편하게 입고 있어서 잊고 있었지만 다시금 사신, 선영의 포스가 느껴진다. 나는 느슨해지려던 마음을 다잡고 똑바로 대답한다.
"됩니다. 그럼 저녁 몇 시에 볼까요?"
선영과 나는 그녀의 집 앞에서 저녁 6시에 보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뭐 대단한 이야기를 해준다고 따로 시간을 정해서 만나기까지 하는가 싶기도 한데 어느새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서 약속까지 해버린 터라 다시 따져 묻기도 애매했다.
나는 선영의 집을 나와 유진의 집까지 걸어갔다. 전에도 그랬듯이 시간이 남기에 먼젓번에 갔던 커피숍에 다시 들렀다. 혹시나 싶어 카페 전화로 유진이네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전에 주문해놓고도 제대로 마시지도 못 했던 커피를 다시 주문해놓고 예의 그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친다.
이번 학기에는 전공 3과목과 교양 4과목, 총 15학점을 신청해놓은 터라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았다. 전공은 전공서적만 읽으면 된다지만 교양들은 대개 이런저런 책을 읽도록 하고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다음 달에는 교생실습도 나가야 되서 4주 동안 빠질 수업의 진도를 미리 따라가기가 많이 벅찼다. 교직 이수를 괜히 했나 싶기도 한데 그래도 안 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게 낫다는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교직을 신청했었기에 기왕 하는 거 끝까지 잘 해보자는 다짐을 해본다.
점원이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한 모금 마셔본다. 맛이 나쁘지 않다. 동네 커피숍 치고는 좋은 원두를 쓰는 것 같다. 특이하다면 특이한 게,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의 한 다방에서는 흔히 말하는 다방커피가 아니라 원두를 갈아 내린 커피를 내어왔었다. 그 독특한 맛도 맛이거니와 젊고 탱탱한 마담에 환장한 많은 남정네들이 다방에 들끓었고 작은 삼촌이 거기에 아주 그냥 단골로 출근 도장을 찍었었기에 나도 거기에 붙들려 많이 따라가 본 기억이 있다. 작은 숙모가 삼촌 귀를 잡아당기며 대체 읍내에 뻔질나게 드는 이유가 뭐냐 따져물었고 삼촌은 엉겁결에 좋은 커피 마시러 간다는 그럴듯한 변명을 해댔다. 추수가 끝나고 목돈이 생기자 작은 숙모는 단번에 커피 머신을 사왔다. 삼촌은 그 이후 찍소리도 못하고 읍내 다방에 얼씬도 못 했지만 나는 고등학교 시절 내내 원두커피를 마시며 수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씁쓸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그윽한 이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그 때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카페의 분위기는 조용했다. 더더의 "내게 다시"가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여자 보컬의 잔잔한 목소리가 무척이나 상큼하고 매력적이다. 교육사회학 이론이라는 딱딱한 책을 읽으며 듣기에는 부적절할지는 몰라도 조용한 카페 분위기와는 무척 잘 어울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똑똑 거리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카페 창 밖에 선 유진이 이쪽을 들여다보면서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책을 덮고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녀석이 안으로 들어왔다.
"왜 항상 여기 계세요?"
녀석이 인사도 안 하고 따지기부터 시작한다. 니가 빚쟁이냐, 아님 바가지 긁는 마누라냐.
"여기가 딱 적당한 위치거든. 너네 집 바로 앞이고......"
"다른 이유 때문은 아니구요?"
"다른 이유?"
나는 바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유진이 들어와 내 옆 자리에 앉는 게 더 빨랐다. 나란히 앉은 녀석은 내 가방을 끌어다 뒤적이더니 책들을 하나하나 살핀다. 남의 가방을 막 뒤지다니.... 혼을 좀 내야하겠는데? 가방에 들어있는 책을 다 꺼내놓은 유진은 한권씩 집어 들고 제목을 읽어 내려간다.
"DC Motor Control... Robot Control Engineering.....교육사회학.... 중2수학 문제집......"
"남의 책은 왜 보는데?"
그러나 유진은 대답하지 않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나를 돌아보며 물음에 물음으로 답한다.
"아저씨 전공이 대체 뭐예요?"
"나?"
갑자기 그건 왜 궁금해 하지?
"책 보면 알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봐선 통 모르겠네... 참, 이 중학생은 과외 계속 하는 거예요?"
"어? 어....."
유진이가 은근히 이 "중학생"에 관심이 많다. 그렇지만 난 이 "중학생"과 유진에게 비밀에 부치기로 했기에 이 화제에서 빨리 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유진이 먼저 한 질문에 답하기로 한다.
"제어공학인데."
"그게 뭐하는 거예요?"
"뭐하는 거라니....."
그렇게 갑자기 물어보니 대답이 궁했다. 그러고 보니 대체 우리 과가 뭐하는 거지?
"제어하는 거지."
한참 만에 나온 답변이 이 모양이다. 그러자 유진이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제어? 뭐를 제어하는 거예요?"
"프로세스 제어도 하고 플랜트 제어도 하고.... 디바이스도....."
그러자 유진이 성질을 낸다.
"아, 쫌. 잘 알아듣게 말 해봐요. 그래가지고 진로조사서에 뭐라고 써요."
"진로조사서?"
"그러니까 아저씨 학과 나오면 사회 나가서 뭐하는 건데요. 간단하게 말 해봐요."
우리 선배들이 어디로 갔더라. 최대한 궁리해본 후 간단하게 말해준다.
"자동차, 선박, 플랜트, 계장, 전기, 전자, 로봇공학....."
"아, 진짜!"
유진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성질을 부린다. 본인은 몹시 짜증이 난 모양이지만 어쩐지 녀석의 그런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다.
"하나만 말해요. 하나만. 간단하게 말하라니까 뭘 그렇게 주구장창 늘어놔요. 아저씨는 나중에 뭐할 생각인데요?"
"나 말야?"
"예. 이번에도 흐리멍텅하게 말하지 말고 딱 잘라서 하나만 이야기하세요."
흐리멍텅이라니.... 나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여자애한테 이런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막상 유진의 질문을 듣고 나서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졸업 후 내가 딱히 무얼 하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대학을 4년이나 다녔는데도 말이다. 구직 활동 하던 선배들이 면접 가면 다 아는 건데도 생각이 안나 말문이 턱턱 막힌다고 하더니 어쩐지 그 기분을 알 것도 같았다. 한참 고민하다가 겨우 대답한다.
"........취업이려나?"
"이익!!!"
유진이 자기 머리를 감싸 쥐고 커다란 한숨을 뱉더니 이내 손을 뻗어 내 팔뚝을 사정없이 꼬집는다.
"아얏! 왜 그래?"
쪼그만 녀석이 제법 손이 매웠다. 꼬집힌 팔뚝이 꽤나 얼얼하다.
"그러니까 어.디.에. 취업할건데요. 그걸 말하라니깐요."
"그게 그러니까......"
"후아.... 아저씨 정말 대학 졸업반 맞아요? 어떻게 자기 미래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어요?"
"그....그러게 말이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압박면접이냐. 그런 거냐. 그나저나 이래 가지고야 어린 여자애한테 흐리멍텅하다고 혼나도 할 말이 없겠군 그래.
"모레에 수업 오실 때까지는 확실하게 정해가지고 오세요. 이번 주 안으로 진로조사서 내야한단 말이에요."
"어어.. 그래.."
니 진로조사서를 내야하는데 내가 졸업 후에 뭘 해먹고 살 건지에 대해서 너한테 왜 이야기를 해야 하냐라고 묻고 싶은 게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왔지만 남아 있는 커피와 함께 후딱 삼켜버렸다. 괜히 따지고 들었다가 꼬집히는 것 정도로 안 끝나면 어떡하나 싶었다. 일단 나가기로 하고 가방을 둘러메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한다.
"2,500원입니다."
"여기요."
돈을 내자 짤막한 키의 알바생이 잔돈과 영수증을 내주었다. 그것을 받아들고 몸을 돌려 카페를 나서는데 유진이 바로 따라 나오질 않는다. 왜 그런가 싶어서 돌아보니 녀석은 카운터 쪽을 계속 보고 있었다. 왜 그러지? 아는 사람인가?
"안 가?"
"가요."
기다리다 못한 내가 불러내자 그제야 유진은 나는 나란히 서서 아파트를 향해 걸어갔다. 녀석이 찻길 쪽으로 걷기에 가볍게 잡아 당겨 안쪽으로 향하게 하고 내가 찻길 쪽으로 나섰다. 유진은 잠자코 따라오다가 아파트 단지 접어들 때 쯤 뜬금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솔직히 말 해봐요."
"뭐?"
"저 카페에 자꾸 가는 이유 말이에요."
"....카페에 가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용서해 줄게요."
용서? 내가 대체 뭘 잘못한 거지? 정말 이상한 녀석이다. 분명 제대로 설명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에 해주었던 대답을 다시 해준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 앞 시간에 다른 학생 과외 한다고 했잖아. 걔 과외하고 오면 시간이 어정쩡하게 남아서 학교나 집에 다녀오기도 애매해. 그래서 너희 집에서도 가깝고 앉아서 책 읽기 좋은 곳이라 저기 들어가 있는 건데? 아, 커피 맛도 괜찮아."
"정말 그 이유뿐이에요?"
"다른 이유가 뭐가 있을라고."
별 생각 없이 대답했던 나는 유진의 다음 대답에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 했다.
"저기 점원이 가슴이 커서 그런 게 아니구요?"
"......그건 또 언제 확인하고 있었니? 난 몰랐는데...."
"정말 몰랐어요? 진짜로요?"
"몰랐다니깐."
어째 녀석의 말투가 추궁하는 투다. 이제 우리 두 사람은 집에 거의 다 도착해서 마악 들어가려던 참이다. 녀석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언니들이 남자는 그저 여자 가슴 크면 환장한다고, 자기들도 일할 때는 뽕을 엄청 큰 걸로 넣고 일한다고 했을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정말 아저씨 보면 딱이네요."
"허험.... 대체 느그 언니들이랑은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거니...."
"아저씨도 저런 가슴 보면 막 만지고 싶다거나 그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싶다거나 그래요?"
"야!"
녀석이 말하는 언니들이란 아마도 그쪽 일에 종사하는 분들이겠지. 공부하는 거나 행동거지, 차림새가 영락없는 모범생인 유진이었지만 녀석의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녀석이 한 번씩 내놓는 말은 이렇게 참 아스트랄할 때가 가끔 있었다.
"하고 싶다는 뜻이구나."
"아니! 그게 아니라니깐!"
"정말 아니에요? 아까 내가 보니까 그 카페 언니 키는 작으면서도 가슴은 엄청 크던데."
"........하아... 자, 이제 집에 왔으니 바깥에서의 일은 잊고 니 공부에만 집중해주지 않겠니?"
"어제 본 사투리 쓰던 여자도 그렇고...."
"험험...."
물론 마리가 슬렌더한 몸매와는 별개로 훌륭한 흉부를 가지고는 있지. 예전에 보았던 라이더 슈트 차림에서도 그랬고 한밤중에 있었던 그 의도치 않았던 주물럭에서도 확실히 알았다. 게다가 가끔씩 별 생각 없이 내 팔뚝을 끌어안고 달라붙을 때에도 녀석의 뭉클함을 피부로 느끼고는 있다고 하지만.......으악! 아무리 가슴을 좋아하는 남자일지언정 그것에 대해 이성과 이야기하는 건 참 어색한 일이다.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자자, 얼른 과외 시작하자. 쓸데없는 소리는 이제 그만."
테이블에 앉아 가볍게 손뼉까지 쳐가며 주위를 환기했지만 유진은 여전히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녀석은 창밖을 보며 뭔가를 한참 생각하더니 맞은편의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면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어째 그 눈빛이 먹이를 바라보는 사자의 눈빛이로다. 의자에서 살짝 일어나 몸을 이쪽으로 기울이며,
"나 정도면 큰 거예요, 작은 거예요?"
하고 묻는다. 근데 녀석의 자세는.....
"푸핫!!!"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뒤로 물러났다. 의자가 잘못 밀려 자칫하면 나자빠질 뻔 했다.
"인마! 왜 그런 걸 물어!!!"
그리고 물어보더라도 대체 손은 왜 그러고 있는 거야!! 지금 유진은 각각 한 손을 자신의 언더바스트에 대고 가운데로 밀어서 들어 올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성인용 살색 화보집에서 모델이 가슴을 가지고 주로 취하는 자세 말이다.... 교복 블라우스 첫 번째 단추 너머 아주 야트막하고 안쓰러운 정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계곡이 생겨날 정도....... 나는 차마 그 광경을 계속 보고 있기 민망하여 고개를 돌린 채로 손을 내저었다.
"궁금하니까 물어보죠."
유진이 툴툴거리며 자리에 도로 앉았다. 손도 내린다.
"제....발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주지 않겠니? 부탁할게. 아니면 너네 언니들에게 물어보든가."
"쳇. 언니들은 여자란 말이에요. 남자의 대답이 듣고 싶었다고요."
"네가 아는 사람 중에 나 말고 다른 남자는 없어?"
"없어요."
녀석은 입을 삐쭉거리며 문제집을 펴들었다. 사태가 좀 진정되었기에 나도 큰 숨을 내쉬고 전공서적을 펼쳐들었다. 다행히도 유진의 가슴타령은 거기까지였다. 다행이다.
근데 다른 건 몰라도 다음에 그 카페를 가보면 꼭 체크해봐야겠군.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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