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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점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요 어리디 어린 녀석이 방금 그런 황당한 말을 했겠다. 어이가 없다. 손가락으로 녀석의 이마를 꾸욱 눌러서 밀어낸다.
"아야야."
"어디서 이상한 것만 배워가지고.... 인마! 십년은 일러!"
이마를 감싼 유진이 볼멘소리로 중얼거린다.
"이씨.... 우리 엄마는 열여덟 살에 써먹어서 성공한 방법이라던데."
"하아..... "
"왜 안 먹히죠?"
"넌 열일곱이잖아. 그럼 일 년만 더 있다가 다시 사용해보렴."
그러자 유진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흥. 그때는 아저씨 말고 더 잘생기고 멋진 남자보고 들어오라고 할 거라구욧!"
"예에, 제발 그래주십쇼. 예예."
녀석의 장단에 일일이 놀아났다가는 내 정신이 온전하기 어렵다. 혀를 낼름거리고 집으로 들어가는 유진이 문을 닫는 걸 보고 돌아섰다. 아파트 단지를 나서기 전에 유진이네 집 베란다쪽을 살핀다. 어둡고 멀어서 잘 안 보이기는 하는데 저기 저 베란다에서 뭔가 나풀거리는 건 아마도 손을 흔드는 유진이겠지. 대충 손을 들어 답례를 해주고 돌아섰다.
아파트 단지를 나서고 나서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다. 유진이 저 어린 것이 나한테 항상 틱틱거리는 모양새가 어째 꼬마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장난짓거리 하듯 유치한 감정의 발로라는 것은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저런 소리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즐겁고 고마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앞으로 유진이를 대할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몹시 고민된다. 모르긴 몰라도 아까 그 순간에는 들어갈까? 라는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난 이성을 택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집까지 걸어 돌아오니 우리 집이나 리사네 집 양쪽 다 불이 꺼진 채로 조용하다. 최대한 소리를 죽여 현관을 열고 들어가 전에 쓰던 매트를 바닥에 깔았다. 이불을 덮고 누우려는데 엄마가 뒤척이는 소리가 들린다.
"석이냐?"
"응. 일어나지마. 아직 밤이야."
"하아... 나도 이젠 늙었나 부다. 고깟 거 마셨기로 맥을 못 추겠네."
"고깟 거가 막걸리 너댓말은 족할 거 같은데.... 예전엔 대체 얼마나 마신거야?"
내가 툴툴거리는 소리에 엄마는 그저 웃어넘겼다. 누워서 잠을 청하려는데 엄마가 낮게 흥얼거리는 노랫가락이 귀에 들어온다. 또 남진 노래겠거니 했는데... 어라? 이건? 아까 예린이 부르던 그 노래?
"엄마. 팝송 싫어하던 거 아니었어? 양놈들 노래라고?"
자기가 흥얼거리던 노래를 남에게 들킨 게 조금 창피하신 걸까. 엄마는 헛기침을 하며 방금 자신이 한 행동을 부정한다.
".......내가 언제."
"언제긴. 맨날 그랬지."
"내가 그랬나....."
"딴청은!"
하늘에 맹세코 우리 엄마가 팝송이라니. 내 기억에는 단 한 번도 엄마가 팝송을 부르거나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단 말이다. 정말 안 어울리기 짝이 없다. 게다가 저 말랑말랑하기 짝이 없는 발라드라니.... 설령 팝송이라 할지라도 차라리 신나는 디스코곡이나 댄스곡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 엄마가 왕년에 동네에서 알아주는 미인이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다. 못 믿겠다!
"그거 뜻은 알아?"
"당신이 내 모든 것이요."
".........하악?!"
주저하는 것도 아니고 기억을 더듬는 것도 아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나오는 즉각적인 대답에 잠이 확 달아난다. 몸을 벌떡 일으켜 매트 위에 바로 앉았다. 벽 쪽을 향해 돌아누워있는 엄마의 등이 보인다.
"가사도 다 알아? 엄마를 무시하는 건 아닌데 말야... 난 좀 의외라서."
"그려, 니 에미가 무식해서 가사는 모른다. 그 놈의 그 뭐시다냐. 에이비씨디도 몰러."
"근데 어떻게....."
"누가 알려줬다. 제목이 그런 뜻이라고."
"누가?"
대답은 한참동안이나 없었다. 궁금한 걸 못 참는 내가 거듭 추궁하자 가까스로 입을 열어 답한다.
"........니 이모가."
"이모오오??!!!"
이젠 잠 뿐만 아니라 술까지 확 깬다. 우리 엄마는 다섯 남매 중에 막내 아니였었나? 그것도 고명딸로. 그러니 나한테 이모가 있을 리가 있나. 엄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조용하게 말을 꺼냈다. "이젠 너한테 말해도 상관없겠지..." 그러면서.
"내 밑으로... 그러니까 니 태어나기도 전에, 동네에 흘러들어온 웬 놈팽이랑 눈 맞아서 도망간 여동생이 있었어. 동네 챙피하다고 호적에서 아예 파뿌리고 없는 년 취급해서 니가 여태 몰랐던 게지."
이건 뭔 놈의 영화 막판에 등장하는 반전 같은 소리냐. 20여 년 전에 그런 열정적 사랑의 야반도주가 바로 내 근처에서 있었단 말인가. 그나저나 그런 일로 동네에서 챙피라니..... 그럼 엄마는, 이라고 묻고 싶은 게 진짜 바로 혀끝까지 올라온다. 그렇지만 이걸 꺼냈다가는 목숨은 물론이고 내 시체마저도 온전하지 못할 것 같아서 가까스로 삼켜버린다. 체할 뻔 했다. 대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나 예전에 호적등본 떼본 적 있는데 거기서도 못 봤는데."
"옛날에는 어려서 일찍 죽었다고 호적에서 빼고, 난리 통에 잃어버렸다고 빼기도 하고 그랬지. 엄마 옛날에는 다 그랬어. 호적에 늦게 올리기도 하고.... 원래 내 위로 오빠도 하나 더 있었단 이야기는 했지?"
"그건 들은 적 있어. 어렸을 때 수두 앓다 돌아가셨다고. 그 분 있었으면 막내 삼촌이 막내 아니게 되는 거라고 그랬었는데...."
"그래. 니 엄마도 사실은 막둥이 여동생이 아니었다. 그냥 그리 알아라."
"그럼 그 엄마 여동생... 그러니까 이모가 그 노래를 좋아했단 거야? You mean everthing to me를?"
엄마의 대답은 바로 들려오지 않았다. 한참이나 주저하더니,
".........말하자면 그래."
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아까 그 노래를 듣고 그런 반응이었던 걸까. 난생 처음 보는 엄마의 눈물에 여태껏 있는지도 몰랐던 이모 이야기까지. 놀랍고도 신기한 이야기에 잠이 잘 오질 않았다.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엄마의 코골이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꿈을 꿨다. 꿈 속에서 내가 모르는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You mean evrything to me" 그 노래였다.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 다른 사람도 서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감미로운 팝송을 부르고 있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저들이 서로 바라보는 눈빛만 봐도 아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왜일까.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은 너무 슬펐다. 한없이 슬펐다.
다음 날 아침, 누군가 현관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비비며 밖에 나가니 앞치마 차림의 리사가 서 있었다.
"식사하셔야죠? 콩나물국으로 끓여놨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아... 감사하기는 한데.... 아침부터 신세를 지는 거라...."
분명 남의 집에 신세지는 거라고 엄마가 반대하리라 생각하고 슬쩍 돌아보는데 어라라... 언제 일어나서 옷까지 갖춰 입었는지 엄마가 신발을 꿰어 신고 있다. 나를 그대로 지나쳐가며 리사에게 묻는다.
"청양고추 좀 푹 넣었는감?"
"매운 거랑 안 매운 거랑 각각 끓였어요. 어머님."
"뭘 번거롭게 그리 하누."
"저희 집 사람들이 식성이 완전 반대라서요."
.....친아들내미는 돌아보지도 아니하고 울 엄마는 바로 어제 만난 리사와 아주 그냥 친딸이랑 이야기하듯 담소를 나누며 앞집으로 가버리셨다. 나도 데려가!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고 앞집으로 따라간다. 큰 상에 정갈한 반찬과 밥이 차려져 있었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콩나물국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매운 콩나물국으로 받아서 한 숟갈 떠먹어보곤 입술과 혀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안 매운 걸로 바꿨다. 저걸 사람이 먹으라고 끓여놓은 건가 싶은데 엄마랑 마리, 리사는 엄청 잘 먹고 있다. 예린을 위해 끓인 게 분명한 안 매운 국을 나도 한 그릇 받아서 속을 푼다. 시원하다. 남은 국까지 마저 들이켜고 엄마의 오늘 일정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럼 오늘 내려가는 거야?"
"우짤까 싶다. 닌 학교 가야지?"
"응. 나 오전 오후 다 수업인데."
내 대답을 들은 엄마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답했다.
"니도 없는데 여서 뭐 허겠어. 이따 내려가지."
그러자 후식을 내온 리사가 포크로 사과 한 조각을 찍어 엄마에게 건네며 묻는다.
"그럼 어머님, 저희랑 드라이브 가시겠어요?"
"드라이브?"
"간만에 서울 오셨을 텐데 한 바퀴 둘러보시는 게 어떠세요? 저도 요새 한창 서울 구경 하러 다니고 있거든요."
"리사는 학교 안 가는감?"
"저랑 예린 언니는 학생이 아니에요. 여기 마리만 학생이죠."
"아아, 그려?"
어제만 해도 남의 집에서 뭔 밥을 먹냐고 책망하던 엄마가, 이제는 아주 그냥 십년지기마냥 리사랑 죽이 척척 맞는다. 내게는 의견을 구하지도 않고 둘이서 어디어디 갈까 이러쿵저러쿵 말을 맞춰보더니 결국 저녁까지 둘이서 놀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엄마는 나보고 얼른 학교나 가라고 손을 내저었고 난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리사네 집을 나섰다. 리사가 나를 배웅했다.
"그럼 한석 씨. 제가 오늘 저녁에 어머님 터미널까지 모셔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뭐랄까. 어제부터 내내 신세만 지내요."
"후후. 나중에 한석 씨가 다 신세 갚으셔야죠. 공짜가 어디 있어요?"
입을 가리며 살포시 웃는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다가 시선이 마주쳐서 머쓱해진다.
"계산이 철저하시네요."
"한석 씨가 공짜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 대머리 안 되게 하려고 제가 애쓰잖아요."
"대단히 감사합니다. 근데 어떻게 갚죠? 저는 돈이 별로 없는데..."
"제가 언제 돈 달라고 했나요?"
리사는 가볍게 눈을 흘겼다. 그러나 결코 밉지 않은 표정이었다. 리사에게 거듭 감사를 표하고 집을 나섰다. 내 방으로 돌아가 등교 준비를 마치고나서 곧 이어 집에서 나온 마리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아까 밥상에 효진이가 없기에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녀석은 새벽에 일어나더니 먼저 돌아가 버렸다고 한다. 쩝. 녀석에게 지혜 연락처를 묻지도 못 했는데...
"어제 효진이랑은 어떻게 만난 거야?"
"집에 오다보니 여 오고 있던데여. 만나서 인사하고 같이 왔지예."
"그러냐."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는 건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었다는 걸까. 그런데 어제는 왜 아무 말이 없었지? 뭐... 어제의 그 정신없고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개인 간의 담화를 나눌 여지는 바늘 꽂을 틈만큼도 없었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말이다. 어제 일에 생각이 미치고 나니 아아, 다시 또 얼굴이 화끈거린다.
"우리 엄마가 좀 유별나지?"
"재미나신 분이던데요."
"하아.. 우리 동네에서도 유명한 분이다. 너희 집에 너무 폐 끼친 것 같아서 미안하다."
"저헌티 그런 말씀 하실 필요없지예. 딱 보니 언니가 저 혼자 신나서 들들 준비하드만요."
"그건 그렇긴 해."
우리 엄마가 원래부터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이라면 리사는 거기에다 기름 붓고 장작 갖다 놓는 사람이었다고나 할까. 청소하는 모습 보고 있노라면 참 철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철저한 사람은 노는 준비 같은 것도 아주 완벽하구나 싶었다.
"넌 오늘 오전 수업만 있지? 오후엔 뭐해?"
"야. 아, 맞다. 안 그래도 이따 오후에 문학 수업 한 조 헐 애들 만나기로 했는데예."
"용케 구했네?"
"걍 수업 조교한테 조 몬 만들겠다 켔더니 조 신청 안 헌 애들 중에 두 명 찝어 줬심더."
"어디서 보는데?"
"이따 두 시에 학관에서예."
"음, 그럼 나도 수업 끝나는 거 보고 학관에 한 번 들를게. 프로젝트 수업이라 그리 오래는 안 걸릴 거야."
"그러세여. 그럼."
오전 수업은 교육사회학이었다. 나야 이전 학기에도 같은 교수에게 비슷한 내용을 들은 적이 있는지라 칠판 가득한 필기에 그닥 겁을 먹지 않았는데 마리는 이번에도 기진맥진한 표정을 하고 수업 내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자 한숨을 푹푹 쉬며 강의실을 빠져나온다.
"선배님 듣는 교양은 하나 같이 정상적인 게 없네예...."
"하아. 난 왠지 이 대화가 몇 번이고 반복된 거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가 뭐지. 이젠 뭐라 하기도 지겹구나."
우리 두 사람은 학관 앞에서 유진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 기다리자는 소리를 꺼낸 것도 아닌데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교복 입은 아이들이 한참 지나가는 동안 유진이가 보이질 않았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소란인가 뭐시기인가 하는 유진이 친구 녀석도 보이질 않았다. 마리가 나를 돌아보며 걱정스레 말했다.
"야가 술 먹고 지대로 뻗었는가 본데예?"
"그런가? 어제 저녁에는 괜찮은 거 같았는데..."
별 수 없이 마리와 나만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마리는 자료 찾으러 간다고 도서관으로 향했고 나는 수업을 위해 공대 쪽으로 향했다. 가다가 공중전화가 눈에 들어온다. 혹시나 하는 심정에 가방에서 수첩을 꺼냈다. 거기서 번호를 찾아 유진이네로 전화를 건다. 신호가 한참 가는데 아무도 받지 않는다. 아무래도 학교를 가긴 간 모양이다. 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매점에서 빵 사먹고 말은 건가 싶었다. 그냥 끊으려 하는데 바로 그 순간에 누군가 수화기를 든다.
"....여...보...세요...."
다 죽어가는 목소리의 유진이었다.
"목소리 왜 그래? 속 안 좋아?"
"모....르겠어요... 그냥...."
수화기 너머에서 잔기침이 이어진다. 어제까지는 멀쩡했는데... 그게 멀쩡한 게 아니었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다급해진다.
"너희 어머니는? 선영 씨도 없어?"
"엄마는 어제 안 들어왔고.... 선영이 언니는 잠깐 밖에...."
기가 막혔다. 자기가 집에 안 들어가면 딸 혼자 지내는지 뻔히 알면서 외박을 하는 엄마라니. 유미에게 극도의 실망감이 들었다. 하긴, 그 아줌마에게 어떤 기대를 하면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화가 나서 점점 목소리가 커진다.
"밥은 먹었어? 약은?"
".....자꾸....머리 울리니까...소리....지르지....마세요....."
"얌마!"
"소리...지를....거면....전화 끊어요.... 난 좀 .... 잘래요....."
전화가 끊겼다. 다시 걸어보았는데 한참 신호가 가도 전혀 받지를 않는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모르긴 몰라도 어제 술을 먹이는 게 아니었다. 곡주는 술이 아니라는 우리 엄마의 엉터리 논리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직접 그렇게 당해놓고도 정신 못 차린 거다.
시계를 본다. 수업시간이 다 되어간다. 프로젝트 수업이라 따로 출결은 안 볼지도 모른다. 3시간짜리 수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3시간 다 쓰지는 않는다. 일단 참석을 했다가 조원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따로 빠져나가면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 무럭무럭 일고 있는 불안감은 빨리 유진에게 가보라고 외치고 있다. 주저할 시간이 없다고 말이다. 게다가 이따가 시간이 나면 조 모임에 참석하기로 마리와 약속도 하지 않았는가. 마리가 나를 기다릴지도 모를 일이다. 공중전화 박스에서 나와서 공대 쪽을 쳐다본다. 자랑이라면 자랑이고 고지식하다면 고지식한 거겠지만... 난 여태껏 단 한번도 수업에 빠진 적이 없다. 괜히 수업에 빠졌다가 그게 꼬투리 잡혀서 장학금 심사에서 탈락하는 일 따위는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쩌지.....'
발걸음이 선뜻 내딛어 지지 않는다. 왼쪽으로 가면 공대 건물이지만 오른쪽으로 가면 후문 방향이다.
'으아아아아...'
머리통을 박박 긁는다. 고민할 시간은 길지 않다. 생기 없는 유진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미 녀석에게 가보기로 마음은 먹었다. 문제는 수업이다. 역시 아무래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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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플레이에서는 선택지가 하나만 제공됩니다.
1회차 엔딩을 감상한 후 또 다른 선택지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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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 A. 수업을 제끼고 유진에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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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한 번 말씀드렸지만... 이번 연재에서는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고 올곧게 끝까지 갑니다. 이것이 <더블데이트>의 Main Route입니다. Main Route가 끝나고 나면 앞서 "분기점"이라고 표기한 부분에서 갈라지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놓을 예정입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