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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 Route
"선영아, 뭔가 급한 일이 아니라면.... 오후에 가면 안 될까? 오전에는 약속이 있어서 말야."
오전 중에 유진이와 영화를 보고 나서 오후에 바로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자 선영은 한숨을 쉬며 답했다.
"아냐. 그렇게까지 할 건 없어. 미안. 내가 너무 급작스럽게 말해서 그렇지,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
"뭔데 그래."
"으음. 별 거 아냐. 암튼 자는 데 깨워서 미안해."
같이 간다고 할 걸 그랬나. 조금 후회했다. 이런 새벽에 전화까지 건 일인데 별 거 아닐 리가 없다. 어쩐지 선영의 목소리가 꽤 무겁다. 미안한 마음이 모락모락 드는데 그녀가 날 부른다.
"자기야."
"응?"
어딘가 애틋한 목소리.
"잘 자."
"어? 어..."
그대로 전화가 끊어졌다. 수화기를 들고 뚜우- 뚜우- 거리는 소리를 듣고 멀뚱히 있는다. 선영은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시각에 전화를 해서 동행을 부탁한 걸까. 어디 빚쟁이라도 만나러 가는 걸까. 어딜 가길래 내게 전화를 했을까. 한참을 생각해본다. 문득 지난 번 그녀의 모친 산소를 다녀왔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랑 어쩐지 목소리가 비슷한 것 같다. 확신은 못하겠지만 왠지 그런 기분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다 달아나 버렸다. 세수를 하고 온다. 책상에 앉아 전에 쓰다만 레포트를 이어서 쓰기 시작했다. 새벽의 맑은 기운 덕분인지 쓱쓱 써내려간다. 어느 정도 써내려가고 있는데 밖에서 무언가 소리가 난다. 혹시나 싶어서 문을 열고 나가보았더니 마리가 자전거를 끌어다 계단 손잡이 봉에 잠금장치로 채우고 있었다.
"마리야! 이제 들어오는 거야?"
아직 해가 뜨지 않아 바깥은 어둑어둑했다. 내가 문을 열고 나오자 계단 천장에 달린 센서등이 켜졌다. 마리는 고개를 들어 날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자기 하던 일에 열중한다. 자전거 체인을 다 채우더니 계단을 올라와 내게 고개만 꾸벅하고는 그냥 지나친다.
"야, 지금 들어오는 거냐고. 자전거를 밤새도록 탄 거야?"
손을 뻗어 마리의 팔을 잡는다. 마리는 고개를 돌려 내 팔을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무뚝뚝한 어조로 말했다.
"놔예."
"야, 너 지금 내가 묻고 있잖아."
"놔라 안 캅니까."
마리가 내 팔을 뿌리친다. 살짝 열 받는다. 다시 팔을 붙들고 묻는다.
"걱정 돼서 그렇지. 무슨 여자애가 밤새도록 자전거 타고 다니고 새벽에 들어오고 그래?"
"흥. 내사마 뭐하고 댕기기로 선배랑 뭔 상관인교."
"야, 너 자꾸 말 그딴 식으로 할래?"
"그라믄요!!"
마리가 내 팔을 거세게 뿌리치며 소리 지른다. 통로에서 이러고 있으니 녀석의 소리가 다소 울렸다.
"글면 내가 워떤 식으로 말해야 됩니꺼? 기냥 속도 없이 헤벌레 하면서 전 맨치로 선배님요~ 하면서 글칼까예? 지가 걱정된다꼬예? 그게 참말입니꺼? 글면 선배는 와 내 생각은 안 하고 언니만 챙깁니꺼?"
"지금 언니 얘기는 왜 하는데...."
"몰라서 물어예? 내사마 다 밉십니더. 내 맴도 몰라주는 선배도 밉고 내 맴 알고 있시면서도 여우마냥 지 먼저 꼬리친 언니도 밉고 곰 맨치로 멀뚱멀뚱 구경만 하고 있었을 예린 언니야도 밉고! 암튼 밉십니더."
"마리야..."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마리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마리는 눈물을 닦으며 무어라 무어라 더 말했지만 녀석의 사투리도 그렇고 우느라 말이 엉켜서 솔직히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다. 어쩔까 하다가 손을 뻗어 녀석을 품에 안는다. 땀으로 흠뻑 젖은 등을 토닥여준다. 내 품에 안겨서 한참을 울던 마리는 꽤 시간이 흐른 후에야 진정이 되었는지 훌쩍거리며 내 품을 빠져나왔다. 눈물은 물론이고 콧물도 훌쩍이는 꼴이 가관이다. 방안에 들어가 휴지를 가지고 나와서 닦아주었다. 눈가와 코끝이 빨개지긴 했지만 그래도 얼굴이 괜찮아졌다. 녀석에게 뭐라 말을 해줘야 하나 고민한다. 내가 마리에게 못할 짓을 한 적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녀석의 태도를 보고 있으니 어쩐지 내가 미안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지만 딱히 무어라 할 말은 없는 게 또 나의 고민이다.
"저기, 마리야."
"와예."
말에 돋친 가시는 아직 유효했다. 그러나 대답은 하는 걸로 봐서 아까보단 기분이 좀 나아진 모양이다.
"아침 먹으러 갈까?"
궁리 끝에 내놓은 내 말은 이거였다. 좀 이르긴 하지만 밥 먹을 시간이긴 하다. 내 말을 들은 마리는 눈을 치켜뜨고 날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본다.
".....선배는 무신 놈에 밥 못 먹어 뒤진 구신이 붙었어예?"
"그런 건 아니지만 니도 밤새도록 자전거 탔으면 배고플 거 아냐."
내 말을 들은 마리는 한숨을 푹 내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 꼭 밤시도록 탄 거 아입니다. 함튼, 마, 밥 묵지예. 따라 오이소."
"응? 나가서 안 먹고?"
"언니야가 아침은 꼭 집에서 먹으라고 잔소리 해놓고 갔어예. 선배헌티도 꼭 밥 멕이라고 했었는데...."
마리가 날 한 번 째려본다. 아침마다 마리를 마주칠 틈도 없이 도망치듯 집에서 나왔던 나는 딴청을 피웠다. 마리는 조금 궁시렁거리면서 날 데리고 자기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앞집에 들어갔다. 이런저런 반찬을 꺼내놓은 마리는 밥통을 열어보더니 혀를 찼다.
"왜 그래?"
"밥이 있는 줄 알았는데예, 별로 읍네예. 살 좀 씻어야 겠심더."
마리는 쌀을 씻어 밥통에 넣고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욕실로 향했다.
"지는예, 좀 씻고 올 테니 그 사이에 선배님은 밥 되나 좀 봐주세여."
"어? 그래."
거실 소파에 멀뚱멀뚱 앉아있던 나는 엉겁결에 대답을 했다. 곧이어 촤아 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리사와의 밤이 떠오른다. 반대편 집이긴 한데 여기랑 똑같은 구조의 집에서 리사는 씻고 나오면서 나에게 그랬었다. "오빠도 씻으셔야죠."
.....헙.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설마 마리가? 하는 생각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이거 아침 먹으러 따라왔다가 다른 거 먹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몸의 중심 하단에 쏠리는 혈류를 느끼고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을 서성였다. 리사의 손길이 닿았을 게 분명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 등을 구경하면서 발기된 녀석을 잠재우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이 집에서 살았던 리사에 대해 생각이 미치자 그녀와의 하룻밤이 생각나는 통에 자지는 더 단단해져 간다. 으악. 난 아침 먹으러 왔단 말이야. 다른 거 먹을 생각은 없다고!!! 없다니까......... 근데 진짜 없나? .... 으아. 정말 모르겠다. 마른 침을 삼키며 욕실 쪽을 자꾸 힐끔거린다. 커다란 타월을 두른 채 사뿐히 걸어 나왔던 리사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른다. 리사와 얼굴이 같지만 좀 더 까무잡잡한 피부의 마리 모습이 거기에 오버랩 된다. 리사의 몸에 마리의 얼굴. 마리의 몸에 리사의 얼굴. 으아아아. 정말 미치겠네.
"선배님예. 밥 다 됐어예?"
"어? 어? 어."
마리가 욕실에서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밥통의 표시창을 확인한 녀석은 나한테 한 마디 했다.
"안즉 안 됐구로, 뭐가 됐심니까?"
"어? 어.... 그런가."
"정신을 어따 팔고..... 이그."
기대와는 달리 평범한 면티에 반바지를 입고 나온 마리의 모습..........아니, 난 뭘 기대한 거야!! 암튼 그 모습을 보고 펄쩍펄쩍 뛰던 동작을 멈추었다. 마리는 냄비 하나를 꺼내놓고 이런저런 재료를 넣어 뭔가를 준비했다. 잠시 후,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와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밥이 식탁에 차려졌다. 마리가 날 불러 식탁에 마주 앉았다. 전에 리사와 예린까지 있어서 네 명이 밥을 먹을 때는 거실에 상을 펴놓고 먹었는데 지금은 단 둘 뿐이니 부엌에 딸린 작은 식탁에 앉아서 먹는 게 가능했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드세여."
밥을 먹으며 어디까지 다녀온 건지 묻는다. 마리는 여상스럽게 "월미도"라고 대답했다.
"월미도? 거긴 왜?"
"기냥예. 바다가 보고 싶어가."
아무리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해도 인천까지 자전거를 몰고 가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 게다가 그걸 하룻밤 만에 다녀왔다고? 하긴 대학 붙었다고 집에다 말도 없이 부산에서 여기까지 자전거를 몰고 올라온 녀석인데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돕는다. 마리는 됐다고 했지만 내가 억지로 고집을 부려 수세미를 놓지 않았다. 별 수 없이 마리는 내 옆에 서서 내가 수세미로 닦은 그릇을 헹구기 시작했다. 그릇이 얼마 되지 않아 설거지는 금방 끝났다. 커피 한 잔씩을 가지고 식탁으로 돌아갔다. 이전에는 그렇게 수다스럽던 녀석이 별다른 말도 없이 잠자코 있는 모습은 참 낯설었다. 아무래도 내가 먼저 말을 붙여야지 싶었다.
"마리야."
"와예."
"학교는 잘 다녀? 어때?"
"마, 다 좋심니더. 신경 쓰이는 사람도 없구, 수업도 재미나고, 다 좋아예."
어쩐지 말투에 가시가 돋친 기분이다.
"저기 말야. 아직도 화나 있어?"
"화예? 제가 와 화를 냅니까? 언제 화냈다구."
말투는 화났는데....
"아니, 지금 좀 그래 보여서."
"제가 뭘예. 그냥 평소랑 똑같구만."
"흐음. 내가 아는 마리랑은 좀 달라서 말야. 화난 것처럼 보여."
녀석은 인상까지 쓰며 부정한다.
"안 났어예."
"났잖아."
"안 났어라."
"난 걸로 보이는데?"
"안 났다 안 캅니까!! 거, 마, 사람이 일케나 말하믄 대충 고마 알아들어야지, 고마쎄리 아주 기냥 진을 뺄라 캅니까!"
.......아, 깜짝이야. 소리 지르며 벌떡 일어난 마리를 눈을 끔벅이며 올려다본다. 마리는 씩씩거리며 날 쳐다보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다시 목소리가 착 가라 앉는다.
"식사 다 했으면 가보시지예. 더 할 말도 없고..... 교생 실습이나 잘 하세여."
"마리야..."
"아, 왜 자꾸 불러 쌉니까."
짜증을 버럭 내는 녀석을 이대로 두고 가기 많이 미안했다.
"무어라 말로 잘 표현은 못 하겠지만 말야. 너랑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별로 마음에 안 들어. 전처럼 잘 웃고 떠들썩했던 니가 좋았는데 말야."
그제서야 녀석의 기세가 좀 수그러진다. 녀석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참말 내가 좋았십니까?"
"응. 활기차고 재미난 녀석이라고 생각했어."
그러자 녀석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뜨악한 소리를 했다.
"근데 왜 언니랑 먼저 쿵짝을 맞춥디까?"
"그... 그거야....."
이런 말이 나오길 원한 건 아니었는데.... 내가 뒷걸음치며 제대로 답변을 못 하고 있노라니 녀석이 속에 있던 말을 마구 쏟아낸다.
"내가 그날 밤 무슨 생각으로 밤을 지새웠는지 알기는 합니까? 선배는 모르겠지예. 언니 고것은 내가 바로 앞집에 있는데도 그러고 있고... 내는 숨 넘어 죽는 줄 알았심더! 담날 선배 보고도 가심이 쿵쾅쿵쾅하고 막 그러는데 속도 모르는 선배는 언니야만 찾고.... 춘천 다녀와서도 계속 그 기분이 요상시러버가 혼자.... 그라고 있었는데... 근데....선배는 나 보고 도망가 뿌리고..... 내는 이기 다 뭔가 싶어서.... 후아앙....."
뭔 소리인지 모를 소리를 주섬주섬 늘어놓던 마리는 그대로 대성통곡을 해버렸다. 졸지에 녀석을 울린 꼴이 되어버린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녀석을 달래보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쉽사리 울음이 멈추질 않는다. 울면서도 끄억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슨 말을 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리사와 자기는 연결되었다고 뭐, 그런 알아먹지 못할 소리를 거듭하는데 통 이해가 안 간다. 결국 내 품에 안긴 마리가 울음을 그친 건 십분도 더 걸린 후다. 이제 더 나올 울음도 없는지 쉰 목소리로 끅끅거리는 마리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달래준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이 녀석.... 브래지어를 안 차고 있다. 헙. 숨이 어느 정도 진정된 마리가 내게 물었다.
"언니야가... 그런 말 하나도 안 했지예?"
"그런 말이라니."
"그런 게 있어예. 지는 말로 잘 표현이 안 되는데...."
우리는 거실 소파에 앉았다. 마리는 여전히 내 품에 안긴 채였다. 녀석은 다소 두서없는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는다. 리사 이야기도 했다가 자기 이야기도 했다가 하는 통에 머릿속에서 조합시키는 게 꽤 어려웠다. 게다가 녀석이 꺼낸 이야기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그런 게 실제로 있단 말이야?"
"그래서 안 캅니까. 믿기 어려울 거라구예."
"허..... 세상에나."
한참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나서야 녀석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알아듣기 힘든 이유는 녀석의 말주변이 워낙 없기도 하거니와 이야기가 너무도 놀라웠기 때문이다. 녀석의 말인즉슨 리사와 마리는 좀 특이한 체질이라고 한다. 어느 한 쪽이 크게 아프거나 크게 놀라거나 혹은 굉장히 기분 좋거나 하면 나머지 한 쪽도 그걸 똑같이 느낀다고 한다. 예전에 리사가 아파서 병원에 있을 때라든가 마리가 사고를 당했을 때 둘 다 똑같이 드러누워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생리 날짜도 둘이 똑같다는 이야기를 마리는 엄청 쑥스러워하며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마리가 농담을 하는 건가 아니면 신기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을 읽고 깊이 감명을 받은 건가 싶기도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녀석이 농담을 할 것 같지도 않고 워낙 말주변이 없는 마리인 이상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꾸며내기도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문득 춘천에 갈 때 마리가 중얼거렸던 말이 생각났다.
『언니야랑 내랑은 그렇게 착 분리가 안 되니까 그라지요.....』
맞다.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난 녀석을 돌아보며 그때의 말에 대해 물었다.
"분리가 안 된다는 말이... 그런 의미였어?"
"야아."
내 품 안에 안긴 마리가 꼼지락거렸다. 아까는 녀석의 울음소리 때문에 경황이 없었고 지금은 워낙 신기한 이야기를 들은 터라 별로 신경을 못 썼는데 지금 이 자세는 뭐랄까. 연인들이 엉겨 붙어 있는 자세와도 굉장히 비슷했다.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채 달랑 티 한 장의 경계만으로 내 몸에 밀착되어 있는 마리의 몸은 꽤나 부드러웠다. 녀석은 내 가슴에 손가락을 대고 빙빙 돌리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그 때 선배랑 언니야랑 그러고 있을 때... 지 기분도 이상했어예....."
"어... 그....그.... 그랬어?"
마리의 말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 날 밤 리사와 나와의 관계를 마리가 눈치 못 챘을 리가 없다. 아, 이제야 깨달았다. 눈치를 못 챈 정도가 아니라 아주 그냥 같이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음날 마리가 나를 대하는 반응이 그랬구나.
"처음에는 이게 대체 무슨 기분인가 싶어가 몰라서 멀뚱히 있다가..... 나중에는 두근거리고 어지럽고 막 그래쌌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부터는?"
"히잉. 몰라예."
마리는 내 품안에 얼굴을 파묻고 몸을 파득거렸다. 부끄러움의 표시라고 내 가슴팍을 몇 번 쳤는데 좀 아팠다. 마리는 고개를 들고 나와 얼굴을 마주한다. 눈빛이 촉촉하다.
"그래서 언니야한테 아침에 추궁을 했더니만 대충 그런 게 있다고만 이야기해주고 나중에 선배님한테 들으라 카데예."
"나한테?"
"야아."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되는 거지? 대체? 아니, 그게 입으로 설명이 되는 거야? 다른 부위를 써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복잡해지고 있는데 마리가 눈을 감았다. 인마! 여기서 이런 자세에서 눈을 감으면 대체 나보고 뽀뽀하라는 소리 말고는 다른 소리가 아니잖아!!
나 역시 눈을 감았다. 위치는 이미 바짝 가까웠기에, 두 입술이 겹쳐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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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유진루트라고 짐작하는 분이 계신데,
후후. 과연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