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블데이트-75화 (75/471)

0075 / 0471 ----------------------------------------------

Main Route

바깥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가로등이 켜질 때 쯤, 팔을 조심스럽게 빼냈다. 그대로 책상으로 가서 스탠드를 켜고 공부라고 할까 하다가 침대에 대각선으로 누워있는 녀석의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효진의 몸을 살짝 밀고 당겨 침대에 바로 눕혀주었다. 그러자 녀석이 눈을 비비며 뒤척거렸다. 눈이 떠졌다.

"뭐야, 음. 잠들었네."

"침부터 닦으세요. 참.... 한가롭다. 한가로워."

효진은 손등으로 침을 스윽 닦아내며 말했다.

"이렇게 사는 게 부러워?"

"......그래, 부럽다고 해줄게."

"부러우면 일로 와서 너두 다시 누워."

효진은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마치 자기 침대에 누워 자리를 양보하는 생색을 내는 분위기다. 이런 녀석을 등 뒤에 두고 공부가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아 시키는 대로 누웠다. 효진은 자기 팔 한 쪽과 다리 하나를 내 몸 위에 턱 올려놓는다.

"뭐야, 이건. 치워."

"왜에. 나의 섹시다이너마이트 바디가 닿으니까 흥분되지 않아?"

"다이너마이트 불발탄 같은 소리 하지 마라. 느끼기 전에 일단 무겁다, 야."

"쳇. 지혜가 이랬으면 좋다구나 하고 가슴부터 만졌을 거면서. 아... 나도 지혜 가슴 만지고 싶다...."

효진의 말투에는 약간의 원망과 시샘마저 섞여 있었다. 난 녀석을 돌아보며 빙그레 웃었다. 목소리를 살짝 낮게 깔고 음모론자의 목소리로 말했다.

"지혜 침대보다 지혜 냄새가 많이 나는 곳이 하나 있긴 하지."

"어딘데?"

"예전에 지혜가 가슴으로 문대줬던 곳인데.... 입에 넣고 쪽쪽 빨아주기도 하고 지혜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던 곳이기도 하지."

"엑?"

효진의 손을 잡고 내 바지 고간 위로 올려두었다. 사실 아까부터 불룩해져 있던 곳이다. 제아무리 효진이가 내 불알친구 급으로 행동하는 꼴이 남자다운 녀석이라고는 하나 그녀 자체는 부드러운 몸을 가진 여자임에는 틀림없으니 말이다. 여자랑 단 둘이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딱딱해지지 않는 남자는 불능이거나 혹은 게이 뿐이다. 효진은 아주 잠깐 놀라더니 이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손으로는 바지의 불룩한 부분을 쓰다듬고 있었다.

"정말 많이 컸다니까?"

"내 꺼가 그렇게 커?"

그러자 효진이 내게 입을 맞추었다. 얼굴을 떼면서 속삭였다.

"한석이가 컸다는 말야. 전에는 이 정도로 건방지지 않았는데."

"그래서, 싫어?"

효진은 대답 대신 내 바지를 벗겼다. 옷을 벗는 건 금방이었다. 생각해 보니 효진과는 은근히 관계를 많이 맺어왔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몸을 대하는 데 꽤 익숙해져 있었다. 효진은 셔츠를 벗으며 말했다.

"근데, 나 지금 기간 중인데?"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다가... 이내 알아들었다.

"기간....? 아, 그래? 그럼 지금 못 하잖아."

"그러니까 입으로만 해줄게."

"아니, 꼭 뭐 해달란 거는 아니었는데...."

괜한 짓을 했나 싶어 주저하고 있는데 효진은 손을 등 뒤로 돌려 브래지어까지 벗으며 씨익 웃었다.

"꼭 널 위해서가 아니라 지혜 맛 좀 보려는 거야."

"그래, 지혜 맛. 응."

좋은 변명이다. 굳이 반대할 필요까지는 없겠지. 난 바지와 팬티만 벗어 하체 벌거숭이였고 효진은 위에만 벗어 상체 벌거숭이였다. 옷을 다 벗지 않으니 어째 느낌이 이상했다. 효진은 내 다리 사이에 자기 몸을 위치시키더니 무릎을 꿇었다.

"엉덩이 살짝 들어봐."

"뭐하려고?"

"예전에 오빠가 가진 비디오 중에서 특이한 게 있어서 좀 따라 해보려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효진이 시키는 대로 했다. 엉덩이를 녀석의 허벅지에 올려놓고 다리로 몸을 지탱한다. 상당히 불편했다. 태근이 형은 대체 어떤 비디오를 가지고 있는 게야. 아니, 것보다도 그걸 동생이 볼 수 있는 곳에 방치한단 말인가.

"여기서 이렇게 하던데..."

효진은 나름 인상까지 써가며 자세를 잡았지만 그게 썩 잘 되지는 않아 보였다. 아마도 자신의 가슴으로 내 물건을 감싸는 자세를 취하려던 모양이다. 나름 애는 쓰고 있는데 그게 좀 그랬다. 예전에 지혜에게 그런 서비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나치게 풍만한 지혜의 가슴 사이를 정말 여성의 그곳인양 찔러대었던 행복한 기억.... 그러나 지금은 좀 달랐다.

"효진아."

"왜?"

"나 허리 아프다."

너무 솔직담백하게 말해버린 걸까. 맥 빠진 표정이 된 효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에휴. 역시 지혜 정도는 되어야 각이 나오려나?"

효진은 살짝 투덜거리며 내 옆에 누워 육봉을 손에 쥐었다. 골이 난 그 표정이 살짝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농을 걸어보았다.

"이래서 호환, 마마보다 유해 비디오가 더 위험하다고 하는가 보다."

"뭐야, 인마?"

효진은 살짝 세게 쥐었다가 덥석 물었다. 이빨로 살짝 건드리면서 날 괴롭히더니 이내 쪽쪽거리며 빨아주기 시작했다. 밑동을 살살 긁어주며 나름 성의를 다해 빨고 있다.

"흐음... 몸을 이쪽으로 좀 돌려봐."

입에 문 채 효진은 몸을 내 쪽으로 돌렸다. 기간 중이라고 하니 아래쪽은 건드리지 않고 녀석의 가슴을 주물렀다. 녀석도 그리 작은 편은 아닌데다가 엎드려 있다 보니 아래로 묵직하게 자리한 모양이 나쁘지 않았다.

"니가 너무 지혜랑만 비교해서 그래. 너도 그렇게 나쁜 가슴은 아냐."

손가락으로 유두를 비비고 있노라니 도톰한 유두가 직립하는 게 느껴졌다. 효진은 한 번 크게 훑어내어 전체적으로 침을 바르고 입을 뗐다. 손가락으로 링을 만들어 움푹 들어간 부분을 살살 문지르며 말했다.

"오호라. 한석 군이 그럼 다른 여자들 가슴도 제법 느껴보았단 거네?"

말을 하고 보니 이야기가 어째 그렇게 되었다. 조금 머쓱하긴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효진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딱히 어렵지 않았고 숨기고픈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았다.

"뭐, 어쩌다 보니... 그럴 기회가 조금 있었어."

"그래? 어떤데? 다들 괜찮아?"

한 여자의 가슴을 만지면서 다른 여자들의 가슴에 대해 여자와 논하게 되다니.... 그러면서도 나는 효진의 가슴을 계속 주무르고 있었고 효진이도 내 물건을 붙잡고 있었다. 가끔씩 혀를 내어 핥으면서 손으로는 계속 훑으면서....

"다 각자의 장점이 있는 거지, 뭐."

문득 내가 보고 만졌던 가슴들이 떠올랐다. 크다 정도가 아니라 거대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지혜, 빈약하기 짝이 없는 민짜 가슴을 큼직한 뽕브라로 가리고 있던 명희, 반강제적인 시추에이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게 된 거지만 그래도 꽤나 예뻤던 유진의 도톰한 가슴, 항상 짙고 복잡한 무늬의 검은 브래지어를 하고 있던 선영, 그리 크지는 않지만 모양과 감촉이 좋았던 리사.... 그리고 지금 주무르고 있는 효진의 가슴까지. 그 효진은 지금 열심히 아랫도리를 주무르고 있다.

"누가 제일 커?"

"역시... 지혜랄까. 그나저나 넌 정말 크기에 집착하는 구나."

"집착까지는 아니고 그냥 비교가 되니까 하는 소리지. 그러는 남자들은 이거 크기에 민감하지 않아?"

그러면서 살짝 힘을 주어 잡는다. 그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지만 일부러 엄살을 좀 피웠다.

"아야야... 그런 이야기는 또 어디서 들은 거야?"

"두 번째 남자친구였던가? 그 놈이 좀 변태였거든. 맨날 이상한 소리만 해대고 그랬어. 물건은 쬐깐한 주제에."

문득 궁금해졌다.

"그럼... 효진이 너도 다른 남자 물건을 많이 본 거야?"

"다른 거? 으음.. 몇 개 봤지."

"몇 개? 많이 봤나 보네. 처음 본 게 언젠데?"

효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말야. 그때 내가 지혜랑 막 이상한 짓 한창 시작할 때라서 솔직히 스스로 겁이 좀 났었어. 내가 남자를 안 좋아하는 건가 싶어서.... 남자랑 하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일단 제일 자주 보는 사람인 과외 선생을 한 번 꼬셔봤지."

"어떻게 꼬셨는데?"

"음... 야한 이야기 해달라고 조르고 일부러 짧은 치마 입고 수업 받기도 하고... 한 보름 정도 그렇게 했더니 넘어오더라. 일부러 집에 아무도 없는 날로 수업 갑자기 바꿔서 단 둘이 있을 때 은근슬쩍 들이댔더니 바로 헐떡대더라고. 그때 처음 봤어."

살짝 뜨끔했다. 과외선생과 여고생이라.... 남의 이야기가 아닌데 이거?

"그래서 둘이 했어?"

"아니. 그 사람도 처음이었는지 물건 꺼내놓고 내 다리 사이에 비비다가 그냥 싸버렸어. 하게 된 건 나중에 대학교에서 다른 선배랑 사귀면서...."

묘한 대화였다. 여자는 남자의 성기를 물고 빨고 주무르면서 자신의 지난 남자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남자는 여자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자신이 보았던 다른 여자들의 가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니. 정말 기묘한 상황이고 웃긴 이야기였다. 게다가 효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기분 나쁘거나 불쾌한 생각은 전혀 없는 게 더 신기했다.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효진도 그렇거니와 그녀의 남자 경험을 전해 들으면서도 울컥 하지 않는 나. 우리 둘은 정말 불알친구 사이이려나.

"....그러다 대학 졸업하고는 선보러 다니면서 한동안 굶었고, 나중에 지혜랑 너랑 같이 한 게 참 오랜만이라서 재미있었어. 니 이것도 훌륭했고."

효진은 손가락으로 내 물건을 살짝 건드렸다. 끝부분에 뭔가가 살짝 흘러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아주 몇 방울씩.

"훌륭하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크기나 길이도 나쁘지 않고... 음.. 무엇보다 모양이 예쁘달까?"

"예뻐? 푸후...."

자기가 들어도 자기표현이 우스웠는지 효진은 내 웃음에 동조했다. 웃다보니 예전에 지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 같은 바람둥이는 싫다고 하면서 그녀는 내 물건에 입 맞추었다.

"그래도, 얘는 좋아. 얘는 죄가 없잖아?"

라고 하면서 말이다.

"지혜도 그런 소리 했던 것 같다. 나는 싫어도 내 물건은 좋다고 그랬어."

"뭐야, 그게. 크크큭."

천장을 향해 직립해 있는 육봉은 침에 번들거리고 있었고 내 쪽을 향해 상체를 드러내놓고 반쯤 엎드린 효진의 가슴은 내 손에 의해 마구 주물러지고 있었다. 그렇게 에로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두고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랄까. 이런 게 정말 격의 없는 대화가 아닐까 싶다. 탁 터놓고 하는 대화라는 게 바로 이런 것. 그러나 이런 대화는 정말 단 둘이서만 해야 한다. 우리 둘 말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선배님요, 맥주라도...."

문이 벌컥 열리고, 우렁찬 목소리와 급히 들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이어진다. 그러다 우뚝 멈춰 선다. 들고 있던 비닐봉지는 바닥에 떨어진다. 맥주병이 서로 부딪히며 쨍- 하는 소리를 낸다.

"마....마리야...."

침대 위에 엉켜 있던 우리는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렸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목격한 마리도 마찬가지다. 나는 왜 진작에 문을 잠그는 습관을 들이지 않았을까. 마리가 우리 집을 제 집 드나들 듯 하는 것을 왜 처음부터 탓하지 않았을까.

후회했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