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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다니... 넌 그렇지 않아."
"아냐. 정말.... 하찮고 보잘 것 없어. 그렇지만 그런 밑바닥에 가보았으니 더 알게 돼. 사람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게 왜 그리 중요한 일인지 말이야. 난, 자기를 사랑했어."
사랑해도 아닌, 사랑했어...라는 말이 내 가슴을 너무 아프게 했다. 고백은 고백인데 왜 이렇게 쓰디쓸까. 차마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는 나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 지금도 사랑하고 있어. 정말 앞으로도 사랑하고 싶어. 그렇지만 이제 자기의 길과 내 길은 달라. 난 지금 어떤 짐 하나를 내려놓으려고 해. 나를 짓눌렀던 오랜 아픔과 슬픔이 오롯이 담긴 그 짐을 내려놓으려면.... 자기의 도움이 필요해."
"선영아..."
"진심이야. 이번엔 거짓말이 아냐. 자기를 붙들었던... 그 알량한 거짓 따위는 다 용서해줘. 그래야만 내가 가는 길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정진할 수 있을 거야. 정말로...."
가슴이 먹먹했다. 그녀는 정말 내게서 떠나려 하고 있었다. 아무 대답을 할 수 없는 날 두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상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왔다. 그걸 내게 내밀었다. 그것은 낯익은 손수건이었다. 몇 달 전, 어떤 광폭한 운전수가 모는 차에 타고 간 적이 있었다. 차를 세워두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 연민에 빠져 펑펑 울고 있던 여자에게 내밀었던 손수건이었다. 그것은 곱게 개어져 접혀 있었고 그녀의 서랍 깊숙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제 내게 되돌아오고 있다.
"받아줘."
"못...받겠어."
이걸 받으면 정말 그녀와 나 사이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았다. 비록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고 뭔가 석연치 않은 이유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인하여 과외를 주고받고 몸과 몸을 섞던 사이였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데도 이런 끝마침이 너무 안타깝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내 품에 안긴 선영은 날 밀어내고 벗어나려고 꼼지락거렸지만 팔에 힘을 주어 놓아주지 않았다. 벗어나려던 선영은 이내 몸을 힘을 빼고 체념하듯이 말했다.
"나... 지금 이런 옷 입고 이럴 수는 없어...."
황급히 대답했다.
"벗으면 되잖아."
반대는 없었다. 그걸 긍정의 뜻으로 해석한 나는 그대로 선영의 수녀복을 벗긴다. 아니, 벗기려고 했다. 그렇지만 어디의 어떤 부분을 벗겨야 하는 건지 몰라 헤매고 있었더니 선영이 뒤로 물러나 아래부터 위로 한꺼번에 벗어버렸다. 통으로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벗은 몸에서 예전과는 다른 변화를 느꼈다. 몸매가 바뀌었다는 게 아니다. 전에는 레이스가 가득 달린 화려한 블랙의 브래지어를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무늬가 없는 수수한 살색 속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마치 보티첼리의 그림에 나오는 비너스처럼 가슴과 아래를 가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청초했다. 다가가 품에 안고 입을 맞춘다. 그녀는 내 입술을 거부하지 않았다. 서로의 입술과 혀를 빨고 핥는다. 나 역시 옷을 벗고 침대에 누운 그녀의 몸 위에 나를 드리우며 물었다.
"아직... 아직... 수녀님은 아니잖아? 그러니 괜찮지?"
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부끄럽다는 듯이 자기 입을 가렸다.
"나, 이렇게 막 나가는데 정말로 수녀가 될 수 있을까?"
"어쩐지 어울릴 것 같아.... 그곳에서, 연락은 할 거야?"
"모르겠어. 편지 정도는 가끔 쓸게."
이제는 다시 못 볼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그리고 다시는 남자를 접하지 못할 그녀의 몸 곳곳에 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했다. 키스마크를 조금 세게 남겼더니 눈에 띄는 곳에는 남기지 말라고 투정을 부렸다. 부풀어 오른 젖가슴을 희롱하고 유두를 입에 넣고 빨았다. 선영은 흐드러진 신음을 흘렸다. 손가락을 더듬어 그녀의 중심부를 만져본다.
"잔뜩... 젖어있어..."
"몰라... 그렇게 말하지 마."
"왜에? 전에는 넣어 달라고도 잘 했잖아."
"창피해..."
아직 수녀는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가짐은 이미 그러한 듯 했다. 전이라면 물고 빨고 잘 했을 내 물건을 손으로 잡는 것도 수줍어했다. 열렬한 키스를 나누며 그녀의 위에 몸을 실었다. 다리를 벌려 나를 맞이하는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안에다... 싸면 안 돼. 알았지? 나, 지금 조금 위험하니까."
"이걸로 마지막인데, 네 안에 싸고 싶어."
"지금은 곤란해."
이런 말을 하는 와중에도 이미 내 몸의 일부는 그녀의 안으로 천천히 진입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거라서 그럴까. 그녀는 살짝 아파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많이 아파?"
"오랜만이라...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하긴 선영이 보지가.. 내 자지를 한두 번 먹어봤나."
"아이, 참.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오, 신이시여. 지금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여자가 남성의 성기를 속되게 이르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던 그 여자가 정말 맞습니까.
"하악...하악...하악....흐....자기야...난.....나는...."
퍽- 퍽- 퍽- 퍽-
어쩐지 내 몸을 조절할 수 없었다.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이제는 더 이상 그녀와 관계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스피드가 제어되지 않는다. 어떤 기교도 없이, 그저 몸에 몸을 꽂는다. 내리꽂으며 마음껏 쑤신다.
퍼억- 퍼억- 퍼억-
"하흥....흐응.... 몰라...하악... 나.. 정말....괜찮을까...하악...."
"잘 할 거야..."
"하악....하응.... 나...자기를... 이런 맛을...다시는....하악...."
두 눈을 꼭 감고 열락에 빠진 그녀의 귓불을 탐한다. 목을 깨문다. 가슴을 마구 주무르고 바싹 일어선 유두를 삼킨다.
퍽- 퍽- 퍽- 퍽-
"하악...하악...하악....흐....자기야...좀 더... 좀 더........나를... 흐윽........"
그녀는 몸을 떨었다. 머리로는 이런 행위가 몹시 죄스럽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그녀의 몸은 그렇지 않았다. 나를 절절히 받아들이고 더욱더 요구한다. 피치가 점점 올라가는 내 기세를 눈치 챈 그녀가 부탁했다.
"안에는... 안 돼... 나.. 요새 약도 안 먹는단 말이야...."
"그래도 네 안에 싸고 싶어... 정말 안 돼?"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두 눈을 꼭 감고 있던 그녀는, 가늘게 눈을 뜨더니 나를 나무란다.
"이 욕심쟁이. 나중에 유진이한테도 그럴 거야?"
갑자기 튀어나오는 제 삼자의 이름에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뭐?"
"싸지 말라는 데도 안에다... 쌀 꺼냐고."
허리를 잠시 늦추었다.
"걔 이야기는 왜 꺼내는데?"
조금 불만스러운 어조로 그녀에게 항의해 보지만 그녀는 도리어 눈을 흘기며 말했다.
"유진이가 자기 좋아하는 거, 몰랐어?"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 아무리 둔감 넘버 원 최한석이라도 그런 대놓고 푸시를 못 알아차릴 정도로 둔감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바로 이틀 전 그런 소리를 들어놓은 터라 내 대답은 흐릿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설령... 나 가고 나서 유진이랑 하게 되더라도 피임은 꼭 해. 아직 어리니까 약 먹게 하기는 좀 그렇고... 자기가 콘돔을 써."
허리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었다. 내 몸의 일부를 한 여자의 몸에 담근 채로, 다른 여자와의 관계에 대해서, 그것도 지금 맺고 있는 관계가 아니라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서 듣는 기분은 참 묘했다. 게다가 그 상대는 다른 사람도 아닌 유진이었고 그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 사람은 선영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진이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네 몸으로 막던 거 아니었어?"
그러자 선영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의 마음이 막는다고 막아지겠어? 유진이 성격상... 언제고 자기를 몸으로 유혹할 거야. 그러면 우유부단하기 그지없는 우리 자기는 또 거기에 넘어가겠지. 이제 나는 가고 없고, 언니는 자기가 유진이랑 그러거나 말거나 할 사람인데... 누가 막을 수 있겠어."
순간 머릿속에서 감기 몸살에 걸려있던 유진의 알몸이 떠올랐지만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도 검은 원피스를 입은 채 등을 돌리던 최근의 모습이 더 눈에 선한 까닭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이번에 유진이 친구 그렇게 되고나서... 유진이는 날 싫어해. 미워한다고. 다시는 내 얼굴 안 보겠다고 그랬어."
내 딴에는 심각하게 말하는데도 선영의 얼굴은 그리 동조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진짜라니깐. 소란이가 그렇게 된 데에 내 책임이 있다고 여기고 있단 말이야. 유진이는 그래서..."
"휴우. 진짜 우리 자기는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몰라."
선영이 손을 들어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빈소에서 지내느라 제대로 깎지 못한 수염이 조금 껄끄럽지만 그녀는 그것조차 사랑스럽다는 듯이 어루만졌다.
"원래 자기 본심을 말하는 게 서투른 아이야. 그리고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그러니 유진이를 잘 부탁해. 불쌍한 아이야."
"선영아...."
"아무리 똑똑하고 강단 있는 아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아이는 아이야.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된 사랑도 잘 받지 못 했고.... 원래 꼿꼿한 건 더 부러지기 쉬운 법이니까, 자기 같은 사람이 더 필요해."
"나 같은 사람?"
"응. 스펀지처럼 물렁물렁 하잖아."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쿡 찔러보지만 사실 물렁물렁 해진 곳은 거기 말고 다른 곳이 있었다.
"우리가 하다 말고 너무 심각한 이야기를 한 건가? 얘가 죽었는데?"
침대에 앉아 기운을 잃은 물건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선영이 쿡- 하고 웃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내 허벅지를 베고 얼굴을 내 다리 사이로 향했다. 그리고 천천히 집어 삼켰다.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그것이 그녀의 입 안으로 들어가 오물거림을 당하는 기분은 퍽 묘했다. 열심히 입과 혀로 애무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흐음... 아까 잠깐 생각했는데 말이야."
"웅?"
길고 두툼한 것을 입에 물고 있느라 선영의 대답은 좀 불분명했다.
"안에다 싸는 게 꼭 아래만 있는 건 아니잖아."
"추웁.... 입에다.... 싸게?"
역시 전직 업계분이라서 그런지 이해가 빠르다. 날 향해 살짝 눈을 흘기긴 하지만 그렇다고 거부하지는 않았다.
"전에 니가 가게에서 입으로 해준 적 있었잖아. 그때 싸면서 기분 정말 이상했어."
그러자 선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몰라. 타이밍 맞춰서 잘 빼서 입까지 가져오면, 고려해볼게."
다시 회복된 육봉을 향해 다리를 벌리는 그녀 위에 몸을 얹으며 약속했다.
"잘 쌀게. 오빠 믿지?"
"....누가 오빠야?"
그 날 밤, 선영과는 네 번 정도 했고 그 중 한 번은 입에다 쌀 수 있었다. 한 번은 배에 쌌다. 두 번 정도는 타이밍을 못 맞추는 바람에 안에 싸고 말았다. 그래서 선영에게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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