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1 / 0471 ----------------------------------------------
Main Route
"그...그렇겠지?"
그럼 나 혼자 가라는 건가. 하기야 대학생은 방학이 기니까 국내 한 바퀴 도는 여행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진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푸켓 4박 5일이 1인당 70만 원 정도 하니까요. 셋이 가도 210만 원. 충분하잖아요."
"셋이라니?"
그러자 유진이 다소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저랑 엄마랑... 그리고 아저씨. 이렇게 셋이요."
"에엑? 아까는 나랑 가는 거 싫다면서?"
"단둘이 가는 게 싫다 그랬죠. 누가 아저씨랑 가는 거 자체가 싫다고 했어요?"
"..그...그런거니."
한국말의 묘미는 반전이냐. 거참. 딱히 반대할 생각이 없는 내가 선선히 동의하자 그때부터 유진은 매우 신이 나서 여행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여행 이야기를 한 게 5월초였지만 어차피 곧 시험이었고, 방학까지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유진은 정말 마음껏 정보를 수집하고 고민한 모양이었다. 녀석의 기말고사까지 다 끝나고 조만간 방학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고민 중이었다.
"엄마나 나나 쇼핑은 별로 안 좋아하니 홍콩은 됐고.... 음...."
이런저런 이유와 각종 조건을 재어가며 고민을 하는 유진을 보고 있노라니 그제야 녀석의 나이다운 맛이 나는 것 같다. 물론 해외여행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여고생이라는 게 좀 특수하게 부유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자기 친구의 죽음에 얽힌 자료를 수집하던 몇 달 전에 비해서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전전긍긍하고 있는 유진이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 어때?"
내가 집어 든 건 4박 5일에 90만 원, 숙박과 식사가 모두 포함되어 있고 일정 중에는 스킨스쿠버 체험과 열대과일 수확 체험 등이 포함되어 있는 괌 패키지 여행이었다. 무엇보다 자유시간이 많이 보장되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패키지 여행이라고 해서 깃발 따라 우루루 다니는 스타일은 딱 질색이다.
"아, 저도 그거 마음에 들었는데."
녀석의 오랜 고민이 단번에 종결되는 걸 보고 있으면서 생각했다. 이 녀석, 사실 여태까지 내가 결정해주길 기다린 거 아닐까.
"그러면 지난번에 주신 여권이랑 돈 여행사에 넘겨서 티켓 준비할게요."
"음... 그래. 대신 조심해. 신분증은 아무 데나 맡기면 안 되는 거야."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아, 아니. 아무것도."
내 명의를 네 엄마가 도용해서 ROSE 공동대표로 올려두었다는 건 언제 이야기해야 할까. 여행 준비에 한층 들뜬 유진이를 보면서 여행 다녀온 후에 말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갈 시간이 되어서 현관에 갔는데 유진이 날 불러세운다. 녀석은 날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아저씨, 설마 외국에서도 여기에서처럼 그렇게 후줄근하게 차려입고 다닐 건 아니죠?"
"후줄근? 누가?"
"아저씨요!"
녀석의 지적질에 그제야 내 차림을 돌아본다. 청바지에 단색 셔츠. 이 정도면 깔끔한 거 아닌가? 그러나 유진의 마음에는 꽤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외국에서도 그렇게 하고 다니면 정말이지 나라 욕되게 하는 거라구요. 좀 차려입어 봐요. 다음에 내가 도와줄게요."
"도와준다고? 어떻게?"
"저랑 옷 사러 가요."
쇼핑이라... 예전에 리사와 마리에게 붙들려 쇼핑에 끌려다녔던 기억이 났다.
"그냥 내 옷은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래놓으면 또 이런 옷만 사가지고 올 거 아니에요?"
"이 옷이 어때서."
"아저씨 같아요."
"너 맨날 나보고 아저씨라고 부르잖아. 아저씨가 아저씨처럼 입고 다니는 게 뭐가 어때서."
"아저씨!"
유진의 등쌀에 못 이겨 나중에 옷 사러 가기로 했다. 유진이네를 나와 차를 몰고 도심으로 향했다. 날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태운 후, 시 외곽으로 가서 모종의 일을 치르고, 잠시 숨을 돌렸다.
"괌이라고?"
"응. 여행 목적이고 단기 체류면 비자도 면제된다고 하더라고."
방에 비치된 냉장고를 열어보니 음료수가 있었다. 따로 돈 받는 건 아니니 그중에서 두 개를 꺼내 들고 침대로 돌아왔다. 조금 전까지 내 위에 올라타 처절한 교성을 질러대던 송화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캔 하나를 건넨다.
"따 줘."
받아든 캔을 도로 내미는 그녀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어째 이건 갈수록 어리광이지?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자."
이번에는 마개를 따서 쥐여주자 그걸 조금 마신다. 그녀는 침대 옆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캔을 올려두었다. 알몸을 감싸고 있는 이불을 조금 끌어당긴다. 무릎을 세워 거기에 턱을 얹는다.
"이상해."
"뭐가?"
거친 행위에 목이 말랐던 나는 오렌지 쥬스 한 캔을 단번에 비웠다. 한쪽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에 그걸 넣고 돌아와 송화의 옆에 앉았다. 그러자 송화가 내 알몸을 끌어안는다. 아무런 이질감없이 그녀의 몸 자체가 내 몸에 착 감겨온다. 자주 살을 섞어 온 남녀의 포옹은 그런 익숙한 맛이 난다.
"고작해야 과외선생이라면서? 무슨 여행까지 같이 가고 그래? 게다가 해외? 뭔가 이상하지 않아?"
"말했잖아. 내가 걔네 엄마 가게에서 일도 한다고. 거기 모녀가 가족여행 가는 거에 보디가드로 따라가는 셈이야."
"무슨 가게인데?"
"그건 비밀. 남자도 때론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는 법이라고."
ROSE에 대해서는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쩐지 그래야 될 것 같았다. 그러자 송화가 날 빤히 쳐다본다. 눈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눈가에 살짝 힘을 준다. 이내 시선을 거둔 송화는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흥. 맘에 안 들어."
그러면서 내 젖꼭지를 살짝 깨무는 송화. 나는 일부러 아프다고 엄살을 피우며 벌러덩 드러누웠다.
"기왕 깨무는 거 차라리 쟤를 깨물어줘. 난 힘들어 죽겠는데 저놈은 자꾸 살아나니 미치겠다."
내가 가리킨 것은 천장을 향해 꼿꼿이 서 있는 살색 기둥이었다. 송화가 내 몸을 타고 기어 내려가 그것을 입에 물었다. 끄트머리를 살짝 입술로 문 그녀가 말한다.
"진짜 깨물어?"
"응. 앞으로 송화가 쓰기 싫으면 그냥 콱. 아주 그냥 세게."
"뭐야, 그게."
송화는 툴툴거리며 자지를 입에 물었다. 물론 이를 세워 깨물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은 모양이지? 깨물기는커녕 오히려 입술을 모아 부드럽게 끝 부분을 감싸면서 밑동까지 쑤욱 빨아당긴다. 입안 깊숙이 넣고 빼기를 반복하다가 자신의 볼 안쪽에 넣고 한 번씩 굴리기도 한다.
"수사는 어떻게 되어가? 잘 돼?"
얼마 전, 내가 그녀에게 가져다준 장부의 정체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말세교에서 감독기관이나 상급단체, 혹은 이권단체 등에 지원한 금액과 약의 전달에 대한 기록이었다. 거기에는 금액과 그람 수, 그리고 하나 혹은 둘, 이런 식으로 서수로 적힌 글자가 있었는데 상황을 미루어 보아 그건 아마도 성상납한 여자의 숫자가 아니었을까 추정한다고 했다. 그녀는 그것을 토대로 관련 기관들을 하나하나 조져가고 있었다.
여러 사정이 있어 대놓고 말세교에 관한 수사라고는 못 하고 다른 껀수로 꼬투리를 잡아 기관을 닦달하면서 말세교와의 연결고리까지 파고 들어가는 거다. 그런 방식을 통하여 말세교의 입지를 축소시킴과 동시에 그녀가 쫓는 약쟁이와 원 목사가 숨은 장소를 찾아가고 있었다.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차근차근, 아주 확실하게 말세교의 입지를 조여가고 있었다.
"거의."
그녀는 자지에서 입을 떼고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자지를 물었다. 나로서는 그녀를 만나면 물어볼 일이 그거였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녀는 내가 그런 걸 물어보면 별로 좋아하질 않았다. 그녀의 머리만 아래쪽에 내려가 있고 하반신은 내 손이 닿는 범위 안에 있었다. 그녀의 허벅지를 잡아 이쪽으로 당겼더니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 다리를 벌려 날 거꾸로 올라탄다.
"이 아에 앙이앙데...."
아마도 이 자세가 창피하다고 말하고 있겠지. 입안 가득 뻣뻣한 무언가가 들어있는 그녀의 발음은 부정확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면서도 그녀는 결코 내 얼굴에서 자신의 보지를 치우지 않았다. 허벅지를 비껴들어 올린 손으로 그녀의 은밀한 부위를 열어제친다. 한 번 닦아냈다고는 하나 조금 남아 살짝 말라붙어 있는 애액과 정액이 군데군데 보인다. 전혀 개의치 않고 혀를 내밀어 벌름거리는 그곳을 맛본다. 맛은 내가 보고 있는데 느끼기는 쟤가 느끼고 있다.
"하아....하아..."
송화와 이런 식스티나인 자세를 처음 해보는 건 아니지만... 그녀는 워낙 민감체질이라 이걸 정말 못 했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감촉에 의한 쾌감 때문에 내 자지를 빨고 있다가도 그 행위에 집중을 못한다. 내가 채근한다.
"계속 빨아봐. 중간에 그만두지 말고."
"그치만... 자기가....하윽....."
이렇게 혀로 괴롭히면 그녀가 오랄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난 계속 심술궂게 그녀를 나무란다. 혀로 할짝할짝 하면서도,
"더 빨라고. 더."
"하응....흐으...."
허벅지가 움찔움찔하는 걸 보고 있고 침을 바른 손가락으로 항문 주름을 톡톡 건드리면서도,
"빨리 빨라니까. 그래야 이 음란한 보지에 넣고 또 쑤셔주지."
"흐아앙....하악...학...하...악...."
...이런 식으로 괴롭혀준다. 도저히 못 참겠다는 송화가 침대에 벌렁 눕는 걸 보고 곧바로 따라 올라가 쑤셔 넣기 시작했다. 침이 잘 발린 자지는, 이미 흠뻑 젖어 어쩔 줄 모르는 보지에 정확하게 꽂힌다. 두 팔과 두 다리로 내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그녀를 거세게 뒤흔들고,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그녀 깊숙이 사정하고 만다. 듣기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으니 부담 없이 쌀 수 있었다. 사정을 마치고 서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마주한 채 몸을 꼭 붙이고 있는 게 마음에 든다. 이 모텔에 들어오고 두 번째의 섹스를 그렇게 마쳤다.
잠시 후, 대실종료 전화가 오기 전에 미리 씻고 나왔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종업원이 나와 차번호를 가리고 있던 판때기를 얼른 치운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한켠이 조금 씁쓸하다. 우리는 불륜커플인가?
"왜 그래, 표정이?"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거는데 조수석에 앉은 송화가 내 얼굴을 보고 표정을 읽은 모양이다. 나는 살짝 자조 섞인 웃음과 함께 답했다.
"얘네 서비스가 너무 좋아서랄까. 좀 그러네."
"무슨 소리야, 그게?"
"이 동네 모텔들 트렌드가 다 그런건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여기 차 대면 곧바로 판자 가져다 차 번호를 가려주잖아. 그리고 나갈 때는 치워주고. 그걸 보고 있으니 어쩐지 기분이 안 좋아져서 말이야."
"불륜커플 같다?"
도로에 진입하기 위해 좌우를 살피던 나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불륜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커플도 아니잖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