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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데이트-127화 (127/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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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 출근 안 할래."

오후에 ROSE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전화가 오더니 유미가 다짜고짜 파업을 선언했다. 안 그래도 요새 무단결근을 밥 먹듯이 하고 근무태도가 영 불성실한 진 사장님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최 사장님은 고민 중이다. 거기다 대고 이런 막무가내 파업이라니... 이쪽이 제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성질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었다.

"내일 출국하면 당분간 못 나갈 텐데 오늘 나가서 정리를 좀 해두어야지. 출근 좀 하시죠? 네?"

"그거야 자기가 며칠 전부터 열심히 하고 있지 않았어?"

"것두 그렇지만...."

하긴... 앞으로 일주일 가까이 자리를 비울 것을 대비하여 지나에게 시작한 집중 강습을 막 마친 시기이기도 했다. 다소 한가로운 성격을 가진 지나였지만 시킨 일은 그럭저럭 잘하는 편이었다. 처음에는 회계 일만 시작했던 가게 일이었는데 본격적으로 일을 떠맡고 나니 이것저것 하나하나 신경 쓸 게 적잖이 있어 머리가 많이 아프다. 아가씨들 관리가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역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요구하는 게 왜 그리 많은지. 이 점에 있어서 지나가 내게 도움을 많이 주었다. 돈 계산은 가끔 틀리는 부분이 있어 유미가 나한테 맡긴 것처럼 통째로 못 맡기는 게 좀 불만이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구축해놓은 나름의 회계장부 시스템에 대한 입력을 틀림없이 해내는 편이라 믿고 맡기는 중이었다. 유미는 출근 거부를 하는 데에 나까지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물귀신 작전인가...

"그러니까 기왕 이렇게 된 거 자기도 출근하지 말고 그냥 우리 집에 놀러 와. 어차피 내일 출발할 건데 우리 집에서 자고 같이 출발하면 되잖아."

"이야기의 흐름이 어떻게 그러니까가 되는 건데? 그리고 멀쩡한 우리 집 두고 내가 왜 거기 가서 자?"

"그야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이니까 그러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전화를 끊으려고 했지만 유미는 꽤 고집을 부렸다. 전화기 너머 유진이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결국 그녀들을 이기지 못한 나는 지나에게 전화를 걸어 가게 일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지시했다. 유미가 출근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고 했더니 그녀는 깔깔 웃으면서 자기가 알아서 하겠으니 여행 잘 다녀오란 대답을 해주었다.

전화를 끊고 짐을 꾸렸다. 사실 새로 장만한 옷이나 짐 같은 건 이미 유진이네 다 있기 때문에 내가 꾸릴 짐은 읽을 책 몇 권과 전화기 뿐이었다. 해외 로밍을 신청할까 하다가 이 전화로 급한 전화 오는 곳은 단 한 곳 뿐인데 뭐하러 그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대전에 내려간다고 검찰청 앞에 내려다 준 이후로 그녀에게서 전화는 오지 않고 있었다. 한 번 걸어볼까 하다가 어차피 내가 여행 가는 거 모르는 사람도 아니니 그냥 두기로 했다. 전화기를 두고 집을 나섰다.

"오~ 한석 씨. 오셨군요."

"......이게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입니까? 유진이 어머님."

"딱딱하게 굴지 말고...응?"

유진이네 도착했더니... 하아. 한숨이 나온다. 뭐야, 이거. 술집에 출근 안 하겠다고 한 사람이 집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다니. 게다가 그녀의 술 상대는 다름 아닌 그녀의 딸, 유진이였다.

"얘는 미성년자인데 술을 마시게 하면 어떻게 해요?"

"미성년자는 뭐, 입이 없나?"

"으으..."

"그리고 괜찮아. 와인은 술이 아니니까."

거실에 놓인 테이블에는 이미 깔끔하게 비워진 와인 병 서너 개가 놓여 있었다. 저걸 둘이서 다 마셨단 말이야? 이제 겨우 저녁 시간인데? 어쩐지 아까 목소리가 뭔가 이상하긴 했다. 기가 막혔다. 나는 빈 와인 병 하나를 들고 유미에게 물었다.

"술이 아니고 뭔데? 이게 물이야?"

"와인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래."

"선물 좋아하시네...."

유진은 소파 한쪽에 몸을 비스듬히 하고 딸꾹거리고 있었다. 많이 취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눈은 살짝 풀려있었다. 녀석의 뺨을 두어 번 두드리며 묻는다.

"어이, 유진. 괜찮아?"

그러자 녀석이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이내 날 알아보고 손을 들어 인사한다.

"어? 아저씨, 진짜 왔네. 그럼요. 엄마랑 술 마시는 건 처음인데... 히히. 재미있네요."

살짝 애잔한 생각이 들면서도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녀석에게 본의 아니게 술을 먹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녀석이 이야기했던 게 생각난 까닭이다. 그때만 해도 녀석은 자기 엄마나 선영이가 술 마시는 게 괴로워 보인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몹시 즐거워하며 웃고 있...

"이히히힛."

....안 되겠다. 웃음소리를 들어보니 이 녀석의 상태도 영 메롱이다. 그나마 제정신에 가까운 사람은 유미였는데 그녀는 자리에서 비척거리며 일어나더니 찬장에서 또 다른 양주병을 꺼내온다. 뭔가 꼬부랑 글씨가 잔뜩 적혀 있어서 난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그녀는 그걸 들어 올리고 외쳤다.

"마지막 남은 94년도산 포트와인! 개시하겠습니다!"

"하지 마!"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와인을 따기 위해 낑낑거렸다. 보다 못한 내가 오프너를 들고 대신 따주자 그녀는 내 몫이라며 글라스 가득 따라주었다. 그리고 자기 딸에게 가더니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는 녀석에게도 잔을 들려준다.

"이 맛을 기억해둬, 유진아."

"음....응?"

"엄마가 좋아하는 와인이야."

"어..."

치즈와 크래커를 두고 다시 한 번 술판이 이어진다. 나도 처음에는 자제를 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분위기에 휩쓸려 여행이야기는 물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왁자하게 마셔버리고 말았다. 난생처음 가보는 해외여행을 앞두고 있으니 설레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유미가 개시한 포트와인을 출발로 해서 또 다른 와인과 양주가 줄지어 나온다. 그걸 마시며 여행 가서 언어는 괜찮을까 하는 염려를 꺼냈더니 유미가 깔깔 웃으면서 내 등을 팡팡 내리쳤다.

"하하하. 그래서 자기는 그게 문제야. 매사에 다 너무 고민해.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쪽은 너무 고민이 없어 탈이 아닐까요?"

"음... 그런가? 뭐, 내 고민은 자기가 대신해주면 되잖아, 뭐. 호호호호."

그러면서 그녀는 연신 웃었다. 그때 유진이가 테이블을 통통 두드리더니 말했다. 표정이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잠깐, 엄마는 왜 자꾸 아저씨한테 자기라고 하는 거야?"

"왜? 듣기 싫어?"

"......싫어. 하지 마."

그러자 유미가 두 팔을 벌리더니 자기 딸의 머리를 꼬옥 끌어안았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골 사이에 유진의 얼굴이 폭 파묻힌다. 그녀는 딸의 등을 토닥이며 이마에 입을 맞춰준다. 보기에 흐뭇한 모녀상을 연출하며 유미가 말했다.

"꼬우면 너도 해."

....저게 정말이지 딸 가진 엄마가 자기 딸에게 할 소리인가 싶기는 한데, 더 웃긴 건 유진이의 반응이었다. 녀석은 그 말을 듣고 자기 엄마를 밀어내며 벌떡 일어나더니 앉아있던 날 내려다본다.

"자.....자......"

마치 이제 막 말을 배워가는 아이의 입을 쳐다보는 것처럼 나와 유미는 유진이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반쯤 벌린 입을 하고 굳어있던 유진이는 "이씽!"이라고 외치고는 화장실로 가버렸다. 유미는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고 난 씁쓸히 웃었다. 오빠는 가끔 해도, 자기는 아직 무리인가.

"너무 놀리지 마. 명색이 자기 딸인데 너무 그러는 거 아냐?"

"내가 뭘 어쨌다고."

"암튼 전부터 말했지만 유진이 있는 데서는 호칭 좀 조심해 줘. 될 수 있으면 반말 대신 경칭 쓰고.. 나도 조심할 테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요."

그녀는 만세를 부르는 것처럼 팔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상체를 소파에 뉘였다. 소파 끝에 앉아있던 내 허벅지에 머리를 턱 올린다. 난 그걸 밀어내며 말했다.

"왜 이래? 안 이러기로 했잖아."

그러나 그녀는 머리에 힘을 주어 버틴다.

"가운데 다리는 안 된다고 해도 이 다리는 괜찮은 거 아냐?"

".....말을 맙시다."

좀 있다 유진이가 나오면 또 무슨 소리를 해댈지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온몸 가득 퍼진 술기운은 나로 하여금 만사가 다 귀찮게 만들었다. 그녀가 꺼내온 술은 꽤 달달하면서도 맛이 있었다. 술맛이라기보단 마치 감미로운 음료수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도수 자체는 꽤 높은 술이었다. 입에서 단내와 동시에 술 냄새가 난다.

"자기야."

"응?"

내 허벅지에 뒤통수를 대고 누워있는 유미가 날 올려다본다. 그녀의 셔츠는 네크라인이 상당히 깊게 파인 옷이었고 그런 자세로 있는 덕분에 살색 언덕의 7부 능선까지 여지없이 드러나 있었다.

"키스해 줘."

".....안 해."

"왜? 유진이 나올까 봐?"

그녀는 빙긋 웃으며 말했지만 말투에는 꽤 뼈가 있었다. 그 점을 살짝 지적해본다.

"질투해?"

이런 식으로 말하면 그녀가 당황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당연하지."

라고 대답한 그녀가 내 손 하나를 잡더니 자기 셔츠 목 사이로 쑤욱 집어넣는다. 기겁하여 도로 빼려고 했지만 그녀의 팔힘도 만만치 않았다. 손바닥 가득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만져진다. 그녀는 낮은 신음을 흘리며 말했다.

"하아.... 좋다.... 이런 자세...."

"유...유미!"

"왜 자꾸 빼려고 해. 그대로 있어. 어차피 유진이는 좀 있다 나올 거야. 내가 알아."

유진이가 들어간 화장실 쪽을 계속 돌아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날 보고 그녀가 말한다.

"이렇게 내 머리를 쿡쿡 찌르는 녀석은 대체 누구지?"

안 그래도 허벅지를 베고 누운 데다가 그런 가슴 뭉클한... 아니, 손끝에서 뭉클하게 만져지는 자극까지 선사하고 있으니 당연히 내 다리 사이에서는 팽창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몸을 반쯤 빙글 돌리더니 내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유....유미, 지금 뭐하는...."

"가만있어. 갑자기 움직이면 지퍼에 물건 찡겨."

아아... 난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은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떼어내려고도 해보았지만 그녀 말마따나 지금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몰랐다.

"역시... 얘는 정말 잘 생겼단 말이야?"

난처하기 이를 데 없는 주인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건은 곧장 튀어나와 그녀의 얼굴 앞에 드리워진다. 있는 대로 힘이 들어가 기둥의 한편에는 살짝 힘줄까지 드리워진 상태다. 그녀는 코앞에 놓인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손가락으로 스르륵 감아 쥐었다. 살짝 차가운 듯하면서 보드라운 감촉이 겉면을 훑는다.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린다.

"우움....."

아래부터 핥아 올라가던 그녀는 이내 끄트머리를 혀로 희롱한다. 기둥의 앞부분에 움푹 패인 부분을 입술로 살짝 물더니 그녀의 입안에 들어간 부분을 혀로 살살 굴렸다. 그녀의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지금 바로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른 누군가가 있는 이 상황이 나를 더욱더 미치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 사람은...

"크윽... 유미...유미.. 유진이가 나오면....."

"후룹-"

깊숙이 한번 삼켰다가 도로 뱉어낸 그녀가 침으로 번들거리는 겉면을 문지르며 내게 말했다.

"왜? 같이 먹자고 해볼까?"

"뭐...뭐라고?"

"흐음. 물론 유진이 성격상 그건 힘들 것 같고...."

그녀는 몸을 마저 굴려 아예 엎드린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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