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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앙...하앙....하아...하악....아저씨...하아...오빠...."
아주 익숙한 것처럼 말은 했지만 그래도 녀석은 많이 힘들어 보였고 나는 되도록 빨리 끝내기 위해 애썼다. 최대한 허리를 빨리 움직였다. 내 몸에 착 달라붙은 유진은 어쩔 줄 몰라하며 호칭이 마구 바뀌었다.
"하앙...하앙....하아...하악....자기야아....하윽...."
유진의 들뜬 신음소리를 들으며 녀석의 안에 나를 쏟아부었다.
"하악....하....."
유진을 꼭 끌어안은 채 그대로 절정을 맞이했다. 녀석 역시 날 부둥켜안고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있는데, 유진의 목소리가 조곤조곤하게 들려왔다.
"어...땠어요? 내 꺼, 기분 좋아요?"
누가 누구한테 이런 걸 묻는 거야.... 반문한다.
"그런 너는, 내 자지... 괜찮디?"
유진이가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
"꺄악! 변태. 여자애한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저기, 조금 쭈그러들긴 했지만 아직 니 안에 내꺼 들어있거든? 그걸 담은 채로 그런 말을 해보았자."
그러자 유진이가 손을 조금 치우며 얼굴을 반만 내밀었다. 혀를 살짝 내밀며 삐죽거린다.
"당연히 좋았죠. 말해 뭐해요."
"뭐야, 이 녀석!"
내 안 그래도 네가 항상 메롱할 때마다 해주고 싶은 게 있었지. 그 괘씸한 혀를 아주 그냥!!
"으읍....."
삼켜 먹어버릴테다! 우리 두 사람의 키스는 그렇게 한참을 더 이어졌고 유진은 두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또...하게요?"
녀석의 안에서 부풀어 오른 상태를 느낀 모양이다. 난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안 되려나?"
유진은 한숨을 살짝 내쉬더니 내 목을 끌어안고 귓속말을 한다.
"이번에는, 저도 힘낼게요."
결국 새벽까지 우리 둘은 열심히 힘을 내었다.
다음 날, 아침. 난 이 농장에서 일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으로 지각을 해버렸다. 새벽까지 유진이와 뜨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평소처럼 해 뜨는 시각에 일어나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아침식사에도 참석을 못 하고 해가 중천에 뜨고서야 허둥지둥 축사로 달려나갔다. 그런 나를 보며 아저씨들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받을 뿐, 늦은 사실 자체를 탓하지 않았다. 대신 이런 소리를 종종 하며 내 허리를 두드렸다.
"역시 젊은 사람들은 좋아."
"좋구 말구요. 오히려 여태 일찍일찍 일어나던게 신기하지 그려."
난감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날 두고 다들 껄껄 웃어 제낀다. 그렇게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아줌마와 유진이가 차린 밥상을 두고 평상에 둘러앉아 모두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밖에서 차소리가 났다. 뒤이어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택배입니다! 혹시 최한석 씨 계십니까?"
모두들 날 쳐다보았다. 유진이 역시 날 쳐다보았다. 다들 놀란 표정이다. 놀라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에 서울을 떠나올 때 휴대전화를 두고 오기도 하였거니와 다른 누구에게 일절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 나에게 택배라니, 이건 대체.... 일단 평상에서 내려와 신발을 꿰어 신고 밖으로 나갔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국제배송회사의 트럭이 농장 앞에 서 있었다. 마찬가지로 노란색 셔츠를 입은 택배기사가 날 보며 물었다.
"최한석 씨 되십니까?"
"그렇습니다만...."
"여기 싸인해주세요."
그가 내민 종이를 받아서 읽어보았다. 송장에 적힌 보낸 사람의 이름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보낸 곳의 주소는 다름 아닌 괌이었다. 내용물을 보니 "여행용 트렁크"라고 되어있었다. 내가 싸인을 마치고 종이를 돌려주자 기사는 트럭에서 무언가 꺼내왔다. DHL이라고 적힌 커다란 종이박스였다.
"국제배송인가요?"
"네. 여기 아랫부분에도 싸인해주시구요."
기사가 시키는 대로 싸인을 더 하고 박스를 인계받았다. 크기에 비해 그리 무겁지 않았다. 그걸 가지고 자리로 돌아오자 다들 궁금해 했다. 식사를 대충 마치고 유진과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박스를 열자 그 안에서는 눈에 익은 여행용 대형가방이 나타났다. 그걸 본 유진이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이건 엄마 여행가방이잖아요. 이걸 어떻게...."
"글쎄다. 괌에서 어떤 사람에게 가방을 찾아달라고 부탁한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고 보낸 거지?"
유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방을 살펴보았다. 가방 손잡이에는 소유자를 표시하는 태그가 붙어있었고 거기에는 이곳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그걸 확인한 유진이가 앗 소리를 내었다.
"엄마 글씨 맞아요... 근데 엄마가 여길 어떻게...."
유진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난 그녀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 딸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일단 열어보자."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는 옷만 들어있었다. 그걸 살펴보던 유진이가 말했다.
"이...이건.... 엄마 옷이 아니에요."
"그래. 그러네...."
가방은 유미의 가방이 맞았다. 그렇지만 들어있는 옷은 그녀의 옷이 아니었다. 들어있는 옷은 두 종류였다. 유진이가 입으면 맞을 법한 사이즈의 옷과 남자 옷. 아마도 내 옷이리라.
"엄마는 대체... 가방을 착각하고 싼 걸까요?"
유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지만 난 차마 대답을 할 수 없어 주저하고 있었다. 유진은 옷을 하나하나 꺼내어 바닥에 개어놓고 있었다. 그렇게 가방을 비워내자 바닥에는 편지봉투가 하나 놓여 있었다. 겉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둘이 같이 읽어보길.
유진과 난 서로 쳐다보았다. 난 어느 정도 짐작이 가지만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유진은 손을 뻗어 그 봉투를 집어 들었다. 봉해있지는 않았다. 유진이가 봉투를 벌려 안에 들어있는 종이를 꺼냈다. 유진과 나는 얼굴을 가까이하고 그걸 읽기 시작했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축하해. 두 사람의 뜨거운 밤, 아주 보기 좋았어. 이렇게 말하면 좀 변태 같으려나?]
유진이가 낮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정말이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유미의 목소리가 그대로 들려오는 것 같았다.
[후후. 그렇게까지 자세히 보진 않았어. 그냥 좀 우리 유진이가 많이 아파하지는 않을까, 그걸 좀 염려했을 뿐이야. 그렇지만 한석이가 잘 해주었으리라 믿어. 음... 유진이에게는 처음 말하게 되는 거겠지만, 사실 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걸 보고 있어. 자세한 이야기는 네 남편될 사람에게 물어봐. 물론 그 녀석도 잘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니라서 좀 버벅거릴지도 모르겠다만, 내가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더 잘 설명해줄 거야.]
"이게 무슨 소리죠?"
"그게 말이야..."
더 이상 감출 수 없다고 생각했다. 유진에게 이전에 유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녀가 말했던 장님과 구덩이의 비유, 희미한 냄새 같다고도 표현되는 그 시야, 그리고 추락 당시 우리가 그 자리를 누구보다 빨리 벗어나 구조대가 오는 방향으로 미리 가 있을 수 있었던 이유까지도. 내 이야기를 들은 유진은 전혀 믿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런 능력을 가진 엄마가 왜 사고로 죽었냐는 거다. 합당한 의문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의문이었으니.
"말도 안 돼요. 그런 능력이 있으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잖아요. 왜 여행을 반대하지 않은 거죠?"
"나도 그게 이해가 가질 않아서 당시에 물어보았어. 유미는 그렇게 말했어. 오지 않았으니까 미래라고."
"설명이 안 돼요."
"나도 몰라.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고 너한테 전할 따름이야. 그럼, 한번 생각해봐. 유미 속을 대체 누가 알겠어?"
"....것두 그러네요."
유진이는 한숨을 내쉬며 편지로 시선을 옮겼다.
[유진이는 아마 납득 못 하겠지. 굳이 보지 않더라도 네 성격이라면 분명 한석이한테 닦달을 하고 있을 거야. 그렇지만 나조차도 제대로 설명이 안 되는 시야에 대해서 글로 어떻게 더 표현할 방법은 없어. 굳이 내 능력에 대해 증명하고픈 욕심은 없지만 너희가 이 편지를 받아보고 있는 곳에서 이 편지를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어느 정도 설명이 되리라 믿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조차도 여기에 있게 될 줄을 몰랐고 누구에게 따로 연락하지도 않았다. 그런 우리에게 그녀가 자신의 짐과 편지를 보냈다는 건 그녀가 이곳을 미리 "보았다"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미래로 이렇게 편지를 보내는 건, 나도 처음 해보는 일이야. 그렇기에 이게 어떤 영향을 가져다 줄지 모르겠어. 남의 미래를 보는 건 굉장히 말도 안 되는 폭력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될 수 있으면 눈길을 안 주려고 노력하고 있었거든. 그렇지만 내 사랑하는 딸과 그 딸을 지켜줄 남자에 대해서는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어. 그래서 부득이하게 이런 방법을 빌려 미처 못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해.]
사랑하는 딸과 그 딸을 지켜줄 남자라... 어깨가 사뭇 무거워짐을 느꼈다.
[우선 유진이가 공부는 계속 했으면 좋겠어. 이건 미래를 보아서가 아니라 그냥 순수한 엄마로서의 욕심이야. 네 재능을 그냥 썩히기는 아까워. 지금 네가 고민하고 있는 길에 대해 발걸음을 늦추지 마. 한석이도 충분히 이해해주고 함께 해줄 테니까. 그러니 둘이 앞으로 할 때는 피임을 좀 하고 했으면 싶다. 너무 일찍 아이를 가져도 공부에 방해가 될 거야. 한석이가 좀 자제를 해주면 좋겠지만... 그 녀석은 그게 안 될 거야. 우리 딸이 암만 이뻐도 그렇지 너무 시도때도없이 달려들거라고. 유진이, 넌 조만간 한석이가 아주 귀찮아질지도 몰라. 후후.]
글로 적어놓은 "후후"가 귀로 들리는 듯하다. 게다가 이런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적어놓고 둘이서 읽으라고 하다니! 유미가 쓴 글임이 틀림없다는 보증수표와 다를 바 없었다.
[한석이에게는 한 가지 부탁을 할게. 서울로 가거든 박 회장을 한번 만나. 그가 너에게 해줄 이야기가 있을 거야. 그리고 그 아가씨 일은 참 안되었어. 그렇지만 자기의 능력 밖의 일이니 너무 슬퍼하지도, 그렇다고 괴로워하지도 않았으면 해.]
"아가씨라뇨? 설마.... 전에 이야기하던 그....."
떡정 뭐시기 하는 말이 나오기 전에 난 헛기침을 해서 유진의 말을 막았다. 그러고 보니 여행 전 송화와 마지막으로 헤어진 이후 그녀에게서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고 있었다. 방금 유미가 편지에서 언급한 아가씨가 송화가 맞다면 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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