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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데이트-149화 (149/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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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 Route

일주일 정도 지나자 유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수녀원을 떠나 서울로 온다고 했다. 시간을 맞춰 서울역으로 나갔다. 상황판에 붙은 기차의 도착시간을 바라보며 대합실을 서성거렸다.

잠시 후, 도착을 알리는 문구가 들어오고 나서 개찰구를 통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평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제법 있었다.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유진이는 대번에 눈에 띄었다. 옅은 분홍색의 치마와 하얀 블라우스를 걸친 녀석은 인형같이 생긴 외모로 인해 주변에 지나가는 남자들도 한 번씩 돌아볼 만한 외모를 자랑한다. 요즘 들어 부쩍 볼륨 넘치기 시작하는 몸매도 상당하다. 그렇지만 개찰구를 통해 나오는 녀석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 날 보고도 손을 한번 스윽 들어 올렸을 뿐, 표정은 그대로였다. 녀석의 표정을 보고 상황을 짐작했다.

"결국 못 본 거야?"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는 유진. 한숨을 살짝 내쉬곤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게 안 될 거라고 했잖아. 애초에 선영이도 1년에서 2년을 말하고 갔었어. 그때가 되면, 나랑 같이 만나러 가자."

유진이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풀죽어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팔을 당겨 어깨를 끌어안았다. 유진이 역시 내 허리에 손을 둘러 반쯤 안긴 채로 걸었다. 그렇게 둘이 나란히 걸어 역 뒤로 갔다. 거기 세워진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며 물었다.

"점심 안 먹었지?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유진이가 뭘 좋아하려나 메뉴를 고심하고 있는데, 녀석의 대답은 시큰둥했다.

"별로 생각 없어요."

"그래? 난 겨우 시간 내서 중간에 나온 거라서 너랑 맛있는 것 좀 먹으러 가고 싶었는데... 아쉽네. 집으로 데려다 줄게, 그러면."

그러자 녀석은 날 쳐다보며 볼멘소리로 말했다.

"겨우 시간 내다뇨? 이제부터 나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요? 아... 그 회사에서 배운다는 공부 말이죠?"

고개를 끄덕였다.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저녁마다 전화로 내 일상을 빠짐없이 보고했기에, 유진이는 내게 일어난 일들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나와 도로로 진입하느라 주변을 살펴야 했다. 오는 차가 없나 확인하며 천천히 도로로 나갔다.

"하아... 그게 말야. 진짜 끝이 없어, 끝이. 원래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의 이야기이잖아. 거기다 하루 배운 건 꼭 다음 날 물어보는데 대답 못 하면 하영 씨는 또 날 잡아먹으려 들고..."

그러자 유진이가 빠르게 말했다.

"같이 가요."

"응? 같이 가다니?"

"아저씨 공부한다면서요. 저도 한번 배워볼게요."

깜빡이를 켜며 차선을 바꾸기 전, 녀석을 돌아보았다. 뾰로퉁한 얼굴이 거기 있었다.

"......이게 무슨 학교 공부나 그런 건 아닌데 말이야. 고등학생인 네가 들어서 뭘 안다고."

"그러는 아저씨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냥 대학생이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배우는 게 무리라면 그냥 구경만 할게요. 구경만. 끝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면 되잖아요."

구경이라는 건, 아주 흥미로운 야구나 축구 같은 거... 하다못해 남의 싸움이나 불구경을 해야 재미있는 법이다. 그런데 공부하는 걸 구경하겠다? 전 같으면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했겠지만, 이젠 나도 유진이가 어떤 식으로 사고하는지 점점 알 것 같다. 녀석의 속내를 짚어본다.

"솔직히 말해봐, 너. 내가 하영 씨랑 단둘이 있는 게 싫은 거지?"

"칫!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입을 내밀고 툴툴거리는 유진의 표정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귀여웠다. 조수석 쪽으로 몸을 굽혀 살짝 입을 맞춰주고 차 방향을 돌렸다. 도로의 흐름에 올라타 조금 가고 있자니 옆자리에서 쫑알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며칠만에 본 건데... 겨우 뽀뽀나 해주고..."

아이고. 이 녀석을 어찌하면 좋을꼬.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에 차를 도로에서 빼냈다. 골목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마침 공사장이 하나 있고 큰 트럭이 세워져 있었다. 트럭과 골목 사이 끄트머리에 후미진 곳으로 차를 몰고 가서 세웠다. 시동을 끄고, 녀석을 돌아보았다. 유진은 그 큰 눈을 깜빡거리며 날 쳐다보았다.

"차를 왜 세워요?"

"뽀뽀만 해서 서운하다며."

"그냥 혼잣말인데요?"

"그럴 리가."

분명히 나보고 들으라고 중얼거린 소리였다. 이 좁은 공간에 단둘이 있는데 혼자 중얼거렸다면, 그게 어디 혼자만의 중얼거림이겠는가. 내가 따져 묻자 유진은 한층 더 골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서운하다고는 안 했어요."

"그럼?"

"그냥 그렇다고만 했죠."

말로는 절대 지려고 들지 않는 이 녀석. 말로 싸워서는 안 될 노릇이다. 몸을 조수석으로 기울여 얼굴을 겹친다. 입술을 포갠다. 난데없는 혀의 침입에 깜짝 놀라면서도 적당한 타이밍에 적절한 정도로 입술을 벌려주신다. 달콤하고도 끈적한 키스가 오간다. 기나긴 키스 이후, 유진이는 내 가슴팍을 두 손으로 밀어냈다.

"미쳤어요? 길에서... 왜 이래요?"

그러나 그 손에는 그다지 힘이 많이 실려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난 몸을 더 기울여 바짝 들이대며 말했다.

"길이라니. 여긴 우리 둘만 있는 차 안이라는 공간인걸?"

"그...그래도...."

"이 차는 선팅이 짙어서 밖에서는 잘 안 보여."

"저...정말요?"

"어차피 여긴 사람도 잘 안 다니잖아."

말을 하면서도, 손은 이미 녀석의 무릎 위에 올려져 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치마의 안쪽. 그리고 살갗의 바로 위다. 보드라운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더듬어 올라가면서 다른 손으로는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어 배와 가슴까지 손을 뻗어 간다. 치마가 살짝 들려 녀석의 팬티가 살짝 엿보였다. 아이보리 색이였다.

"아...아저씨..."

"또 그렇게 부르지?"

아무래도 아저씨의 음란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단추를 끌러낸 블라우스를 젖혀 브래지어를 드러낸다. 컵과 컵 사이에 앙증맞고 작은 리본이 달린 브래지어가 드러난다. 거기에 입술을 가져간다. 컵을 젖히고 거기 담겨 있는 가슴의 언덕을 입술과 코끝으로 문지른다.

"하으... 여...여기서...."

"그렇다고 널 대낮부터 모텔에 데려갈 수도 없잖아."

"흐응...."

"아예 싫은 건 아닌가 본데?"

혀로 젖가슴의 유두를 살살 문지르면서 다른 손으로는 다리 사이를 더듬는다. 팬티 위로 중지와 검지를 슬슬 비비고 있노라니 조금씩 젖어드는 게 느껴졌다.

"이상해요... 이런 데서... 흐윽...."

"너와 내가 있는 곳이라면, 다 좋아."

브래지어를 완전히 밀어 올렸다. 아주 크지는 않지만 몸집에 비해 잘 발달된 유방이 온전히 드러난다. 탄탄하게 올려붙어 있으면서도 볼록함을 자랑하는 가슴을 한 움큼씩 베어 문다. 혀로 적시고 입술로 빨아들인다.

"하악....하으.....차...창피해요....."

"너말야. 전에는 나보고 엄한 짓 하지 말라면서 버스에서 내 물건 빨고 그랬거든?"

"몰라요. 나 그런 적 없어..."

"그리고 과외할 때는 네 가슴이 어떠냐면서 나한테 들이밀기도 하고 그랬지."

"몰라. 기억 안 나... 하윽...."

충분히 젖었기에, 팬티를 옆으로 살짝 젖히고 손가락을 넣었다. 뜨끈하면서도 쫄깃한 감촉이 손가락을 감싸온다. 오돌오돌한 안쪽을 살살 부벼대면서 유진의 가슴과 쇄골을 핥았다. 내 목을 끌어안고 어쩔 줄 몰라하는 녀석은 연신 가쁜 숨을 내 귀에 토해냈다.

쩔컥- 쩔컥- 쩔컥- 쩔컥-

자세가 다소 불편하여 크게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그럭저럭 손가락은 진출입 운동을 하고 있었다. 끈적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애액이 흘러나오는 녀석의 안쪽은 따뜻하면서도 뜨거웠다. 마음 같아서는 다리를 위로 들어 올리게 하고 입에 대고 빨아주고 싶었지만 장소가 여의치 않았다.

"웁...움음....."

내 입술을 자꾸 요구하는 유진에게 아낌없이 키스를 퍼붓는다. 아래 입이 내 손가락을 꽉 물고 있듯이 윗 입도 내 혀를 붙들고 놓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 동안 끈적거리는 행위로 어울렸다.

"하악.....하아....하아....."

유진의 비부에서 뽑아낸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가늘게 뜬 눈으로 그걸 바라보던 유진은 내가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자 정신없이 빨아대었다. 얼굴에는 홍조가 가득했다.

"맛이 이상해요."

"그래? 난 맛있던데."

수납박스에서 휴지를 꺼내어 녀석의 다리 사이를 꼼꼼히 닦아주었다. 멍한 눈으로 날 보고 있는 유진과 눈이 마주치자 녀석은 눈을 감았다.

"기분이 이상해졌어요. 나... 아저씨랑 같이 있으면 정신 못 차리는 것 같아. 아무래도."

"나도 이상해진 것 같아. 원래... 미성년자랑은 안 하려고 했는데 말이지. 어쩌다가...."

"치잇. 그러니까 나한테 잘 하라구요. 내 말 안 듣고 그러면 확 신고해버릴 거야."

"신고해서 뭐라고 할 건데?"

그러자 유진이가 눈을 뜨고 말했다.

"내 마음을 훔쳐간 도둑놈 신고하러 왔다고 할 건데요?"

"........내가 아는 사람의 표현대로라면, 소의 구성요소가 갖춰지지 않아 각하...라고 하겠지."

유진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블라우스의 단추를 채웠다. 녀석이 옷을 제대로 입는 걸 확인하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영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를 세웠다. 그런데 유진이는 내가 내리고 나서도 바로 내리지 않았다.

"왜 안 내려?"

"....여기에 그 사람은 없는 거죠? 갑자기 만나거나..."

그 사람이라니... 박 회장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여긴 별도로 있는 법무법인 사무실이야. 그룹이 사용하는 건물과 달라. 회장님을 만날 일은 없을 거야."

그제야 유진이는 차에서 내렸다. 녀석을 데리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책상에 앉아 뭔가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던 하영은 내가 들어서자 고개를 들었다.

"일찍 들어오시라고.... 응?"

"하영 씨. 여긴 유진이라고... 알고 계시죠?"

유진이는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여 하영에게 인사했다. 하영은 책상에서 일어나 유진을 맞이하며 대답했다.

"만나서 반가워. 네가.... 유진이구나. 유미 씨 따님..."

자기 엄마 이름이 나오자 유진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하영은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후, 날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 아가씨는 어쩐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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