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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데이트-196화 (196/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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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어질 듯한 고통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무언가 대단히 이상하면서도 불쾌한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꿈에서 나는 소란을 범하고 또 미애를 범했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못할 짓이다. 울며 불며 나를 받아들이던 소란의 얼굴이나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이를 악물던 미애의 얼굴 역시 너무 선명하게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어 마치 현실 같았다.

"으음....."

누군가의 신음소리.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내는 소리이지만 어째 이질감이 들어 내가 내는 소리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온몸 구석구석 어디 한 군데 뻐근하지 않은 곳이 없다. 간신히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이 꺼진 실내는 어두웠고 희미한 불빛이 어딘가에서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징벌실. 그러니까 감옥과 이름만 다른 이상한 감금 장소였다. 역시 내가 누군가에게 끌려 나가 강제로 약을 마셔야 했던 건 꿈인 모양이다. 몸을 일으켜 앉는다. 뇌가 제자리를 잡자 마치 주마등처럼 어떤 영상들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간다.

꿈에서 보았던 광경이 지나치게 생생하다. 꿈 속에서 나는 소란을 덮쳐 무자비하게 보지를 쑤셔대었고 미애의 얼굴에 내 자지를 들이밀어 거기에 묻은 소란의 처녀혈과 애액, 그리고 내 정액을 강제로 빨게 했다. 울음을 터트린 소란을 엎드리게 하고 다시 개처럼 달라붙어 허리를 흔들어대었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처럼 애액이 솟아나는 미애의 보지에 대고 정액을 마구 뿌려주었다. 그 얼굴은 한때 소란이었다가 다시 또 미애로 바뀌기도 했다. 엉덩이를 깨물고 젖을 움켜쥐고 목을 졸랐다. 어찌된 일인지 그녀들의 옷을 찢어 발기고 엉덩이와 등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몹시도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꿈 속에서 나는 통제되지 않는 한 마리 짐승이었고 성욕의 화신이었다.

"으....으....."

머리를 감싸 쥔다. 술을 처음 배웠을 때의 숙취보다 더한 아픔이 뇌를 후벼 판다. 저 쪽으로 가면 세면대가 있고 물을 마실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바닥을 손으로 더듬거린다. 어떤 부드럽고 보드라운 살결이 만져진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을 최대한 크게 뜨고 이게 무엇인가 살펴본다.

"소...소란이...."

그렇다. 방금 내가 만진 건 소란이였다. 옷이라고는 찢겨진 셔츠 하나만 달랑 걸치고 가슴 아래로 모든 알몸이 훤히 드러나 있는 소란이였다. 온몸 가득한 멍자국과 다리 사이로 흐른 무언가의 자국. 흐트러진 머리와 눈물이 가득한 얼굴이 내 눈에 들어온다.

누가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누가 이 아이를 이토록 힘들게 했는가.

누가. 누가. 누가.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애써 외면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렇다. 그건 꿈이 아니었다. 이 처참한 짓은 다름 아닌 내가 한 짓이다.

"무...무슨 짓을....."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다리를 감싸 안고 머리를 무릎에 파묻었다. 여자랑 섹스를 한 것이.... 처음인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건 명백히 달랐다. 사랑을 나누는 행위라기보다는 강제로 끄집어 낸 욕구를 토해내는 배설이었고 인간의 행위라기보단 짐승의 행위였다. 제발 이러지 말라며 울던 소란에게 강제로 올라타 그 좁디 좁은 문을 강제로 열어제쳤다. 천마디 말보다 더 많은 질책을 담고 있는 미애의 굳은 표정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채웠다. 바텐더가 준 용액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행위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제...젠장.... 이럴 수는.... 흑흑......"

슬펐다. 내가 남자라는 사실이 슬펐다. 남자는 자지 달린 짐승일 뿐이라던 선영의 말이 떠올랐다. 차라리 짐승이라면 이렇게까지 강제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독한 자괴감에 계속해서 눈물을 흘러나왔다. 학교에서 있었던 마레기의 행위에 대해 내가 얼마나 분노했는가. 그를 쏴죽이겠다는 동기의 말에 얼마나 동의했는가. 제발 누군가 이 지끈거리는 머리통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겨줘....

지독한 자기 혐오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내 팔을 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소...소란아...."

반쯤 찢어진 티셔츠만을 걸치고 아래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소란이었다. 얼굴에는 손자국이 선명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절정에 올랐던 나는 소란을 때리면서 즐거워했다. 그 흔적을 보고 있노라니 구역질이 나올 것 같다. 감히 녀석의 얼굴을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하다...정말 미안해...."

소란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선생님은 잘못 없어요."

"그래도... 그래도 내가.... 너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잖아요. 전 선생님을 원망하지 않아요."

"소란아!!"

여태 내게 안겨 울던 소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로 내가 녀석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이 작은 몸에 대고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내 등을 토닥여 주는 소란의 손길 하나하나가 너무도 안타깝고 슬펐다. 한참을 그렇게 울고 녀석의 몸을 어루만졌다. 멍 자국을 문지르며 물어보았다.

"많이 아팠지?"

"모르겠어요. 그게 잘 기억이 나는 것 같으면서도 다시 기억이 안 나고..."

소란이도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했다. 두통이 심한 모양이었다. 얼굴을 한참 찡그리던 녀석은 이내 나를 보더니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선생님이어서 다행이에요."

"나라서 다행이라니?"

다행? 너는 지금 다행이라는 소리가 나오니? 라고 묻고 싶은 게 목구멍까지 차올라 목이 메인다. 소란은 꽤 주저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기 이 교회에서는.... 여자들이 신세를 많이 망친다고 들었어요."

"아....."

"다시 끌려나갈 때 꼼짝없이 저 사람들에게 순결을 잃는 건가 싶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랑... 하게 되어서 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소란아, 너...."

"알아요. 이것도 유진이한테 비밀로 해줄게요. 선생님도 그러셔야 돼요. 알았죠?"

이제는 살짝 배시시 웃기까지 하는 소란을 보고 있노라니 목이 메였다. 비참하고도 어이없는 참극의 끝에서 이 아이는 나를 오히려 위로하고 있다. 수줍은 얼굴로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녀석의 머리를 끌어안고 이마에 키스해주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괜찮다니까요."

내 등을 토닥이는 소란의 작은 손이 느껴진다. 그렇게 소란을 꼭 끌어안고 한참을 있었다.

"근데요, 선생님."

"응?"

"이....이건 다들 원래 이런 거예요?"

소란이 가리킨 건 내 자지였다. 다시 한 번 남자라는 생물에 절망했다. 조금 전까지 자괴감에 빠져 울고 있었고 내 키의 반토막밖에 안 하는 녀석에게 위로를 받고 있던 한심한 놈에게 달린 살덩이는, 진짜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다시 꼿꼿하게 발기하고 있던 것이다. 소란과 비슷할 정도로 나 역시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가릴 수도 없는 그 녀석은 아주 신나게 허공을 향해 꺼떡거리고 있었다.

"그...그게....."

"남동생 목욕 시킬 때도 많이 봤는데.... 많이 다르네요?"

"그런가? 아무래도 아이들 것과는...."

옷이라도 입었으면 좋겠지만 우리의 옷가지는 어디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 널려있는 천쪼가리들은 죄다 찢어진 옷뿐이다. 아무리 약에 취했어도 옷을 좀 얌전하게 벗었어야지. 이제와 늦은 후회를 해보지만 소용없다. 신문지를 주워다 덮고 싶었지만 그것도 이미 늦었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게 다 들어왔단 거잖아요."

"으응? 그...그렇겠지?"

난 뻘쭘해 죽겠는데 소란은 나의 기색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소란의 부드러운 몸을 가까이 하고 있느라 기운을 얻었던 녀석이 이제는 서툰 손짓까지 받아 기운을 더해 기세를 드높이고 있었다.

"신기해요."

"뭐가?"

"저는 제 ..... 거기를 본 적은 없지만 책 같은 데서 이야기를 읽어보곤 상상해본 적이 있거든요. 그래 보았자 다리 사이의 틈 같은 걸텐데 거기에 뭐 같은 걸 어떻게 넣냐 싶었죠. 그래도 동생들 꼬추 보면서 저 정도 크기면 되겠다 싶었는데....이렇게 크다니....."

간접 교육과 직접 교육의 간극을 설명하는 것처럼, 차분하게 이어지는 소란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니 녀석보다 내가 더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간신히 침을 꼴딱 삼키고 부탁했다.

"저기, 소란아. 근데 그것 좀 그만 만지면 안 될까?"

그러자 소란이가 깜짝 놀라하며 손을 느슨하게 했다.

"에? 아! 아프세요? 제가 막 만져서?"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러면요?"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날 올려다보는 소란을 보고 있노라니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나 내 마음 한쪽 구석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어두운 기운은 다른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아이는 어찌 되었든 이미 나와 관계한 녀석이었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원래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는 거라고... 내 마음속 어둠이 말하고 있었다.

"니가 자꾸 만지니까.... 다른 생각이 들어서 그래."

"어떤 생각이요?"

숨을 들이켰다. 나는 짐승이다.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말을 하고 만다.

"소란이한테 다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

".....아."

좀 텀을 두고 내 말을 알아들은 소란은 황급히 손을 떼었다. 녀석의 반응을 보니 미안해졌다. 후회했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미안... 저기....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미쳤나 보다."

그러나 소란은 내 말을 듣고 정나미가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니었다.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응?"

소란은 턱으로 한쪽 구석에 누워있는 미애를 가리켰다. 이쪽을 향해 등을 보이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저 언니가 깨지는 않을까 하고...."

수줍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소란을 보고 있으니 몸이 급격하게 달아올랐다. 욕구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소란이는 이미 나와 하겠다는 전제 하에 말하고 있는 것이다.

"소란아..."

소란이를 확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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