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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점
눈을 떴다. 온몸이 뻐근한 게 아주 죽을 맛이다. 사정만 허락된다면 따뜻한 물에 푹 담근 채 몇 시간이고 몸을 풀고 싶은 심정이다. 신문지를 덮었다고는 하나 옷 하나 입고 있지 않은 터라 싸늘한 기운에 몸이 고스란히 노출된 건 어쩔 수 없었다. 몸이 으슬으슬하다. 그러나 나보다 먼저 일어난 사람이 있었다.
"일어나셨어요, 선생님?"
"으응... 소란아.. 근데...."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소란이의 얼굴은 녀석 특유의 어려 보이는 인상처럼 해맑기 그지없었지만, 반면에 녀석의 손놀림은 전혀 그러질 못했다.
"그....그거 가지고 지금 뭐 하는 거니?"
"에? 이거요?"
소란의 손에는 지금 내 육봉이 쥐어져 있었다. 정말 신비롭게도... 처먹은 것 하나 없이 단백질만 분사해댔을 그 녀석이 본체인 나보다도 기운이 쌩쌩하게 빳빳해져 있었다. 이 현상은 대체 뭘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싶었다. 소란이는 쭈뼛거리며 말했다.
"제가 듣기로... 남자들이 이거 서 있는 건 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면서요? 그리고 만져주면 좋아한다고....."
"만져주면 좋아하는 거야 맞지만.... 그렇다고 그게 서 있는 게 꼭 그걸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냐."
아침부터 리얼 버라이어티 성교육을 시행해야 하는 걸까. 그러나 나 대신 그걸 시행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침이면 원래 발기하는 거야. 굳이 하고 싶어 하든 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하든지...."
송화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소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본다.
"미애 언니는 그걸 어떻게 아세요?"
"그야 뭐... 예전에도 본 적이 있으니까 그렇지."
무심하게 말을 내뱉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 딴 게 아니라 남동생이, 그래. 남동생이 그런 걸 본 적이 있어. 결코 다른 놈이 아침에 그러고 있는 걸 본 게 아니라..."
"누가 뭐래요?"
내가 싱긋 웃으며 반문하자 그녀는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양변기로 가더니 나한테 외친다.
"고개 돌려요!"
선선히 몸을 돌려 철창 쪽을 바라본다. 등 뒤에서 쏴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물 내려가는 소리가 났다.
"아... 저.. 저도요."
소란이가 그때까지 쥐고 있던 내 물건을 놓고 그쪽으로 뛰어갔다. 소란이 볼일을 마친 후에는 나도 방광을 비웠다. 철창 바깥, 손이 닿을 위치에 가운 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그걸 찾아낸 송화에게서 받아들여 걸쳤다. 싸늘한 기운이 가셔서 한결 낫기는 하지만 싱그러운 10대와 매력적인 20대의 여체를 감상하던 즐거움이 사라져서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소란양. 지금 어디 불편한 데 있나요? 머리가 아프다거나 속이 울렁거린다거나..."
송화는 소란이와 마주 앉아 진찰을 하고 있었다. 아니지, 그녀의 경우에는 진찰이라기보다는 채증이라고 해야 하려나.
"어제까지는 좀 그랬는데 지금은 다른 데가...."
"다른 데 어디? 자세히 말해봐요."
"다리 사이가.... 좀 욱씬거리는 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소란이가 몹시 부끄러워하며 고백하자 송화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나를 째려보았다. 소란이 다리 사이의 욱씬거림을 야기한 피의자는 얼른 철창 쪽으로 달려가 바깥을 보며 딴청을 피웠다. 등 뒤에 검사님의 시선이 굉장히 따갑게 쏟아지고 있는 게 느껴지지만, 묵비권을 행사하기로 한다.
아홉 시가 좀 넘고 나서 사람들이 나타났다. 검은 옷의 덩치들을 대동한 원 목사와 바텐더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진정하라고 당부했던 송화의 이야기만 아니면 당장 뛰쳐나가 저 사이비 목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퍼부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저 꾹꾹 눌러 참고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노려본다. 그러나 이런 나의 불타는 마음과는 상관없이 바텐더의 눈빛은 여전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저 눈빛.... 한 번 겪어보았음에도 익숙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무섭고 섬뜩했다. 원 목사와 그는 철창 앞으로 와서 우리와 대면했다. 원 목사는 나와 소란, 송화를 차례로 훑어보더니 바텐더에게 묻는다.
"어때요, 박사님의 약은 좀 듣던가요?"
"아무렴요. 지난번의 약보다 훨씬 강력하면서도 효과가 빠릅니다. 지속력도 굉장하고.... 단가만 좀 맞춰주신다면 조만간 바로 공급 가능합니다."
"흐음. 요새 신도님들의 기도가 약해서...."
"하하, 기도가 약하다고 누가 그럽니까? 기도원 몇 명 차출하시죠. 그러면 낙원 간다고 좋다면서 달려들 인간들 여럿 있을 텐데요."
저들의 이야기에서 뭔가 낌새를 눈치챘다. 원 목사와 바텐더는 상하 관계가 아니었다. 돈이나 어떤 이해관계로 묶인 관계임이 틀림없었다. 예컨대, 원 목사가 가진 돈과 인간, 그리고 바텐더가 가진 약.... 그것의 교환이 그들의 목적일 게 뻔하다. 그런데 저런 이야기를 왜 여기에 와서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들려줘서 대체 무슨 이득이 있을까. 송화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펴본다. 그녀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고 있었다.
"박사님 실력이야 워낙 출중하시니 의심은 않습니다만... 이게 한두 푼 들어가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원 목사가 거드름을 피우며 바텐더에게 은밀한 표정을 보낸다. 그러자 바텐더는 씨익 웃었다. 어째 저 웃음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가장 확실한 건 품질 아니겠습니까? 좋습니다. 확인시켜 드리죠. 어차피 그래서 모신 거니까요."
바텐더가 한 손을 들자 뒤에 서 있던 두 남자가 철창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왔다. 좁은 징벌실이 꽉 차는 느낌이다. 아까부터 내 품에 안겨 있던 소란이의 몸이 딱딱하게 굳는 게 느껴졌다. 송화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더니 내 팔을 붙든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팔을 뻗는다. 나는 내 품 안에 있는 여자들을 뒤로 확 끌어당겼다. 둘 다 보호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었다. 송화와 소란. 두 사람이 눈이 날 향한다. 흔들리고 있었다. 소란이는 말할 것도 없고, 강인했던 송화마저 곧 다가올 마수에 대한 공포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철창 안으로 들어온 남자들이 나와 여자 사이를 떼어놓으려고 하다가 그게 쉽지 않자 바텐더를 향해 물었다.
"둘 다 끌어냅니까?"
그러자 바텐더는 웃으며 말했다.
"둘까지는 필요 없고, 하나만 끌어내."
남자가 다시 이쪽을 향해 다가온다. 몸으로 막아서려 했지만, 한 명을 감당하는 것도 고작이었다. 다른 한 명이 미처 내가 막지 못한 부분에 팔을 뻗어 붙잡는다. 버둥거리며 그것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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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 A. 송화가 그들에게 붙잡혔다. ::::: 000회를 읽으십시오.
선택 : B. 소란이 그들에게 붙잡혔다. ::::: 204회를 읽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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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연재하면서 욕을 많이 먹는 루트 중에 하나입니다. 다만, 이런 걸 쓰는 저의 마음도 편하지 않으며, 비극을 쓰는 걸 굉장히 즐기는 변태라서 그런 게 아니라는 점만 이해해주십시오.
Main Route를 읽고 오신 분들이라면 한석이 이 교회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 시점에서 이미 그 끝이 그다지 좋지 않으리라 짐작하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누구를 먼저 살릴 것인지 선택해주시기 바랍니다. 일주일간의 선택을 받고, 연재 재개합니다.
먼저 선택하신 루트를 연재되고, 그 루트가 끝나면 선택하지 않은 루트의 이야기도 곧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