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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8
제 이름은 최한석입니다. 나이는 스물 여섯 살이구요. 연구소에 살고 있어요.
연구소 이름은 ... 음... 뇌과학...어쩌구 그랬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외우기에는 너무 길거든요. 윤 박사님한테 맨날 듣는데도 까먹는 걸 보니 저는 아무래도 바보인가 봐요. 리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맨날 쓰고 외우는 글씨도 가끔씩 까먹는 걸 보면 바보 맞는가 봐요. 다만 제가 저를 바보라고 생각하는 건 리나한테 비밀이에요. 제가 지난번에 동화책을 읽다가 모르는 글자가 나와서 저한테 바보, 바보 그랬더니 리나가 저를 꼭 안아주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그래서 리나한테 울보라고 놀렸더니 자기는 원래 이렇게 잘 우는 사람이 아니었대요. 아무래도 거짓말 같은데 그냥 믿어주기로 했어요. 리나는 거짓말도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항상 밥 먹고 나면,
"자. 약 먹자."
하면서 이상한 알약을 줘요. 제가 이건 너무 써서 못 먹겠다고 하면 리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해요.
"이번 약은 박사님이 별로 안 쓰게 만들었대. 한번 먹어봐."
리나 표정이 하도 딱해서 속는 셈치고 먹어줘요. 여전히 써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먹고 나면 리나가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줘요. 제가 왜 약을 먹어야 하는 건지 물어보았더니 리나는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한석이가 원래는 굉장히 똑똑하고... 말도 잘하고, 그런 어른이었어. 근데 아주 나쁜 사람이 한석이한테 이상한 약을 먹이는 바람에 지금처럼 아이가 된 거거든. 한석이가 박사님이 만들어주는 약 계속 먹고 치료 잘 받으면, 다시 좋아질 수 있대."
"내가 원래 똑똑하고 나이도 많았다고?"
"응."
하긴 뭔가 좀 이상하긴 해요. 저는 스물 여섯살이라고 하는데도 병원에서 보았던 열 살짜리 애보다도 모르는 게 더 많았어요.
"그 나쁜 사람은 어디 갔어요? 절 왜 이렇게 만들었대요?"
"그건 몰라... 그 사람은... 더 이상 세상에 없거든."
"죽었어요?"
"뭐... 그렇게 되었어. 본의 아니게..."
본의라는 말이 뭐냐고 물어보았더니 자기가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구요. 가끔 리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가 많아요.
점심 먹고 나서는 레고랑 블록을 가지고 놀 수 있지만, 아침 먹고 나서는 주로 비디오를 봐요. 이상한 그림과 모양이 왔다갔다 하는 재미없는 비디오인데 꼭 봐야 한다고 해서 보는 거예요. 다 보고 나면 박사님이 도화지랑 크레파스를 주면서 아까 본 걸 그려보라고 하는데 그건 굉장히 재미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도화지를 들고 막 뛰어다니면 윤 박사님이 저를 쫓아오면서 도화지를 달라고 소리쳐요. 차라리 그게 더 재미있어서 몇 번이고 그렇게 했답니다. 박사님은 공부도 많이 하고 똑똑한 분이라는데 저보다 훨씬 작아서 놀리기 좋아요. 가끔은 제가 들고 빙글빙글 돌리기도 해요. 제가 딱 들면 박사님은 땅에서 이만큼 떨어질만큼 키가 작아요.
다만 주의해야 하는 게 박사님을 너무 놀리고 있으면 리나가 와서 저를 막 혼내요. 바쁜 분이라고... 그분이 하는 연구가 저를 낫게 하는 거라나요? 근데 저는 딱히 아픈 곳도 없는데 낫게 한다니까 뭔가 좀 이상해요.
아, 아니다. 아픈 거라면 가끔 있어요. 밤에 자다가 악몽을 꿀 때가 있어요. 꿈속에서 저는 이상한 감옥 안에 갇혀 있고 그 안에서 매달려서 어떤 할아버지한테 막 혼나고 있어요. 그러면 자다 깬 제가 엉엉 울게 되고 그럴 때마다 옆에서 같이 자고 있는 리나가 저를 안아주고 달래줘요. 리나의 가슴은 푹신해서 얼굴을 기대고 문지르기 참 좋아요. 기분도 좋구요. 리나의 잠옷을 젖히고 안에 있는 젖꼭지를 야금야금 베어먹으면서 얼굴을 들이밀고 있으면 리나가 이상한 숨을 내쉬면서도 저를 꼭 안아주거든요. 그러면 저는 또 칭얼거려요. 하고 싶은 게 있거든요. 리나는 제가 그럴 때마다 작은 한숨을 짓고 저한테 물어봐요.
"그거... 하게?"
"응."
리나가 알았다고 하면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지를 벗어요. 리나 가슴을 만지고 있다보면 꼬추가 팽팽해져서 정말 아프거든요. 근데 리나가 안 아프게 해주는 방법을 알아요.
"음..."
일단은 먹어줘요. 제가 침대에 서서 꼬추를 내밀고 있으면 리나가 제 엉덩이랑 허벅지를 붙잡고 입으로 꼬추를 삼켜요. 되게 깊이까지 먹어줄 때도 있고 끄트머리만 혀로 살살살 굴려줄 때도 있어요. 처음에는 잘 못했는데 요즘에는 진짜 잘 먹어줘요.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하얀 오줌이 나올 것 같다니깐요. 그렇지만 저는 꼭 참아요. 이거보다 더 재미있는 게 있거든요.
"이리 와."
리나가 팬티를 벗고 다리를 벌려요. 제가 리나 위에 올라가서 꼬추를 갖다대면 손으로 잡아서 어디인지 알려줘요. 리나의 다리 사이는 정말 신기해요. 저처럼 꼬추는 없고 이상하게 생긴 살점이 뽈록거리고 있는데 그 안에 꼬추를 넣을 수가 있게 되어 있어요. 이걸 할 때마다 리나는 제게 말해요.
"이거는... 꼭 나랑만 하는 거야. 다른 사람이랑은 하면 안돼. 알았지?"
다른 사람한테 우리가 이걸 하는 것도 비밀이라고 해요. 저는 고개를 끄덕여요. 다른 사람이랑 왜 하지 말라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하기로 해요. 만약 리나 말을 안 듣고 다른 사람이랑 했다가는 리나가 슬퍼할지도 몰라요. 리나의 파란 눈은 이쁘다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눈물이 고이면 무척 슬퍼요. 화를 낼 때도 무섭구요.
그렇지만 제가 이렇게 꼬추를 리나 안에 넣고 막 움직이고 있으면 이상한 표정이 돼요. 웃으면서도 우는 것 같고 싫어하면서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미안한 사람이 있다고 그래요. 맨날 나랑만 있는데 대체 누구한테 미안할 걸까요. 도무지 모르겠어요. 허리를 열심히 움직이다 보면 리나가 이상한 소리도 내요. 처음에는 아프게 하는 건 줄 알고 놀라서 움직이지 않았더니 리나가 괜찮다면 계속 해달래요. 그래서 다시 움직이곤 그랬어요.
"끄응....리나야... 나...."
"괜찮아... 싸도 돼..."
저는 꼬추에서 오줌만 나오는 건 줄 알았는데 리나가 만져주거나 먹어줄 때, 그리고 리나 다리 사이에 넣고 흔들때는 다른 이상한 것도 나와요. 직접 본 적이 있는데 오줌이라 하기에는 색깔도 이상하고 냄새도 이상했어요. 리나는 그걸 보고 정액이라고 그랬는데 듣고보니 좀 웃긴 이름이라 한참 웃었어요.
리나를 만난 건 연구소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어요. 그 전까지는 병원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윤 박사님이 연구소가 준비되었다면서 저를 데리고 왔거든요. 요즘도 가끔 놀러 오는 송화 아줌마랑 마리, 유진이가 저를 여기로 데리고 왔죠. 병원에서 같이 있던 소란이라고 하는 애는 저보다 더 많이 아파서 다른 병원으로 간다고 했어요. 소란이는 남자만 보면 울어버리는 아이라서 치료가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저랑은 잘 놀았는데... 그 후로는 본 적이 없어요. 다 나으면 연구소에도 놀러온다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어요.
리나가 처음 온 날, 저는 윤 박사님이랑 블록 쌓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어온 리나 때문에 엄청 놀랐어요. 시커먼 옷에다가 얼굴에도 까만 안경을 쓰고 있었거든요. 제가 그걸 보고 무서워서 막 울어버리니까 리나는 안경을 벗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눈알이 다 까만데 리나는 파란 색이라서 신기했어요. 그렇지만 리나 옷이 검은색이라서 무서웠어요. 이상하게 저는 검은색을 보면 기분이 우울해지고 그러거든요. 윤 박사님이 리나한테 뭐라고 했나봐요. 리나는 다른 방으로 가더니 하얀 옷으로 갈아입고 왔어요. 병원에 있을 때 간호사 누나들이 입고 있던 옷이랑 같은 옷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리나한테 물어봤죠.
"누나는 간호사예요?"
"누....나?"
리나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어요. 윤 박사님이 리나한테 그랬어요.
"측정 결과... 지금 실질적인 정신연령은 세 살에서 일곱 살 사이거든요. 가끔씩 어른스러운 말투나 행동을 하긴 하지만 특별히 본인이 인지하거나 반복하진 못 해요. 이름을 기억시키는 것만 해도 꽤 걸렸어요."
"이름을... 기억 못 해?"
"단순한 기억상실이 아니더라구요. MRI를 찍어보았더니... 해마와 측두엽 내부에 손상이 발견되었어요. 롱텀메모리, 그러니까 장기기억력 자체가 손상을 입었고 의식 수준 자체의 활동이 크게 저하되고 있어요. 약물치료를 시행하면 어느 정도 뇌세포 회복을 추구할 수는 있지만... 쉽지 않죠."
"회복되긴, 하는 거지?"
박사님은 대답을 안 했어요. 두 사람이 하도 어려운 이야기만 주고받고 있어서 심심하던 저는리나한테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표정이 이상해졌어요.
"예린.... 아... 아니, 이제 그 이름은 쓸 필요가 없지. 리나라고 불러. 그게 원래 내 이름이야. 따라 해봐. 리나."
"리나."
"잘 했어. 이제 날 그렇게 불러."
그 날부터 리나는 쭉 저랑 같이 놀아주고 밥도 먹여주고 그랬어요. 잠을 잘 때, 처음에는 저랑 따로 잤는데 밤에 제가 악몽 때문에 울고 있는 걸 보고 나서부터는 저랑 같이 있어줬어요. 리나 가슴이 되게 예뻐서 내가 만지려고 막 했더니 처음에는 엄청 놀라서 도망가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안 그랬어요. 꼬추도 그때부터 만져줬구요. 다리 사이에 넣게 해주는 건 한참 나중이었어요. 아침에 저랑 리나랑 나란히 누워있는 걸 본 윤 박사님은 얼굴이 빨개져서 도망가고 그랬어요.
"저기.... 지금도 가끔 성충동이 일거나 그래? 수시로?"
병원에 가는 날, 검사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윤 박사님이 저한테 물어봤어요. 제가 성충동이 뭐냐고 되물었더니 얼굴이 혼자 빨개져서는 아무 말도 못하시더라구요.
병원 가는 것 말고 가끔은 리나랑 외출을 해요. 리나는 운전을 잘 해요. 커다란 검은 차를 몰고 가는데 어떤 커다란 학교나 빌라 같은 데를 한 번씩 가요. 거기서 차를 세워놓고 저한테 물어봐요. 뭐 기억나는 거 없냐고. 그치만 저는 처음 보는 곳이라서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으면 리나가 또 슬픈 표정을 지어요. 예전에 어떤 할머니가 오셔서 저를 붙잡고 막 울고 그러셨는데 그때도 그런 표정을 지었어요. 외출을 하면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신기한 것도 많이 보러가고 그래서 좋기는 한데 자주 가지는 못 해요. 왜냐하면 제가 무서워하는 게 사방에 널려있거든요.
"리나야! 저기... 저기!!!"
"보지마. 이리와."
길을 가다가 제가 무서워하는 게 나오면 전 리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어요. 길에는 그 무서운 게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빨간 색 작대기가 두 개 겹쳐져 있는 모양인데 전 그걸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요. 그게 너무 많아서 제대로 돌아다니질 못해요.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은 연구소에서만 보내게 된답니다.
"오늘, 손님이 와."
"손님?"
아침을 먹고 있는데 리나가 손님이 온다고 했어요. 손님이 뭐냐고 물었더니 절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온다는 거래요. 평소에도 가끔씩 놀러오는 송화 아줌마나, 유진, 마리냐고 했더니 아니래요. 다른 사람이라고 하더라구요. 식사를 마치고 나서 제가 흘린 음식을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게 해주었어요. 거실에 앉아서 레고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자니 마리랑 똑같이 생긴 아줌마가 들어왔어요. 어떻게 마리가 아닌 줄 알았냐면... 어... 어떻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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