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블데이트-221화 (22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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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8

"....오빠..."

마리와 얼굴은 똑같이 생겼지만, 마리는 분명히 아닌 그 아줌마는 절 그렇게 불렀어요. 제가 리나 뒤에 숨으니까 슬픈 표정을 지었어요. 절 보는 사람들은 다들 저런 표정을 한 번씩 짓더라구요. 저는 저런 표정이 싫어요. 그런데 그 아줌마가 데려온 애들은 표정이 밝았어요. 그 애들은 절 웃으면서 쳐다봐서 기분이 좋았어요. 그중에 한 명이 절 가리키며 말하더라구요.

"엄마, 이 아저씨는 누구야?"

신기했어요. 요만한 꼬마들인데 굉장히 똘망똘망하게 생겼더라구요. 게다가 두 명이 얼굴이 똑같이 생겼어요. 이게 쌍둥이라는 건가봐요. 그러고 보니 아줌마도 마리랑 똑같이 생긴 얼굴이니 쌍둥이인가?

"으음... 엄마가 전부터 잘 알고 지내는 분이야."

저 아줌마도 리나처럼 거짓말을 하는 건가봐요. 전 저 아줌마를 처음 보는데... 저 아줌마는 절 잘 안다고 하는군요.

"같이 놀아도 돼?"

두 아이 중에 하나가 제가 들고 있는 레고가 마음에 들었나 봐요. 제 엄마가 허락을 하지도 않았는데 쪼르르 달려와 제가 앉은 테이블에 마주 앉았어요.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블럭을 가져다가 척척 쌓더라구요.

"그...그렇게 쌓는 거 아냐. 여기 이거 보고 이거대로 따라 하면서 쌓는 거란 말야."

설명서를 보여주었는데도 막무가내에요. 리나한테 좀 말려달라고 부탁하려는데 리나는 새로 온 아줌마랑 마주 서서 이야기 중이었어요.

"이제 조직은 거의 다 정리되었어요. 각 사업별 법인 설립도 순조롭고... 조만간 저도 안심하고 은퇴할 수 있겠지요."

"은퇴한다고? 백당에 끝까지 있겠다고 하지 않았어?"

"아예 떠나는 건 아니에요. 그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서 그냥 대주주로만 참여하는 거죠. 지난 3년 동안 너무 지쳐서... 한 십 년은 늙어버린 기분이거든요. 백당 일도 일이지만 민지나 민서가 좀 힘들게 해야 말이죠. 이제 좀 애보기에서 쉬고 싶어서요."

"한석을 보는 것도... 비슷할 텐데?"

"그런가요. 그래도 쟤들보다는 좀 수월하겠죠."

".......지금 보니 그럴 법도 하다."

아줌마랑 리나의 이야기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두 쌍둥이가 제 레고 소방서를 다 망쳐버렸어요. 제가 화를 냈더니 두 명이 번갈아 가면서 혀를 내밀고 자기네들 맘대로 블럭을 쌓더군요. 리나한테 가서 쟤네들을 좀 혼내달라고 했더니 리나가 한숨을 내쉬었어요.

"한석아. 니가... 혼내도 되는 애들이야."

"혼내도 된다니?"

"그런 게 있어."

리나가 제 등을 떠미는 바람에 다시 테이블로 돌아갔어요. 쌍둥이들은 이미 레고에 흥미를 잃었는지 제 스케치북을 가지고 놀고 있더라구요. 크레파스가 필요할 것 같아서 가져다 줬어요. 그래서 같이 그림을 그리고 놀았죠.

"어쩌시겠어요? 저 앞으로 서울에 올라올 생각인데 그때 같이 지내지 않겠어요?"

"네가 한석이를 나한테 계속 맡긴다면야."

"하아. 그때 부탁을 한 건 저였으니.... 뭐라 못 하겠네요."

"후회해?"

"아뇨. 지금 생각해봐도.... 잘했다고 생각해요. 마리에게 맡길까 싶기도 했지만... 그 아이에게는 제 슬픔이 너무 전달이 잘 되기 때문에 오빠를 제대로 위로하지 못했을 거예요. 닥터 윤이 말한 방법도 무리였구요."

"그래서 날 선택했다?"

"후후. 왜요? 싫었어요?"

"그럴 리가."

아줌마와 리나는 한참이나 서서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모르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 나중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것보다도 앞에 있는 쌍둥이들이 제 스케치북을 찢지 못하게 하느라 그게 더 힘들었거든요. 그렇게 저랑 한참을 놀던 아이들이 돌아갈 시간이 되었어요. 저는 무척 아쉬웠지만, 다음에 또 놀러온다고 하기에 손을 흔들어 주었죠. 아줌마는 저를 한 번 안아주고 돌아섰습니다. 아줌마는 가기 전에 자기 이름을 기억해 달라고 했어요. 뭐냐고 물어봤더니 리사라고 했어요. 리나를 쳐다봤죠. 이름이 비슷했으니까요.

"리....사?"

"그래요. 오빠. 다음에 또 볼 테니 그때도 꼭 기억해주길 바라요."

민지랑 민서도 한 번씩 안아주었어요. 무릎을 굽혀 애들을 한 번씩 안아주는데... 기분이 뭔가 이상했어요. 분명 오늘 처음 보는 애들인데도 이상하게 낯이 익었어요.

"또 보자. 안녕~"

"안녕, 바보 아저씨~!"

민지는 입이 좀 험했는데 그래도 민서보다는 덜 까불어서 다행이에요. 리사 아줌마는 리나에게 말했어요.

"간호사복도... 잘 어울리는군요. 언니."

"놀리는 거야?"

"그럴 리가요. 어쩌면 언니는 처음부터 이런 일을 하는 게 가장 어울릴 사람이었을지도 몰라요. 원래부터 말수가 적은 것도 아니었잖아요. 난 항상... 언니에게 고마워하면서도 늘 미안해 했거든요. 이런 길로 걷게 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 언니에게 어울리는 일인 것인가. 그렇지만 그때 아버지와 오빠 이야기를 그렇게 차례로 듣고 나서도 저는 그 일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먼저 생각했어요. 순수하게 슬퍼한 언니와는 달랐다구요."

"그건 네가 마리 때문에... 감정을 너무 컨트롤하려고 해서만 그럴 지도 몰라."

"그럴까요? 후후후. 얼른 가봐야겠어요. 채 변호사하고 저녁 약속을 잡아두었거든요."

"요새도 만나?"

"호호. 지금 있는 새암보다 더 줄 수 있다고 했더니 저희 법인에 고문으로 오는 것도 고려해보고 있다던대요. 비록 끈 떨어진 검사출신이긴 하지만 오히려 이쪽 생리를 더 아니까 잘 어울릴 지도 몰라요."

"잘 해 봐. 또 보자."

그렇게 세 손님은 떠났고 얼마 뒤에 잘 시간이 되자 나는 리나와 침대로 돌아갔어요. 제가 리나의 품으로 파고들자 리나는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어요.

"오늘... 본 손님들, 어땠어? 괜찮았어?"

"응. 애들도 재미있었고 리사 아줌마도 좋은 사람 같아."

"그래? ...그러면 나중에 한석이 다 나으면 연구소 나가서 그 사람들이랑 같이 살래?"

"그 아줌마랑 애들이랑 다같이?"

"응."

"리나는?"

"난 널 떠나지 않아. 다같이 살거야."

같이 산다니. 같이 산다는 건 뭘까요. 이렇게 리나와 있듯이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들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놀아주는 걸까요. 리나에게 물어보았더니 제 생각이 맞대요. 그래서 저는 대답했죠.

"좋아."

리나가 두 팔로 제 머리를 꽉 끌어안았어요. 숨이 좀 막혔지만 괜찮아요. 리나의 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게 되는 거니까요. 보이지는 않지만, 리나의 숨결이 제 머리카락에 와 닿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 우리... 끝까지 힘내보자."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같이 힘내겠다고 했어요. 제가 어느 곳에 가더라도 늘 함께 있어주고.. 설령 어딘가에 잡혀 가더라도 꼭 구해줄 리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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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 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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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데이트 성예린 Rout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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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이라면 하렘이고, 굿 엔딩이라면 굿 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 성예린 루트가 끝났습니다. 연재 중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많이 지체되기도 했습니다만, 가능한한 성예린의 마음을 많이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언제나 리사보다 한 발자국 뒤에 서서 지켜보기만 하는 것 같은 그녀이지만, 행동해야 할 때는 행동하는 그녀가 어떻게 하다가 한석의 곁을 지키게 되었는가가 이번 루트의 주된 포인트입니다.

앞으로 한석은 예린이 지켜주는 가운데, 리사의 도움을 받아 그녀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겠지요. 훗날의 일은 각자 알아서 상상해주시기 바랍니다.

자,

이제 이야기는 기존 분기점이었던 203회로 다시 돌아갑니다. 기억하고 계십니까? 소란이를 돕던 한석은 말세교 교회에 같이 잡혀들어왔고, 송화, 소란과 함께 징벌실에 갇혀 있습니다. 그때 소란이가 그들에게 잡혀가는게 204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송화가 잡혀갔을 때의 이야기를 보게 됩니다.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 잘 기억이 안 나신다고요?

솔직히 말해서 저도 그렇습니다. 새로운 분기 쓸 때마다 앞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는 건 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저도 피할 수 없는 숙제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빠른 시간 내에 다시 돌아오기를 희망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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