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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데이트-222화 (222/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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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9

"가장 확실한 건 품질 아니겠습니까? 좋습니다. 확인시켜 드리죠. 어차피 그래서 모신 거니까요."

바텐더가 한 손을 들자 뒤에 서 있던 두 남자가 철창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왔다. 좁은 징벌실이 꽉 차는 느낌이다. 아까부터 내 품에 안겨 있던 소란이의 몸이 딱딱하게 굳는 게 느껴졌다. 송화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더니 내 팔을 붙든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팔을 뻗는다. 나는 내 품 안에 있는 여자들을 뒤로 확 끌어당겼다. 둘 다 보호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었다. 송화와 소란. 두 사람이 눈이 날 향한다. 흔들리고 있었다. 소란이는 말할 것도 없고, 강인했던 송화마저 곧 다가올 마수에 대한 공포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철창 안으로 들어온 남자들이 나와 여자 사이를 떼어놓으려고 하다가 그게 쉽지 않자 바텐더를 향해 물었다.

"둘 다 끌어냅니까?"

그러자 바텐더는 웃으며 말했다.

"둘까지는 필요 없고, 하나만 끌어내."

남자가 다시 이쪽을 향해 다가온다. 몸으로 막아서려 했지만, 한 명을 감당하는 것도 고작이었다. 다른 한 명이 미처 내가 막지 못한 부분에 팔을 뻗어 붙잡는다. 버둥거리며 그것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송화가 그들에게 붙잡혔다.

"송화 씨!"

내 품 안에 안겨있는 소란이 때문에 동작이 자유롭지 못했다. 한 남자가 송화를 끌고 가는 동안 다른 남자가 몸으로 나를 막아선다. 그러나 송화는 자신을 끌고 가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더니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말했다.

"이거 놔. 내 발로 가겠다."

그녀의 기세에 눌린 남자가 원 목사 쪽을 쳐다보자 그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송화는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최한석. 너한테는 내가 말한 게 있을 거야. 누나 말 잘 듣고 있어. 다녀올 테니까."

어젯밤, 무슨 일이 있어도 나서지 말라고 당부하던 그녀의 말이 떠올라 간신히 뛰쳐나가려는 마음을 억눌렀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 뛰쳐나가 그녀를 되찾아오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의 내가 저 덩치들을 둘이나 제압할 수 있을 것인가. 설령 잘 먹고 잘 지내던 평소라도 될까 말까 한데 지금은 쫄쫄 굶고 혹사당한 몸을 하고 부젓가락 하나도 제대로 못 들 상태였다. 더군다나 나를 붙드는 작은 손이 있었다.

내려다보니 품 안의 소란이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문 나는 녀석을 꼭 끌어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철저하게 무기력한 나 자신이 이토록 한심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 송화가 철창 밖으로 나오자 바텐더는 품 안에서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젠장. 저 무색무취, 그러면서 뭔가 이상한 맛의 약이 분명하다. 나를 짐승의 상태로 몰아넣었던 이상한 약물. 저걸 다시 꺼낸다는 건.... 그리고 저걸 마실 사람은 분명.....

"근데 목사님 취향은 좀 더 어린 쪽 아니셨습니까?"

그러자 원 목사가 껄껄 웃으며 답했다.

"신의 은총을 전하는 데 구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그는 철창 안의 나를, 아니, 엄밀히 말하면 소란을 위아래로 쫘악 훑어본다. 소란의 살갗에 돋아난 소름에 나까지 닭살이 돋을 지경이다.

"하긴... 뭐, 일단 계집이라면 다들 똑같은 건 가지고 있으니까요."

바텐더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송화 뒤에 있는 남자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남자 한 명이 송화를 붙들고 턱을 강제로 벌렸다. 송화는 이를 악물고 바락바락 대들었지만, 복부를 강타당하고 뺨을 몇 번 얻어맞고 나서 빈사 상태가 되었다. 억지로 벌린 입 사이로 유리병 주둥이를 비집고 넣는다. 바텐더가 들고 있는 유리병의 액체가 고스란히 그녀의 안으로 흘러들어간다. 송화의 코를 잡고 액체가 충분히 넘어간 것을 확인한 바텐더는 꽤 자랑스럽다는 듯이 원 목사에게 말했다.

"이번 칵테일의 특징은 지난번 칵테일보다 훨씬 더 빠르다는 점입니다. 여운도 오래 가구요. 마시는 것만으로도 주사와 비슷한 반응속도가 나옵니다. 아마 쓰시기에 최고일 겁니다."

"그렇습니까? 허허. 기대되는군요."

원 목사의 비릿한 표정을 보며 불안해졌다. 그가 지금부터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짐작이 가기 때문에 마음이 더 무겁고 처참해졌다. 품에 안고 있는 소란이를 끌어다가 얼굴을 내 가슴팍에 묻게 했다. 팔을 들어 소란의 귀를 틀어막는다.

"흐윽.....!"

가만히 서 있던 송화의 다리가 풀렸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눈이 풀리고 입가에는 침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내 쪽을 돌아보고 외쳤다.

"보지 마.... 한석... 보지 마....."

"송화 씨....."

"보지 말라구.... 흐으윽...... 끄으윽......"

그게 그녀가 제정신을 가진 상태에서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바로 그다음 순간, 그녀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만다. 저토록 즉효였나, 저게? 나도 한번 당해보긴 했지만,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라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멀쩡한 상태에서 바라본 그 약물의 효능은 공포스러울 지경이다.

"흐끄윽....흐윽....흐아......"

못내 괴롭다는 듯이 그녀는 자신의 가운을 벗어젖히며 바닥을 굴렀다. 그 모습을 보며 바텐더가 껄껄 웃으며 원 목사에게 말했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정말 즉효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군요. 지난번 물건은 워낙 오래 걸려서 기도를 한참 하고 시작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저년 다리 사이를 보십시요. 아주 흥건하지요?"

송화는 새우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 한 손으로는 자기 가슴을, 다른 한 손으로는 다리 사이를 만지며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저 약을 마셔본 사람으로서.... 저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다. 몸 전체에서 이상한 느낌이 피어오르고 그걸 어쩌지 못하는 괴로움이 마구 넘쳐나게 된다. 외부의 자극을 향해 눈을 돌리게 되고 그 결과.....

"허허. 이 년 보십시요. 이제 완전히 개가 되었습니다."

"하하하. 정말이군요. 어떻게, 뭐라도 좀 줘야지 않을까요?"

송화는 네 발로 기다시피 하여 원 목사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그들은 무척이나 즐거워하고 있었다. 바텐더는 자신의 약이 성공적으로 작용했음을 자랑할 수 있어 좋았고 원 목사는 또 다른 욕망을 위해 기뻐하고 있었다. 그는 바지춤을 풀며 말했다.

"제가 늘 말했지요. 우리 교회 신도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방법은 딱 하나라고."

"뭡니까, 그게."

"제 앞에서 가랭이를 벌리는 년은 내 신도요, 아닌 년은 나가리라고 말입니다. 이제 박사님 약만 있으면 천하가 다 제 신도겠군요."

"하하하. 저야 금액만 맞게 쳐주신다면야 전 국민이 목사님 신도 되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원 목사는 허리띠를 풀고 바지를 내렸다. 젠장.... 임마! 그런 짓을 할거면 경고라도 좀 해주고 시작하란 말이야! 어디다 그런 좆도 아닌 물건을... 아니, 좆이 맞나? 암튼 초라한 물건을 꺼내 드는 거냐!! ..... 크윽..... 다른 남자의 성기를 본다는 건 참 불유쾌한 일이다. 송화가 원 목사의 다리 사이를 향해 얼굴을 가까이 대는 것만 보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쭈웁-쭈웁-

소리만 들어도 뭐 하는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있다. 내 귀를 틀어막고 싶었지만, 한쪽 팔은 소란이를 끌어안고 다른 한쪽 팔은 소란의 머리를 감싸고 있느라 그럴 수 없었다. 괴로웠다. 그러나 나의 괴로움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두 인간.... 아니, 저것들을 인간이라 해도 좋을까..... 두 괴물을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쭈웁-쭈웁-추아-

"오호라~ 허어, 이 년. 아주 믿음이 깊습니다~"

"목사님 천국 보내드리는 일인데 아무렴 열심히 해야겠지요."

"원래 대단히 앙칼진 년이었는데 이 정도까지 하다니... 박사님 정말 대단하시군요."

"이게 다 목사님의 지원 덕분입니다."

"어디, 아래 입도 위에 있는 입만큼 잘하는지 확인해볼까요?"

"그러시죠."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윽고 들려오는 송화의 교성...... 어젯밤 나랑 할 때만 해도 입을 꾹 다물고 끝끝내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던 그녀였는데..... 지금은 마치 짐승이 울부짖듯이 비명을 질러가며 쾌감의 소리를 외쳐대고 있었다. 쩔컥거리는 마찰소리. 살끼리의 충돌. 그것들이 무엇을 할 때 일어나는 소리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나는 몸을 돌리고 부들부들 떨었다. 애써 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소란의 귀를 틀어막고 있느라 내 귀를 틀어막을 수가 없었다. 젠장할!! 게다가 소란이는 어찌 된 일인지 자꾸 고개를 들려고 해서 그걸 내리누르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흐어....흐엉.....헝......."

퍼억- 퍼억- 퍼억-

"어이쿠, 이 년 조이는 거 보게!"

"하하. 목사님 표정이 아주 천국이십니다."

"하아. 박사님, 아주 할렐루야입니다. 흐으..."

퍼억- 퍼억- 퍼억-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악마의 시간은, 원 목사의 끄윽거리는 소리로 끝이 났다.

"으음... 역시 박사님입니다. 품질 확인이 끝났으니 곧바로 납품 해주십시요."

"하하. 감사합니다. 조만간 준비되는 대로 알려드리죠."

"근데 이 년의 상태가....?"

"아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 약은 즉효인 동시에 여운도 오래갑니다. 앞으로 서너 시간은 이런 상태랍니다."

"허허. 그래요? 그럼 일단 기도원으로 데려가도록 하죠. 굶주린 형제들이 제법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시겠습니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문소리가 났다. 주변이 조용해질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그러고 있었다. 잠시 후 완전한 고요가 돌아오고 나서, 그제야 고개를 들고 뒤를 돌아본다. 빌어먹을. 송화의 가운이 바닥에 흐트러진 채 놓여 있었다. 바닥에 흥건한 저 액체는 그녀가 흘린 애액이리라.

너무도 비참한 기분에 나도 모르게 울컥해졌다. 물론 그녀와 내가.... 어떤 백년가약을 맺은 사이는 아니다. 정말 뜻하지 않게 강제적으로 범하다시피 관계를 가졌고 그 이후에도 그 여파로 인해 잠시 몸을 섞었을 뿐이다. 그러나 불과 어젯밤까지만 해도 내 품 안에 안겨 있던 그녀가 지금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짐승처럼 유린당하는 데도 난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그만두라고 소리치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내리 나흘 가까이 굶었고 미친 듯이 섹스를 탐닉한 끝에 몸이 혹사한 탓도 있을 것이다. 전신에 힘이 하나도 없다. 나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았다. 도무지 서 있을 힘이 없다.

"선생님....."

내 품 안에 안긴 소란이가 꿈틀거린다. 녀석을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너만은 지켜내리라. 그렇게 다짐하며 눈물을 삼켰다. 그러나 그다음 순간 내 품 안에서 들려온 소리에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선생님..... 절 안아주세요....."

"뭐라고?"

기겁하며 고개를 숙여 소란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녀석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송화가 그렇게 당하는 걸 지척에서 보고 있느라 무섭고 두려워서 불안에 떨고 있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녀석은 마치 조금 전의 송화처럼, 그러니까 약을 한 사람처럼 굴고 있었다.

"제 몸을....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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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너무 오랜만이라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부정기 연재가 될 것 같습니다.

업데이트할 때는 몰아서 하는데, 아닌 시기는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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