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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9
일단 옷을 벗고 가까운 욕탕에 들어가 씻고 나왔다. 개인 라커에는 수건처럼 부들부들한 재질로 된 가운이 있었다. 주변 아저씨들을 살피니 다들 알몸에 그것만 걸치고 돌아다니고 있어서 나도 따라 했다. 위장용으로 가져온 뿔테안경을 고쳐 쓰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커피는 무료였지만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여기 사우나가 일 년에 얼마인지 카탈로그에서 이미 본 탓이었다. 아무리 좋아봐야 결국은 목욕탕인 곳인데, 이런 곳을 일 년 동안 이용하는 비용이 대학교 일 년 치 학비보다 비싸다는 걸 알고 나니 이젠 금액에 대한 감각이 사라졌다. 이곳저곳에서 받는 음료와 간식을 아무리 배 터지게 먹는다 한들 일 년 이용료의 백 분의 일이나 될까 싶었다.
사람이 많은 곳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또 너무 돌아다니면 의심을 살까 싶어서 신문, 잡지가 비치된 곳에서 한동안 앉아있기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한 번씩 훔쳐보며 어젯밤 필사적으로 외웠던 사진 속 인물과 비교해본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오후만 되어도 피곤해졌다. 여섯 시가 되기 전에 사우나를 나와 다시 택시를 타고 시 외곽으로 향했다. 산 입구에 예린의 차가 세워져 있었다. 택시에서 내려 그쪽으로 옮겨 탔다.
"오늘은 별일 없었어요. 어제 봤던 사람들도 나타나지 않았고요."
"그런가요."
예린은 딱히 실망하는 기색이 없었다. 별장으로 돌아간 우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물에 불린 냉동식품을 먹고,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 날도 사우나에 갔고, 별일 없이 돌아왔다.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별장으로 돌아온 난 예린에게 살짝 투덜거렸다.
"정말 그놈들이 자주 오는 곳이 맞아요? 다른 곳과 헷갈린 건 아니에요?"
"그렇지 않습니다. 거기가 맞습니다."
"오늘은 혹시 내가 놓치는 사람이 있나 싶어서 최대한 입구 가까운 곳에서 계속 쭈그리고 있었는데도 예린 씨가 말한 놈들은 못 봤어요."
"...그렇게 계시지 말고, 내부를 더 돌아다니십시오. 혹시 마사지실은 안 가셨습니까?"
"에? 거기는 따로 돈을 내야 된다던데요."
예린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무래도 내가 놓친 부분은 바로 그쪽인 것 같았다.
"...내일부터는 오전, 오후, 한 번씩 마사지를 받으십시오. 전에 드렸던 회원권에 신용카드 기능이 있으니 결제는 그걸 사용하시면 됩니다."
카탈로그를 미리 읽고, 무료인 시설만 열심히 이용한 나는 바보가 되었다. 다음 날, 오전 적당한 시간을 잡아 마사지실로 가보았다.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마사지실도 그 자체로 하나의 홀이 따로 있었다. 홀 안쪽에는 좁고 긴 복도가 따로 있었는데, 아마도 홀과 대기실에 있던 손님들이 방이 비면 그쪽으로 안내되는 구조인 모양이었다. 홀 한쪽에 있는 안내 데스크에 회원권을 내밀었다. 접수를 맡고 있는 키가 작고 예쁘장한 아가씨가 내게 물었다.
"코스는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코스요?"
이게 무슨 달리기 트랙이나 자동차 주행도 아니고 코스가 따로 있단 말인가. 아니면 중국 요리에서도 코스 요리가 있다는데, 그런 의미이려나.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아가씨에게 물었다.
"이 호텔은 뭐가 있죠? 전에 다니던 곳과 좀 달라서..."
그러자 아가씨는 뭔가 알았다는 듯이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웃을 때마다 생기는 볼 한쪽의 보조개가 꽤 귀여웠다.
"발 마사지, 전신 마사지 둘 중 하나가 기본 코스시고요, 여기에 전립선 마사지 추가 가능하십니다. 풀 코스일 때는 30% 할인 들어가세요."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할인이 들어가는 게 좋아 보였다.
"풀 코스로 할게요."
"건식으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좋은 걸로 해주세요."
"네.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아가씨는 내 회원권 카드를 긁어 금액을 결제하고 내게 돌려주었다. 영수증을 주나 싶었는데, 따로 주지도 않았다. 과연 얼마일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애초에 이 회원권 일 년 가격에 기가 질린 터라... 만약 알게 되면 기분이 상할 것 같아 궁금증을 그냥 접어두었다. 대기실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더니 내 이름을 불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가명을 불렀단 말이다.
안내를 받아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 젊은 아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슴골과 어깨가 많이 드러나있고, 속살이 비칠 정도로 얇고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그녀는 눈을 감고 서 있었다. 날 이 방으로 안내한 여자가 좋은 시간 보내라는 인사를 남기고 문을 닫았다. 그러자 눈을 감고 있는 여자가 내게 꾸벅 인사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맹인 마사지사 소미입니다. 가운을 벗고 이쪽으로 엎드려 주십시오."
아... 그제야 그녀가 왜 눈을 감고 서 있는지 알았다. 앞이 안 보이는 분이라고 하니, 마음 편하게 가운을 벗고 방 가운데 놓인 베드에 엎드렸다. 특이하게도 얼굴 부분에 구멍이 뚫려있어서 엎드리면서도 얼굴이 걸리적거리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마사지사는 양초에 불을 붙이고, 오일을 가져와 자기 손에 바르기 시작했다. 눈이 보이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었다. 몸에 완전히 익은 모양이었다.
"사장님.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소미는 손을 뻗어내 내 머리와 어깨, 그리고 허리와 발가락 끝을 한 번씩 건드렸다. 왜 그런가 싶었는데, 아마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 손님의 몸 크기와 모양을 손으로 가늠하는 모양이었다. 낯선 사람의 손길이 내 몸에 닿는 거라 처음에 약간 움찔했지만, 손길 자체는 정말 편안하고 안정적이었다. 등부터 시작해서 목 뒤와 어깨를 주물러 주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마사지는 정말 천국에서 대접받는 느낌이 바로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였다. 특히 목 뒤를 눌러 줄 때는 나도 모르게 억-하는 소리가 나왔는데, 아프다거나 괴로운 게 아니라 정말 몸에서 막혔던 부분이 툭 하고 터져나가는 느낌이라서 낸 소리였다. 무협지에서 말하는 혈도가 뚫린다는 기분이 이런 건가 싶을 정도였다.
"많이 뭉치셨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굉장히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웠다. 마치 꿈결에 듣고 있는 어머니의 자장가 같은 느낌이었다.
"어, 네..."
"마사지 안 받으신 지 좀 되신 모양이에요."
"네. 바쁘다 보니..."
사실은 태어나 처음 받는 거긴 한데, 사실대로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거짓말을 조금 했다. 최소한 여기서는 나는 대학교 중퇴한 최한석이 아니라 좋은 아이템으로 사업체 하나를 일궈낸 청년 실업가...라는 설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인인 나도 종종 까먹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노곤하면서도 안락한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이 비싼 돈을 내고 마사지를 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럼, 올라가겠습니다."
"네, 올라 가시....네?"
뭐냐고 묻기도 전에 스윽하는 느낌이 나더니 그녀가 내 위에 올라탔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는데, 체중이 실리니까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누르는 힘이 아까와 확연히 달라졌다. 나도 모르게 끙끙거리는 소리가 계속 나올 정도다. 오일의 미끄덩거리는 느낌과 나긋나긋하고 감미로운 손길, 부드러움과 힘을 겸비한 마사지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그럴 지경이었는데, 자, 잠깐.
"지금 어디 만지시는 거죠?"
"네?"
소미의 손이 내 사타구니 안쪽으로 들어오더니 고환을 문지르고 있었다. 전신마사지도 아니고 풀코스라는 게 그런 의미였단 말인가.
"거, 거길 왜..."
"아, 앞으로 해드릴까요? 누우시겠습니까? 사장님."
소미가 잠깐 내려서더니 내가 앞을 보고 눕는 걸 도와주었다. 여태까지 몸에 가해진 자극이 있던 터라 육봉이 꼿꼿하게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녀는 보일 리 없겠지만... 으억, 거길 손으로....
"헙. 저, 잠깐만요."
"네?"
한 손으로는 내 육봉을 쓰다듬고, 다른 한 손으로는 고환 아래쪽을 어루만지던 소미가 의아한 표정으로 날 돌아보았다.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는 건 기묘한 느낌이었다.
"분명히 제가 선택한 코스가..."
"네. 사장님께서는 풀 코스 선택하시어 전신과 발 마사지, 그리고 전립선 마사지 들어가십니다."
"전립선? 그게 뭔데요?"
"아아, 처음이시군요. 전립선의 위치는 이곳 안쪽이지요. 여길, 마사지 해드리는 겁니다."
맙소사. 전립선이라는 곳이 어디인가 했더니 바로 고환 아래 회음부로 이어지는 쪽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곳을 살짝 자극하면서 조금씩 눌러주었다. 안 그래도 자극을 받아 빨딱 서 있던 성기가 한층 더 팽팽해졌다. 보이지는 않지만, 나머지 한 손으로 그걸 쓰다듬으며 상태를 체크한 소미는 익숙하게 손가락으로 위아래를 훑어주었다.
"으윽...."
"억지로 참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억..."
"입으로 받아드릴까요?"
익숙하지 않은 쾌감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거기에 뭔가 더 강렬한 자극이 더해졌다. 소미는 숫제 입이 진공청소기라도 되는 것처럼 귀두 전체를 흡입하면서 빨고 있었다. 물론 손은 육봉과 회음부 자극을 멈추지 않았다.
"으윽..."
츄웁- 츄웁- 츄웁-
"아, 소미 씨... 으윽...."
추웁-
더 이상 버티질 못했다. 그대로 소미의 입속을 향해 쫘악하고 싸버리고 만다. 사정감이 지나치다 못해 뭔가 내 몸에서 쫘악하고 빨려 나간 느낌이었다. 안 그래도 마사지로 온몸의 긴장감이 다 풀려 있는데, 사정 후의 탈진감까지 더하고 나니 전신에 기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소미는 방 한쪽에 놓인 세면대에 가서 입을 헹구고 내게 다시 왔다. 이번에는 약간 끈적한 오일을 손에 바르더니 발 마사지를 시작한다. 이번에도 아주 시원하기는 했지만, 몸에 기력이 남아있지 않으니 좋고 말고의 느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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