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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5
"언짢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
고개를 푹 숙이고 그녀에게 용서를 구했다. 난 정말 그녀들을 그렇게 생각한 적 없는데, 억울하다.
"죄송합니다. 지금 제 사과를 받아주시지 않더라도 아무튼 나중에라도 꼭 다시 찾아와 사과드릴게요."
고개를 한 번 더 꾸벅하려는데 내 머리 위에서 유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중이요? 지금이 아니라?"
"네? 그게......"
이건 또 뭔 소리인가 싶어서 고개를 들고 그녀를 쳐다보는데 무표정한 얼굴에서 뭔가 다른 표정으로 바뀌고 있었다. 저건 어떤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선생님은 지금 제 기분을 안 좋게 해놓고 나중에 사과하시겠다는 거냐구요."
"지금은 사과를 받을 기분이 아니실 것 같아서...."
그러자 그녀는 손가락을 하나 세워 내 코앞에 들이댔다.
"제가 이렇게 살기 시작한 후 세운 원칙이 하나 있어요."
"뭐...뭔데요?"
"첫째, 언제나 웃자. 둘째, 웃을 수 없는 일이 생기면 바로바로 풀자. 말이에요."
"그러셨군요."
정말 원칙대로 살고 계시군요. 훌륭하십니다.
"제 원칙에 따라 선생님 사과는 지금 받아야겠어요."
"알겠습니다. 바로 사과드릴...."
"말 나부랭이는 필요 없어요."
"에엑?"
유미의 손이 내 어깨를 가볍게 짚고 밀쳐낸다. 뒤에 놓인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나는 황망한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드레스의 어깨끈을 잡아 내리며 사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과는 몸으로 받는 게 가장 확실하니까요."
그녀는 다시 웃고 있었다. 날 가볍게 밀어 넘어뜨린 유미는 곧바로 허벅지위로 올라탔다. 긴 치마인데도 불구하고 허벅지에서부터 슬릿이 주욱 나 있는 터라 그녀가 다리를 벌려 나를 올라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탄력 있는 허벅지가 내 쥬니어를 가볍게 압박하고 있었다.
"전 그렇게 딱딱한 사람도 아니고 복잡한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내 얼굴 가득히 압박해오는 그녀의 흉부 덕분에 그녀가 딱딱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겠다. 아니, 지나치게 부드럽고 몰캉몰캉해서 그 느낌에 오히려 내가 "딱딱"해지고 있다. 풍만한 살덩이가 얼굴 가득 덮여있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내 귀에 대고 그녀가 조용히 속삭였다.
"우리 가볍게 서로를 위로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쌓인 응어리 같은 건 풀어내면 되요. 그러면 싸우지도 않고... 좋죠?"
대답 대신 간신히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난 그녀에게 응어리 같은 건 없었고 솔직히 생각해보면 그녀도 없는 응어리를 억지로 만든 게 아닐까 싶은 그런 생각도 들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사정을 다 말하기는 곤란했다. 입안에는 이미 유미의 유방 하나가 머금어져 있어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세상 사람들이 싸우는 이유는 서로 이렇게 친하게 지내지 못해서 그런 거예요."
자신의 유방 하나를 내게 내주고 내 귓불을 잘근잘근 씹어가는 그녀가 이토록 평화를 사랑하는 박애주의자인 줄은 몰랐는걸. 러브 앤드 피스 정신, 훌륭하십니다. 그녀는 내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손을 안으로 넣어 이미 단단해질 대로 단단해진 녀석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어머, 이렇게 훌륭한 걸 묵히고 있으면 벌 받아요."
"유... 유미 씨. 저는...."
그러자 그녀는 손가락 하나로 내 입을 가로막더니 한쪽 눈을 살짝 윙크하며 말했다.
"물론 선영이나 유진이한테는 비밀로 해드릴게요."
내가 선영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니까 그런 배려는 참으로 고맙기도 합니다만, 아니, 대체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내가 선영이랑.... 그런 건 그렇다 치고 유진이한테는 대체 왜 비밀인건데? 흐악! 생각은 길어지지 못했다. 내 앞에 쭈그리고 앉은 유미의 입안으로 내 몸의 일부가 "먹히는" 순간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딥 쓰로트라고 하던가. 목구멍 깊숙이 단번에 쑤셔 넣어진 페니스는 마치 손으로 쥐어진 것처럼 압박당한다. 단숨에 빨아들이고 다시 살살 구슬리는 모양새가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쾌감을 급속도로 끌어올린다.
"천천히 즐기고 싶지만, 빨리 넣고 싶기도 해요."
그녀는 그대로 내 위로 올라타더니 자신의 다리 사이로 내 물건을 잡아넣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감촉을 즐기는 그녀의 표정이 몹시도 야릇하다. 지금 이 상황, 그녀의 유방, 삽입하고 있는 느낌 이 모든 것보다도 그녀의 표정이야말로 가장 야했다.
"하아... 역시.... 흐음....."
그녀는 허리를 슬슬 좌우로, 혹은 앞뒤로 움직이면서 자신의 내부를 채우고 있는 뜨겁고 단단한 물건의 감촉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나에게 열중하고 있는 그녀와는 다르게, 난 다른 여자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한 여자랑 응응하면서 다른 여자를 생각한다는 건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유진과 선영.
방금 유미가 날 올라타기 전 유혹하며 보여준 표정에서, 난 유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유진이 간혹 날 향해 보여준 표정에서 문득문득 이런 유미의 표정과도 같은 느낌이 났다는 게 생각났다. 그 어린 것이 나이와 맞지 않게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건 아마도 핏줄의 힘인 모양이다. 타고났다고 해야 하나... 아직 덜 여물어서 그렇지 만약 이대로 유진이가 잘 자라만 준다면 지금 유미가 내뿜는 색기 정도는 어렵지 않게 능가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선영... 지금 유미가 날 올라타 있는 이 순간, 난 선영에게 "미안해" 하고 있었다. 지금껏 해온 행동에서 결코 한 여자에게만 충실했던 나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선영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육탄 계약으로 유진은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었지만, 그녀로서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 유미는 예상하지 못했겠지. 아아. 지금 이 순간도 선영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의 수발을 들어가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겠지....
"선생님?"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유미의 농염한 목소리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살짝 웃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집중하지 못하시는군요."
"아니, 저... 그게....."
그때였다. 바깥에서 뭔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이 벌컥 열린다. 별안간 나타난 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난 깜짝 놀랐다.
"최한석!"
"소....송 선생님!!!"
문을 열고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지애였다. 웨이터 몇 명이 그녀를 제지하려고 했으나 막무가내로 들어선 그녀를 결국 막지 못한 모양이었다. 얼마 전 유미와 키스하고 있는 걸 지나에게 들킨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정도로 민망한 꼴을 연출하고 있는 나는 자세를 바로 하고 싶었지만, 내 위에 올라타고 있는 유미 때문에 곤란했다. 라이브 포르노도 아니고 이게 대체.... 흐트러진 두 사람의 옷차림, 달라붙어 있는 모양새, 달아올라 있을 대로 달아올라 있는 방안의 후덥지근한 분위기를 읽은 지애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소리를 질렀다.
"이게 뭔가요, 최 선생!"
"..........."
"지금 대체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죠? 뭘 하고 있는 거냐구요!"
"소... 송 선생님....."
말문이 턱 막힌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바로 오늘 낮에 그녀에게 주의를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모습을 그녀에게 고스란히 들켜버린 것이다. 눈앞이 캄캄하다. 이런 장면은 남에게 들켰다는 부끄러움도 부끄러움이었지만, 내 실습이 이제 어떤 상황에 다다랐는가 생각해보니 아찔해진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담당 사수한테 이런 모습을 보이고도 내 교생 실습이 무사히 끝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지애는 폭발 일보 직전이었고 난 패닉의 우물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유미는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어깨끈을 바로 하고 몸을 일으키면서 웨이터들에게 손짓했다.
"일단 너희는 나가 있도록 해."
사무실 문이 닫혔고 방에는 나와 지애, 유미 이렇게 셋만 남았다. 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유미는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허리를 굽혀 내 물건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아쉽지만, 이젠 집어넣어도 돼요."
"아, 넷!!"
너무 당황한 터라 꺼내져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지애도 순간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유미의 행동을 보고는 그녀도 기겁하고 만다. 내 물건이 아주 잠깐이지만 지애의 시선에 노출되었다. 허겁지겁 바지를 추켜올리는 동안 지애는 유미를 째려보며 소리쳤다.
"지금 뭐 하는 짓이죠? 부끄러워해도 모자를 판에 뭐 그리 당당해요? 여기 내가 있는 게 안 보여요?"
"그게 왜요? 한석 씨가 그쪽 남자는 아니잖아요. 당신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내가 좀 놀았기로니 그렇게까지 열 낼 건 없잖아요?"
"가지고 놀았다고....? 무슨 말을 그따위로!!... 당신은 정신이 있어, 없어?!"
"남의 가게에, 그리고 남의 은밀한 시간에 예의도 없이 쳐들어온 사람보다는 낫죠."
"뭐라구요?"
생긋 웃어 보이기까지 하는 유미와는 달리 지애의 표정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유미에게 말로 이기기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녀는 내 쪽을 돌아보며 외쳤다.
"내가 그렇게 알아듣게 이야기했는데.... 최 선생, 정말 실망스럽네요."
대답할 면목조차 없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유미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석 씨 굉장히 만족스러운 분이에요. 전 전혀 실망스럽지 않던데요?"
"당신은 제발 닥쳐요!"
"내 사무실에서 내가 이야기하는데 누가 나보고 닥치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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