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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5
수영이는 남자어른을 무서워했다. 지금이야 조금 나아진 거지만 그 전에는 남자어른의 그림자만 봐도 기겁하여 도망가곤 했단다. 효진이네 집에서 머무를 때는 주로 여자들에게만 둘러 싸여 있어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부산에 내려 온 후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수영이는 자신의 남성성을 거부했다. 하루는 자기 성기를 장난감 가위로 자르려다 실패하고 펑펑 울기도 했고 남자 옷은 죄다 꺼내서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별수 없이 지혜는 수영이에게 여자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게다가 자기 엄마를 꺼려하는 탓에 효진이가 선미를 보내어 보살피게 했다.
"그래서 그때 그렇게 울었구나... 우리 집에서 목욕을 시키려고 옷을 벗기는데 한사코 싫어하더라고. 그리고 꼬추를 보곤 남자애인걸 알아서 남자애냐고 물었더니 울었어."
"응... 그래도 어떻게 잘 달랬나보네?"
"나는 그렇게 못했어. 아라가 했지."
"아라가?"
"응. 아라가 나한테 여자애 그만 울리라면서 욕실에서 나가라고 했어. 그리고 자기가 씻겼지."
지혜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보통 똑똑한 게 아니네. 아빠를 안 닮아서 그런가 봐."
"....어이, 이보세요."
여태까지 울던 지혜는 그제야 조금 웃었다. 그녀는 내 가슴에 얼굴을 밀착하며 중얼거렸다.
"후후... 진짜, 선영 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한 번 보고 싶다. 저렇게 똑똑한 아이를 너와 함께 낳고 잘 키운 사람이라니... 멋진 사람이었겠네."
"그래, 멋졌지..."
지혜의 이야기가 끝났으니 이제 내 차례다. 선영이와 내당리에서 살던 이야기를 드문드문 늘어놓기 시작했다. 둘 다 도시 생활의 때가 제대로 빠지지 않았던 터라 귀농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초기에는 많이 헤맸다. 그때 했던 실수들만 늘어놓아도 삼박 사일은 이야기하고도 남을 분량이다. 지혜는 그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도시 사람에게는 재미없는 이야기일 게 분명한데도 그녀는 기쁘게 들어주었다. 아라를 낳고 이제 농사일에 육아까지 보태지자 정신은 두 배로 없어졌다.
여기쯤 이르자 새근새근하는 지혜 숨소리가 들렸다. 잠든 모양이었다. 알몸인지라 춥지 않도록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꿈을 꾸었다. 간만에 선영의 꿈이었다.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집에는 아이와 어머니가 있던 터라 우리 둘은 종종 뒷산으로 올라가 관계를 가지곤 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깊은 숲 속에서, 달빛조자 흐르지 않는 유심한 골짜기에서, 우리 둘은 서로 뜨겁게 얼리곤 했다.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함께 계곡으로 들어가 천둥벌거숭이처럼 물장난을 치곤했다. 물이 너무 차가워 추워지면 다시 몸을 뜨겁게 하기 위해서 함께 어울리곤 했다.
우린 그랬다.
그것이 그녀와 나의 황홀한 시간이었다.
"으음..."
눈을 떴을 때, 익숙하고도 낯선 감촉을 느꼈다. 내 한쪽 어깨를 베고 누워있는 어떤 이의 머리가 느껴졌다. 잠이 덜 깨어 꿈과 현실의 은근한 경계에 있을 때, 그게 마치 선영의 머리처럼 느껴졌다. 손을 들어 가만히 쓰다듬고 있노라니 점점 손끝의 감각이 현실로 돌아온다.
"우웅... 깼어?"
"어? 어..."
선영의 목소리가 아닌 지혜 목소리. 내 여자가 아닌 여자의 목소리에 가슴이 아팠다. 그렇지만 내색할 수는 없다. 선영 때문에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 지혜는 내 팔을 베고 누워있었다. 겨드랑이 쪽으로 더 파고 들어온다. 그녀는 거기에 대고 속삭였다.
"뭐랄까... 요 몇 년 만에 가장 푹 잔 거 같아."
"잘 잤어?"
"응. 아마도 한석이 너 덕분인가 봐."
고개를 올려 날 쳐다본 지혜는 수줍게 웃었다.
"늘 쉽게 잠이 오지 않았어. 불안하고 또 불안하고... 언제 그 사람이 다시 찾아오면 어떡하나 괴로워하고..."
"그래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 거야? 그러다 중독된다, 너."
"후후. 알코올중독 정도는 아니야. 그렇지만..."
지혜의 손이 내 가슴팍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내 살결을 어루만지고 흘러간다.
"한석아... 난 아마도 남자 중독인가 봐."
"지혜야..."
"남자가 독이라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또 남자를 찾아... 그걸로 내 결핍이 채워지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도, 또 찾고 그래. 여태까지는 그게 없어서 그렇게 계속 괴로워하고 있었던 걸까."
"지혜야... 난 독이 아냐."
"후후훗. 알고 있어. 코까지 고는 네 옆에서 곤히 잔 걸 보니 나도 별로 정상은 아닌가 보다."
지혜는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내 맨살을 가볍게 훑고 지나갔다. 소름 비슷한 감각이 온몸에 확 일어났다. 기분 나쁜 소름이 아니라 좋은 소름 말이다. 자고 있던 온몸의 감각이 확 일어나는 듯한 그런 감각.
"가끔... 가끔은 옆자리를 빌려줄래? 무리한 부탁이라고 생각한다면..."
고개를 저었다. 손을 뻗어 지혜의 얼굴을 감싸 쥐고 말했다.
"무리한 건 아냐. 오히려 네가 무리하지 않았으면 해."
지혜의 얼굴을 살짝 당긴다. 그녀는 내 신호를 알아차린 듯 눈을 감았다. 서로의 입술을 겹쳐본다. 부드럽지만 살짝은 마른 듯한 아침의 입술이 서로 부대낀다. 그러다 입을 열고 혀를 꺼내어 서로의 입안을 침범한다. 머리를 쥐고 있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몸을 훑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 나신을 더듬어 곡선을 찾고 깊은 곳과 높은 곳을 구분한다.
"하아... 하... 한석아..."
"옆자리를 빌려줄게. 하지만, 사용료는 받아야 하지 않겠어?"
그러자 지혜는 눈을 뜨곤 날 향해 살짝 흘겼다.
"....예전이랑 정말 다르구나?"
"뭐가?"
"전에는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고 그랬는데... 이젠 약간 느끼할 정도야. 너무 능숙해."
나도 모르게 푸훗하고 웃고 말았다. 그녀의 코를 살짝 깨물며 말했다.
"그땐 총각이었고, 지금은 아저씨잖아. 게다가 한 번 다녀온 아저씨."
"나도 한 번 다녀온 아줌마야."
"그럼 더 잘 어울리겠네."
아까부터 팽팽해져 있는 물건이 아플 정도로 발기해있었다. 뜨거울 정도로 덥혀진 그것은 지혜의 허벅지에 계속 문대지고 있었다. 지혜는 손을 내려 그걸 살짝 쥐며 말했다.
"오랜...만이네?"
"그래서 싫어?"
지혜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어젯밤 펑펑 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표정을 더할 나위 없이 밝았다. 그녀는 몸을 움직여 나와 겹쳐지며 속삭였다.
"아냐, 반가워."
지혜는 고개를 숙이더니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밑동부터 혀로 조금씩 빨아대더니 제일 윗부분까지 맛을 본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내 위로 올라탔다. 크다는 말로는 모자라 거대하다고 해야 할 그녀의 가슴이 내 얼굴 앞으로 나타났다. 젖을 마주한 아이가 본능적으로 그러하듯이 입을 내밀어 가슴을 핥기 시작했다. 유두를 물고, 유륜을 희롱하고, 한 손으로 제대로 쥐어지지도 않는 가슴 하나씩을 주무른다. 천상의 감촉이었다.
"흐윽....흐읍....흑..."
가슴을 괴롭힐 때마다 지혜는 움찔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엉덩이가 내 물건을 계속 건드리고 있었다. 가슴에서 손을 떼고 엉덩이를 쥔다. 살짝 들어 올리는 힘을 주자 의도를 알아차린 그녀가 무릎으로 몸을 지탱하고 하반신을 내게 맞춘다.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그녀의 젖은 동굴이 활짝 열려있었다. 꼿꼿이 선 기둥으로 찔러대자 그녀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하앗....!"
자기도 어쩌지 못하는 걸 아는지 내 목에 얼굴을 묻는다.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애들이 들으면 어쩌려고."
"흐윽... 모, 몰라..."
그렇게 서로의 반가움을 확인하는 몸짓이 시작되고 있었다. 밤은 길었고, 우리의 뜨거움은 쉽게 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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