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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5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어차피 지금 나가도 차 막히고 늦을 거야. 천천히 나가자. 그리고 집에다 미리 연락하지 뭐."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를 스피커폰 모드로 눌러 집 전화번호를 눌렀다. 몇 번 신호가 가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선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수영이가 우리 집에 거의 매일 놀러 오다시피 하니 선미가 우리 집에 있는 것도 이제는 꽤나 자연스러운 모양새가 되어가고 있었다. 통화 연결이 되었다. 선미의 목소리가 들리자 내가 말했다.
"아, 선미 씨. 오늘도 수고가 많군요. 애들은 잘 있죠?"
"지금 둘이서 눈 가지고 소꿉장난 중인데요."
지혜와 난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물론 소리는 내지 않았다.
"저런, 춥지는 않나요? 옷은 따뜻하게 입혔겠죠?"
"장갑도 다 끼고 있습니다."
"저기,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누가 아빠하고 누가 엄마하고 있나요?"
"아라가 아빠하고 수영이가 엄마하고 있습니다."
선미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이 차분하고 조용했다. 그녀는 그런 목소리로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제가 애기하고 있습니다."
"푸-앗!"
난 잘 참았는데... 지혜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녀가 황급히 입을 막기는 했지만, 이미 선미는 들은 모양이다.
"지혜 님도 거기에 같이 계시나요?"
"아, 네에..."
지혜는 어쩔 수 없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선미는 오늘 수영이에게 뭘 먹였고 무슨 옷을 입혔는지 하나하나 보고하기 시작했다. 선미의 세세한 보고를 들으며 그녀가 참 꼼꼼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언젠가 듣기로, 그녀는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보좌하는 직업인을 양성하는 학교 출신이라고 했다. 그런 학교가 있는지 금시초문이었지만, 선미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참 반듯하게 훈련된 사람이라는 느낌이 왔다. 지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선미의 보고를 듣더니 대답했다.
"저희는 좀 늦을지도 몰라요. 잔무가... 좀 있어서... 흡."
내 손가락이 그녀의 바지 안으로, 그리고 다리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잔뜩 젖어버려 질척거리고 있는 지혜의 질 안을 중지로 살짝살짝 쑤셔본다. 지혜가 기겁하며 날 돌아보았지만, 난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슴을 주무르면서도 손가락의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잔무가 있으시다고요?"
지극히 차분한 선미의 목소리와는 달리 지혜는 살짝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조금 벌려진 입술 사이로 가쁜 숨이 새어 나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게 눈으로 보였다. 내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그 커다란 엉덩이를 이리저리 움직여보지만, 그렇다고 쉽게 떨어질 내가 아니다.
"네... 네엥... 흡...."
"그럼 저녁은 어떻게 할까요. 애들을 먼저 먹일까요?"
"그...그래주...흐응.... 그래줘요. 네, 제발...."
"제발?"
"아, 아니... 흐윽... 그...그만...."
"저녁을 그만 먹이라고요?"
"아뇨. 그게... 거기가 아니라... 하압."
더 이상 골려대었다간 나중에 지혜에게 많이 혼날 성 싶었다. 가슴을 주무르던 손으로 그녀의 입을 살짝 막았다. 지혜가 혀를 내밀어 내 손가락을 핥는 동안, 내가 선미에게 빠른 목소리로 말했다.
"아, 선미 씨. 지금 지혜가.. 아니, 총무팀장님이 많이 바빠서요. 제가 도와드리고 있거든요. 이 일만 마무리하면 집으로 갈 겁니다. 그렇지만 식사는 먼저 하세요. 선미 씨도 시장하실 텐데."
"저는 괜찮습니다만 애들을 먼저 먹이도록 하겠습니다. 밖에서 놀아서 춥고 배고플 테니까요. 따뜻한 종류로 준비하겠습니다."
"네에. 알아서 해주세요."
"보아하니 눈이 많이 오더군요. 운전 조심해서 오시길 바랍니다."
"예에, 선미 씨도 수고가 많아요."
통화가 끝나자마자 지혜는 내 손가락을 콱 깨물었다. 있는 힘껏 깨문 건 아니지만, 큰 소리로 엄살을 피워본다.
"아야야야야."
"너어. 통화중에는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도 지혜 보지 쑤시는 게 재미있는 걸 어떻게 안 해."
"아이 참... 부끄럽게... 흐음..."
"이젠 다른 걸로 쑤셔줄까?"
"몰라..."
토라지는 지혜의 얼굴이 너무도 귀여웠다. 그녀의 얼굴에 키스를 퍼붓곤 다리 한쪽을 들게 했다. 팬티를 벗기고 각도를 조심스레 맞추어 천천히 진입했다. 움찔거리는 조갯살이 내 물건을 삼키는 광경을 최대한 자세하게 묘사하며 들려준다. 지혜는 헐떡이는 가운데도 그 이야기를 다 듣고 있다.
"지혜 보지가 움찔거리는 게 너무 예뻐... 내 자지를 막 환영하는 것 같아."
"하악...하아...흐음....환영이라니..."
"안으로 박았다가 밖으로 빼낼 때 말야. 살이 살짝 딸려 나오는 건 마치 자지가 빠지는 걸 아쉬워하는 것 같아."
"그...그렇지 않아...하악..."
"이젠 좀 더 세게 해줄까?"
"몰라... 니 마음대로 해줘. 흐응....허억...허으으응...."
허리를 들이미는 속도를 점점 더 올린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점점 급박해지도록 지혜의 허리를 붙들고 앞뒤로 맹렬하게 움직인다. 책상이 흔들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도 그 소리가 지혜의 신음소리보단 결코 크지 않았다. 그렇게 책상에서 한 번 해놓고 나서 나중에는 그녀를 번쩍 들어 안고 창가로 가서 하얗게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뒤로 박아주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접대용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지혜를 올라타고 물건을 들이밀자 그녀는 별다른 불평 없이 쪽쪽 거리며 맛있게 빨아주었다. 잘 세워졌으니 또 박아주어야한다....
그러한 모든 행위가 끝나고 집에 갔을 때는 시간이 꽤 늦었다. 이미 아이들이 다 잠들고 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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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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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야야야."
"너어. 통화중에는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
아직 통화가 끝나지 않았지만, 상대방은 통화가 끝난 줄 알고 있다. 선미는 블루투스 이어폰의 버튼을 누르려던 손을 멈칫 했다. 그녀의 귀에 반대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그들은 지금 단둘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도 지혜 보지 쑤시는 게 재미있는 걸 어떻게 안 해."
"아이 참... 부끄럽게... 흐음..."
"이젠 다른 걸로 쑤셔줄까?"
"몰라..."
끈적끈적하게 감기는 한석의 목소리, 잔뜩 열 오른 지혜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보니 선미의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이어서 들리는 삐꺼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질척한 살 마찰음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섹스 중 적나라한 대화까지도...
"이모! 거기서 뭐해?"
청각에 온 신경을 쏟고 있던 선미는 깜짝 놀라 이어폰의 버튼을 눌렀다. 벤치에 앉아 있던 그녀는 코트에 쌓인 눈을 털어내며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눈을 한 군데 모아서 넓적한 원통 모양을 만들고 있던 아라가 선미를 올려다보았다.
"선미 이모, 추워요? 얼굴이 빨개."
"아, 아냐."
선미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바닥의 눈을 그러모아 아라가 쌓고 있는 덩어리에 보태주었다.
"아라는 뭐하니? 지금 케이크 만들어?"
"네! 이거 크리스마스 케이크! 좀 있으면 크리스마스라서 수영이랑 저랑 아주 큰 케이크 만들어 먹을 거예요. 미리 연습하는 거죠."
"그러니? 그래. 나도 도와줄게."
"근데 아빠랑 지혜 아줌마는 안 와요?"
아라의 천진한 질문에 눈으로 만든 케이크를 토닥토닥하던 선미의 손이 멈칫했다.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오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마, 두 분 다 오늘 늦으실 거야. 일이... 좀 많으신가 봐."
선미는 아이들에게 차마 어떤 일이라고 말할 순 없었다. 그것이 어떤 일이고, 어떤 모양이며, 어떤 소리가 나는지...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는 모든 것을 그저 안으로 조용히 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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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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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밝혀보는
휴먼오토엔지니어링연구소 HAEL 구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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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진 : 총 3인 박효진, ㅇㅇㅇ, ㅇㅇㅇ
대표 - 윤가희
소장 - 나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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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팀장 - 백인걸
- 테스트팀장 - 정진형
- 총무팀장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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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팀 하위부서 - 프로세스개발파트 PPT : 책임 - 성준모, 선임 - 배수영, 주임 - 박혜인
- 개발팀 하위부서 - 구동개발파트 APT : 책임 - 이미래, 선임 - 노승영, 주임 - 김대범, 대리 - 이영제
- 테스트팀 하위부서 - 화학파트 CPT : 책임 - 박상돈, 선임 - 임경환, 주임 - 천광진
- 테스트팀 하위부서 - 계측파트 IPT : 책임 - 정주원, 선임 - 김동규, 주임 - 김낙헌
- 총무팀 : 주임 - 백희경, 대리 - 최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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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장급 아래에 파트장 두 명, 각 파트마다 책임연구원, 선임연구원, 주임이 있는 형태입니다.
* 팀장과 소장은 연봉제이며 2년 계약으로 되어있습니다. 책임연구원 미만은 전부 직원으로 종신고용 보장. 호봉제. 연구가 길어지거나 큰 작업이 있는 경우 일용직을 뽑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별도로 비정규직을 채용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석의 고용이 상당히 튀어 보이는 것. 노조는 없습니다.
* 지혜를 제외한 나머지 팀장과 소장은 전부 대학교수들인지라 회사에 상주하기보단 학교 연구실과 R&D협약으로 맺은 일종의 명예직이며 회사에는 가끔 나옵니다. 진정한 관리직은 소장과 지혜 정도.
* 이번 루트를 제외하고 다른 루트에서도 연구소 비스 무리한 게 조금씩 나오는데 기본적으로 이 구성을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루트에 따라서 인적 구성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