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블데이트-350화 (350/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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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카페 미리내

"아니요. 정말 유니폼 할.......거예요."

어째 말끝에 기운이 좀 없었다. 초향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꼭 그거일 필요는 없잖아요. 제가 추천 좀 해드릴게요."

초향은 남은 차를 홀짝 다 마셔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은미에게 다가왔다. 손을 내밀어 은미를 잡아 일으키고는 아까 본 스튜디오 설비 옆에 있는 거울로 데려갔다. 2미터가량 되는 높이에 폭만 해도 1미터가 족히 되어 보이는 대형거울이었다. 난데없는 거울 속 자신과의 대면에 놀라 뻣뻣한 자세로 어정쩡하게 서 있는 은미의 양팔을 붙든 초향의 모습이 비쳐진다.

"판 지 좀 되긴 했지만, 저 옷이 기억이 나네요. 사 가신 분은 한 남성분이었는데 브라 부분을 좀 고쳐달라고 하시더라구요. 70에 H컵으로요. 전 또 무슨 이상한 사람이 그냥 전시용으로 쓰려나 싶었는데 지금 보니 딱 맞을 사이즈였네요. 어때요, 괜찮던가요?"

거울을 통해 초향의 시선이 은미의 가슴에 못 박혔다. 은미는 어쩐지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간신히 고개만 끄덕였다. 마음 같아서는 아까 그 옷을 입고 느꼈던 자신의 이런저런 느낌을 말해버리고 싶었지만, 그 이야기까지 하기는 심하게 부끄러웠다. 은미의 몸 전체를 훑어보면서 또 구석구석 뚫어져라 쳐다보던 초향이 한참 만에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사실 저 옷은 남자들의 판타지만 가득한 거지 정말 여자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지는 못 해요. 은미 씨가 예뻐지고 싶다면 저 옷보다 중요한 게 따로 있답니다."

"뭔데요?"

설마 저것보단 더한 옷이 또 있단 말인가? 은미는 초향의 다음 말이 너무 궁금해졌다.

"바로 자신감이에요."

초향은 그렇게 말하며 은미의 어깨와 목을 뒤에서 잡아당겼다.

"자, 어깨 펴시구요. 목 드세요. 예. 그렇게요. 항상 그렇게 구부정하게 하고 있으면 다가올 남자도 도망가겠어요. 안 그래요?"

"그....그래도....."

자신의 콤플렉스를 가리기 위해 그녀는 항상 약간 구부정한 자세를 짓고 있었다. 가슴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도록.... 그러나 초향은 그걸 당당히 드러내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호호호. 이렇게 훌륭한 것을 가지고 계시면서 어째서 애써 가리고 숨기려고 하는 거죠? 이건 단순한 살덩어리도 아니고 지방 덩어리도 아니에요. 은미 씨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 덩어리인 거죠."

"하윽.... 초....초향 씨. 소...손이...."

"그렇게 좋은 것을 이런 멋대가리 없는 셔츠에 감추고 잘 뻗은 다리를 밋밋하고 펑퍼짐한 청바지에 숨기고 있군요. 이러면 절대 예뻐지지 않아요."

어깨로부터 시작된 초향의 손길이 목과 등을 지나 허리 뒤를 가볍게 눌러 은미를 자세를 바로 잡더니 어느새 앞으로 돌아와 가슴의 아랫부분을 받쳐 들고 있었다. 은미는 기겁을 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두 팔로 뒤에서 안다시피 한 초향에게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초향은 숫제 마사지라도 하는 것처럼 은미의 허리와 언더바스트를 주물러주었다. 그러나 그건 효진이 하는 것처럼 성희롱 같은 손길도 아니었고 그녀의 신체를 함부로 다루지도 않았다. 마치 소중한 보물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부드럽고 달콤했다. 은미는 다리에서 힘이 좀 풀린다고 생각했다.

"잠깐 기다려봐요. 아까 업소 종류가 뭐라고 하셨죠?"

"업소라니.... 그냥 커피숍인데요."

"흐음. 커피숍인데 유니폼으로 하신다라....."

초향은 뭔가 생각하는 눈치더니 한쪽 벽에 가서 무언가를 가져왔다. 검은색으로 된 원피스 같았다.

"이걸로 갈아입어 보세요."

"네? 갑자기...."

"일단 절 믿고 입어보세요."

은미는 그것을 받아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탈의실 같은 건 따로 보이지 않았다.

"저기, 탈의실은...."

"뭐, 어때요? 같은 여자끼리."

"네? 그...그래도....."

"자, 얼른요. 다른 옷도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요."

초향이 몸을 돌려 행거로 간 사이 은미는 칸막이 뒤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탈의실도 아닌 곳에서 옷을 벗으려니 꽤 부담이 되긴 했지만, 일단 가게 밖에서 보일 염려는 없었기에 셔츠와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여름이긴 하지만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으로만 있으려니 좀 쌀쌀했다. 얼른 원피스에 발을 넣어 올려 입으려는데,

"잠깐요. 브라는 빼고 입으세요."

"꺄악!!"

갑자기 칸막이 뒤로 쑤욱 들어온 초향이 은미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어냈다. 그 동작은 흡사 적을 노리며 표창을 날리는 닌자와도 같이 신속했다. 워낙 빨리 한 동작에 이루어졌기에 자신의 브래지어가 풀렸다는 걸 은미가 깨달았을 때는 이미 컵에서 풀려난 가슴이 서늘한 공기에 완전히 노출되고 난 후였다. 은미는 팔로 자기 자신을 끌어안고 소리쳤다.

"자...잠깐만요."

"팔 떼세요. 브라 빼야죠. 치파오 안에 캡 달려 있어서 그냥 입으시면 된다니까요?"

"그...그래도요. 잠깐만요."

두 팔로 자신의 상체를 끌어안아 보지만, 이미 그녀의 터질 듯한 유방은 초향의 시선에 완전히 노출된 후였다. 초향은 은미의 부끄러움에 전혀 개의치 않고 위아래로 훑어보며 살짝 미소까지 지었다.

"역시 좋은데요.... 암튼 빨리 입어보세요. 다른 것도 준비했으니까요."

"알았어요. 저기, 너무 가까이 오지 말아 주세요."

"어머, 제가 잡아먹기라도 하나요?"

눈빛만으로는 이미 은미를 여러 번 잡아먹고도 남을 듯한 초향이었지만, 씨익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은미가 옷을 모두 끌어올려 입고나자 초향이 뒤에서 지퍼를 올려주었다.

"어때요. 이런 느낌도 괜찮죠?"

"예? 예에... 어쩌면요."

초향이 권한 옷은 중국 전통 의상인 차이나 드레스의 개량버전이었다. 대개 롱드레스 형태인 전통형식과는 달리 무릎 위 20센티 가량에서 끝나는 치렁치렁 하게 나풀대는 미니 원피스 형태였다. 잘록하게 허리를 감싸고 들어가더니 위쪽으로 가슴의 풍만함을 한번 강조하고는 다시 어깨와 목을 감싸고 올라가는 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가슴의 가운데에는 아주 작은 예쁜 하트 모양으로 노출된 부분이 있어 그녀의 깊은 계곡을 생중계하고 있다. 어깨부분에는 중국 전통 매듭처럼 된 라인이 어깨를 은근히 드러낸다.

"여기에 블랙 하이삭스를 코디하시면 전체적인 노출도는 최소로 하면서도 은근한 매력은 유감없이 발휘되죠. 어떠세요?"

은미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보면 조금 허풍 같았던 "모든 여자가 예쁘다"라는 초향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자기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자화자찬도 아니고 순수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본 자신에 대한 평가였다. 가슴의 윤곽이 도드라지는 것에 지레 겁먹고 여태까지 이렇게 붙는 종류의 옷은 한 번도 입어보질 못했다. 그러나 지금 거울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은 충분히 여성적이고 또한 매력적이다. 가슴을 보고 칭찬하던 초향인지라 당연히 가슴만 엄청나게 노출된 의상을 권할 줄 알았는데 도리어 팔과 어깨를 덮는 부분도 정성이 들어가 있고 목까지 올라온 모양새라 정숙하면서도 발랄한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실크재질의 검은색은 빛을 받아 살짝 여릿한 문양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것 또한 나쁘지 않았다.

"자,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어깨 펴시구요. 등 곧게 유지하세요. 좋아요. 그렇게요. 자신감 잊지 마세요. 자신감."

그다음에 초향이 권한 옷은 미니드레스였다. 숄더리스로 처리되어 있어 브라 끈이 노출되었지만, 초향은 도리어 번쩍거리는 체인으로 된 브라 끈으로 바꿔 달아주었다. 시선을 분산시킨다나 어쨌다나. 가슴에서부터 허리 아래까지 일자로 내려가는 핏이라 그녀의 컴플렉스인 가슴이 그렇게까지 부각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앙증맞고 귀여운 라인이다. 머리에는 아기 손바닥만 한 장식용 모자를 얹어준다. 말 그대로 귀여움, 그 자체다. 은미는 살짝 감동했다.

"교복도 한 번 해보겠어요? 이게 의외로 괜찮거든요?"

자신이 학교에 다녔을 때는 일부러 큼직한 사이즈의 블라우스와 재킷으로 상체를 뒤덮고 다녔었지만, 여기서는 초향이 권하는 대로 몸의 핏을 살리는 교복으로 입어본다. 단추가 튀어나갈 것 같은 상의 블라우스는 맨 위 단추 두개를 풀어 가볍게 걸치듯하고 깡총한 치마 아래로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밴드 스타킹을 입어본다. 노골적으로 야해지려는 의지가 전해진달까. 은미는 다른 의미로 가슴이 뛰었다. 어쩐지 한석을 이 자리에 불러 그녀의 이런 모습들을 마구 선보이고 싶었다.

"자, 어떠세요? 다른 것도 많이 권해보고 싶지만 아까 말씀하신대로 네 벌을 바로 구비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랍니다. 그리고 커피숍이라고 하셨죠? 거기서 이런 복장도 나쁘진 않잖아요? 조금 쎄긴 하겠지만요."

초향의 웃음에 은미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은미는 한참 고민하다가 아까 맨 처음 입었던 치파오를 집어 들었다. 초향이 은미의 선택을 칭찬했다.

"그걸로 하시게요? 좋은 선택이세요."

은미는 자기를 빼고도 카페 점원들의 사이즈를 어림하여 불러주었다. 초향은 사이즈를 찾아오겠다면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카페 점원들에게 이 옷을 보여주며 이제부터 카페 근무복이라고 한다면.... 과연 쉽게 납득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자신의 욕심, 그러니까 한석에게 이런 모습을 선보이겠다는 본인의 야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억지로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사실 구차하게 카페 근무복이니 유니폼이니 하는 변명을 굳이 하지 않고도 그냥 자신이 좋아서 이렇게 입고 있다고 항변한다면 뭐라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원래 자기 자신의 주장이 강하지 못한 은미의 사고는 거기까지 이르지 않고 있었다. 그저 아까 자신을 몰아세우던 유진에게 할 변명거리를 궁리하다 보니 이렇게까지 하게 되는 것이었다. 아까 유진이라는 여학생이 내뿜는 기색은 소심한 은미가 쉽게 당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내 초향이 옷들을 가져왔다.

"포장해드릴까요?"

"그래주세요."

초향은 화려하게 생긴 상자를 꺼내 옷을 일일이 포장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포장까지 다 끝내고 막상 계산을 하려고 보니 네 벌 모두 합한 가격이 은미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비쌌고 그녀가 준비해온 예산을 아득히 초과했다.

"그.... 가격이면 전 한 벌밖에 못 사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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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레즈씬을 넣고 싶다는 욕구는 불끈불끈. 초향의 변태력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딱히 레즈물을 보거나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묘사력이 딸려 그만둔 건 안자랑

아, 그리고 1997년도, 저 시기에도 쇼핑몰이 있긴 있었답니다. 대중화되지 않아서 그렇지....

제가 하려다 말아먹은 쇼핑몰은...... (침묵).... 으, 가슴 아픈 이야기는 생략하죠.

예전에 뉴스 한 꼭지를 보면서 "애자매"풍으로 경영하는 쇼핑몰 야설을 한번 설정해보기도 했답니다.

기회되면 언젠가 꼭. (.......대체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몇 번인지 이젠 기억도 안 나는군요.)

글을 쓰다가 혹시나 싶어서 물랑루즈라는 이름으로 쇼핑몰이 있나 검색해보니 진짜 있네요!! 뜨헉!!

해당 업체와 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잠깐 클릭해서 들어가 보니 너무 점잖은 옷들만....

저랑 전혀! 상관이 없는 옷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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