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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데이트-375화 (375/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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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3

그러다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리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저.... 저기, 우리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야?"

"뭐가요?"

"아까 마리가 크게 놀랐다면서... 그런데....녀석한테 가보거나 그러지 않아도 돼?"

리사는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곁에 있는 예린이 언니가 필요한 조치는 모두 취했어요. 지금 당장 간다고 해도 도착하려면 한참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감정이 연결되어 있으니, 지금 제가 느끼는 안정감과 포근함이 마리에게도 도움이 될 거예요."

리사는 내 품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도리어 더 파고들었다. 그녀가 한 말 중에서 "필요한 조치"라는 게 어떤 건지 궁금했지만, 어쩐지 짐작이 가면서도 그게 뭐냐고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선배라는 이름으로 후배들에게 몹쓸 짓을 하던 쓰레기 같은 인간이 지금 어떤 꼴일지 궁금했지만, 내가 알 필요가 없었다. 예린이라면, 실망스럽지 않게 처리했으리란 믿음이 있었다.

그때, 내 품 안에 안겨 있던 리사가 꿈틀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내 턱밑에 대고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살짝 토라진 듯 했다.

"저랑 있으면서 마리 생각하기에요?"

"아니, 내 말은 그게..."

대답이 궁하여 버벅거리고 있노라니 그녀가 활짝 웃으며 팔을 뻗어 내 목을 끌어안았다.

"다시 말하지만, 오히려 이러는 게 마리한테 위로가 될 거예요. 나쁜 기억은 빨리 사라지게... 더 기분 좋은 일을 하는 게 나아요."

"정말?"

"그렇다니까요."

어쩐지 기분은 요상했지만, 리사가 그렇다는 데 별다른 이의를 달 수 없었다.

"그럼,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게, 뭔데?"

"....글쎄요...."

배시시 웃는 리사. 너무 아름답다. 너무 귀엽다. 막 깨물어 주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이 생글생글하게 잘 웃는 표정으로 날 놀리던 지난 주 일이 떠올랐다.

"자...잠깐. 그러면 말야. 어, 그게 그러니까...... 지난주에.....내가.... 마리랑....."

막상 말을 꺼내려니까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무슨 이야기인지 이미 눈치 챈 리사는 더 생글거리며 내게 되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구요, 오빠? 네에?"

"크으. 너 솔직히 말해. 그때 내가 마리랑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거! 그래, 다 알고 있었구나!"

그러나 리사는 여전히 웃으며 눈만 깜빡거릴 따름이었다. 앙큼한 표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까 겁에 질려 놀란 표정보다는 훨씬 보기 좋았다.

"어머,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네가 그랬잖아..... 강렬한 느낌 이라면 전달된다면서! 내가 만약 마리랑.... 그랬다면.... 으음... 그러니까."

중요 단어를 말하지 못하니까 말이 자꾸 빙빙 돌았다. 리사는 여전한 표정으로 날 놀려댔다.

"그러니까 전 모른다니까요. 그게 어떤 느낌인지."

"모를 리가 없잖아. 그게 그.... 그러니까 결코 작은 느낌은 아닐 텐데."

"모르겠다니까요."

이불을 돌돌 말은 채로 샐쭉거리는 리사가 참을 수 없을 만큼 귀여워 보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 그녀는 알몸에 이불만 말고 있었다. 이불을 살짝 잡아당기자 화들짝 놀라며 이불을 움켜쥐었다.

"그럼, 좋아. 내가 가르쳐 줘도 되겠지? 음? 리사 양? 모른다고 했으니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느끼함을 줄줄 풍기면서 리사에게 다가간다. 그녀는 그런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입술을 삐죽거렸다.

"치이. 마리랑은 먼저 키스해놓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그.... 그걸 어떻게...."

그 언젠가, 지혜를 기다리며 밤을 지새우던 나는, 비록 엉겁결에 대상을 착각하고 하긴 했지만, 분명 마리와 나는 찐한 키스를 했더랬다. 키스만 한 게 아니기도 하고..... 리사는 툴툴거렸다.

"말했잖아요. 느껴진다고. 그때 제가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구요. 마리한테는 첫 키스였는데 그게 보통 느낌이었겠어요?"

"그.... 그런 거야?"

"그때 마리 데리고 내려가면서 제가 또 추궁을 했죠. 대체 뭘 어떻게 한 거냐구요. 그리고 내심 오빠를 처음 봤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어요. 바로 이 사람이구나 하구요."

"처...처음?"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요?"

"어? 어...."

말투에 당혹스러움이 드러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그건 무리였다. 아무래도 어떤 남녀의 만남에 있어서 그다지 좋은 시추에이션은 아니었다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무려 다른 여자랑 키스하고 있었다고. 그때는 말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좀 놀랐어요. 역시 서울인가 싶기도 하고. 제가 이야기 속에서만 보던 키스신이 눈앞에서 펼쳐지니까 저도 모르게 눈을 뗄 수가 없더라구요. 그때까지만 해도 전 아직 남자랑 키스를 안 해봤으니까요."

설마 그럼 병원에서 나한테 요구했던 그게 첫 키스였단 건가?

"그런데 무척 당황하면서 돌아서는 오빠를 처음으로 딱 마주할 때, 왠지 낯설지가 않고 편안한 게 남 같지가 않았어요.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죠. 그때 마리랑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또 내려가서도 계속 오빠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죠. 나중에 꼭 다시 만나보아야겠다고요."

그녀가 내 상체를 가볍게 밀었다. 세게 민 건 아니었지만, 그 손길에 따라 천천히 누웠다. 내 팔 안에는 여전히 리사가 안겨 있다. 그녀는 내 얼굴 위로 자신의 얼굴을 가져오며 말했다. 그녀의 숨결이 내 뺨을 간지럽혔다.

"그래서, 이렇게 만났잖아요."

리사가 자신의 입술로 내 입술을 막았다. 아까의 키스가 수줍고도 달콤한 입맞춤이었다면 지금의 키스는 이미 서로의 알몸을 요구하는 육욕의 키스였다. 길고 긴 키스를 마치고 리사를 안고 반바퀴 굴렀다. 그녀의 위로 올라탔다. 서로의 타액이 물씬 섞인 입을 떼어내고 얼굴을 마주했다. 반쯤 벌려진 그녀의 입술에서 나직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마리한테 키스는 뺏겼지만........ 오빠와의 밤은, 제가 먼저겠네요."

두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리사는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녀의 이런 작은 승부욕이 귀엽기만 했다.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사냥꾼의 손에 잡힌 한 마리 작은 아기새처럼, 왕자의 키스를 기다리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처럼, 리사는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말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 능숙하고, 따를 수밖에 없는 지시를 내리는 그녀인데도, 지금은 한없이 나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내려 보고 있다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와 눈썹, 콧잔등과 입술, 뺨을 따라 가볍게 입을 맞춰나갔다. 물기가 살짝 남아있는 귓바퀴를 살짝 빨고 목덜미를 핥아 내려갔다. 혀가 닿을 때마다 살짝 움찔거리는 게 몹시도 사랑스럽다.

쇄골을 어루만지며 피부를 천천히 타고 내려가 두르고 있는 수건 틈으로 손가락을 가볍게 넣었다. 천천히 벗겨냈다. 몸이 열렸다. 여체야말로 신이 남자에게, 아니,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 그 선물의 감사함을 몸으로 느꼈다. 이제 완전히 알몸이 된 리사를 내려다보며 나도 모르게 경탄했다.

"예뻐, 리사의 몸."

리사는 뜨거운 시선을 느꼈는지, 두 팔로 가슴을 가리려고 했다. 한 팔로 잡고 그러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둥글게 솟은 두 언덕에 얼굴을 대고 숨을 불어넣었다. 파르르 떨리는 몸이 그녀가 몹시 긴장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알려주었다. 유두를 입에 살짝 물고 혀로 굴리니 리사가 짧은 숨소리를 거칠게 내며 다리를 꼬았다.

"기분....이.... 이상해요....."

손이 먼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쓰다듬고 내려가고 혀가 그 뒤를 따랐다. 움푹 패인 배꼽에 살짝 머물렀다가 사타구니를 슬쩍 비껴가 허벅지를 훑어 내렸다. 다리 하나를 들고 무릎 뒤를 혀로 간지럽혔다. 그녀의 구석구석, 내 숨결을 불어넣고 싶었다.

"하아.....흐음......"

몸을 배배 꼬는 그녀를 달래어 다리를 벌리도록 했다. 다리 사이에 얼굴을 가져가자 창피하다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조금 전 샤워로 인해 살짝 습기를 머금고 있는 털들을 쓰다듬으며, 그 안에 숨어있는 쳐녀지를 향해 코를 들이밀었다. 두 손으로 허벅지를 살짝 밀어 들어 올리고 벌려진 습지를 향해 혀를 집어넣었다. 혀끝에 와 닿는 작은 돌기와 조심스럽게 접힌 살갗을 느껴보았다. 가볍게 입을 맞추고, 빨고, 핥았다.

"하앙....하악....흐응..... 거길.. 그렇게... 흐응..."

리사는 허벅지를 오므렸다. 순간적으로 압사할 뻔 했다. 팔을 뻗어 다시 벌렸다. 위험을 비껴갔다. 천천히, 결코 급하지 않게 그녀의 비밀스러운 안쪽을 맛보았다. 혀가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며 비릿한 숨을 토해내는 리사의 반응이 사랑스럽다. 안쪽에 숨어 있던 우물은 감추었던 눈물을 조금씩 흘려내고 있었다. 침과 한데 섞인 그것은 매끄럽고도 부드럽게 살을 물들었다.

벌름거리는 살 동굴의 입구에 손을 두고 그녀의 옆으로 타고 올라갔다. 낮은 신음을 흘리고 있는 그녀의 입술을 내 입술로 덮으며 손가락으로 은밀한 부위를 계속 만져보았다. 흠뻑 젖은 그곳이 주체 못할 정도의 액을 흘리고 있다.

날 부르고 있다. 날 원하고 있다. 그곳에 내가 가야만 했다. 몸을 일으켜 나로써 그녀를 덮었다. 아주 천천히, 그녀의 다리 사이에 내 물건을 가져갔다.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그녀의 긴장한 모습이 덩달아 나까지 긴장시켰다. 자지의 끄트머리가 습지의 입구에 닿자 그녀는 몸을 움찔했다.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무서워?"

리사는 눈을 살짝 떴다.

"솔직히요.... 조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웃는 리사의 표정이 너무도 귀엽다. 그녀는 무언가 결심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꼭 오빠와 하나가 되고 싶어요."

단호하고도 분명한 목소리. 두 팔을 뻗어 내 목을 끌어안는 리사에게 키스했다. 다시 진입을 시도했다. 충분히 젖어있기는 하지만 좁은 입구에서 다소 정체했다. 천천히, 그렇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고 들이밀었다. 이것이 그녀가 원하는 것. 난 그녀에게 날 내주어야만 했다. 내 손을 잡고 있는 리사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하....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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