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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3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리사는 곤히 자고 있었다. 밤새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마치 섹스에 중독된 사람들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몸을 맞대고 비벼대었다. 마지막에는 둘 다 거의 꾸벅꾸벅 졸면서 넣은 채로 몸만 부대낄 정도였다. 이렇게 리사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뜨겁고 환상적이던 어젯밤이 저절로 떠올랐다.
리사의 기다란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만져보면서 나른한 아침을 만끽했다. 한참 만에 리사가 얼풋 눈을 떴다. 잠시 눈을 깜빡이던 그녀는 이내 날 알아보고 배시시 웃었다.
"잘... 잤어요, 오빠?"
"그래. 너도?"
가볍게 입을 맞췄다. 가볍게 맞춘다는 것이 다시 또 길어졌다. 잠이 깰까 봐 만지지 못했던 그녀의 가슴 위로 내 손이 다시 올라갔다. 적당한 탄력을 머금은 가슴을 주무르자 높은음자리의 허밍이 들려왔다.
몸을 타고 내려가 그녀의 가슴을 입에 베어 물었다. 입 안 가득 머금은 채로 혀를 내밀어 유두를 희롱했다. 이 맛을 혀가 기억하고 있었다. 쪽쪽 빨아도 보았다. 살짝 깨물어 보기도 했다. 입안에서 굴리고 나머지 유두를 손가락으로 주무르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놀고 있었더니 리사가 날 재촉했다.
"어서...오빠...."
어서 넣어 달라는 소리일까. 아니면 더 만져달라는 소리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온전히 내 것이다. 단 하루 밤이지만,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서로를 맞춰 본 우리 두 사람은 마치 조립 블록 장난감처럼 딱 떨어지게 연결되었다.
페니스가 이미 잔뜩 젖은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리사는 자꾸 날 불렀다. 내 물건이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아침이라 서 있는지, 아니면 옆에서 풍겨오는 좋은 냄새를 맡고 흥분했는지, 혹은 너무도 맛있는 살점을 베어 먹다가 꼴렸는지조차 모를 일이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지금은 그저 리사를 느끼고, 그녀의 안에 나를 쏟아내는 게 전부였다. 밤새도록 맞춰 본 몸은 그렇게 또 다시 하나가 되었다. 얼마나 시간이 흐르는지도 알지 못한 채, 그저 빠르게 달아오른 뜨거움을 그녀 안으로 쏟아놓았다. 그리고 다시 축 늘어진다.
아침을 이렇게 기분 좋게 깰 수 있다니. 게다가 오늘은 휴일. 아직까지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하루 종일 리사를 맛보는 일을 하며 보낼 수도 있었다. 내 가슴에 발갛게 상기된 얼굴을 묻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그렇게 리사를 꼭 끌어안고 있으려는데 밖에서 난데없이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뭔가 싶어 채 반응을 하기도 전에 내 집 문이 벌컥 열렸다. 화들짝 놀란 내가 몸을 채 추스르려고 하는데 이미 누군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 낯익은 얼굴이다. 지금 바로 내 곁에 누워있는 이와 똑같은 얼굴이기도 하다.
"마....마리야!"
난데없는 침입자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는 마리였다. 품 안의 리사나 나나 알몸인 건 마찬가지였고 옷도 모두 바닥에 있기 때문에 주워 입기도 곤란했다. 당황한 나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리사는 태연했다. 그녀는 오히려 내게 더 기대오며 평상시와 같은 목소리로 마리를 불렀다.
"마리야, 노크를 해야지. 이러면 서로 불편하잖아."
그러자 마리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 언니에게 소리쳤다.
"불펴어어어언? 짐 니 내한테 불편이라고 켔나."
"응. 아직 오빠랑 덜 끝났단 말이야."
리사는 팔을 뻗어 내 목을 끌어안으며 날 잡아당겼다. 그리고 내 목덜미에 깊이 키스했다. 일부러 내는 게 분명한 쪼옥~ 소리가 방안에 가득하다. 방금 했는데... 또?
"니 당장 안 떨어지나!"
시뻘겋게 달아오른 마리가 고함을 빽 질러보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리사도 아니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내 가슴에 등을 기대고는 평소보다 더 차분하게 말했다.
"너 아무리 화나도 언니한테 그렇게 말하면 못 쓰지. 오빠도 있는데 버릇없게 말야."
"지...지금 버릇 찾기 생긋나. 니 같으면...."
"나 같으면 뭐?"
"니....니....닌 내가 오빠랑..... 하이고 마. 그라고 있으면....닌 우짤낀데!"
"같이 해 달라고 하지. 뭐 하러 안달을 내."
"으아아악!!"
펄쩍펄쩍 뛰는 마리는 속이 디벼 죽겠다며 짜증을 부리다가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내...내는 어제 그라고 있었는데... 닌...닌 진짜 이럴 끼야.... 이럴끼냐고......."
엄마까지 찾아가며 엉엉 우는 마리를 보고 있던 리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문가에 서 있는 예린에게 잠깐 나가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예린? 그제야 예린도 이 방에 들어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알몸은 무슨 공공재라도 되는 건가. 이 사람 저 사람 다 보고 있다니... 으악. 언제 예린까지 들어와 있었던 거야!
나와 눈이 마주친 예린은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까지 건넸다. 나가기 직전 그녀는 내 모습을 눈으로 훑었다. 선글라스를 여전히 끼고 있어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느낌이 그러했다.
예린이 나가자 리사는 침대에서 내려와 마리를 부축했다. 침대에 걸터앉게 한다. 리사는 지금 알몸이었지만,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아침 햇살을 받아 움직이는 그녀의 새하얀 피부는 눈부실 지경이었다.
"미안. 언니가 잘못했어. 화 풀어. 응?"
엉엉 울면서 리사를 뿌리치려던 마리였지만, 리사가 오히려 등을 토닥이면서 안아주고 있노라니 점차 울음을 그쳤다. 마리 이마에 자기 이마를 가만히 대고 무어라 속삭이는 리사의 모습은 예전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보았던 동물조련사의 느낌도 살짝 났다.
똑같이 생긴 얼굴인데 한쪽은 까무잡잡한데다가 엉엉 울고 있고 한쪽은 뽀얗게 생겼으면서 싱긋 웃고 있는 게 마치 잘못 찍어낸 데칼코마니 같아 보이기도 했다.
"언니는 나름대로 너 진정시켜 주려고 일부러 그런 거야. 나쁜 기억 잊으라고."
리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조용히 읊조리듯 말하는 그 목소리에 마리는 고개를 조금씩 끄덕였다.
"......큼. 참말이가."
"그럼.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어?"
두 사람이 속삭이듯하고 있는 대화에는 어쩐지 내가 끼어 들 자리가 없어 보였다. 침대 한편에 이불을 둘러 하반신을 가리고 잠자코 앉아있었다. 리사는 마리의 귀에 대고 연신 무어라 말하고 있었고, 마리는 눈물을 훔치면서 이따금 날 바라보곤 했다. 둘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궁금했지만,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리사가 마리에게 뭔가 한참 이야기했다. 그러자 갑자기 마리가 몸을 빼내며 리사에게서 멀어지려고 했다.
"시...싫다. 내사마 그렇게까지 하기는....."
그러나 리사가 그런 마리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 약속 했던 거 기억 안 나?"
"그야 그렇지만은....."
마리가 날 보고 부끄러워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알몸이라서 그런가? 그러기에는 너무 아까부터 이 상태였는데 말이지. 그러나 리사가 마리를 연신 잡아끌며 계속 부추기고 있었다.
"괜찮다니깐."
"내는 싫대도."
실랑이가 한참 이어진다. 그러자 어느 순간 리사가 손을 놓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정말 싫어? 후회 없어?"
"후...회라니. 뭐가."
여태 잡아 끌던 리사의 손이 없자 마리는 뒤로 주춤 했다. 그러자 리사는 침대 위를 가로질러 내 쪽으로 기어왔다.
"이래도... 생각 없어?"
리사가 내 얼굴을 잡아끌며 뒤로 살짝 누웠다. 엉겁결에 이끌린 나는 리사의 가슴 사이로 얼굴을 파묻게 되었다. 자세를 잡느라 한쪽 손을 뻗었는데 그게 공교롭게도 리사의 한쪽 가슴을 짚게 되었다. 그녀는 내게 속삭였다.
"오빠. 아까처럼 해주세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 고개를 들고 리사의 얼굴을 마주했다. 목소리는 끈적끈적했지만, 눈빛은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자못 엄숙하기까지 했다.
"저기, 마리가 보고 있는데.....?"
"괜찮아요. 쟤는 생각이 없대요."
또 다른 시선이 있기에 무지하게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리사가 자신의 가슴을 내 얼굴에 문대기 시작하면서 그런 생각이 점차 안 들게 되었다. 양 볼을 간지럽히는 유방의 살덩이를 한 번씩 물어보았다. 점차 꼿꼿해지는 유두를 손가락으로 희롱하고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문질러 보기도 했다.
리사의 신음이 가볍게 흐르는 동안 마리는 꼼짝도 하지 않고 서서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런 짓을 하기 시작하면 부끄러워서라도 나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내 행동이 좀 어색하기는 했다. 그러나 지난밤 내내 탐하던 육체가 익숙하게 날 원하고 있는 이 순간에는 그런 생각이 점차 사라졌다. 귓가에 들려오는 건 오로지 리사의 목소리.
"하악... 오빠... 하아...."
유방을 충분히 만지고 물고 빤 후에 점차 아래로 내려갔다. 오목하게 파인 배꼽을 지나 두 다리 사이 놓인 계곡을 향해 고개를 들이밀었다. 다소 옅은 편인 음모를 헤치고 더 아래쪽의 음습한 곳으로 혀를 들이댔다. 어젯밤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쯤에 그녀의 이곳을 혀로 맛 본 적이 있었다. 두 다리를 들어 올리고 리사의 몸을 밀어 올려 더 깊숙한 곳으로 혀가 닿을 수 있도록 했다.
"하악...하아아....오빠...거긴...흐음...."
새벽에도 부끄러워하더니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난 멈추지 않았다. 혀로 하나만큼의 습함을 더하면 안으로부터 열만큼의 물기가 흘러나왔다. 혀로 핥으면 핥을수록 리사의 노래는 더해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노래가 양쪽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내 어깨를 누군가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3자가 나타난다면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달까. 기다리고 있었달까. 마리를 앞에 두고 굳이 내게 몸을 기대오는 리사의 행동,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리사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녀석은 똑같은 신음을 흘리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리사는 내게 말했다. 그녀들이 감각을 공유한다고. 그렇다면 내가 리사를 이렇게 만지고 흥분시키는 동안, 마리 역시 그걸 느끼고 있었다는 뜻이다.
어느덧 리사가 몸을 일으키더니 내가 마리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마리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중얼거렸다.
"부...부끄럽다....."
"괜찮아. 어떤 기분인지는 이미 너도 알지?"
마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알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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