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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3
들어온 사람은, 레이디스 인 올 블랙. 예린이었다.
아까 태호와 함께 돌아간 줄 알았던 예린이 들어오자 난 조금 당황했다. 예린은 옷을 입고 있고 난 벗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이미 여러 번 몸을 섞은 그녀에게 알몸을 보이는 건 부끄럽지 않았지만, 여기는 지금 리사가 있다. 황망한 마음에 리사를 쳐다보자 그녀는 살짝 샐쭉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적어도 제 허락은 받고 언니랑 하실 줄 알았는데... 말을 안 하시더라구요?"
"헉.... 어... 그게 말야...."
알고 있었던 건가! 허락이라는 표현이 좀 웃기긴 했지만, 리사가 말하니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동안 예린과의 관계는 리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져왔다. 따로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리사의 레이다 망에는 이미 걸려있었던 모양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제게 미리 말을 해주세요. 알았죠?"
이런 일이라니, 다른 여자랑 자는 일을 말하는 건가. 그런걸 미리 말하라고?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데 리사의 남자가 된다는 건 굉장한 의미인 모양이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자 리사는 웃으면서 예린의 어깨를 몇 번 두드리며 귓속말을 하고는 욕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도 예린은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별수 없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리사가 말한 선물이라는 게... 예린이었어?"
"그런가 봅니다."
"그런데 방금 리사가 귀에다 대고 무슨 말 했어?"
"이번 구출작전에 제일 수고했다고 오빠를 빌려주시겠답니다."
빌려주다니.... 이다지도 인간을 사물화 시키는 발언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래가지고야 나한테 예린을 선물하는 게 아니라 수고한 예린에게 하사품으로 날 내리는 게 아닌가. 일개 대여품으로 격하된 나의 인품이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지금은 다른 사정이 더 급했다.
"오래 빌려주지는 않을 텐데... 지금 바로 시작할까?"
예린은 군말 없이 내 앞으로 와서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아까부터 발기되어 있던 물건이 꺼떡거리고 있었다. 리사의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말하여 최한석, 내가 아니라 이 녀석을 빌려주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예린은 그 큰입으로 가득 내 자지를 물었다. 이미 한번 사용하긴 했지만, 금방 강직함을 되찾는 솔직한 녀석이었다.
"으음..."
예린의 테크닉은 나쁘지 않았다. 한두 번 먹어본 게 아니니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애정이 있었다. 자지에 대한 애정. 육봉의 전체를 훑어대고 혀로 불알을 핥았다. 손가락으로 고리를 만들어 문지르기도 했다. 손을 아래로 뻗어 예린을 만지려고 하자 그녀는 잠시 물러났다.
"하아..... 잠시만요."
예린은 옷을 모두 벗었다. 예의 코르셋에서 풀려난 풍만한 가슴이 가득 드러났다. 그녀는 바디샴푸 통을 가져오더니 내 자지에 조금 발라 거품을 냈다. 그리고 날 욕조에 걸터앉게 했다.
"처음이지만... 한번 해보겠습니다."
상반신을 약간 숙여 자신의 가슴을 한데 모은 예린은 두 손으로 가슴을 잡고 자지를 가운데 끼웠다. 몸을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유방으로 자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의외의 광경에 난 조금 감탄했다.
"헤에...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안다기보단... 조금 공부했습니다."
예린은 푸른 눈을 살짝 내리깔며 시선을 피했다. 솔직히 그녀의 서툰 젖치기보다는 부끄러워하는 표정이 훨씬 더 꼴릿했다. 그녀의 몸. 아름답다. 굳이 내 자지를 애무하고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정말 그녀의 몸은 전체적으로 아름다웠다. 하얀 나신에 드리워진 곡선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안에 얼마만큼의 강함이 담겨있는지, 원래도 약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그런 그녀가 내 아래에서 자지를 가슴으로 주무르고 있었다. 아아. 뭉클뭉클한 살덩이가 자지를 압박해주는 느낌이 싫지는 않았지만, 그보단 빨리 쑤시고 싶었다. 예린을 일으켜 세워 벽에 기대게 했다. 선 채로 하는 섹스는 좀 자신이 없었지만, 키가 큰 예린이기에 어느 정도 위치가 맞아떨어졌다. 물로 거품을 씻어내고, 손을 뻗어 그녀의 안쪽을 어루만졌다. 잔뜩 젖어있었기에,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밀어넣었다.
"하악...흡....하아아아...."
자지를 거칠게 쑤시는 동안 예린은 그 허스키한 목소리로 들뜬 소리를 마구 쏟아냈다. 평소에 모텔에서는 소리를 별로 내지 않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좀 달랐다. 해방감에 들떠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아니면... 다른 추측을 해보았다.
지금 예린이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을까. 밖에 있는 리사보고 들으라고 내는 소리일까. 리사와 예린은 남자를 공유할 정도의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둘은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서서 계속하기는 힘들어서 나중에는 예린을 바닥에 눕혀놓고 열심히 박아주었다. 콘돔이 없기에 밖으로 빼어 그녀의 배에다 사정했다. 약간 아쉬운 표정을 지은 예린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자지를 마저 빨아주었다. 그리고나서 내가 씻는 것을 도왔다.
가운을 걸치고 욕실을 나오자 리사가 차려놓은 식사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소위 "허락"을 받고 나서 한 후에 그녀의 얼굴을 어떻게 보나 조금 쑥스럽기도 했지만, 리사의 발랄한 주도 아래 금방 분위기는 좋아졌다.
그런 리사를 보면서 경외감 비슷한 걸 품게 되었다. 그녀는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고, 그래서 나와 관계를 가졌다. 신비로운 힘으로 연결된 동생과의 사이를 위해서도 나를 사용했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심복에게도 자신의 남자를 허락했다.
옛날 고대국가에서는 왕에게 충성을 표시하기 위해 신하가 자신의 부인을 바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왕이 신하에게 자신의 애첩을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고도 한다. 지금의 윤리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지금의 난, 그 이해할 수 없는 현상 한가운데 놓여있었다. 사람이 자신이 직접 겪는 모든 경험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때도 있는 법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푸짐하게 차려진 식사를 먹으며 리사와 예린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전이라면 리사가 내 앞에서 예린과 함께 조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없었지만, 이미 이렇게 되고 나니 더 이상 감추지 않았다. 오고 가는 이야기에서 몇 가지를 들을 수 있었다. 원래 리사가 부산에 없다는 건 백당의 일급 비밀이었다. 그러니 리사의 아버지가 리사를 부른 일이나 마리의 서울 거처 위치도 당연히 비밀이었다. 그런데도 태호가 뒤를 밟혔다는 점에서 예린은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리사는 어느 정도 동의를 하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만약 칠성이 다 알고 친거라면 오빠를 그렇게 방치했을 리가 없어요. 그냥 요새 우리 분위기가 안 좋으니 태호 씨 뒤를 단순히 밟다가 단독 행동인 걸 알고 친 게 분명해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송 부장이...."
"언니."
예린이 무언가 이야기를 더 꺼내려고 하였지만, 리사가 말을 잘랐다.
"식구끼리 의심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일단은 그렇게만 알고 있어요."
"알겠습니다."
리사가 고개를 들고 날 보았다.
"식사 다 하셨죠? 자리 옮겨서 한 잔 하시겠어요?"
"응."
2층으로 올라가자 발코니가 있고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나와 리사가 자리에 앉으니 예린이 맥주캔과 과자 바구니를 가지고 나타났다. 역시 맥주는 차가운 게 최고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캬- 소리가 나왔다. 산속이다 보니 사방은 새까만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늘에 달은 없었지만, 촘촘하게 가득 박힌 별들이 쏟아질 것처럼 가득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서울에서 볼 수 없는 그 광경에 감탄했다. 그런 나를 보며 리사가 빙긋 웃었다.
"부산에서의 첫 밤인데.... 어떠세요?"
"글쎄. 난 어디든 리사가 있다면 다 좋아."
너무 느끼하게 말했나? 나름대로 감동 멘트라고 날려보았는데 리사가 입을 삐죽거렸다.
"치잇. 조금 전까지는 예린 언니랑 하시구선?"
"읏흠. 근데 그건 리사가...."
"알아요. 그냥 심통 한 번 부려봤어요."
금세 또 배시시 웃는 리사. 아이고. 이 귀여운 녀석을 어찌 요리하면 좋을까 싶었다. 예린은 리사의 등 뒤에 서 있었지만, 리사가 같이 테이블에 앉도록 권했다. 어땠냐고, 기분 좋았냐고 묻는 리사의 짖궃은 질문에도 예린은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리사는 예린을 몇 번 놀리다가 포기하고 내게 말했다.
"마리는 내일 올 거예요. 마리 오면 우리 바닷가로 놀러 가요."
"그럴까? 난 부산도 그렇고 바닷가도 처음이라..."
그러다 문득 예전에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 아니다. 부산이 처음은 아니구나."
"언제 놀러 오신 적 있어요?"
"놀러온 건 아니고... 사실 내 고향은 부산이야."
"네? 오빠 고향은 전라도 아니었어요?"
의외의 이야기에 리사가 조금 놀란 모양이었다.
"나도 이유는 모르겠는데, 엄마가 나를 낳기 직전에 부산에 일이 있어서 왔었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낳기는 부산에서 낳고 곧바로 화순으로 돌아가서 날 키운 거야."
"그랬어요? 후후. 오빠랑 저랑 동향 사람이었네요. 공통점이 하나 생겼어요."
"그러네."
고향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예린의 고향이 궁금해졌다. 그녀는 지금 선글라스를 끼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푸른 눈을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예린이는 고향이...?"
"프리맨틀입니다."
"엑?"
대답이 즉각적으로 나왔지만 즉각적으로 이해되는 지명이 아니었다. 예린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남쪽 나라 어딘가에 있습니다."
남쪽 나라라... 굉장히 추상적이다. 서울에서 지내는 나한테는 부산만 해도 충분히 남쪽 나라이거늘 그녀가 말하는 남쪽 나라라는 건 아무래도 바다 건너 어딘가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 리사가 날 불렀다.
"오빠, 저기요!"
"응?"
리사가 가리키는 대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유성 하나가 떨어지는 게 보였다. 워낙 순식간이라 내가 본 건 거의 유성이 완전히 떨어지고 나서라 꼬리만 살짝 봤을 뿐이었다. 두 손을 모으고 있던 리사가 날 보며 물었다.
"소원 빌었어요?"
"너무 빨라."
"흐음. 그러니까 하늘에 집중해야죠. 딴 여자한테 고향이나 물으면서 꼬시는 게 아니라."
"으윽... 리사, 너 자꾸...."
"하하하."
허락이고 자시고 하긴 하는데 이 녀석 뒤끝이 장난 아니었다. 마리랑 그럴 때는 이렇게까지 안 비꼬았는데 말이다. 저 뒤끝을 마무리하려면 아무래도 오늘 밤 몸을 다 바쳐 봉사해야 할 것 같았다. 자리를 마무리하고 리사와 침실로 향해서 마음먹은 대로 행했다. 더 이상 리사가 예린 이야기 안 나오도록 윗입과 아랫입을 모두 꾹꾹 눌러담아 주었다. 몰매 맞은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골골한 몸을 가지고 무리 아닌 무리를 한 덕분에 다음 날에는 해가 중천에 뜨도록 침대에서 미적거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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