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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3
눈을 떴을 때, 이미 한밤중이었다. 나는 어떤 침대에 누워있었다. 몸을 일으키자 침대 곁에 앉아 엎드려 있던 리사가 몸을 일으켰다. 인기척을 느끼고 깬 모양이었다. 그녀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오빠. 깼어요?"
"그....그래....."
달빛에 비쳐지는 그녀의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그녀가 나를 부르는 호칭, "오빠"라는 소리가 다시 한 번 내 가슴을 두드리며 괴롭혔다.
"아까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어요. 어디 안 좋아요? 괜히 술 마셔서...."
"아, 아니야!"
걱정스럽게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 리사의 손을, 나도 모르게 거칠게 쳐냈다. 리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에게 이렇게 대한 적이 없으니 놀랄 만도 하다. 아아. 그녀에게 내가 이러면 안 된다. 이럴 수는 없는 거다.
"왜 그래요?"
리사는 아무런 죄가 없다. 그런 그녀에게 모질게 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냥한 그녀를 대할수록, 그녀와 접촉할수록 그녀와의 지난 시간들이 다시 떠오르기에 나도 모르게 거칠어졌다. 그것은 결코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아니었다. 허락되지 않은 시간을 누렸다.
"전화...."
"네?"
뜬금없는 내 요구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전화기를 갖다 줘. 지금 바로."
"이 시간에 어딜...."
"빨리!"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리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기세를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모양인지 그녀는 나의 무례함을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알았어요. 잠시만요."
시계가 보이지 않지만, 모르긴 몰라도 한밤중이었다. 새까만 어둠이 창밖으로 펼쳐져 있었고 빛이라고는 희미한 달빛뿐이었다.
"여기요."
리사가 무선전화기를 가져왔다. 번호를 누르는데 손가락이 떨려서 제대로 누를 수가 없었다. 심호흡을 몇 번 했다. 그래도 도움이 되질 않았다. 간신히... 이를 악물고 번호를 눌렀다. 전화를 거는 것 자체가 이렇게 힘든데, 난 과연 물을 수 있을까.
"리사."
"네?"
"아버님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말해줄 수 있어?"
"김, 한자 표자입니다만..."
간신히 번호를 다 눌렀다. 신호가 가기 시작했다. `뚜르르르- 하는 소리가 이토록 크게 들린 적이 없었다. 신호가 한참 갔다. 자고 있을 시간이니 어쩔 수 없다. 잠시 후, 덜컥 소리에 이어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셔여.... 하암...."
"엄마, 나야."
"석이냐? 이 시간에 워쩐 일이다냐..."
"물어볼게 있어. 꼭 대답해줘."
한밤중에 걸려온 난데없는 아들의 전화에 엄마는 지레 짐작을 한 모양이었다.
"왜 그려? 니 뭔 사고 쳤냐?"
"아니. 내가 친 게 아냐."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보고 있는 리사를 힐끔 바라봤다. 그녀 앞에서 물어보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질끈 눈을 감았다.
"엄마가.... 엄마가 친 사고에 대해서 묻는 거야."
"뭔 흰소리여. 시방. 새벽에 다짜고짜 전화질을 하더니 이놈이 미쳤나. 에미가 사고를 치긴 뭘 쳐...."
"김.한.표."
엄마의 투덜거림이 뚝 끊겼다. 전화기 너머 엄마의 표정이 손에 잡힐 듯했다.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도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 둘 사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무거운 침묵만이 남아있었다. 이것을 깨야 한다. 아니라는 확답을 받아야 한다. 그럴 리는 없으니까. 내가... 내가 리사랑.... 그럴 리는 도저히 없으니까 확인받아야만 했다. 간신히, 아주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이랑.... 엄마랑 무슨 사이지? 대체 무슨 사이냐고..."
결국은 쏟아냈다. 못할 줄 알았는데 결국 하고 말았다. 옆자리에 앉은 리사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마도 그렇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테니까. 내가 엄마에게 던진 질문 하나만으로 그녀는 벌써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너무 영특하니까. 엄마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걸 어찌 알았는가? 니가 워떻게?"
겨우 꺼낸 엄마의 응답은 부정이 아니었다. 내가 원한 대답이 아니었다.
"어떻게가 중요한 게 아냐! 빨리 대답을 해줘! 아니라고, 제발 아무 사이 아니라고 말을 하라고!"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내가 잘못 짐작한 거라고. 내 추리가 틀린 거라고. 내 아버지는 엄마가 말한 대로 예전에 죽고 없다고. 그 사람은 굳이 찾을 필요도 없이 이미 이 세상에 없다고. 그렇게 말해줘. 그러나 엄마는 나의 기대를 무참히도 배신했다.
"그놈팡이는 나한티 그래놓고... 또 내 동생이랑 눈 맞아서 가뿌렀다. 그러니까 없는 사람이라고 허지 않았냐. 이제와 알아 뭐하게?"
아아아..... 아아...
"엄마 동생.... 엄마 쌍둥이 여동생..... 그러니까 내 이모 이름이 숙희 맞아?"
"........뭐시여. 니가 갸 이름을 어떻게 아누! 내가 말해준 적도 없는데!"
"으아......하아.......아......."
숨 쉬기가 곤란했다. 전화기를 내던졌다. 머리를 감싸 쥐고 비명을 질렀다. 미쳤다. 나는 제대로 미쳤다. 내 이복동생인 동시에 사촌동생인 그녀들을 따먹고 그걸 또 잘했다고 내 그녀들의 아버지, 동시에 내 아버지가 되는 사람에게 그런 관계를 허락받으려고 했다.
난 미친놈이다. 미쳤다. 제대로 미쳤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지금 이대로 숨을 쉬고 있을 수가 없어. 나와 마찬가지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리사가 내 목을 끌어안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 손을 떼어내고 싶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아.
리사, 너와 네 동생의 소원대로 되었어. 나는 너희들의 진짜 오빠였다. 너희가 날 오빠라고 부른 건 그저 친근함의 표현이 아니었던 거야. 사실이었어. 내게 안겨 펑펑 울고 있는 리사를 달랠 생각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창밖만을 바라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그 어둠 속으로 나를 숨기고 싶었다.
영원할 것 같은 밤은 리사의 울음과 함께 간신히 지나갔다.
다음 날, 난 다시 리사의 아버지와 마주 앉았다.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버린 듯한 느낌이라 제대로 걷지도 못 할 지경이었다. 리사의 부축을 받으며 발걸음을 겨우 뗐다. 자리에 앉고 나서도 리사는 내 곁에 앉아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그가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영희와.....통화를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알이 뒤틀렸다. 내 엄마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친근하게 부르지 마. 그렇게 외치며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숙희와 함께 내당리를 떠날 때, 그녀는 이미 너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군. 숙희에게 미안하고, 내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아서 내색하지 않았다고 말이야. 나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나 역시 그녀와의 헤어짐이 못내 아쉬웠지만, 숙희를 위해서.... 내색할 수는 없었어. 그래서 결과적으로 다시는 그녀를 보지 못했지.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내 이모부. 내 여자들의 아버지. 그리고.... 내 아버지. 이 호칭들이 모두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그는 거칠게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눈가를 문질렀다. 그의 눈도 시뻘겋게 충혈 되어 있었다.
"네가 있었는지 알았다면... 결코 그렇게 그녀 혼자 어렵게 키우지 않게 했을 거다. 너무 늦어버린 일이지만.... 난 그래도 지금이라도 너를 내 아들로 받아들이고 싶다. 영희에게도 그 뜻을 전했다. 조만간 그녀를 만나러 갈 생각이다."
하아.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미치도록 갖고 싶었지만, 지금은 달라. 전혀 다르다고. 내가 당신의 아들이 된다면... 내가 당신의 아들이 된다면 리사와 난 어떻게 되는 거야. 리사가 날 부르는 호칭인 "오빠"를 말 그대로 호칭뿐이 아니게 된다. 절대 그렇게 할 순 없어.
그래. 그렇게 하자. 엄마가 나에게 아버지는 없다고 이야기했던 게 사실이었어. 그래, 난 아버지가 없는 거야.
"다만."
그의 눈길이 리사를 향했다. 그리고 잡고 있는 우리들의 손을 보았다.
"영희는 아직.... 너희가 그런 관계인지 모른다. 그저 친한 친구인 걸로만 알고 있지. 예린이라면 너에게 내어줄 수 있다..... 그렇지만 리사와 마리에 대해서는 더 이상....."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나와 아무런 상관없는, 나는 전혀 모르는 이 아저씨가 하는 소리에 내 인생이 좌우되긴 싫다.
"난 당신을 아버지라 부르지 않겠어."
아직도 정신이 몽롱한 터라, 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었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건 꿈이 분명해. 이건 악몽이 분명하다구.
"뭐?"
"어차피 내 인생에서... 아버지는 없었어.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고 또 그렇게 키웠어.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아버지라니. 내가 당신 아들이라니. 그저 몇 마디 설명이면 예하고 받아들일 것 같았어? 그리고... 나보고 리사와 마리를 포기하라고? 왜 그래야 하지? 날 사랑해주는 여자들인데, 내가 사랑하는 여자인데 내가 왜 포기해야 하지?"
경악에 찬 그의 얼굴이 점차 노여움으로 덮여 갔다. 턱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보였다.
"이 미친 것이.... 넌 지금 금수만도 못 한 짓을 계속 하겠다고 하는 거냐?"
"왜? 이미 한 건데 또 하면 어때?"
"뭐라고?!"
"못 들었어? 다시 말해줄까? 당신도 이미 알고 있었잖아. 모르진 않았잖아. 난 이미 당신 딸이랑 잤다고! 아니, 당신 딸 전부와 했다고! 그러니 앞으로도...."
퍽- 소리와 함께 내 몸이 방구석으로 나뒹굴었다. 숫제 목이 꺾여버릴 정도의 강펀치였다. 리사가 쓰러진 내 몸을 덮으며 소리쳤다.
"아빠!"
"넌 비켜!"
"안 돼요!"
문이 벌컥 열리면서 부르지도 않은 마리와 예린이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예린은 날 부축하고 마리는 아버지 앞을 가로막고 있는 리사 옆에 섰다. 녀석은 팔을 벌리고 섰다.
"왜 때리는교? 오빠가 뭐 틀린 말 했습니꺼?!"
"뭐라고, 이 년이!"
"와예! 지도 때릴랍니꺼?! 쳐보소! 와예! 손만 들고 왜 못 칩니꺼?!"
마리가 악을 쓰며 대들었다. 평상시 발랄하고 늘 즐거워하던 그녀였다. 지금 이런 모습이 너무도 낯설었다. 아니, 이런 상황 자체가 너무도 낯설기 짝이 없다. 이십 년 넘게 아버지 없이 자라 왔는데 이제 막 생긴, 아니, 이제 막 알게 된 아버지에게 뺨을 맞는 것도 나에겐 신기한 경험이었다.
일어서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없어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예린과 리사의 부축을 받아 겨우 일어섰다. 희미하게 보이는 그의 얼굴이 악귀처럼 변해있었다. 그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네놈의 죄는! 과오는! 지난 시간에 저지른 것만으로 족해! 그것만으로도 이미 인간이길 포기하는 거다! 그런데 니놈은.... 앞으로도 그런 짓을 하겠다는 거냐!!!"
날 잡고 있는 리사의 손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아아, 이런. 이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리사가 이렇게나 떨고 있다니. 말도 안 돼. 이건 현실이 아닌 게 분명해. 그렇다. 이건 다 꿈인 거다. 현실이 이럴 리 없어.
내가 기억하는 현실은, 정말 있던 사실은 몽롱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건 단 하나. 김이 피어오르는 따뜻한 욕조에서 내게 안긴 그녀가 나에게 한 약속. 그것뿐이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어젯밤에는 하도 놀라서 순간적으로 리사에게 한 약속을 잊고 있었다.
아니다. 이제 기억해냈으니 상관없다. 난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았다. 깍지를 꼈다. 리사에게, 나에게, 그리고 우리의 아버지에게 들려줄 말이 있다.
"평생... 함께 있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당신이 막을 수 없어."
리사가 눈물로 가득한 눈을 들어 날 바라보았다. 내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더니 이내 내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리사가 우는 건 참으로 낯선 광경이었다. 처음 봤지만, 앞으로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뭐라고! 기어이 네놈이!!!"
방 안의 공기가 변했다. 바람이 일렁였다. 사람이 아니라 사자 한 마리가 달려드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대신, 이런 나약한 나를 지탱해주는 이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예린... 부탁해."
이쪽으로 성큼성큼 달려오는 그를 향해 검은 그림자가 달려들었다. 내 앞에 대신 서 준 예린의 등을 보았다. 한 번 더 보는 걸로 그 모습을 눈에 담고, 리사를 데리고 돌아섰다.
"거기 안 서!"
"아버님!!!"
아버지의 외침이 예린에게 가로막혔다. 실제 딸은 아니지만, 자신을 길러주었기에 그를 아버님이라 부르는 예린이 막아서는 동안 그의 진짜 혈육인 아들과 딸이 그에게서 멀어졌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비켜! 예린, 네 년이.... 감히...."
"정말 죄송합니다. 아버님."
"비키라니깐!"
"죄송합니다!"
뒤에서 들리는 난투의 소리에도 불구하고 결코 뒤돌아보지 않는다. 맹수들의 싸움 같았다. 사람의 소리가 아닌 것 같은 고성과 엄청난 소리가 이어진다. 그 소리를 등에 지고 걸어간다.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을 돌아본 롯의 아내가 소금 기둥이 되었지 않는가. 난 결코 돌아보지 않는다. 하데스로부터 아내를 데리고 나오던 오르페우스도 돌아보지 말라는 약속을 어기어 결국 아내를 잃지 않았던가. 난 그럴 수 없다. 결코 내 아내를 잃지 않을 것이다......
밖으로 나오니 다들 무슨 일인가 싶어 안가의 앞에 몰려있었다. 나와 리사가 나오자 다들 한발 뒤로 물러섰다. 그중에 태호가 보였다. 그를 불러 한 가지 부탁했다.
"차를 준비해줘."
"어디 가시게요, 형님?"
"어디든 갈 테니, 일단 빨리."
태호는 내 손을 잡은 채 곧 쓰러질 것처럼 서 있는 리사를 보더니 더 이상 묻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리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대문 앞에서 그녀의 손을 잡고 물어보았다.
"후회하지 않겠어?"
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울음은 멈춰 있었다. 그래, 역시 이래야 내 여자지. 괜한 질문이었다. 그에 걸맞게 나 역시 미친 판단을 내린 거니 우린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인 셈이다. 차를 몰고 온 태호가 운전석에서 내렸다.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리사를 조수석에 태웠다. 운전석에 앉았다. 창문을 내리고 태호에게 말했다.
"예린에게는 미안하다고 전해 줘. 그리고 마리한테도."
"알겠습니다."
더 남길 말은 없었다. 아버지에게는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집 안쪽에서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예린이 잘 막아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태호의 인사를 받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일단 여태 머물던 통나무집으로 향했다. 요 며칠 지내는 동안 위치를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었다.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리사는 날 원했다. 이전까지 늘 함께 해오던 행위였지만, 어떤 사실 하나를 알게 된 이후 우리의 행위는 금지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의 몸과 내 몸은 오롯이 그대로인데도 말이다.
여전히 그녀의 몸은 날 원하고 있고 내 몸은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우리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욕망은 어째서 인류에게 금지된 욕망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의 안으로 몇 번이고 나를 날려 보냈다. 예전에는 몰랐던 어떤 감정 하나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래, 우리는 죄인들이다. 씻지 못할 죄를 지으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영원토록. 리사는 내 의견에 몸으로 동참해주었다. 더욱 열렬하게 나를 원했다. 그렇게 우리 남매의 행위는 밤새도록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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