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블데이트-393화 (39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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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3

선글라스로 아무리 눈을 가리고 있어도 그녀의 얼굴 전체에 드러난 표정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 그녀의 반응을 보며 리사와 난 한동안 웃을 수 있었다. 잠시 후, 리사가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아까 모두에게 송 부장을 치자고 말은 했지만.... 사실 송 부장으로서는 전혀 아쉬울 게 없거든요. 그냥 버티고만 있어도 그의 승리예요. 괜히 우리가 먼저 치고 들어갔다가는 그걸 꼬투리 잡혀 세력만 일소 당할 수 있어요."

아까의 자신만만한 표정과는 달리 리사는 상당히 고민하고 있었다.

"먼저 치고 가는 게 안 된다면? 그럼 어떻게 하려고?"

"저쪽에서 치고 들어오게 만들어야죠."

"조금 전 리사가 말했잖아. 저쪽은 버티기만 해도 끝이라고."

"그랬죠."

"그럼 방법이 없는 거야?"

"아뇨, 방법은 있어요."

"안 치고 들어온다며?"

"치고 들어오게 만든다고요."

어쩐지 대화가 빙빙 돌고 있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계속 이야기를 해보았자 리사의 화법에 말려들뿐이었다. 어깨를 으쓱하며 한 발 물러섰다. 이럴 때는 마마가 전하는 하명을 기다려야 한다. 내 자세를 본 리사는 조금 웃었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근데 오빠가 허락해주지 않으면 안 될 거예요."

"내 허락?"

"예."

이곳의 절대 권력자, 절대 카리스마는 리사였다. 그런 그녀가 나한테 허락을 구할 일이 있다니 대체 뭘까.

"말해봐. 내 허락이 필요한 일이 뭔데?"

리사는 대답도 않고 배만 쓰다듬고 있었다. 조금 조바심이 났다.

"정말 뭔데 그래?"

여러 번 재촉하고 나서야 리사가 느릿느릿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보았다.

"금동이를.... 데리고 해야 할 일이라서요."

"뭐?"

금동이는 지금 내가 리사의 배 안에 있는 아기에게 지어 준 태명이었다.

"제 아이이기 전에 오빠의 아이예요. 그래서 오빠의 허락이 필요해요."

"금동이를 데리고 라니... 대체 뭘 하려고?"

리사는 예린과 나를 돌아보더니 설명을 천천히 시작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송 부장은 아쉬울 게 없어요. 시간이 그의 편이죠. 그런데 그런 그도 급한 마음이 들게 만드는 건 오직 저뿐이에요. 제가 부산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로서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죠. 게다가 제가 건재한 상태도 아니고 출산이 임박해서 꼼짝도 못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무리 그라도 유혹을 느끼겠죠. 이 참에 완전히 깨끗히 정리하고픈 유혹. 따라서 제가 부산에 왔다는 소식을 널리 알리고, 그가 찾아오기 딱 좋은 곳에 제가 있는 거예요."

그녀의 의도를 깨달은 나와 예린은 비명을 질렀다.

"리사야!"

"아가씨!"

기겁을 한 나와 예린을 향해 리사는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런 유혹을 불러 일으키자는 거지 그렇게 쉽게 당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안 그래요? 제가 누구예요."

"그래도 그건 너무...."

"이 정도 떡밥은 되어야 송 부장도 움직일 거예요.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반드시 기회가 옵니다. 역으로 치든 빈집을 치든.."

단호하고 확고한 리사의 말에 무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 그녀가 어떤 각오로 이 조직에 임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건 그녀의 배였다.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열렬한 발길질로 세상에 알리고 있는 저 작은 생명이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어찌할 것인가. 상상만 해도 너무 끔찍했다.

안 그래도 리사는 이미 한 번 실패를 경험했다. 원래 건강한 사람도 아니었다. 나의 짧은 의학 상식으로도, 거듭된 유산은 여자 몸에 치명적이다. 출산이 임박한 지금 아이가 잘못 된다는 건 리사의 몸에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충격을 줄 수 있다. 다시는 회복이 되지 않을 만큼.....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강렬하고 그 짧은 영상에서 난 소스라치게 놀라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리사는 불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오빠?"

고개를 흔들었다. 점점 더 빠르고 크게... 고개를 맹렬히 흔들었다. 뒷걸음쳤다. 밤새도록 숙고하고 오늘 아침에서야 겨우 내린 결정을 이토록 후회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내 표정을 읽은 리사는 고개를 숙였다. 모르긴 몰라도 내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아마도 "공포"였으리라. 겁에 사로잡힌 얼굴이었으리라. 리사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내가 미끼로 나선다면 몰라. 하지만 넌 안돼. 절대 안돼."

"알았어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도록 하죠. 오늘은 늦었으니 일단 자요."

리사의 말을 들은 예린은 우리를 데리고 창원 시내에 있는 한 호텔로 데리고 갔다. 거실이 딸린 방이었다. 방에는 우리가 들어가고, 예린은 거실에서 대기하겠다고 했다. 아마도 불의의 습격에 대비하는 것 같았다.

리사와 나는 간단하게 씻고 커다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어쩐지 리사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 등을 돌리고 누웠다. 내 등에 리사가 얼굴을 갖다 대는 게 느껴졌다. 내 등에 대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몸을 타고 전달되었다.

"실망... 했나요?"

"실망이라니."

"금동이까지 내거는 작전을 짜는 저한테 말이에요."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조금, 그런 생각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리사에게 실망이라니. 나에게 결코 들 수 없는 감정이다. 몸을 돌려 리사와 마주했다. 동그랗고 예쁜 얼굴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굴에 실망감이 들게 할 수 없었다.

"실망이라니.... 그냥 좀 놀랐을 뿐이야. 의외의 상황에 처하게 된 것도 그렇고 난데없이 이런 소란의 소용돌이에 중심에 선 것도 그렇고."

"많이 놀라셨나 봐요."

"우리 집에서 나오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은 했는데 아직 덜 되었나 봐. 아직도 집에 있을 개들이 어른거려. 영만이가 밥은 제때 주었을까 몰라."

영만이는 마을에 사는 내 나이 또래의 청년이었다. 농촌 후계자인 그에게 우리 집 개들을 부탁하고 나왔다.

"후후. 저보고는 잔정 주지 말라고 하시더니 오빠가 그러고 계시네요."

"그런가? 근데 거기에 살기 시작한 후로 이렇게 멀리 집을 떠나본 건 처음이잖아."

"그렇긴 하죠."

리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동의를 표했다. 그녀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잠자코 있다가 이내 말문을 열었다.

"집에서 키우던 개도, 그렇죠?"

"무슨 소리야?"

"한 집에서, 밥을 먹여 가며 키우던 개도 보이지 않으면 걱정이 되잖아요. 그런데 저에겐 십 년 가까이 함께 해 온 가족들이에요. 어느 날, 그들을 등지고 떠날 수밖에 없었어요. 갑자기. 온다간다 말도 없이. 물론 제 입장 때문이기에 한 번도 후회는 한 적 없지만, 그렇다고 한시도 그들을 잊은 적 없어요."

"......"

그 떠남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나는 아무런 말을 못했다.

"이렇게 뜬금없이 나타난 저인데도 저렇게 환영해주는 것을 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어요. 비록 보지 못하는 사이 그들에 대해 걱정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저인데도 말이에요. 그래서 이제 와 그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그들이 정말 바라는 것을 이뤄줘야할 의무가 저한테 있어요."

몸을 일으켰다.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녀의 논리는 막힘이 없다. 반박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다가 내 아이와 내 여자가 다치면 어쩌란 말인가. 머리론 이해할 수 있어도 가슴이 그걸 가로 막았다. 나란 놈은 이리도 나약하고 한심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렇다고 곧 출산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네가 전면으로 나서겠다고? 난 그저 전처럼 네가 어떤 조언자의 위치에서 일하게 되리라는 생각에 부산행을 동의한 거야. 이런 이야기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저도 그래요. 오빠. 하지만...."

리사도 몸을 일으켜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빠져버릴 것 같다. 아니, 이미 빠져 있다.

"사람이 모든 싸움을 피하고 살 수는 없는 거예요."

그녀는 날 일으키더니 손을 잡아 자신의 옷 속으로 넣게 했다. 무거운 배가 앞으로 볼록하여 그리 재빠른 동작은 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자극할 포인트가 어디인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내 손은 리사가 이끄는 대로 흘렀다. 실크 잠옷 너머 부풀대로 부푼 가슴이 만져졌다. 전에도 그리 작은 편이 아니었지만, 임신을 한 이후 그녀의 가슴은 전보다 족히 두 배는 커졌다. 습관처럼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볼멘 소리로 말했다.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날 설득하려 하지 마. 내가 무슨 그런 거에 환장한 사람도 아니고.... 게다가 넌 지금 그런 걸 할 상황이 못 되잖아."

"얼렁뚱땅이라뇨. 전 항상 치밀해요."

리사는 살짝 웃으면서 내게 입을 맞춰 주었다. 그리고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전 반드시 오빠의 아이를 낳을 거예요. 제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나요?"

그렇게 말하며 리사는 내 바지를 까내렸다. 팬티까지 한꺼번에 내리는 통에 단단해진 물건이 단번에 드러났다. 리사가 임신한 걸 안 이후부터는 섹스를 하지 못했다. 안정기 이후는 괜찮다며 리사가 하자고 권해도 내가 거절했다. 어떻게 될지 몰라 무서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 통 쓰지 못했던 자지였다. 리사는 천천히 내 엉덩이를 당겨 자지를 입에 넣었다. 밑동까지 안으로 넣었다가 다시 또 빼냈다. 섹스를 하지 않은 이후, 입과 손으로 많이 해주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 유난하다. 전에 없이 요염하게 먹어대는 통에 자지로 전해지는 자극이 짜르르했다.

끝 부분부터 살짝살짝 핥아나가면서 입술로 가볍게 물고 장난치듯 위아래로 움직였다. 침에 번들거리는 육봉의 아랫부분을 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러가며 리사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에 이거.......거기에 넣게 해드릴까요?"

"안 된다고 했잖아."

갑작스러운 제안에 조금 뜨악하고 있으려니까 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어떤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하얀 옷을 입은 벽안의 미녀가 나타났다. 항상 입던 옷과 다른 색을 입고 있는 그녀였기에 한번에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내 물건을 쥔 채로, 리사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빠 마음을 돌리려면 육탄 공세가 가장 확실한데 제 꺼는 지금 쓸 수가 없단 말이죠. 그래서 언니 꺼를 좀 빌리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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