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블데이트-423화 (42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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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6

오랜만에 도착한 서울은 여전히 회색빛으로 가득한 도시였다. 그곳에 속해 있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던 이전이라면 느끼지 못했을 테지만, 푸른 실록 속에서 오래 지내왔던 나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것을 실감했다. 사람들의 표정은 우리 속에 갇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염소만도 못 했고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천왕봉에서 보았던 희미한 일출보다도 답답해 보였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이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걸까, 새삼 궁금해졌다.

그러나 무채색 도시 속에서 빛나는 무엇인가가 하나 있어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건 바로 활짝 웃고 있는 효진이었다. 그녀는 터미널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도착하자마자 자기 차에 나를 태우더니 의사도 묻지 않고 곧장 호텔로 직행했다. 방에 들어서며 물어보았다.

"뭐가 그리 급해? 천천히 해도 되지 않겠어? 난 더 이상 도망가지 않는다고."

그러자 효진이 다소 쑥스러운 듯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몰라. 하지만 지금은 이러고 싶어."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내 옷을 거칠게 벗기고 침대에 눕게 했다. 자신도 옷을 훌훌 벗어던졌다. 지혜보다 늘 작아서 불만이라던, 물론 지혜보다 가슴이 크면 그게 사람이겠습니까만... 아무튼 그 가슴이 눈부셨다. 효진이 옷을 벗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마치 거추장스러운 것을 떼어버리듯이 경쾌하게 알몸이 되는 효진을 보면서 살짝 감탄했다.

"뭘 그렇게 유심히 봐?"

"예뻐서."

"내 몸이?"

"몸도 몸이고. 네 분위기. 너를 둘러싼 공기는 너무 밝고도 맑아. 그게 부러워."

침대에 걸터앉아 효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알몸이 된 효진은 허리에 손을 얹고 깔깔 웃었다.

"뭐야, 그게. 혹시 한석 군 길에서 사람 픽업하는 일도 해? 기가 맑아 보이십니다, 뭐 이런 거?"

"내가 하면 잘할 것 같아?"

"모르지. 또 어리바리한 걸 보고 불쌍해서라도 따라가는 사람이 있을지도?"

효진은 내 어깨를 짚더니 가볍게 밀어 침대에 눕게 했다. 누운 채로 효진에게 온전히 몸을 맡겼다. 그녀의 손길에 따라 내 옷가지가 하나하나 떨어져 나갔다.

"반가워. 오랜만이야."

효진은 내 자지를 보며 이렇게 인사했다. 다리 사이에 힘을 주어 자지를 살짝 움직였다. 효진은 그 녀석이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며 깔깔 웃었다.

내 아래쪽에서 자지를 쪽쪽 빨고 있는 그녀에게 팔을 뻗어 가슴을 어루만졌다. 별로 만지지도 않았는데 급하게도 직립한 유두가 딱딱해졌다. 손가락 사이에 끼고 비벼보았다. 효진이 자지를 빨다말고 낮은 신음 소리를 냈다. 그녀는 자신이 눕고 나보고 위에 올라오라고 했다. 다리를 M자로 벌리고 한 손으로는 내 자지를 쥐어 입구에 가져다 댔다.

"빨...빨리 넣어줘..."

재촉하는 효진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러자 그녀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왜... 왜 웃어?"

"아니. 너랑 뭐... 한두 번 한 건 아닌데... 오늘 같은 반응은 좀 이례적이라서 말야."

전에 없이 날 갈구하는 그녀가 낯설기는 했다. 그러자 효진이 내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니가 날 너무 굶겨서 그래."

"전에는 나 안 보고도 며칠씩 잘 지내고 그랬잖아?"

"그땐 그때고..."

고개를 끄덕이곤 준비물을 찾았다. 대개 침대 맡에 있는 바구니에 들어 있곤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

"안 넣고 뭐해?"

"아니. 콘돔이 안 보여서... 혹시 따로 가진 거 있어? 여긴 안 보이네."

그러자 효진이 피식 웃었다.

"모텔은 그런 서비스가 잘 되어있는데 호텔은 그런 게 좀 부족하더라."

"뭐야. 나 말고도 딴 놈이랑 호텔 좀 와본 말투인데?"

"아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라, 정색을 하고 부정하는 게 더 수상한데?"

"아이, 참."

그녀는 내 물건을 쥐고 그대로 입구로 끌어당겼다. 좀 의외였다.

"안 끼고 하게?"

"쌀 때 잘 빼 봐."

"난 그게 잘 안되던데...."

"그럼 할 수 없고."

몹시 대범한 발언을 하며 효진은 내 몸을 끌어당겼다.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아니, 날 재촉하는 효진이 빨아들였다고 봐야할까.

"하앙. 하아....하앙....하악....하앙......"

역시 오랜만이라 그런지, 뒷골까지 쩌릿할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아래서부터 위를 관통했다. 적극적인 효진의 몸짓도 그렇고 숨기지 않는 신음 소리마저 열정적이고 섹시했다. 나 역시 허리의 완급을 조절하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박아 넣었다. 닿아있는 순간을 그대로 즐기고 싶었다.

퍽- 퍽- 퍽- 퍽- 퍽-

살과 살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소리에 효진의 신음까지 얹어졌다.

"학...학...하앙.....하앙.... 자기야.....하앙....하악.....정말... 하악..."

"자기?"

"응... 그래......자기......하앙.... 하악... 좋아..... 하악......"

사실 조금 놀랐다. 늘 '한석 군'이라는 체면 차린 호칭을 써오던 효진이었다. 섹스를 아예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줄곧 친구처럼 지내던 그녀에게서 듣는 자기라는 호칭은 묘한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좋아한다니..... 이채로운 감인 동시에 더욱더 흥분되는 소리였다.

"하악! 하악! 하악!!!!!!! 나......나 좀 어떻게 해줘!! 하악!!"

효진은 점점 더 절정에 도달하며 내 등을 끌어안다 못해 할퀴기까지 했다. 나 역시 그에 맞는 움직임과 반응을 보여주었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여체이기에 더욱 유별한 맛이 있었다. 우리 둘은 격렬한 시간을 보냈다. 효진은 뜨겁게 날 탐했고 나 역시 그에 화답해주었다.

살과 살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점점 클라이맥스로 향하고 있었다. 느리게 연주될 틈도 없이 곧장 빠르고 격렬하게 빚어내는 소리는 줄곧 하이톤이었다. 마음은 급했고, 몸은 그보다 더 급했다.

"효...효진아... 나....크윽...."

빼려고 몸을 비틀었지만, 효진의 다리가 날 끌어안고 놔주지 않았다.

"그냥.. 끝까지.... 하악....하앙....."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왔다. 그대로 허리를 밀어 넣고 분출의 순간을 만끽했다.

"으...으으윽....."

효진의 부드러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나 역시 긴 한숨을 토해냈다. 부들거리는 허리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몇 주 간 제대로 분출하지 못했던 진한 액체는 지금 그녀의 안에 가득 부어진 터였다. 아직 덜 수그러든 자지가 조금 움직일 때마다 안에 가득한 액이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느낌이었다.

뻣뻣해진 몸을 효진에게 기대어 쉬었다. 그녀도 나를 가득 끌어안고 후희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 둘의 해후는 그렇게 격렬하게 이루어졌다.

잠깐 쉰 후, 따뜻한 물에서 몸을 풀고 싶어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들어가 쉬었다. 뒤따라 들어온 효진과 함께 욕조에서 쉬길 원했지만, 휴식으로 인해 회복된 자지를 보고 눈을 빛내는 그녀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욕실에서도 또 한바탕 일을 치렀다. 하아. 효진이가 은근히, 아니, 아예 대놓고 밝히는 스타일이라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호텔을 나설 때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장거리 버스 여행의 여독과 곧바로 이어진 격렬한 행위에 지친 나는 한시 바삐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효진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우리 집에 가자."

"너네 집에 가자고? 이 시간에 어떻게.....?"

운전석에 앉은 효진은 이미 자기 집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 보였다. 휙휙 지나가는 주변의 풍광이 내가 아는 곳이 아니었다. 이건 거의 납치 아닌가? 효진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어차피 오늘은 부모님 두 분 다 아무도 안 계셔. 오빠만 있어. 어제 이야기했잖아. 오빠가 너를 보고 싶어 한다고."

"정말 그것뿐이야?"

"그럼."

빙그레 웃는 효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서울을 벗어나 남쪽으로 조금 가자 강 하나를 끼고 그림처럼 펼쳐진 입지의 마을이 나타났다. 하나하나가 죄다 엽서에나 나올 법 싶은 모양의 고급주택이 주욱 늘어선 동네였다. 집 앞이나 마당에 세워진 차의 면면을 보고 있노라니 효진이 오늘 끌고 나온 은빛 지프는 정말 저렴한 편에 속했다.

그러다 마을이 끝나는가 싶더니 갑자기 대저택이 나타났다. 담장을 끼고 정문을 향해 달리는 것만 해도 한참 걸릴 정도였다. 간신히 도착한 정문은 누가 열어주는 사람도 없는데, 저 혼자 열렸다. 내가 입고 있는, 때와 땀으로 절은 등산복 차림을 내려다보며 이거 무작정 들어가도 괜찮나 주저될 정도로 좋은 집이었다.

대문 안쪽에 차를 세운 효진이 나를 스스럼없이 끌고 마당 안으로 들어간다. 대문에서 현관까지, 포석이 깔린 부분의 길이만 족히 50미터는 넘어 보이는 마당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어렸을 때, 무슨 외국 풍경을 담은 엽서에서나 보았음직한 대저택에 도착하자, 정문이 스르륵 열렸다. 안쪽에서 누군가 연 모양이었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

집으로 들어가자 약 서른 명 정도 되는 여자들이 우르르 나오더니 효진을 맞이했다. 그중 맨 앞에 선 아가씨가 앞으로 한 발 나서 고개를 숙였다. 단정한 얼굴 생김새에 몹시 붙임성 있는 말투였다.

"일찍 오셨네요."

"선미 씨. 오빠 들어와 있죠?"

"운동실에 계십니다."

통이 넓은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그 위에 레이스가 달린 앞치마를 두른 그녀들의 모습은, 뭐랄까. 옛날 셜록 홈즈 나오는 소설의 삽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하우스 메이드의 복장이었다. 단정하게 빗은 머리 위에는 캡까지 얹어져 있었다.

모두 같은 차림을 하고 줄 맞추어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은 꽤나 장관이었다. 으리으리한 집에 이런 사용인들. 그리고 아가씨라는 호칭까지.

그제야 효진이가 꽤 잘 사는 집의 영애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 전에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하는 짓을 보며 도무지 실감이 안 났다. 게다가 이 정도 일거란 상상도 못했다. 그랬기에 이렇게 직접 겪는 건 몹시 이채로운 경험이었다.

수십 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여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어 퍽 부담스러웠지만, 효진은 전혀 개의치 않고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이쪽이야."

효진을 따라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계단을 다 올라 복도를 조금 걸어가니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은 어지간한 헬스장을 방불케 하는 운동기구로 꽉 차 있었다. 한쪽 벽은 거울로 되어 있었고 러닝머신과 근력운동기구를 비롯한 각종 머신들이 차려져 있었다. 집안에 헬스장이 따로 하나 있는 것 같았다.

그 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앉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뒷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그쪽은 맞은편에 놓인 거울을 통해 날 이미 알아보았다.

"아니! 이게 누구야! 빠삐용 아니신가! 자유를 찾아 떠난....."

곁에 다가가자 태근이 형은 들고 있던 운동기구를 내려놓고 두 손을 번쩍 들어 보였다.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놀리지 말아요. 형. 암튼 돌아왔습니다."

"그래, 반갑다. 잘 왔어."

형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가 자기 손이 땀으로 가득한 것을 보고 손을 다시 거두어들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으로 보아 수건이라도 찾는 모양인데 내가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요. 어때요. 실습은 잘 수료하셨어요?"

그러자 형은 특유의 쾌활한 웃음 선보이며 허리를 폈다.

"잘이 뭐냐, 셋 중에서 내가 가장 우수 교생으로 뽑혀서 상도 받았어. 상장 보여줄까?"

"본 걸로 할게요."

"그리고 현아 연락처도 땄고."

"호오. 그게 상보다 더 좋으셨겠죠?"

"당연하지, 인마!"

껄껄 웃는 형과 함께 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아와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만나 식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내 옆에 서 있던 효진이 볼멘소리를 내었다.

"아, 뭐야. 내가 모르는 이야기만 자꾸 하기야? 그리고 여기 서서 뭐해. 내려가자. 시원하게 맥주라도 한잔 하면서 이야기해."

팔까지 잡아 이끄는 효진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태근이 형은 샤워를 하고 오겠다며 우리를 먼저 내려 보냈다. 거실 한쪽에는 미니바가 차려져 있었고, 바 옆에는 문이 투명하게 되어 있어 내부가 잘 보이는 냉장고가 있었다. 효진이 물었다.

"맥주, 괜찮아?"

"그래. 하나 줘봐."

효진은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더니 맥주병 두 개를 꺼내어 그중 하나를 내게 건넸다. 처음 보는 맥주였다. 아마도 외국 맥주인 모양이었다. 받아서 어떻게 여나 고민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누군가가 오프너를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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