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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데이트-441화 (44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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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te 6

아까까지는 쌀쌀하다고 생각한 날씨였는데, 알코올의 힘을 빌리고 나니 견디고도 남을 정도가 되었다. 세 병째의 소주병을 가져오면서 내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효진은 고개를 숙이고 젓가락으로 단무지 쪼가리를 헤집고 있었고 지혜는 붉어진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효진이와 난 생각이 달랐어. 원래는 무척 사이가 좋은 효진이랑 난데... 너 때문에 처음으로 의견이 갈렸어. 난 필복을 조지고 싶었고 효진이는 네 남편에게 그 사실을 말해서 말리게 하고 싶었지. 서로 의견이 달랐기에 각각 움직였어. 그리고 과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지. 바로 네 남편. 규호에 대해서야."

"규호 씨가.... 왜?"

지혜의 목소리가 몹시 떨리고 있었다. 바람 때문만은 아니었다. 술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그녀도 어느 순간에는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던 걸까. 알고 있었지만, 부정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네 남편... 아니, 네 전남편은 말이야. 사실 다 알고 있었어."

"알고 있다니...?"

"네가... 필복에게.... 그렇게 협박당하고... 또 그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지혜가 고개를 떨궜다. 그녀의 말끝이 파르르 떨렸다.

"그야 그 사람이 알았으니 나에게 이혼을 요구...."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

고개를 거칠게 저었다. 아무리 마음을 고쳐먹었어도 이런 이야기를 맨 정신에 하는 건 무리겠다 싶어서 일단 소주부터 돌리고 시작한 건데, 그래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내 앞에 놓인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뱉어내듯이 말했다.

"처음부터... 네가 필복에게 그렇게 당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 그러면서 필복에게 오히려 딜을 제안한 거야. 네 남편이 너를 필복에게 내주고... 필복은 그 대가로 규호에게 차를 샀지. 네 남편은... 자기 아내를 남에게 판 거야."

지혜의 큰 눈이 더욱 커졌다. 그녀는 입을 딱 벌리고 떠듬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미...믿을 수 없어.. 그 사람이 어떻게..."

"그뿐만이 아냐. 애초에 그 사람이 너와 결혼한 것도... 네가 효진이의 친구라는 걸 알고 한 거였어. 너는 선봐서 그냥 성격 맞고 조건 괜찮은 사람 만나서 결혼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겠지만.... 그게 아냐. 그놈은 처음부터 다 알고 노리고 있었어. 그래서 그랬던 거야."

지혜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효진을 돌아보았다. 효진은 고개를 숙이고 소주잔만 들여다보고 있느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효진이가... 효진이네 집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거야?"

아무래도 지혜는 효진이네 집이 어느 정도의 집안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긴... 나도 실감이 안 나긴 마찬가지였으니 무리는 아니었다.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혜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저건 그녀가 언젠가는 반드시 흘려야할 눈물이었다. 그녀의 몫이다.

그렇지만.... 그냥 울고 있게만 둘 수는 없었다.. 그녀가 슬퍼하면 효진이도 슬퍼하니까. 그러니까 그녀의 눈물을 닦아 줄 사람이 필요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효진이는 규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어.... 효진이 아버지에게 자기를 소개시켜 주면, 널 놓아주겠다고 했거든. 네가 이혼함으로써 필복도 더 이상 너에게 들이댈 명분이 사라지니까.... 그렇게 널 그놈에게서 떼어 놓았어. 그건 우리가 한 게 맞아. 정확히 말하면, 효진이가 한 거야."

"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선선하게 이혼에 동의를...."

지혜는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재차 물었다.

"그럼... 그럼, K사가 부도난 거는 어떻게 된 거야. 그것도 효진이 아버지가 하셨다고?"

"아니. 그건... 내가 아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을 들었어. 그 회사가 그분의 영향력 하에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 이유 때문에 망하게 한 건 아니래. 원래 그 회사는 망할 예정이었고 다만 그분은 녀석을 더 높이 끌어올려 책임자의 자리에 앉힌 거야."

지혜는 두 손을 들어 자기 가슴 위에 올려두었다. 심장이 문제가 생긴 걸까. 아니면 문제가 생겼다고 느낀 걸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몰랐다.

"그러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되는데?"

"자세히는 몰라도 그 사람도 일정 부분 회사부도에 대한 걸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가겠지. 법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거기까지는 나도 모르겠어."

"하아..... 정말.... 정말 모를 이야기구나. 난 효진이 네가..."

멍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던 지혜는 효진을 돌아보았다. 효진은 마치 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지혜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네가.. 어느 정도 잘 사는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

"지혜야, 난 말하지 않으려고 한 게 아니라...."

변명하려는 효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지혜는 고개를 저었다.

"널 탓하려는 게 아냐. 그냥 내가 내 친구에 대해 너무 몰랐구나 싶어서 그래."

"지혜야..."

"나 말야, 잠깐 혼자 있어도 될까?"

지혜는 우리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일어났다. 조금 비틀거리기는 했지만, 분명한 걸음걸이로 걸었다. 효진이가 따라 가려고 하기에 팔을 붙들었다. 날 돌아보는 효진을 향해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녀의 표정에는 날 향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

"왜... 왜 이야기한 거야. 차라리 평생 몰랐을 수도 있었잖아."

"그렇다면 너나 나나 평생 지혜한테 거짓말을 하면서 사는 건데... 너 앞으로 지혜 안 볼 셈이야?"

"그건 아니지만...."

산 중턱 가장자리에는 전망대처럼 나 있는 너른 장소가 있었고 난간이 놓여있었다. 지혜는 그 난간에 기대어 서서 시내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내 손에 팔을 잡히어 꼼지락거리고 있는 효진을 보며 시간을 재고 있다가 내 재킷을 벗어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왜?"

"춥잖아. 애인께서 가서 따뜻하게 덮어줘."

울상이 된 효진의 얼굴이 조금, 아주 조금 피었다. 내 옷을 손에 들고 효진이 지혜에게 다가갔다. 둘이서 마주 서서 무언가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한 번 꼭 끌어안고 서로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내 재킷을 두른 지혜와 함께 효진이 돌아왔다.

"난 운이 좋아."

자리에 다시 앉은 지혜가 꺼낸 말은 이거였다. 뭔 소리인가 싶어 쳐다보고 있자니 그녀는 나와 효진을 스윽 둘러보았다. 아직 눈가가 젖어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표정이 아주 나쁘진 않았다.

"이미 임자 있는 늙은이에게 반해 신세 망칠 뻔 하다 우연히 만난 남자한테 도움을 받아 벗어났어. 나름 정착한답시고 선을 봐서 만난 남편은 늙은이보다 더 이상한 놈이었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줄 알았어. 그런데..."

지혜는 소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토해내듯 말했다.

"그렇게, 세상이 완전 끝나는 줄 알았어. 그런데 말이야. 내가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했는지, 일찌감치 친구를 잘 두었어. 남편이랑은 이혼했으니 더 이상 볼 일이 없지만, 친구는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잖아. 친구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야."

지혜가 잔을 들었다. 나와 효진도 마주 들었다. 서로 짠하고 부딪히며 소주를 삼키고 밤이 늦도록 서로의 잔을 채워주었다. 지혜의 아픈 가슴을, 찢어진 가슴을 술로 채워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몇 마디 말로, 몇 마디 위로로 그녀의 아픔을 이해하고 또 치유할 수 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사람에게 새겨진 상처가 얼마나 오래되어야 사라지는지, 또 얼마나 깊이 자국을 남기고 아무는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분명히 있었다. 지금 여기에 지혜와 함께 있어줄 수 있고, 그녀를 사랑하는 효진과 함께 있어줄 수 있다는 거.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나도... 네 친구야?"

지혜에게 물어보았다. 지혜는 그 커다란 가슴을 테이블에 얹은 채, 피식 웃었다.

"그래! 너도 내 친구! 효진이 다음이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 있는 남자 중에서는 첫 번째로 좋은 친구!"

술잔 세 개가 짠하고 부딪혔다.

유비와 관우, 장비는 복숭아꽃이 활짝 핀 도원에서 평생 함께 하자는 결의를 맺었다. 우리도 그들의 맹세를 따라했다. 각기 태어난 날은 다르지만, 떠나는 날은 함께 하자고. 그날까지 함께 있자고 말이다.

너무 취해 정신이 없었기에, 아무도 운전할 수 없었다. 내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효진이가 앞장서서 근처 모텔에 방을 잡았다. 지혜는 조금 머뭇거리긴 했지만, 이내 우리 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혜는 효진이 이끄는 대로 따라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침대에서 우리 세 사람은 한데 엉켜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난 효진에게 키스했고 효진은 지혜의 젖을 빨았다. 지혜는 내 바지를 벗겨 페니스를 움켜잡았고, 효진은 그런 지혜를 뒤에서 안고 바지를 벗겼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자 노력했다. 진심으로, 땀나도록 노력해 마지않았다.

"하아....하악.... 더... 더.... 박아줘....."

"지혜야...."

"흐읍...."

나에게 더 박아달라고 외치며 다리를 벌리는 지혜의 입술은, 효진의 입술이 덮어버렸다. 농염하게 혀를 섞어대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보지를 향해 자지를 가져가자, 거기에는 이미 효진의 손가락이 쑤시고 있었다. 내 물건을 갖다 대자 효진은 애액으로 잔뜩 젖은 손가락을 꺼내 내 육봉을 가만히 거머쥐었다. 그리고 방향을 찾아 인도해주었다.

그대로 자지를 찔러 넣었다. 지혜의 위에 마치 샌드위치 빵처럼 엎어져 있는 효진의 보짓살은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발가벗은 두 사람은 이미 가슴을 맞대며 몸을 겹치고 있었다. 몹시 보기 좋은 광경이었지만, 느긋하게 감상할 수 없었다. 나도 할 일이 많았다. 지혜의 다리 사이로 내 몸을 밀어 넣으며, 효진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하악...하악.....나도...나도 박아줘...."

안타깝다는 듯이 꿈틀거리는 효진의 보짓살이 못내 불쌍했다. 지혜의 보지에서 자지를 뽑아내어 거기로 가져갔다. 자지를 뽑을 때, 뽁-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듣고 셋은 웃었다. 그리고 내 자지가 효진의 안으로 박아 들어갔다.

이미 지혜의 애액으로 잔뜩 젖어 번들거리는 그것이 효진의 안으로 들어갈 때, 지혜는 효진의 입술을 빨고 있었다. 지혜는 자신의 커다란 가슴 한쪽을 쥐고 효진의 가슴에 대고 문질렀다. 서로 마주 본 유두끼리 비벼지며 올곧게 감촉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았다.

효진의 허리를 쥐고 세차게 몸을 밀어 넣을 때마다, 두 가슴이 함께 흔들리는 걸 감상했다. 효진의 신음과 지혜의 교성이 섞여 한데 흘렀다.

"하악...하악....학...."

그렇게 우리 셋의 밤은 깊어갔다. 진하게 젖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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