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블데이트-447화 (447/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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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진은 친구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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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진은 친구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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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진은 친구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하영은 효진의 부탁을 듣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뒷조사?"

"아니, 뒷조사까지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니까.... 그냥 대체 지혜 남편이 뭐 하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인지만 알면 돼요. 그리고 그 사람의 거래 상대인 임필복이라는 자와."

"그게 뒷조사 맞아."

"하아. 언니. 지금 말꼬리 잡기 놀이할 생각 없어요."

효진의 짜증 섞인 대답을 들으며 하영은 빨대를 휘저어 생과일 주스의 바닥에 가라앉은 딸기 덩어리를 툭툭 건드려보았다.

"넌 대체 변호사가 뭐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너네 집과의 계약에 따라 운전은 물론이고 잡심부름까지 해주는 거야 그렇다고 쳐. 이젠 남 뒷조사까지 시켜? 내가 무슨 흥신소야?"

"언니. 그러니까 부탁한다고 했잖아요."

"못 해준다는 게 아냐. 기분이 좀 그렇다는 거지."

그제야 효진은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 하영은 그녀와 계약관계의 사람이지 아랫사람이나 친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미안해요. 상황이 많이 안 좋아서 그래요. 언니말고는 기댈 곳이 없기도 하고."

간곡한 효진의 말투에 하영은 마음을 조금 풀었다.

"그래. 알았다. 나만큼 위대한 변호사가 또 없지."

"위대한 걸 알아주는 사람이 나말고는 또 없죠?"

"그래, 에휴,"

"얼마나 걸려요?"

"이름이랑 주소, 아니면 회사만 알면 반나절 정도면..."

"그렇게나 빨리요?"

"나보고 위대한 변호사라면서. 위대한 변호사는 어둠의 세계에도 끈이 닿아있지."

하영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수첩에 적힌 상대의 이름을 들여다보았다.

"양규호.... K자동차회사 영업사원? 영업점이 어딘지는 모르고?"

"그건 몰라요. 명함을 예전에 받아두었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임필복은?"

"이름만 알아요. 근데 아마 양규호랑 거래를 꽤 하는 중일 테니 조사하면 나오지 않을까요?"

"요금 추가야. 알았지?"

"얼마든지요."

"하이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내가 이런 짓까지 하는구나."

깊은 한숨을 내쉰 하영은 툴툴거리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맞은편의 효진을 힐끔 보더니 전화기를 든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밖으로 나갔다. 효진이 유리창을 통해 내다보고 있자니 하영의 통화는 그리 길지 않았다. 정말 이름과 직장 정도만 알려주면 나머지는 일사천리인 모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영이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됐어. 이제 한 세 시간 정도면 어지간한 서류항목은 다 캐올 거야. 일주일을 주면 여자관계, 불륜상대까지 다 파악할 수 있고."

"불륜...까지요?"

"친구 남편이라면서? 그런 거 때문에 조사해달라고 한 거 아니었어?"

"......뭐. 비슷해요."

불륜이라... 굳이 따지자면 그걸 저지르고 있는 건 친구 남편이 아니라 정작 친구였다. 아니, 그런 걸 불륜이라고 할 수 있을까. 효진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한석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헤어지긴 했지만, 사실 그녀도 두려웠다. 자신이 지혜의 남편에게 이 사실을 고발할 경우 대체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에 대해서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어쩌면 지혜의 결혼생활 자체가 파탄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자기는 평생 지혜 얼굴을 못 보게 되리라.....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는데 하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은 집에 돌아가."

"네?"

"그러면 여기서 죽치고 앉아 마냥 계속 기다릴 거야? 나도 이 일만 하는 게 아니라서 바쁘다고."

"아아. 그랬죠. 사무실로 돌아가게요?"

"그래. 연락 들어오면 바로 연락할게. 자료가 들어오면 집으로 팩스 보내던가."

효진은 고개를 저었다.

"팩스는 안돼요. 남이 볼 수도 있으니까. 연락 주시면 제가 바로 받으러 갈게요."

"그러든가."

하영이 먼저 일어났다. 효진은 일어날 생각도 못하고 계속 생각했다. 내가 대체 왜 남편의 뒤를 캐는 걸까. 그에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과연 할 수나 있을까. 효진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울고 있는 지혜의 모습이, 번번이 그녀의 생각을 가로막았다.

효진은 시내를 나가 배회하다가, 하영의 연락을 받고 곧바로 사무실로 찾아갔다. 하영은 감탄했다.

"빨리도 오네."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래, 앉아봐."

사무실에는 하영 혼자 있었다. 그녀의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효진은 가쁜 숨을 가다듬고 접대용 소파에 앉았다. 딱딱한 인조가죽의 자리가 편하지 만은 않다. 하영은 몇 가지 서류를 챙겨와 효진의 맞은편에 앉았다.

"K 자동차회사 수원제3영업점 차장, 양규호. 그리고 대물물산 전무 임필복. 그 두 사람에 대한 대략적인 파일이야."

효진은 서류를 넘겨보았다. 대체 어떻게 입수했는지 두 사람의 이력서, 등본, 사는 곳의 등기부등본, 자격증 일람 등, 서류로 갖출 수 있는 한 사람의 개인정보는 죄다 들어가 있었다. 어떤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하영이 말을 이어갔다.

"근데 조사한 곳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더군."

"뭔데요?"

"내가 의뢰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필복과 양규호에 대한 의뢰가 또 들어왔다고. 이 두 사람이 대체 얼마나 중요하고 유명한 사람이냐고 되묻던데?"

이상한 우연이지만 아예 없을 일도 아니었다. 효진은 자신과 다른 방법을 찾겠다던 한석을 떠올렸다.

"......그건 아마도 한석이가 의뢰한 거겠지요."

"정말? 최한석을 말하는 건가?"

"응. 아무래도."

효진은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가려는데 하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더 이상한걸? 거기는 결코 싼 곳이라고 하기 어려운데.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돈이 있어 보이지는 않고....."

"비용은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이야기했어요."

"아니, 비용이 문제가 아냐. 비용도 비용이지만 내가 의뢰한 여기는 어지간한 의뢰는 받지 않는다고. 아무한테나 이정도 자료를, 이렇게 빨리 빼주는 줄 알아? 이쪽의 사회적 지위와 자산 등을 다 파악하고서 의뢰를 골라 받는 애들이란 말야. 네 남자친구를 평가절하 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그 정도의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말야."

한석이가 어디가 어때서! 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예전에 그런 질문에 자기 스스로 어디가 어떻다고 대답한 기억이 났다. 효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한석이도 나름의 방법이 있었겠죠."

"흐음. 그런가?"

안경을 고쳐 쓰는 하영을 보고 효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억지를 부리다시피하여 이들의 정보를 알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막막했다. 그녀는 이 자료가 도착하기 전부터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정말 남편에게 이 사실을 모두 고할 것인가. 그러고도 지혜가 결혼생활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차라리 이런 일이 빌미가 되어 이혼이라도 한다면.....

순간 자신이 어쩌면 굉장히 나쁜 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자신은 내심 지혜가 이혼이라도 하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을 겪었으니 다시는 남자하고 결혼하겠단 소리를 하지 않겠지. 그렇다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는 걸까.

'아냐. 난 결코 그런 생각으로 이걸 하고 있는 게 아냐. 그저 지혜가 가여워서....'

그러나 자기 자신이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결혼생활을 해보지 않은 그녀이기에, 또한 남편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았기에... 만약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게 강제든 자발적이든 간에.... 대체 어떤 남자가 그걸 용납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아내조차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악마 같은 놈을 참아내면서까지 지혜가 지키고 싶어 하는 결혼생활은 그대로 금이 가고 만다.

그때, 하영이 물었다.

"효진. 너 잘 생각해봐. 정말 이게 지혜를 위한 길이야?"

"네?"

생각에 빠져 있던 효진은 하영의 질문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영은 다시 한 번 말했다.

"네가 지금 하려는 일, 정말 지혜를 위한 게 맞냐고."

"그게 무슨....."

이번에도 질문을 못 들은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 정확히 들었기에 효진은 뜨끔해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무심하게 늘어놓는 하영의 말이 너무도 날카롭고 뼈아팠다.

"남의 일에 끼어 들고 싶지는 않지만, 기왕 의뢰를 받았고 자료들을 안 본 건 아니니 한마디 하겠어. 너한테 들은 이야기와 입수된 자료를 종합해볼 때 내 짐작은 이래. 네 친구 지혜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 그렇지만 결혼까지 한 애야. 설령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걔의 문제지 너가 참견할 바는 아냐. 남편에 대해 조사를 의뢰했다면 흔하게 바람을 피는 남편 때문에 고민하나 싶었겠지. 그렇지만 넌 전혀 엉뚱한 인물까지 조사를 의뢰했어. 그 사람은 지혜 남편의 최대 고객인데... 그 사람 파일을 바라보는 네 눈빛은 전혀 부드럽지가 않아. 여기서 나는 네 친구 지혜와 임필복의 관계를 의심하게 되지."

효진은 가슴이 턱 막혔다. 겨우 반박을 했다.

"언니... 그건.....그냥 언니 짐작이잖아요...."

"그래. 굳이 말로 꺼내진 않겠어. 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관계인지. 그렇지만 얼마 지니자 않아, 각 인물의 뒷조사 결과까지 나올 거야. 변호사 짓 그리 오래 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쯤이면 오는 어떤 감이 있어. 그건 굉장히 추잡하고 더러운 짓이야. 네 친구가 그런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건 십분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제3자인 효진이 네가 끼어들 사안은 아냐. 좀 재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래."

법조인의 논리와 추정에 효진은 할 말을 잃었다. 도무지 반박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효진의 마음은, 그녀의 감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참을 말이 없던 효진은 겨우 다른 이유를 끄집어내 하영의 주장을 막았다.

"관계... 없진 않아요."

"뭐가?"

"한석이..."

"응?"

뜬금없는 이름에 하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석이가 지혜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한석이가 지혜를 깨끗이 포기해야 저한테 집중할 수 있어요."

"그건 대체 무슨 소리야? 네가 한석이랑 결혼이라도 하겠다는 소리야?"

효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딱 벌리는 하영을 향해 분명하게 선언했다.

"그래요. 이 일을 마무리 짓고 한석이랑 결혼하겠어요."

"박 회장이 허락 하겠어?"

하영의 질문은 예상하고 있었다. 효진은 고개를 떨구며 답했다.

"그거야 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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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일입니다.

한석이 유미와 붕가붕가하고 있을 때, 효진이 겪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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