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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어쩌면 그녀는
"이러지, 이러지 말아요... 소리 지르겠어요."
하영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한석의 손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되레 안으로 바싹 붙었다. 한석이 내쉬는 숨결 하나하나 하영의 귓불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소리? 어디 한 번 질러보시죠."
"뭐...뭐라구요?"
"당신이 모시는... 박 회장의 사위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른다고 광고라도 할 셈인가요? 하영 씨? 네에?"
"그게 무...무슨..."
"나야 잠깐 비난 받으면 그뿐이지만, 당신도 그럴까요? 아니면 회사도 괜찮을까요? 잘 생각해보라구요."
자기 자신보다도 회사를, 자기 자신의 위안보다는 박 회장의 위안을 우선하며 살아온 하영이었다. 한석의 협박은 그녀의 약점을 고스란히 찌르고 있었다. 내심 그녀도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다.
결혼을 앞둔 새신랑이 다른 여자와 이러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게 된다면 회사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 박 회장에게는 어떤 비난이 쏟아질 것인가.
박 회장과 회사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하영은 고양이 앞의 쥐처럼 옴짝달싹 하질 못 했다. 마음속에는 한석에 대한 저항과 거부감이 가득했지만, 몸은 쉽게 움직이질 않았다. 그저 한석의 악독한 마음 씀씀이에 치를 떨며 경악할 뿐이었다.
"당신은...."
"혹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군요. 회사의 새로운 실세를 향해 하영이라는 여자가 정말 몸을 아끼지 않고 달려드는구나."
"웃기지 마!"
"어느 쪽이건... 당신에게 유리한 건 하나도 없어요. 알았어요?"
한석의 손은 거침없이 하영의 안을 파고 들어왔다. 우악스러운 힘으로 팬티스타킹의 가운데를 찢어버렸다. 가장 비밀스러운 곳을 덮고 있는 장막이 하나하나 걷혀졌다.
속살 깊은 곳을 가리는 마지막 한 장, 팬티 바로 윗부분까지 한석의 손가락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흐윽..."
우악스러운 손가락이 하영의 팬티를 어루만졌다. 비부 바로 위를 슥슥 문지르면서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틀어쥐고 탈출을 허락지 않았다. 한석의 혀가 하영의 귓불을 핥아나갔다. 끈적끈적하면서도 착착 감기는 혀가 하영의 귓불을 남김없이 핥아가며 훑었다.
하영은 억누르지 못한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한석은 중얼거렸다.
"늘 딱딱한 소리만 내는 분인 줄 알았는데, 이런 흥미로운 소리도 낼 줄 아는군요."
"흐윽.... 이러지... 흐윽...."
"어때요? 혼자서도 많이 만집니까?"
"그렇지 않...."
"아니면 남자친구에게 만져달라고 한다거나?"
"그런 사람 없....하악...."
한석의 손가락이 하영의 팬티를 한쪽으로 젖히고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진동하듯 문질러대는 손가락이 연주를 시작했다. 거기에 녹아난 하영의 비부는 이미 철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다리가 풀린 하영은 한석을 밀어내려던 손으로 그의 팔뚝을 붙잡고 있었다.
"그런 곳은..."
"이 곳이 어때서요? 무척 제 손길을 반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하악... 그렇지 않아....하윽...."
한석의 손가락 하나가 길을 내고 두 번째 손가락은 입구를 공략했다.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꿈틀거리며 구석구석을 탐하는 손가락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마치 피아노 연주가의 움직임 같았다. 조율되지 않은 하영이라는 피아노는 새된 소리와 거친 소리를 번갈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한석은 젖은 목소리로 계속 속삭였다.
"끈적끈적하군요. 그리고 아주 쏙쏙 빨아들이고 있어요."
"그만...그만..."
"손가락 말고 다른 걸 넣어달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악... 흐읍....그렇지 않아... 날 놓아..."
한석의 중지는 비부의 입구에서 더 깊이 들어가진 않는다. 살짝 구부러진 채로 입구 안쪽을 긁듯이 움직이며 위아래로 떨고 있었다. 생전 처음 맛보는 감각에 하영은 입을 반쯤 벌리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손이 놀고 있군요. 본인이 만져지고 있으면 당신도 만져야 할 것 아닙니까."
"만지다....니?"
온몸에 힘이 풀린 하영은, 한석이 말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석은 몸을 살짝 비틀어 하체를 하영의 몸에 밀착시켰다. 그리고 하영의 손으로 하여금 자신의 사타구니를 더듬게 했다. 하영은 이게 뭘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저 타이트한 바지 너머 거대한 꿈틀거림이 뜨겁게 전달되기에 의아하게 생각할 따름이었다.
"꺼내봐요."
"뭘...뭘..."
"당신이 손으로 비비고 있는 내 자지 말입니다."
하영은 그제야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한석이 억지로 쥐어 주긴 했지만, 그녀의 손은 한석의 다리 사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자신이 붙들고 있는 몽둥이 형태의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하영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떼어냈다.
그러나 몸은 떼어내지 못했다. 그녀의 비부 사이에는 여전히 한석의 손가락이 들어와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지 처음 만져봅니까?"
".....흐음...."
"빨아 본 적도 없어요?"
"......없....어...요..."
"이런. 정말 녀석의 예상대로인가...."
한석이 가볍게 혀를 차고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한석을 부르는 목소리였다. 한석은 급하지 않은 동작으로 서서히 하영에게서 떨어졌다. 흐트러진 옷매무새로 헐떡거리는 하영을 보며 그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한석은 보란 듯이 손을 들더니 가운데 손가락을 천천히 핥았다. 하영은 그 손가락에 묻어 있는 맑은 액의 정체를 깨닫고 새삼 얼굴을 붉혔다. 한석으로 인해 홍수가 난 그녀의 다리 사이는 숫제 오줌이라도 지린 것처럼 축축하기 이를 데 없었다.
"흑... 이...이러지....마....요... 왜 이래요....."
"이러는 게 뭐죠? 아아, 제가 이렇게... 만지는 거 말인가요?"
한석의 손가락이 대번에 하영의 귓불을 매만졌다. 몸을 뺄 수도, 그렇다고 한석에게 안길 수도 없는 하영의 몸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한석의 손은 하영의 허리와 가슴을 실컷 훑고나서 물러났다.
"흐음.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영 씨."
"......."
"그렇지만 확실히 애무에 익숙지 않으시군요. 별로 안 해보셨나 보죠?"
"....."
"그거야 앞으로 많이 하다보면 좋아질 거긴 하지만..."
한석은 하영을 두고 몸을 돌렸다. 나무 그늘에서 벗어난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아까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나무에 기댄 하영은 숨을 가다듬으며 옷을 바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다 젖어버린 팬티를 벗어버리고 싶었다. 팬티스타킹의 안쪽은 찢어져서 엉망이 되었다. 겉옷을 아무리 바로 한다고는 해도 그녀의 안쪽까지 정비할 순 없었다.
하영은 심호흡을 여러 번 하며 몸을 일으켰다. 아직까지 온몸에 한석의 숨결과 손길이 남아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그의 시선도 함께....
'앞으로 많이 하다니....'
하영은 한석이 자신의 상사로 부임하게 되었다는 걸 떠올렸다. 조금 전까지 그녀의 은밀한 부분을 탐하던 남자와 하루 종일 같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 자리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 같았다. 세상의 모든 눈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 몇 걸음 걸어가던 하영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단지 착각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발견한 하영은 그 자리에서 덜컥 멈춰 서고 말았다.
".....유진 양..."
"....."
언덕을 내려가는 길 옆에 유진이가 서 있었다. 묘한 표정을 짓고 팔짱을 낀 채로 서 있던 유진은 하영을 보고도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조소인지 뭔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하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몸을 돌려 그대로 가버렸다. 신부 들러리용으로 차려입은 연두색 드레스가 나풀거렸다.
'본.... 본 거야? 이 아이? 그 장면을? 어디서부터 보고 있던 거지? 보고 있었다면... 어째서 막거나 도와주지 않았지?'
하영은 또 다른 당혹감에 휩싸였다. 난데없는 한석의 유린, 그리고 예상치 못한 유진의 등장은 그녀를 패닉에 빠지게 했다. 어떤 정신으로 식장에 돌아온 줄 몰랐다. 그녀의 이름이 적힌 테이블 지정석에 도착하자마자 무너지듯 자리에 앉고 말았다.
"야, 너 어디 아프냐?"
"어? 어.... 아니...."
하영이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태양을 등지고 서서 그녀에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태근이 있었다.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표정이었고 그의 뒤에 다소곳이 서 있는 현아의 표정도 비슷했다.
"무슨 일인데 식은땀을 흘리고 그래?"
태근이 손을 뻗어 하영의 이마를 짚었다. 아니, 짚으려고 했다. 태근의 손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소스라치게 놀란 하영이 고개를 돌려 뿌리쳤다. 하영을 향한 태근의 이런 스킨십은 사실 지난 십여 년간 자연스러운 행동에 속했다.
그렇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하영의 마음은 전과 달랐다. 워낙 혼란스러웠기에 그걸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다. 전과 달리 자신의 손을 뿌리치는 상대를 보고 태근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표정을 알아차린 하영은 속으로 아차 싶었다. 그녀는 애써 웃어 보이며 변명했다.
"아, 아까 뭘 먹었더니 속이 좀..."
누가 봐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말투였다. 신인배우가 첫 출연한 연극무대에서 내뱉은 대사만큼이나 뻣뻣했다. 그러나 태근은 하영에게서 한 발 물러서며 껄껄 웃었다,
"얌마. 똥이 마려우면 화장실에 가야지, 왜 여기 앉아서 그래. 응?"
"어휴, 오빠.... 말 좀 가려서....."
뒤에 서 있던 현아가 타박했지만, 태근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태근의 썰렁한 개그에 전혀 동의해주고 싶진 않았지만, 하영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애써 웃어 보였다.
"좀 있으면 식이 시작하잖아."
"아, 그것도 그러네..."
잠시 후, 연단 옆에 자리한 관현악단이 왈츠곡 연주를 시작했다. 결혼식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었다. 소란스럽던 장내가 어느 정도 정리되기 시작했다. 모두의 시선이 버진로드 끝에 서 있는 한석에게 향했다. 그의 곁에는 효진이 서 있었고 그들의 뒤에는 옅은 녹색 드레스를 입은 두 명의 들러리가 서 있었다.
들러리 두 명이 좌중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았다. 같은 색의 옷을 입었지만,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그 둘은 작고 귀여운 인상의 유진과 가슴이 커다란 지혜였다. 마치 인형처럼 귀여운 외모를 가진 유진을 보고 많은 하객들이 감탄했다. 그와 동시에 가슴의 반 이상을 한껏 드러낸 지혜의 드레스는 수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도 남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석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는 의문이 가득 서려있었다.
'저 남자가 대체 누구기에 갑자기 나타나 이 자리에 있는가. 정말 박 회장이 자신의 아들 말고 저 사람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하는가.'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의문을, 하영 역시 깊이 품고 있었다.
'저 남자는... 대체 무슨 속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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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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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사정이 있어 업로드가 좀 늦었습니다.
오늘 몇 개 더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