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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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작가 Avn 루나이르의 마지막 팬픽이라 예정(?)된 전무후무 한 수위소설입니다.

건적작 '하늘을 울리다' 때문에 소홀히 한것 같지만, 열심히 쓰고 있으니.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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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늦봄 햇살이 커피숍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따뜻하게 비추었다.

커피 잔을 들고 홀짝이던 두 사람은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 더 키가 큰 한 남자가 맞은편에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 야, 준연아. 너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게 뭔지 아냐? "

준연이라 불린 사내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커피잔 을 내려놓고 답을 생각해보았다.

" 흠……. 제일 무서운 거라. 욕망 아니겠냐? 물 불 안 가리고 가지려고 하니까. 전쟁도 한 국가의 욕망 때문에 일어나는거라 보는데. "

준연의 대답에 물음을 했던 남자는 피식 웃고 말했다.

" 새끼. 그래도 좀 늘었는데? 철학적이구만. 근데 틀렸어. "

준연이 미소 지으며 남자에게 따지 듯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뭔지.

" 그럼 뭐냐? "

남자는 한껏 웃으며 답을 말해줬다.

" 여자. "

" 여자? "

준연이 납득 할 수 없다며 부인했다.

여자도 욕망 때문에 얻은 것이고, 그러므로 욕망이 제일 무서운 거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 응. 여자. "

" 왜지? "

준연의 반문에 남자가 턱을 괴고 대답했다.

" 뜨겁거든. "

" 미친 놈. "

준연이 웃으며 커피 잔을 한번에 비웠다.

남자는 또 덧붙였다.

" 윤아는 물론이고. 너희 누나도, 정수연도. 뜨거워서 데일것 같다,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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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학교에서 강의를 듣던 도중, 날아온 뜻밖의 부고장.

교수님이 앞에서 열심히 설명하시는데도 불구하고 짐을 챙겨서 강의실을 살짝 빠져나왔다.

충격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준연이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문자메시지에 나는 미친듯이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안동까지는 대략 5시간 정도가 걸렸지만, 나는 그저 밟았다.

두 가족이 함께 피서도 가고, 슬픔과 행복을 나누었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자동차 속도가 점점 올라감에 따라 이빨에 힘이 들어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차가 막히지는 않았지만, 점점 조급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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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에 도착한 나는 문자에 찍혀 있는 곳으로 가서 차를 댔다.

급히 내려 장례식장으로 뛰어 들어가니 통곡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걸음은 느릿해지고, 눈은 이미 눈물로 앞이 흐릴 정도였다.

" 아, 연우 왔냐. "

저 앞에 준연이 상복을 입고 침울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에게로 터벅터벅 걸어가서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 주고 관이 놓여있는 방으로 갔다.

입구에는 근조화가 몇송이 꼽혀있었다.

나는 그것을 한개 뽑아들어 관 앞에 놓고 절했다.

' 아저씨……. '

항상 나를 아들인 준연이와 같이 봐 주신 아저씨.

나는 아저씨가 좋은 세상으로 가시길 빌면서 방을 빠져나왔다.

준연이, 그리고 그의 누나인 태연이 누나와 아주머니께 절을 하고 일어섰다.

" 연우야……. "

태연이 누나가 눈물을 못 참겠는지 울면서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

나도 손으로 누나의 등을 토닥여 주며 달래보았지만, 도무지 울음을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매일 누나가 애교부리는 모습만 봤던 나로서는 충격 아닌 충격이었지만, 내 어깨에 젖어드는 그녀의 눈물이 그런 나의 망상을 깨뜨려 버렸다.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눈물을 떨어뜨리는 태연누나의 모습에 나도 다시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 누나, 연우 힘들겠어. "

준연이가 태연 누나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내가 가만히 놔두라고 손짓했다.

서럽게 우는 누나를 매정하게 떼어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뿐더러, 의지할 사람이 몇 없는 누나에게는 내가 큰 도움이 될것 같은 기분에서 였다.

" 괜찮아, 누나. 괜찮아. 좋은데로 가셨을거야. "

내가 몇 마디 그렇게 누나에게 속삭여주자, 조금씩 진정이 되는 듯 훌쩍이는 주기가 길어졌다.

그러다가 누나는 침울한 표정으로 얼굴을 내 가슴에서 땠다.

" 미안해……. "

슬픔이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사과하는 누나에게 괜찮다고 손짓한 나는 준연의 곁으로 갔다.

" 와 줘서 고마워. "

그의 말에 내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 당연한거지. 고마워 할 필요까지야. 그래도 좀 뜻밖이다. "

" 너, 임마. 아빠가 너 누나랑 결혼시킬려 그런거 알고 있지? "

물론 알고 있었다.

매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으니까.

" 아, 맞다 윤아한테 전화 해 줘야 하는데. "

급하게 온다고 깜빡 잊고 있었다.

지금쯤 난리도 아닐텐데.

전화기를 꺼내서 번호를 누르려고 하는데 보이는 엄청난 부재중 통화와 문자가 내 생각을 대변해 주었다.

나는 미안함에 한숨을 쉬고 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전화기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는지 전화를 걸자마자 바로 받는 윤아.

" 아, 윤아야. 미안해. "

나는 눈빛으로 준연이에게 잠깐 나갔다 온다고 말하고는 장례씩장에서 빠져나왔다.

[ 우으……. 오빠, 어디에요……. ]

윤아가 울상인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나는 미안해져서 최대한 따뜻하게 대답해주었다.

" 나 상가집 잠깐 왔어. 준연이 아버지 별세하셔서. "

[ 에? 준연 씨요? ]

윤아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소리쳤다.

나는 작게 대답을 해 준 다음 윤아에게 말했다.

" 여기 안동이니까 집에 올라가려면 조금 걸릴거야. 먼저 자고 있어. "

하지만, 윤아는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 기다릴게요, 그냥. 빨리 올라와. ]

윤아의 말에 나는 한숨을 한번 쉬고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다시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니 준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 가 봐. 윤아씨 기다리지? "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놈.

나는 뻥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손바닥으로 한대 얻어맞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 가보라니까? "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홰홰 젓고는 건물 깊숙히 들어와 태연누나 옆에 가서 앉았다.

누나가 고개를 들어 내가 온 것을 확인하자, 조금은 씁슬한 미소를 지으며 웃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저씨를 보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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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대충 상가집에서 먹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한참 지고도 시간이 많이 지난 새벽녘이었다.

푸르스름한 달이 머리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차가운 서리와 함게 나의 볼을 때리는 바람은 겨울을 알리려는 듯 나를 괴롭혔다.

아파트에 도착하여 나는 술을 사서 집으로 들어갔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섰을 때, 조그마한 알갱이들이 나에게 날아왔다.

" 엥? "

앞을 바라보니 윤아가 소금통을 둘고 베시시 웃고 있었다.

" 뭐야? "

내가 그렇게 물으니 윤아는 손가락을 쪽 빨며 인상을 쓰고는 대답했다.

" 상가집에 갔다 오셨으니 소금을 뿌려야지. "

아는 것도 많다, 참.

그나저나 새벽 2시가 다 되가는 시간이었는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에 다시금 미안해졌다.

나는 신발을 벗고 윤아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왔다.

따뜻했다.

" 역시 집이 최고구만. "

내가 그렇게 말하며 거실에 주저 앉자, 윤아가 쪼르르 달려와서 내 외투를 빼앗아(?) 갔다.

옷걸이에다가 옷을 걸어 놓고 오는 윤아의 모습이 왜 그렇게 예쁜지.

" 저건, 술? "

윤아가 갑자기 내가 들고온 봉투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술 먹는 것을 싫어하는 윤아였지만, 오늘은 핑계거리가 있으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컵을 가져왔다.

" 일부러 맥주 사온거야. 내일 나가야 되니까. 오늘은 허락해줄거지? "

" 우음……. 별로 내키진 않지만. 알았어요. "

윤아가 허락을 내리자 나는 오랜만에 - 윤아가 보기에는 오랜만이겠지만, 사실은 전날도 몇잔 했다 - 술을 입애 댈 수 있게 되었다.

맥주를 컵에 조금 따라 윤아에게 주니 사양도 않고 받아서 마셔버렸다.

나한텐 먹지 말라더니? 

" 어레? 너 술 먹네? "

" 치, 나는 무슨 맹꽁인가? 나도 술 먹을 줄 안다구요. "

뾰로퉁한 표정으로 나를 놀리듯 바라보는 윤아.

얼굴은 벌개져선. 

무리하지 마요, 마누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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