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57)

아.

저 놈이었구만.

가만히 보니 잘 생겼다.

키도 크고, 호리호리한 것이 인기가 좀 많은것 같지는 않았다.

그 놈은 윤아에게 다가오더니 내 주머니속에 있는 그녀의 손을 보고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 얜 뭐에요? "

무례 없는 말에 살짝 발끈했지만, 나는 일단 참아보기로 했다.

사랑 앞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 겪어봐서 잘 아니까.

" 말했잖아. 결혼했다고. 남편이야. "

남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윤아.

나는 윤아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 거짓말 치지 마요. 결혼은 무슨 결혼. 어이, 너 그손 안 놓냐? "

하아.

도가 지나치잖아.

나는 슬쩍 웃어주었다.

윤아는 옆에서 계속 제발 참아달라고 무언의 부탁을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쓸데 없는 폭행은 하기 싫었고, 앞에 있는 이 남자에게 설득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일단은 말로 달래보기로 했다.

" 저기요. "

" 손 놓으라니까? "

…….

맞을라고.

나는 그래도 시종일관 웃음으로 대꾸했다.

남자는 뭐가 그리 불만인지 나와 윤아를 번갈아 가면서 째려보았다.

" 안성환. 말했잖아, 나 결혼했다고. 왜 못 믿어? "

윤아의 물음에 성환이라는 사람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손바닥을 탁 치며 외쳤다.

" 애 있어요? 결혼 했으면 애기도 있겠네. 있어요? 내가 이때까지 봤을 때 윤아누나 배 부른적 한번도 없었는데? "

으음.

나는 윤아의 손을 잠깐 놓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내 키가 조금 더 컸기 때문에 그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성환이라는 사람은 눈을 부릅 뜨고 내 눈을 노려보았다.

나는 약간 화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 앞으로 윤아 앞에 얼씬거리지 마라. 죽는수가 있다. "

그 남자는 약간 움찔하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칠 기세였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그를 쏘아보았다.

" 야! 안성환! "

그 때 저편에서 여자와 남자 무리가 섞여서 다가오고 있었다.

뭔가 스케일이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둘은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어? 누구야? "

그 중 향수 냄새가 강하게 나는 여자가 남자에게 물어왔다.

" 몰라. "

" 잘 생겼다. 나 소개 시켜줘. "

이건 무슨 상황이지.

옆에 떡하니 윤아가, 그것도 결혼한 아내가 서 있는데 소개시켜달라니.

아무리 생각이 없다쳐도 - 저쪽 측에서는 우리가 결혼한 것을 모르겠지만 - 이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 그들 옆으로 길을 걸었다.

" 가자, 윤아야. "

내 말에 윤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쪼르르 달려와 내 팔에 팔짱을 꼈다.

윤아는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입술을 삐쭉 내밀고 걸음을 빨리 했다.

" 왜 그래? "

내가 가만히 물어보았으나,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나한테 삐졌나? 

나는 가만히 윤아의 앞으로 가서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학생들이 웃으면서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 왜. 왜 그래요, 윤아씨. "

" ……못 참겠어. "

못 참겠다는 윤아.

안성환 이 자식이.

나는 가만히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울먹이는 윤아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심장박동주기가 빨라진다.

안성환이라는, 윤아를 괴롭힌 나쁜 자식에 대한 분노.

그리고 윤아에 대한 가여움.

" 미안해요, 오빠……. "

나는 그녀를 더욱 꽉 안아주었다.

.

.

.

.

강의를 듣는 내내 윤아는 아무 말이 없었다.

너무 예쁘게 나아주신 장모님이 원망스러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물론 나에게는 행운이지만, 윤아로서는 괴로울 것이 틀림 없었다.

아까 전, 내 앞에서 당당하게 ' 이 사람이 내 남편이다 ' 라고 했을 때는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측은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 밥 먹고 들어갈까? "

5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겨울이라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기온은 점차 더 내려가고, 차가운 바람까지 불어왔다.

나의 물음에 윤아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 기분 풀어, 윤아야. "

" 응……. "

3시간 만에 윤아가 처음 땐 한 마디였다.

안심이 잠깐 되긴 했지만, 풀리지 않는 그녀의 얼굴에 내 기분도 점점 다운되어 갔다.

" 조금 피곤해요. 집으로 바로 들어가면 안될까요? "

윤아의 말에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주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방향을 집 족으로 잡고 오후에 왔던 길을 다시 걸었다.

잠깐 잠깐 보이는 떨어지다 만 잎들이 눈에 띄었다.

" 봄 되면 벛꽃 보러 가자. "

내 말에 윤아가 살짝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윤아는 역시 웃을 때가 가장 예쁜데.

점점 더 추워지자 우리는 걸음을 빨리했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뭔가 녹초가 되는 느낌이었다.

이래서 겨울에 밖에 나오는 걸 꺼려하지.

" 다 왔네. "

내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느릿느릿 집으로 들어가자, 윤아가 피식 웃으며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신발을 벗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역시 집이 최고다.

그런데 갑자기 내 몸이 앞으로 쏠리는 느낌을 받았다.

앞을 보니 윤아가 내 팔을 이끌고 안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뭐, 뭐해, 윤……. "

내 말을 막은 것은 윤아의 달콤한 입술이었다.

내 목을 감싸 안고 입 맞춰 오는 윤아.

죽을 것 같다.

수줍게 내 입술을 빨아대는 윤아가 귀여웠다.

나도 분위기에 심취해 윤아를 벽쪽으로 밀고 혀를 돌렸다.

" 읍……. 흡……. "

가끔씩 숨을 쉴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주고는 눈을 감고 키스에 집중했다.

윤아는 벌써부터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의문이었지만, 좋은게 좋은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해도 완전히 산 뒤로 몸을 숨겨 방도 깜깜했다.

윤아는 키스를 하며 손으로 안방 문을 닫았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심동체가 되어서 침대로 몸을 던졌다.

나는 코트를 벗어 침대 옆으로 휙 던지고 그녀 위에서 윤아를 안았다.

서로의 입술이 맞닿아 내는 소리가 방안에 가득했다.

" 하아, 하아……. "

내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윤아의 따뜻한 입김이 그대로 세포 하나하나에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서로의 타액을 주고받으며 나는 손을 윤아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신혼여행 때 관계를 가지지 않았으니 분명 처음일텐데 아내는 꽤나 노련했다.

" 으흥……. "

윤아가 신음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윤아의 겉옷을 벗기자 하얀색 와이셔츠가 드러났다.

암흑 속에서 흰색이란, 고양이의 눈빛과도 같았다.

탁 튀는 색깔에 왠지 모르게 범하고 싶은 느낌이 드는 나였다.

나는 윤아의 입술에서 내 입을 떼 그녀의 목으로 가져갔다.

혓바닥으로 살살 핥으며 키스하자, 윤아가 몸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여 댔다.

윤아의 붉은 머리칼이 내 귀를 간지렵혔다.

" 읏……. 오빠……. "

나는 혀를 떼고 내 옷을 벗었다.

그리고 바지만 입은 채로 다시 그녀의 몸에 달려들었다.

" 살살……. "

윤아의 말에 나는 약간 텀을 두고 그녀의 몸을 애무했다.

교태로운 비음을 내며 어쩔줄 몰라하는 윤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 하나 풀고 혀를 점차 내려 쇄골로 왔다.

손으로는 그녀의 왼쪽 가슴을 주무르며 말이다.

단추를 하나 하나 풀때마다 윤아의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상처 하나 없이 부드러운 살갗이 나의 혀에 닿자, 머리가 띵 했다.

앞이 하얗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신음소리에 곧 정신을 되찾고 행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와이셔츠의 단추를 반쯤 풀자, 윤아의 하얀 브래지어가 드러났다.

그것을 급히 풀어버리고는 손을 올려다 놓았다.

따뜻했다.

손을 조금씩 움직여 애무하자, 윤아가 아까보다 더 흔들리기 시작했다.

콧소리가 내 귀로 흘러들어와 나를 흥분시켰다.

나는 손가락 두개로 그녀의 유두를 살살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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