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57)

아침에 눈을 떠보니 윤아가 내 몸을 휘감고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두 사람다 알몸으로 이불을 덮고 잤나보다.

윤아 살짝 미소지으며 빨간 머리를 헤쳐 놓고 자는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번진다.

나는 윤아의 팔을 살짝 풀고 옷을 챙겨 입었다.

" 으응……. '

옷 입는 소리를 들었는지 윤아가 눈을 비비며 눈을 떴다.

잠오는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내 아내가 정말…….

나는 옷을 대충 걸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팔을 벌리고 나를 받아 들이는 윤아.

나는 그녀를 꽉 안아주었다.

" 우으……. 잘 잤어요? "

윤아가 내 귀에 속삭였다.

나도 그녀의 귀에 잘 잤냐고 물어보고는 팔을 풀었다.

그녀의 입에 살짝 키스 해주고 침대에서 일어섰다.

" 샤워하고 계세요. 아침 준비할게. "

나는 아내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방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입었던 옷을 다시 벗고 욕실에 들어가니 많이 추웠다.

몸을 부르르 떨며 힘겹게 물을 틀었다.

따뜻한 물줄기가 내 몸을 타고 흘러내리자, 온몸의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머리를 샤워기에 갖다 대고 물을 묻혔다.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에 잠기니 떠오르는게 윤아밖에 없다.

정말, 윤아에게 미쳐버린걸까?

그렇게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욕실 문이 열렸다.

내가 놀라서 옆을 바라보니 윤아가 알몸으로 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

" 히힛. 들어갈게요, 남편 - "

나, 남편…….

결혼하고 나에게 직접 하지 않았던 말.

나는 잠시 당황해서 그녀를 그냥 쳐다만 보았다.

윤아는 부끄러운 듯 슬며시 나에게로 왔다.

" 왜 그렇게 쳐다봐요. 부끄럽잖아. "

그리고는 내 뒤로 와서 나를 꼭 껴안았다.

함께 따뜻한 물을 맞으며 있자, 정말 안락하고 평온했다.

" 진짜, 진짜루 행복해요. "

행복하다는 윤아의 말이 내 가슴에 깊게 남았다.

나는 행복한데, 윤아는 어땠을까.

나 혼자 이 결혼 생활을 즐기고 있던 것은 아닐까.

서로의 몸을 잘 닦아주며 화장실에서 나온 우리 부부는 같이 옷을 입고 부엌으로 나왔다. 

" 흠. 오늘 아침은 내가 할까? "

내가 슬며시 윤아에게 제안하자, 놀란 표정이다.

나도 은근히 가정적인 남잔데.

왜 그러냐는 듯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자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윤아.

나는 소매를 걷어올리고 후라이팬을 달구었다.

" 히, 멋쟁이 남편이네? "

또 남편.

듣기 좋다.

이제야 정말로 행복한 가정을 꾸린 기분이었다.

게다가 아름다운 윤아의 입에서 남편이라는 말이 나오니 날아갈 기분이었다.

" 음. 너처럼 화려한건 못한다? 그냥 토스트 할거야. 너무 기대하지 마. "

내 말에 약간은 실망할 수도 있었던 윤아였지만, 오히려 활짝 웃으며 토스트를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그녀.

버터를 후라이팬에 바르고 식빵을 몇개 얹었다.

빵이 달궈지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잠깐 몸을 돌려 윤아를 바라보았다.

윤아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 나에게 보여주었다.

" 오늘따라 왜 이렇게 이쁜짓을 많이한대? "

" 그냥, 오빠가 좋아서요. "

나는 킥킥 하고 웃어주고 다시 요리에 집중했다.

빵이 노릇하게 구워지자, 얇게 썰린 슬라이스 햄과 계란을 구웠다.

재료가 익어가자, 나는 냉장고에서 딸기잼을 가져와 식빵에다가 발랐다.

먹음직스럽긴 한데, 맛은……? 

그 위에다가 햄과 계란 후라이를 올려 놓자, 간단한 아침이 완성되었다.

나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서 윤아에게 건내주었다.

" 으히……. 잘 먹을게요. "

윤아가 웃으며 토스트를 한입 베어 먹었다.

그리고 맛있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보여준다.

" 맛있어? "

내가 묻자 윤아가 입안 가득 빵을 집어 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반응에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기쁜 마음으로 아침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내가 마지막 한 입까지 다 먹자, 윤아가 일어나 접시들을 치웠다.

" 오늘은 즐거운 토요일. 강의가 없네. "

내가 신난다는 듯이 말하자, 윤아가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 어린 애 같다니까. "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한번 바라보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문득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윤아 휴학해야 되는 것 아닌가?

" 윤아야. 너 휴학신청 해야되지 않아? "

" 왜요? "

윤아가 무슨 말이냐면서 나에게 반문해 왔다.

그야 당연히 임신을 했으니까.

" 너 아기 가질거니까 학교 생활은 무리지 않아? "

" 아……. "

그제서야 무슨 말인지 알았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윤아는 같이 쇼파로 와서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

평온한 주말의 햇살이 우리 두 사람에게 쏟아졌다.

겨울이긴 했지만, 따뜻했다.

그 때, 내 전화기가 울렸다.

옆에 놓여있는 내 휴대폰을 집어들어 받자, 준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얌마. ]

이 자식이. 

" 왜. "

준연이는 킥킥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다시 전화에 집중했다.

[ 오늘 한잔 땡기자. ]

윤아가 싫어할텐데.

아니,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문 안 열어줄텐데.

고민 됬다.

술을 포기할 순 없고, 윤아를 실망시킬 수는 더더욱 없었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 제길. "

[ 윤아 씨 바꿔 봐. 내가 설득해 줄게. ]

윤아를 설득해 준다는 준연의 말에 나는 기대감에 부풀어 윤아에게 전화기를 내주었다.

윤아가 눈을 크게 뜨고 엉겁결에 전화기를 받아들자, 준연이 말을 시작했다.

[ 아, 윤아씨! 저 준연입니다. ]

" 아, 준연씨. 오랜만이에요. "

스피커 폰을 통해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술 마시고 싶다.

아내를 설득해줘, 친구야.

잘 들어 보니 이 놈, 설득이 아니라 거짓말 치고 있다.

교수님이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을 핑계로 나를 끌어들일 생각인가 보다.

나는 멋쩍은 웃음을 주며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윤아는 입을 삐죽 내밀며 통화를 했다.

[ 그래서, 윤아씨. 어떻게 오늘 하루는 안될까요? ]

" 흐으……. 알았어요……. "

허락이 떨어졌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힘 없이 전화를 끊은 윤아를 위로해 줘야 할 것 같앗다.

나와 한시라도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윤안데.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윤아의 사랑에 감사할 따름이었으니까.

" 저기, 윤아야. 미안해. 주말인데 같이 못 있어줘서. "

내 말에 윤아가 힘겹게 웃음을 지어 나에게 보여 주었다.

이런 아내의 표정을 보자 더욱 미안해졌다.

술 마시러 나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 에휴…… 아니에요. 술 마시고 들어와요. 대신에 조금만이다? 많이 마셔서 취했으면 문 안 열어 줄거에요. "

윤아가 작은 주먹을 쥐고는 들어올려 나를 협박(?) 했다.

나는 알았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 고마워요, 여보. "

윤아가 나를 남편이라 불러줬으니 나도 윤아를 이렇게 불러야겠지.

여보라는 말에 윤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활짝 펴졌다.

이 말, 듣고 싶었던건가?

" 히히. 별 말씀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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