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5/57)

" 아이 참! 매일 이렇게 늦잠 자기에요? "

매일 아침 그냥 넘어가지 않는구나.

나 자고 싶다고……. 

달콤한 윤아의 목소리로 또 아침을 시작했다.

싫지 않다.

이제는 좋고도 좋다.

" 이제부터 일찍 일어나야지. "

" 엥? 오빠가? "

얘 봐라.

나를 못 믿네?

밤을 세워서라도 윤아보다 먼저 눈 떠주마.

" 오늘 과외 한다고 광고 내야 겠네. "

" 이제 우리 남편도 직장을? "

윤아가 국자를 들면서 장난스레 말했다.

너 이리와.

나는 그녀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 오, 오지 마! "

싫어, 갈거야.

지금 잡으러 갑니다 -

.

.

.

윤아와의 관계가 돌아온 것 같은 것도 잠시, 생각해보니 할게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같이 있는 것만으로 시간이 잘 가긴 하지만, 이렇게 무료한 생활을 하는 것은 정말 싫었다.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 할게 없다. 할게. 오늘 강의도 오후잖아. "

" 그냥 이렇게 둘이 있으면 되지 - "

윤아 답다.

" 백화점 갈거야. 준비해요. "

내가 윤아에게 그렇게 말하자 윤아의 안색이 확 펴졌다.

쇼핑을 좋아하는 윤아가 제일 좋아하는거니까.

게다가 우리 집 앞에 백화점이 있어서 식료품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구매가 가능했다.

" 평소에 사고 싶었던 거 없어? "

" 아기 용품! "

그건 너무 이른 것 같은데.

" 너무 빠르지 않아? 너 아직 배도 많이 안 불렀는데." 

" 흐으응……. 그런가……. '

많이 실망한 눈치다.

그래도 집에 넣을게 없다고 아기용품을 놓을 수는 없잖아.

이런 건 배가 눈에 띄게 많이 불렀을 때 사도 괜찮다고.

운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차강누 바람을 피하기 위해 얼른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 일단 먹을 거는 제일 마지막에 사자. "

" 네, 남편. "

윤아의 손을 잡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윤아는 올라가는 내내 싱글벙글, 웃음을 주체하질 못했다.

그녀를 바라보면서 한번 웃어주자, 내 팔짱을 껴 온다.

" 히. "

" 뭐 살래? "

" 집 꾸밀 만한거……. "

집 꾸밀 만한 거라.

조화라던가 접시, 발판 이런 걸 말하는 건가?

나는 그렇게 판단하고 그녀와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인테리어 및 장식품이 있는 층에 올라오니 가구 냄새가 코를 찌럴왔다.

" 원하는 거 아무거나 고르시오. "

" 역시 남편! "

윤아는 신이 나서 경보로 나아갔다.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고민하는 모습이 보기 예뻤다.

" 이거 어때요? "

윤아가 손으로 가리킨 것은 붉은 색 장미였다.

사이사이에 흰 장미도 보인다.

전체적으로 베이지톤인 우리 집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이거 주세요. "

내가 직원에게 그렇게 말하자 웃으면서 바코드를 찍었다.

" 애인이신가 봐요? "

직원인 ㅐ게 그렇게 묻자, 내가 답하기도 전에 윤아가 불쑥 튀어나와 기분좋게 말했다.

" 부부에요. 히히. "

윤아가 부부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 와. 젊어 보이시는데……. "

" 하하. 계산 해 주세요. "

윤아는 내 옆에 딱 붙어서 팔짱을 꼈다.

" 75000원 입니다. "

좀 큰게 아니라서 그런지 꽤 가격이 나갔다.

그래도, 나는 아무런 느낌 없이 계산을 했다. 

윤아에 대한 감사랄까.

" 또? "

" 이제는 싼거 사면 될 것 같아요. 작은 접시같은거……. "

가지.

윤아와 함께 접시들이 나열되 있는 곳으로 갔다.

10000원 안팎이라서 그닥 부담은 되지 않았다.

" 골라 보세요. "

윤아에게 그렇게 말하자 이리저리 둘러본다.

유리 그릇 보다는 나무로 된 갈색 그릇이 눈에 띈다.

" 이거 어때? "

내가 그녀에게 그것을 들어보이자, 손벽을 짝 치며 고개를 끄떡인다.

" 우리 집이랑 잘 어울리겠네요. 역시 남편. "

접시 여러 개와 장식품들을 사고는 윤아를 바라보았다.

" 만족해? "

" 응! "

윤아가 베시시 웃으며 내 팔짱을 겼다.

집으로 가야지.

오늘 휴학 신청도 해야되고, 할 일이 많다.

과외한다고 광고도 내야되고.

" 나 배고픈데. "

윤아에게 그렇게 말하자, 아내는 잠시의 생각도 없이 집에가서 밥 해준다고 한다.

맛있는거 해주지.

" 뭐 해줄까? "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 "

" 윤아? "

하하하.

뭐, 윤아는 맞지만 나는 지금 먹을 걸 먹고 싶다구요.

장난스런 그녀의 농담에 웃음부터 나온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좋다면서 히히 하며 웃었다.

" 스테이크? "

스테이크라.

" 좋지. 그런데 괜찮겠어? "

잘은 먹겠다만 윤아가 너무 무리한느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스테이크 보니까 1시간은 더 걸리겠더만.

" 하핫. 저만 믿으라구요. "

그러면 고기를 사가야 했다.

나는 그쪽으론 잘 몰라서 윤아가 내 팔을 이끄는 대로 따라갈 뿐이었다.

정육점에 도착해서는 윤아가 내게 묻더라.

" 등심? 안심? "

" 안심이 좋지 않아? 네가 정해. "

" 그럼 안심으로 하자. 안심 두근 주세요. "

윤아의 능숙한 주문에 한편으로는 놀라기도 했다.

결혼 3년차에 이렇게 아줌마(?) 같을 수가.

그래도, 나는 일 알뜰하게 잘 하는 윤아가 좋았다.

" 여기 있습니다. "

내가 돈을 내고 정육점을 나오자, 윤아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따.

" 아기는 영양가 있고 좋은 걸 먹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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