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가 볼을 부풀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볼을 손가락으로 푹 찌르고는 그녀의 손을 내 겉옷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2월 초의 겨울은 1월과는 달랐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드물게나마 초록잎들이 돋아 나는 것이 보였다.
파르르 떨리는 나뭇가지들이 윤아의 입술과 같다고 느꼈다.
이제 봄이구나 -
윤아가 좋아하는 벚꽃이 만발하는 봄이구나.
" 춥다. "
윤아가 몸을 웅크리며 그렇게 중얼 거렸다.
" 날씨가 언제쯤 풀리려나. "
내 말에 윤아는 추운게 질색이라면서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다.
그러다가도 뭔가가 생각난듯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 나 콜라 마시고 싶어! "
이건 또 무슨 엉뚱한 소리야.
윤아가 콜라를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만 이 추운데 콜라라니?
게다가 임신 중이잖아.
혹시 나쁘면 어떡해.
" 아기……. "
" 아……. 으잉……. "
윤아가 울상이 되었다.
아기한테 콜라는 안 좋다구.
" 콜라에 이빨 넣고 기다리면 없어지는거 알지? "
" 에에? 진짜? "
정말 몰랐다는 표정이다.
진짠데.
" 나 이제 콜라랑 절교 할거야. "
윤아가 귀엽게 다짐했다.
웃으며 그녀의 손을 꽉 잡으니 씩 웃으면서 길을 걸어나갔다.
꽁치를 찾아서 -
" 꽁치 꽁치 꽁치 "
덕분에 옆에서 꽁치를 수없이 들어야 했지만 말이다.
이제는 꽁치가 단어인지도 헷갈린다.
꽁치가 뭐지?
" 다 왔어, 윤아야. 꽁치 좀 그만해. "
" 알았어용. "
잘 아는 꽁치집 건물을 볼때면 항상 웃기다.
꽁치 대가리가 유리를 뚫고 나와있는 그런 형상이었기 때문이다.
" 푸훗 - "
역시나 윤아도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왠지 모를 뿌듯함(?)에 그녀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 어서 오……, 연우야! "
" 오랜 만이오. '
내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그녀를 보고 장난 치자 살짝 웃는다.
그러다가 내 옆에 붙어서 두리번 거리는 윤아를 보더니 카운터에서 돌아 나와 나에게 달려왔다.
" 우와! 데려 왔구나! "
" 아, 아, 안녕하세요……. "
윤아가 내 등 뒤로 숨어 머리만 빼꼼 내밀고 인사햇다.
" 안녕! 음……, 이름이 윤아라 했던가? "
내가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악수를 청했다.
" 그래, 윤아야. 내 이름 뭐게? "
" 서, 서현…? "
어떻게 알았지?
내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니 왜 그러냐면서 나를 바라봤다.
정말 어떻게 알았을까.
" 내가 말해준적 있었어? "
" 아니? "
그럼 정말 어떻게 알았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답을 찾고 허탈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 이 식당 이름에 적혀있구나. "
[서현꽁치] 라는 간판이 커다랗게 달려있던 것을 깜빡했다.
" 똑똑하네? 어쨋든, 서현이 내 본명은 아니고. 원래 서주현이야. 서른 살이구. "
" 늙었지? "
딱 -
괜히 헛소리 했다가 맞았다.
역시 사람은 입이 무거워야 하는 것 같다.
윤아가 경계를 풀고 슬금슬금 모습을 보이더니 정식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처음 뵙겠습니다……. "
" 나도 반가워. 연우한테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는데 진짜 이쁘네. 부러워? "
" 하하……. "
윤아 이쁘지.
그렇고 말고.
주현이 누나가 우리를 자리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우리 앞에 털썩 앉더니 턱을 괸다.
" 사장이 이렇게 있어도 돼? "
" 사장이니까. "
아…….
간단하구만.
윤아가 두 손으로 물을 홀짝이자 주현이 누나는 신기한듯 아내를 바라본다.
" 사기네, 진짜. "
" 네? "
윤아가 물을 내려놓고 큰 눈으로 되물었다.
누나는 팔짱을 끼면서 얄밉다는 듯이 윤아를 바라보았다.
" 너무 예쁜데. 누구는 이렇게 예쁘고. 하늘은 불평등 해. "
누나도 사기적으로 예쁜데 말이지.
이 참치 집이 잘되는 이유가 뭔데.
" 하하하……. "
윤아가 멋쩍은 듯이 웃었다.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물만 홀짝였다.
" 내 아내란 말이오. 눈독 들이지 마쇼. "
" 쳇. 넌 진짜 복 받은 놈이다. "
내가 웃으면서 메뉴판을 보자 누나가 나를 불렀다.
" 얌마 "
" 엉? "
그리고는 나와 눈을 맞추고 날카롭게 물었다.
윤아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 애는? "
푸흡 -
윤아가 물을 뿜음과 동시에 콜록 거렸다.
목에 걸렸나 보다.
휴지로 그녀의 입 주위를 닦아주고 누나를 노려보았다.
" 애 있거덩? 여기에? "
내가 윤아의 배를 어루만지면서 말하자 주현이 누나는 꺅꺅 거린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미영이도 그렇고 주현이 누나도 그렇게 왜 전부 이렇게 변태야.
이해 못할 노릇이네.
.
.
.
" 꽁치를 동해에서 잡아 오나요? "
한참을 기다려도 요리가 나오지 않자, 윤아도 슬슬 질리기 시작한지 멍한 표정이었다.
내가 앞에서 우리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고 있는 주현이 누나에게 그렇게 묻자, 생글생글 웃으면서 대답도 안 해준다.
" 웃지 말고. 윤아 배 고프대잖아. "
" 아, 아니, 괜찮아요! '
윤아가 가만히 있다가 내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누나도 풋 - 하고 웃고 나도 미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윤아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내가 그녀의 손을 잡아주자, 그제서야 얼굴을 약간 풀고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 근데 진짜 왜 이렇게 안 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