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57)

사장인 누나도 어리둥절 해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빠른 걸음으로 주방에 들어가더니 곧 요리를 들고 우리 테이블로 왔다.

" 늦어서 미안. 쟤들 짤라야 겠네. "

화끈하시네.

내가 살짝 웃으며 요리를 받아들고 테이블에 배치시키자, 누나는 슬쩍 웃고는 다시 카운터로 동라가 버렸다.

밥을 먹을 때는 우리를 내버려 둘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런 사소한 누나의 배려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고 윤아의 옆 자리에서 나와 맞은 편으로 갔다.

" 먹어 봐. "

" 남편 먼저 드세요 - "

말은 그렇게 하면서 꽁치와 아이 컨택을 하고 있다.

배 많이 고팠나 보다.

하긴 뱃속에 아이도 있는데 많이 먹어야 할 것 같다.

" 괜찮으니까 먹어요. "

내가 꽁치 몸통을 젓가락으로 갈라서 벌려주자 김과 함께 살코기가 들어났다.

" 나, 남편 머, 먼저……. "

괜찮다니까 그러네.

입술을 꽉 깨물고 꽁치를 바라보는 윤아가 너무 귀여웠다.

내가 젓가락으로 제일 큰 살점을 집어서 윤아의 입 앞에 가져 가자, 우물쭈물 하더니 입을 벌려서 먹었다.

우물우물 하더니 세상을 다 가진 표졍이다.

" 맛있어? "

입에 음식이 들어있어 말은 하지 못하고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윤아 덕분에 내 기분도 좋아졌다.

다소곳이 젓가락질을 하는 윤아의 모습에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 왜요, 남편? "

내 시선을 느꼈는지 윤아가 젓가락을 입에 넣은 채로 나에게 물어왔다.

내가 고개를 내젓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맞추는 윤아.

윤아의 머리를 푹 눌러주자 해맑은 미소를 지어준다.

" 빨리 먹고 나가자. 사람들이 너 쳐다봐. "

" 네? "

우리가 식당에 들어올 때 부터, 그리고 들어온 후에도 계속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향해있었다.

눈치가 보였는지 대놓고 보지는 못하고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그게 더 기분이 나빴다.

윤아가 예쁜건 이해하겠는데, 내 여자라구.

" 너 쳐다본다니까? "

내 말에 윤아가 허리를 틀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나 사람드리 전부 다른 곳을 쳐다 본 채 했다.

" 왜 그러지……. "

" 너무 예쁘니까 그런거야. "

" 치. 그래도 난 이연우 여잔데 - "

윤아가 입을 삐죽 내밀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도무지 미워 할 수가 없다.

내가 웃으며 밥을 먹자, 윤아도 그제서야 다시 젓가락을 움직였다.

" 쇼핑 쇼핑. "

쇼핑 너무 좋아하다가 집안 파탄나는데.

알뜰 살뜰하게 살아가야 하는데 윤아가 사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쓸데 없는 것은 사지 않아 위안이 되긴 하지만 말이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니 염색이 풀려간다.

아직 많이 붉긴 하지만 주황색과 검은색이 섞여 브릿지 느낌이 강하게 났다.

" 머리에 색깔 빠진대요. "

내가 그렇게 놀리자 윤아가 화들짝 놀라며 젓가락을 놓고 머리를 끌어 쳐다보았다.

머리칼을 사르르 어깨로 떨어드리더니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불안하다.

" 염색도 해야겠네? "

돈 나가잖아, 이 아가씨야.

" 돈 팍팍 쓰시네요. "

" 흐우……. 안 해줄거에요오? "

윤아가 그런 식으로 울상을 지으며 내게 말해 오니 도저히 거절을 못하겠다.

" 아니, 그런건 아닌데……. "

딱 -

그 때, 내 뒷 통수에 압박이 느껴졌다.

내가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주현이 누나가 팔짱을 끼고 나를 못마땅 한 듯이 쳐다보고 있다.

" 뭐, 뭐야. "

" 왜 윤아를 울상으로 만들어? "

언제부터 본 건지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누나의 힘에 눌려 나는 그저 젓가락질을 할 뿐이었다.

다섯살이나 많으니까 봐주는거다.

절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렇게 합리화를 하면서 억지로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랬단 말이지? 윤아 편을 들었다라. 알겠어. 난 그럼 뭐 혼자서 쓸쓸히 집에 가야지. "

그러면서 슬쩍 윤아를 보니 매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걸 노린 거였지.

" 자, 잠깐만! "

내가 가방을 들고 나갈 채비를 하자 윤아가 나를 불러 세웠다.

내가 새침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 왜? "

" 아니, 그……. "

내 편을 들려고 하니 주현이 누나가 신경쓰이고, 또 누나 편을 들려하니 내가 갈까봐 무섭나 보다.

나름대로 생각을 하는 듯 입술을 잘근 잘근 깨무는 윤아의 모습에 주현이 누나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 쟤 뻥이야. 그냥 웃어 재껴봐. 어떻게 하나. "

소근 거린다고 소근 거린 것 같은데, 다 들리거든요?

사실 그 말을 듣고 약간 움찔했다.

윤아가 그대로 해버린다면 난 진짜 뻘쭘하게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수도 있었다.

" 그, 그치만……. "

하지만 윤아는 누나가 생각하는 것 보다 착하다고.

" 아, 윤아는 너무 착해서 이런 장난 못치겠어. "

주현이 누나가 크게 웃으면서 윤아의 어깨를 주물렀다.

" 으우……. "

윤아가 작게 신음하고 내게로 쪼르르 달려와 내 손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 놔주질 않는다.

" 넌 진짜 윤아 울리면 나쁜 놈이다. 이렇게 착한 애 봤어? 어디 착하기만 하냐? 이정도 외모면 사기야 사기. "

알고 있다구요.

그런데 어쩌나.

요 근래에 너무 많이 울린 듯 한데.

" 알겠다고. 어쨋든 우린 갈거야. 할게 많거든. "

" 얼랄라? 야! 너 윤아 임신했는거 잊지마! 여자 임신했을 때 그짓하면 정말 큰일난다? "

아, 누님.

전 그런 색을 밝히는 남자가 아니라구요.

물론 윤아가 원한다면 해주겠지만, 지금은 산모의 안전과 건강이 절대적으로 중요할 때다.

우리의 아이가 윤아의 뱃속에 있을 때만큼만은 윤아의 종이 되겠노라 다짐했다.

" 어쨋든 우린 갑니다. 계산이나 해 주시죠, 사장님. "

내 말에 누나가 괜찮다면서 우리를 떠 밀었다.

우리 사이에 돈이 웬 말이냐면서 말이다.

" 그래도 우리가 그냥 얻어 먹으면 그렇잖아. "

" 윤아 임신해서 공짜로 해주는거야. 담부턴 국물도 없어. "

" 아, 네. 알겠어요. 장부에 달아놔. 윤아 애 낳으면 두배로 주지. "

그 말을 남기고 나와 윤아, 그리고 아기는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새찬 바람이 휘몰아쳤다.

" 춥다. "

" 으아……, 추워어……. "

나는 윤아의 손을 꽉 잡고 길을 걸어나갔다.

차가운 그녀의 손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주려고 최대한 넓게 잡았지만, 윤아는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나오지 말걸 그랬나?

" 우리 애기 이름 뭐라고 지을거에요? "

아기 이름이라…….

최대한 예쁜 이름으로 짓고 싶었다.

한글 이름이면 더 좋고.

" 정말 예쁜 이름 지어줄거야. "

" 설아 어때? "

" 설아? "

이 설아.

예쁜 이름 같다.

" 응. 설아. 이 설아. 예쁘지 않아? "

" 예뻐! "

그래, 설아 엄마.

우리 예쁜 설아 엄마.

설아 잘 보살펴 줘요.

" 이제 백화점 가자. "

"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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