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꺄아아아 - ! "
지우의 외침이 내 귓전을 때렸다.
집에 가기 싫다고 땡깡을 부리는 중이다.
누나는 설당일 아침에, 즉 내일 다시 오겠다고 지우를 데리고 나가려 했지만, 지우는 뭐가 그렇게 아쉬운지 울며 불며 아예 바다에 드러 누워 버렸다.
고집이 어지간히 센게 아니었다.
설아가 보면 안 좋은 장면이야.
" 나 윤아랑 같이 누나 방에서 잔다 - "
바둥바둥 거리는 지우를 안고 신발을 신는 누나에게 외쳤다.
누나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나는 재빨리 윤아의 손을 잡고 누나 방으로 들어왔다.
여자 방이라서 그런지 작고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았다.
이제는 결혼을 해서 매형과 함께 살아서 빈 방이지만, 엄마가 매번 청소를 하시는지 깔끔했다.
" 침대가 커서 좁지는 않겠구나. "
" 히. 좁으면 나 오빠 위에 올라가서 잘 거에요. "
어이구 그러셔요.
나는 씩 웃으며 침대로 몸을 던졌다.
" 끄아아아 - ! 편하다 - ! "
낙원이었다.
피곤한 몸을 폭신한 침대에 던졌을 때 그 나른함과 평온함이란 -
윤아는 킥킥 웃더니 불을 끄고 조심스럽게 내 옆으로 와서 누웠다.
" 일본 빨리 가고 싶다. "
윤아가 말했다.
윤아와 함께 해외여행을 한지 꽤 오래되어서 나도 설레기는 마찬가지였다.
항상 이랬지만 좁은 공간에 가까이 있으니 그녀의 두근대는 심장소리가 너무나 뚜렷하게 들렸다.
미소 짓고는 윤아를 향해서 몸을 돌렸다.
" 윤아야. "
내가 그녀를 부르자 약간은 놀란듯 나를 마주 쳐다보았다.
아무짓도 안해, 이 아가…… 아줌마야.
슬며시 손을 가져가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 히히. "
윤아가 웃으며 나에게 안겨 왔다.
윤아 특유의 향기가 나를 감쌌다.
기분이 좋아진다.
나른한 내 머릿속을 어루만지며 진정시키는 듯 했다.
" 우리 윤아……. "
나는 눈을 감았다.
" 치. 자려구? 나 잘때 까지 자지마아……. "
윤아가 몸을 흔들었다.
그래, 그래.
안 잘게요.
" 남펴어언 - "
녹을 것 같다.
윤아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내 입에 입술을 맞추었다.
살짝 입술만 맞대었다가 때서 아쉬운 감도 적잖았으나, 나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내 품속에 품었다.
" 움직이면 안돼……. 나 잘거야……. "
★
" 언넝 언넝 안 일어나냐? "
아침부터 등이 욱신욱신 따갑다.
가만, 뭔가 허전한데?
왜 내가 옷을 벗고 있는지를 모르겠다.
옆에 누워서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윤아를 보니 어제 잔 그대로였다.
뭐지?
" 빨랑 일어나! 제사 상이나 차려! "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 누나야.
나는 윤아를 흔들어 깨웠다.
" 윤아야. 윤아야? "
" 우잉……. 앗! "
누나가 방에서 팔짱을 끼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느꼈는지 윤아가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났다.
부시시 한 머리였지만, 더 없이 순수한 모습이 예뻤다.
나는 그녀에게 가까이 가서 귀에다 속삭였다.
" 어제 무슨 일 있었나? "
" 네? "
윤아는 모르겠다는 듯이 반문했다.
더워서 옷을 벗었나…….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 땀똔 - ! 땀똔 - ! "
지우다.
잠 다 깨겠구만.
소리를 지르면서 아장아장 뛰어오는데, 가관이었다.
팔이 짧아서 머리 위로 겨우 닿지만, 오히려 그게 더 귀여웠다.
" 지우야! 아빠랑 들어가 있어! "
누나의 외침에 지우는 말똥말똥 그의 엄마만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윤아는 이미 화장실로 들어가고 없었다.
제사상 차리러 가야지.
누나를 지나 밖으로 나가니 어른들이 Tv를 보고 계셨다.
" 올라갈 때 복잡하겠네. "
교통 상황이 나오고 있었다.
중부 고속도로가……, 망할.
오늘 올라 갈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자칫 하면 미영이와의 약속에 늦겠다 싶어서 걱정이 되었다.
" 상 차려요 - "
엄마가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거실로 소리쳤다.
엄마의 말에 아버지와 어른들이 모두 일어나 양복으로 갈아입고,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 에헤이, 대추 그쪽 아니야. "
하나 하나 철저히 해가면서 차린 상은 매번 봐 오던 것이었지만 신기했다.
" 씻어요……. "
윤아가 샤워를 다 하고 나왔는지 나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빨간 머리다.
윤아 꺼네.
나는 바보같이 실실 웃으며 옷을 벗고 샤워기를 틀었다.
" 흐아앗 - ! "
왜 이렇게 차가운 거야.
아마 윤아가 골탕먹이려고 일부러 차갑게 해 놓은 것 같았다.
복수하리라.
어젯밤은 그냥 넘어갔지만 오늘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머리를 감고 몸을 닦으니 벌써 10분이 지나 있었다.
머리를 탈탈 털으며 나오느 윤아가 벽에 기대어 있었다.
" 찹죠? "
어, 차워.
나는 윤아의 옆구리를 꾹 찌르고는 누나 방에 들어왔다.
" 제사 지내야죠. "
" 응. 나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