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26/57)

" 너무 막힌다……. "

윤아가 지겨운 듯 하품을 하면서 중얼거렸다.

얼굴에는 인상을 잔뜩 쓰고 앞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설 당일이라서 그런지 더 많이 밀리는 것 같다.

나름 일찍 나왔는데…….

" 걸어가는게 더 빠르겠네. "

내 말에 윤아가 살짝 미소 지었다.

미영이랑 약속 늦을 텐데.

" 윤아야. 미영이한테 전화 해봐. "

내 말에 윤아가 전화기를 꺼내들고는 키패드를 꾹꾹 눌렀다.

몇번의 신호음과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응, 윤아야. ]

" 미영아, 언제까지 가면 돼? "

윤아의 물음에 미영이가 우물쭈물하다가 대답했다.

진짜 올지 몰랐나 보다.

[ 올 필요 없다니까……. ]

" 빨리 말이나 하숑. 맛있는거 사가지고 갈테니까. "

[ 아이, 참. 나는 아무때나 괜찮아. 근데 정말 올거야? ]

정말 걸거에요, 연예인 님.

" 응. 조금만 기다려! 곧 갈게! "

윤아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한숨을 한번 쉬고는 나를 바라본다.

" 힘들지 않아? 내가 운전할까? "

고맘지만 사양할게요.

나는 고개를 훼훼 젓고는 운전대에서 손을 놓았다.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이다.

이미 5시간은 온것 같은데 말이다.

네비게이션에는 분명히 서울 톨게이트가 보였다.

" 후아. 명절 땐 이게 싫다니까. "

윤아가 새침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왠지 모르게 설아가 팔짱 낀 모습이 상상된다.

엄마랑 자식이랑 함께 팔짱을 끼는 모습 -

" 이제 곧 윤아는 뚱뚱이 되겠네 - "

" 이익! 하지 마요! "

왜 그래, 아기 가지는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데.

배가 부른 윤아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 이씽……. "

윤아가 째릿 - 하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웃긴걸 어떡해.

" 아! 움직인다! "

그 때, 윤아가 소리쳤다.

방금까지 날 째려보다가 갑자기 이렇게 돌변 하는 것을 보니 정말 윤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나빠도 좋은일이 생기면 금방 돌아와 버리는 어린아이 같은 윤아.

아까와는 다른 미소를 지으며 엑셀을 밟았다.

" 또 막힐 것 같아. "

" 그런 소리 하면 안돼. 뚫릴거야. 제발. "

재수 없는 소리 하면 그대로 된다구요.

그런데, 생각보다 잘 나아갔다.

톨게이트가 보인다.

드디어 서울이구나.

고속도로만 벗어나면 이제 자윤데…….

" 하이패스 - "

응, 하이패스.

얼른 하이패스 전용차선으로 빠져서 힘껏 밟았다.

운전하는 맛이 난다.

미영이 숙소로 바로 가야하나?

" 미영이한테 가? "

" 먹을 거 사서 가야죠. "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서울 도로를 달렸다.

잔뜩 신나 있는 윤아를 보니 장난기가 발동한다.

나는 조수석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슝슝 들어오는구나.

" 꺄악! "

윤아가 휘날리는 머리칼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개를 밑으로 숙였다.

" 크크큭. "

사악한 웃음을 지어보이니 윤아가 다시 나를 째려보았다.

" 핸들 돌려버릴거에요. "

뭐, 뭐라고?

윤아에게 그런 과격하고 극단적인 면이 있었다나.

이게 다 정수연 그 여자 때문이라는 생각에 한숨만 나왔다.

" 엇! 슈퍼! "

또, 또.

갑자기 앞에 있는 편의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소리쳤다.

난리도 아니다.

나는 알았다며 차를 옆에 대 놓고 안전벨트를 풀었다.

" 맛있는거 많이 사야지 - "

그래, 먹고 싶은 건 많이 먹어야지.

내가 차에서 내리자 윤아는 벌써 저만치 뛰어나가고 있었다.

넘어지지 마요, 여보.

" 어서오세요 - "

편의점으로 들어가니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이 인사를 했다.

마주 고개를 끄덕여 주고 윤아 곁으로 갔다.

" 뭐 사지? "

" 맛있는거……. "

" 그러니까 맛있는게 뭐냐고. "

내가 웃긴다는 듯이 웃으니 윤아가 곰곰히 고민을 했다.

먹고 싶은거 다 사면 되지 왜 고르고 있어.

" 다 골라, 그냥. "

" 그래두……. "

윤아가 미안한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이걸 집었다, 저걸 집었다 하며 인상을 찌뿌렸다.

정말 어린애 같다.

" 에잇. "

하면서 다른 걸 고른다.

둘 중에 하나 먹어야 한다면 아예 다른 걸 고르겠다는 건가?

나는 못말린다는 듯 웃고는 윤아가 고민했던 과자 두개를 집어 들어 카운터로 가져갔다.

" 또? "

" 응? 미영이가 뭘 좋아하나……. "

넌 제일 친한 친구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냐.

뭐, 나도 준연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 윤아는 여자니까 그정돈 알리라고 생각했다.

나도 아는데, 윤아가 모르겠어?

" 미영이가 제일 좋아하는게 술이지 뭐야. "

" 술? "

" 근데 너 임신해서 안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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