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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오빠! 일어나요! "
뭐야…….
아침부터 왠 소란… 일본!
어젯밤 기대감에 윤아와 같이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늦게 잔 탓인지 아침에 눈을 뜨는 시각도 현저 히 늦었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7시였다.
약간 빡빡하겠다 싶어 늦장 부리지 않고 바로 벌떡 일어났다.
" 으아아 - ! "
" 히히. 빨리 씻고 나오세요. 밥 준비 할게요. "
윤아의 말에 나는 얼른 샤워실로 들어가서 몸을 씻었다.
일본이라…….
몇번 못 가봤지만 인상 깊었던 나라.
윤아가 좋아하는 벚꽃이 만발하는 나라, 일본.
" 오빠! 빨리 나와요! "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즐겁게 몸에 물을 뿌리고 있었는데 윤아의 목소리가 문너머에서 들렸다.
나는 물을 끄고 몸을 닦았다.
" 제발 아무일 없기를. "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머리를 탈탈 털면서 밖으로 나와보니 주먹밥 몇개가 식탁에 올려져 있었다.
" 우와? "
" 히히. 멸치랑 김이랑 조금 부숴서 만들었어요. 맛일라나…… "
윤아가 만들었는데 안 맛있는게 어딨어.
" 여권 챙겼어? "
" 응. 오빠꺼랑 내껏두. 돈도… 충분히 챙긴 것 같구. 짐은 다 쌌으니까 이제 가면 되요. "
그럼, 가볼까나?
나는 윤아와 함께 집에서 나와 일행에게 전화를 걸었다.
먼저, 태연누나!
[ 응 - ]
" 누나 지금 가고 있으니까 나와. 남자친구랑 같이. "
[ 알았엉 - ]
다음은, 수정이.
[ 쌤! ]
" 지금 너희 집 앞에 다 왔으니가 준비해서 내려와. "
[ 네! ]
뭔가 급한감이 있었지만, 늦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다.
그들을 빨리 태우고 가야지 비행기를 놓치지 않을텐데…….
" 오빠! 저기 수정이! "
엉?
차를 운전하여 수정이 집 앞으로 가던 도중, 슈퍼마켓 앞에 수정이가 서 있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벌써부터 검은 봉지 두개를 들고는 타닥타닥 뛰어가고 있었다.
" 수정아! "
내가 그렇게 그녀를 부르니 걸음을 멈추고 우리쪽을 바라보았다.
" 어! 쌤! 벌써 오셨네요! "
내가 차를 가지고 그리로 가자, 차에 타서는 흥얼흥얼 노래를 부른다.
왜 이래, 얘가.
약간은 이상한듯 백미러로 그녀를 바라보자 함박웃음을 보여주는 수정이의 태도에 나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 언니! 오랜만이에요! "
" 응, 그러게. 일본 같이 가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네. "
여자들끼리 하는 이야기는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웃음 포인트가 어디인지, 어떻게 그렇게 속사포로 뱉어 낼 수 있는지.
Y 염색채 하나가 이렇게 다른 것이었나?
" 태연누나 집 가는 것도 엄청 오랜만이네. "
차를 몰면서 그렇게 말하자 윤아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 우와, 근데 쌤! 차는 이렇게 좋은 거 타고 다니시면서 과외는 왜 하시는거에요? 설마 과외로 이만큼 돈을…… "
그럴리가 있겠냐마는, 도저히 아버지에게 얹혀 산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최대한 머리를 쥐어짜 돌려 말했다.
" 네가 공부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2번째. "
" 아 - "
납득하는 분위기다.
윤아는 무슨 소린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리 둘만 바라보고 있었다.
" 오, 누나다. "
앞을 보니 태연누나가 남자친구로 보이는 남자와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뭐, 믿음직스러워 보이니 패스.
그들이 우리를 볼 수 있도록 경적을 울렸다.
" 어이, 빨리 타시지요? 비행기 시간 늦겠소이다. "
" 우와아 - 연우 차 타는 거 정말 오랜만이네! "
누나가 그렇게 말하면서 차에 탑승했다.
수정이가 조숙한 '척' 고개를 살며시 숙이며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
" 앗, 아, 안녕하세요……. 여, 연우 제자 분? "
" 네…. 히히. 말 편히 해주세요. 17살이에요. "
어떻게 이렇게 빨리 친해질수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수정이 특유의 털털함과 싹싹함이 한 몫을 했겠지만, 어느 정도지.
처음보자마자 이렇게 웃으며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 태연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박진우라고 합니다. "
그 때, 태연 누나의 남자친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좋은 사람 같았다.
제발 우리 누나 좀 행복하게 좀 해주길 바랍니다.
" 아, 예. 이연우 입니다. 25살이구요. "
대충 소개가 끝나니, 차 안은 파티 분위기였다.
봄에 해외 여행이라니.
기대된다.
엑셀을 밟는 내 발이 가벼웠다.
공항까지 한걸음에 날아갈 기세였다.
" 윤아야. 연우 좀 자유롭게 좀 해주면 안돼? "
태연 누나가 갑자기 조수석에 앉아 있는 윤아에게 얼굴을 드리밀면서 물어왔다.
무슨 소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 네? "
" 연우 너무 구속당하고 사는거 아닌가 싶어서. 술도 마시고 그래야지. "
" 히. 요즘에는 오빠가 술 마시러 안 나간대요 - "
크흠.
괜시리 얼굴이 붉어진다.
윤아가 내 손을 잡아 어루만지면서 말하니 뭔가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다.
" 이연우 완전히 달라졌구마이. "
" 난 원래 이런 남자였어. "
나 이런 남자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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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도착해서도 우리는 바빴다.
차를 세워놓고 내려서 본 김포 공항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길을 잃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 히히. 이제 일본 가능 느낌이 조금 나네. "
태연 누나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진우형의 손을 꽉 잡고 짐을 든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주머니의 그것이었다.
웃음소리 따라서 모양새도 아줌마가 되어가는 우리 태연 누나.
그게 매력이겠지만 말이다.
" 쌤! 우리 늦겠는데요? 디파쳐 9시 30분이라 하지 않으셨어요? "
한국말로 해, 한국말로.
출발이라는 좋은 말 놔두고 디파쳐가 뭐니.
" 그러게. 조금 빨리 움직이자, 우리. "
내 말에 우리 일행은 거의 뛰다시피 해서 공항안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넘쳐났다.
" 표… 저기네. "
윤아가 손으로 카운터를 가리켰다.
그리로 가서 짐을 부치고 표를 얻어오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 배고픈데. "
" 아직 20분 정도 남았으니까 뭐라도 조금 먹는게 어때? "
진우형이 그렇게 말했다.
시계를 보니 정말 20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정신 없이 달리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보자 던킨 도너츠가 눈에 띄었다.
간단히 커피와 빵이라도 먹자는 셈으로 윤아와 함께 공항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