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요. 먹을 것 좀 사올게. "
" 익! 저도 같이가요, 쌤! "
수정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 걸어다녀, 이 녀석아. "
" 헤헤. "
웃기는, 짜식.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두 여자를 이끌고 던킨 도너츠로 갔다.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었다.
메뉴판을 보니 다 맛있어 보인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
윤아가 아침에 해준 주먹밥이 너무 적었던 탓이리라.
" 윤아는 뭐 먹을래? "
" 나는 오빠 먹는거! "
" 수정이는? "
" 저는 윤아 언니 먹는거! "
간단해서 좋다.
나는 카푸치노 5잔과 화이트크림 도넛 5개를 주문했다.
" 13600 원 입니다. "
종업원의 말에 계산을 하고 잠시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이 순간에도 윤아와 수정이는 떠들고 있었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게다가 윤아는 신기한 것이 수연이의 동생인데도 불구하고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았다.
전혀 꺼리낌이 없는지, 아니면 잠시 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의아할 따름이었다.
" 아, 진짜 우리 언니도 윤아 언니 반만 닮았으면 좋겠어요. "
" …응? "
그렇다고 말하란 말은 아니었는데.
나는 못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두어번 내젓고 음식을 받으러 갔다.
" 맛있게 드세요. "
" 예. 가자 - "
내 말에 두 사람이 떠들다가 벌떡 일어나서 양쪽으로 갈라서 섰다.
내가 든 커피를 유심히 쳐다보면서 걷는게, 꼭 사탕을 바라는 아이 같았다.
" 먼저 마시기 조금 미안하잖아. 진우 형도 있고. "
" 힝. 알겠어요. "
역시 말 잘 듣는 윤아.
나는 빠른 걸음으로 태연누나와 진우 형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
비행기 탈때 먹어도 되니까 급할 필요는 없지만 배고파 보였으니까…….
원래 있던 자리에 가보니 태연누나가 없었다.
어디 갔나 싶었더니 진우 형이랑 같이 창문에 기대어서 밖에 있는 비행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헤이 - "
" 앗! 먹을 거다, 먹을 거! "
태연 누나가 진우형은 내팽겨 치고 이리로 달려왔다.
진우형 섭섭하겠다.
" 형, 여기요. 누나도 좀 천천히 먹어. 몇 일 굶은 사람 같이 왜 그래. "
허겁지겁 먹는 태연 누나를 보니 귀엽다는 생각보다는 추접다는 생…….
은 거짓말이고, 조금 보기 안쓰러웠다.
준연이는 뭘 하고 있길래 누나를 이렇게 방치한 거야?
[ 승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전 9시 30분 간사이 국제공항으로 출발하는 K-398 기에 탑승 준비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리겠습니다. 오전 9시 30분 간사이 국제공항으로 출발하는 K-398 기에 탑승 준비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Attention plea……. ]
" 들어가자. "
안내 방송이 나오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서 탑승 대기관을 지나쳤다.
바람이 휑 하고 들어왔다.
" 비행기다, 비행기. "
윤아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비행기 처음 타보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래.
수정이는 몇번 타본게 아닌 듯 능숙하게 비행기에 올라 탔다.
도대체 얘 정제가 뭐야?
" 으아. 조금이라도 눈 붙이는게 좋겠지? "
내가 자리에 앉으면서 윤아에게 물었다.
윤아는 벌써부터 졸린지 입을 삐죽 내밀고 눈을 비비고 있었다.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어주자, 수정이가 이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쌤 이미지 엄청 젠ㅇ틀한데 윤아 언니 앞에선 아니네요. "
이, 이것이.
내가 왜 그런 이미지로 전락해버린 지는 모르겠다만, 부부관계에 있어서 서로를 아껴주는 건 필수적인 거라고.
" 뭐, 그래도 보기 좋아요, 쌤. "
남에게 보이려고 뭐 하는게 아닌건 확실하다.
나는 윤아가 좋으니까.
그녀는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아내이니까.
[ 오늘도 대한항공을 이용해주신 승객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 K-398 기는……. ]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잠이 온다고…….
스르륵 윤아와 함께 손을 잡고 꿈으로 빠져드는 나였다.
암흑의 세계에서, 윤아와 함께 빛을 찾아 떠나는 여행.
미영이의 말대로 함께 꿈을 꾸러 떠나고 있었다.
날아 올라라 -
★
" 오빠 - 오빠아 - "
" 얌마! 일어나! "
" 쌤! "
으으…….
뭐야…….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열어보니 여자 세명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영화에서만 보던 섬에 떨어진 이상한 사람을 바라보는 세 여인인가…….
라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금새 고개를 격하게 흔들며 일어났다.
" 착륙한대요 - "
윤아가 베시시 웃으며 내게 알려주었다.
자느라 안내 방송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수정이와 태연 누나는 각자 전부 자리로 돌아가 벨트를 찼다.
비행기가 서서히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밖을 바라보니 구름을 가르고 땅에 가까워 지고 있다.
작았던 건물들이 점차점차 커지면서 내 눈에 확 들어왔다.
아름다웠다.
일본이라는 나라, 바다 바로 건너에 있지만 우리와는 많이 다른 나라라는 것을 많이 들어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숨길 수 없었다.
" 예쁘지? "
윤아에게 살며시 물어보았다.
" 응……. 설아가 좋아하겠다……. "
설아라.
그래 설아야.
아빠가 힘좀 써봤다.
좋은 추억 만들고 돌아가자.
" 오오오 - 내린닷! "
수정이가 소리쳤다.
아까는 프로 갔더니, 이제는 처음 타보는 아마추어 같았다.
하긴, 이, 착륙 때가 제일 스릴있기는 하지만.
일본이구나 -
우리는 간단한 짐을 챙겨서 비행기를 빠져나왔다.
역시나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일단 사람들과 주변 환경부터…….
사람들이 일본을 정말 살기 좋은 나라라고 노래를 불러대던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 누나, 짐 찾으러 가야지, 어디 가는거야. "
" 아, 맞다, 참. 헤헤. 미안. "
이 얼렁뚱땅 누나.
나는 일행을 이끌고 짐이 나오는 곳으로 갔다.
다섯명 짐을 다 찾으려면 오래 걸릴텐데…….
나는 왠지 모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불안 불안 하다.
" 우왓! 바로 찾았어! "
태연 누나가 제일 불안했는데 바로 찾았다니?
아차.
태연 누나 가방이 눈에 확 튀는 샛노란색이라는 것을 깜빡했다.
못 찾으면 정말 바보일 정도로 튀는 색깔이었다.
나도 좀 눈에 띄는 걸로 가져 올걸 하는 후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남들과 같이 칙칙한 색깔이라서 더더욱 찾기 힘들었다.
" 앗! 내껏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