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화 (37/57)

" Oh, sorry. Are you Korean? (아, 죄송합니다. 한국인이세요?) "

" Yes……. "

윤아가 대답했다.

" 한국인이시군요. 박혜진 이라고 합니다. "

뭐야, 한국말 할 줄 알잖아.

왠지 처음 봤을 때 일본인 보다는 한국인에 가까운 생김새를 하고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한국 관광객이 많이 들르는 곳인가 보다.

" 체크인 해주시겠어요? 오늘 포함해서 4일 동안 묵을 겁니다. "

" 예. 5인실로 하실 건가요? "

다섯명이서 한 방에 자면…….

하긴, 방을 나누면 수정이는 어디로 가야할까.

그리고 아직 진우형을 태연누나를 맡길정도로 신뢰하지를 못하는 까닭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 따라 오시죠. 제일 좋은 방으로 모실게요. "

박혜진이라는 사람은 프로 다운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이끌고 3층으로 올라갔다.

민박 치고는 무지하게 컸다.

일본 여행 중에는 편안히 숙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내 가슴은 더 뛰기 시작했다.

" 여깁니다. 마음에 드시나요? "

" 우와아 - 넓다아 - "

태연누나가 먼저 신발을 벗고 뛰어 들어갔다.

그 다음으로 진우형이 못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따라 들어갔고, 우리도 방을 살펴보았다.

바깥 경치가 한번에 보이는 좋은 방이었다.

침대는 없었지만, 따뜻한 바닥과, 다른 여러 물건들까지.

" 감사합니다. "

" 별 말씀을요. 그럼 나가 보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

안내원이 나가자, 우리는 짐을 내려 놓고 바닥에 쓰러지듯 앉았다.

바깥에는 산들바람이 불고 있었다.

사쿠라잎이 하롱하롱 떨어지며 유리창을 핥고 지나간다.

" 히……. 벚꽃……. "

윤아가 어린애마냥 유리창에 붙어서 경치를 구경한다.

재미있고 편안한 여행 되길 바라자, 우리.

" 자, 한시간 있다가 쇼핑 하러 갑시다! "

" 아싸! 쇼핑! "

윤아가 창문에서 눈을 떼 내게 시선을 주며 외쳤다.

역시 쇼핑홀릭 윤아 씨.

필요한 것만 사요. 

국산품을 애용해야지.

" 일본 너무 좋다아 - "

태연 누나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내 귀에 들어왔다.

뿌듯하네, 이거.

" 우와아 - 진짜 크다아 - "

기타에 있는 헵 파이브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와 보니 정말 장관이었다.

이런 것들 때문에 일본에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6층까지 뻥 뚤려 있는 구조에 붉은색 고래 오브제가 떡 하니 걸려 있었다.

족히 20m 는 되어 보였다.

팝 아트의 절정을 달리는구나.

선진 문물국가 일본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는 생각과 함께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정말 숨막힐 정도로 많았다.

게다가 거의 전부가 젊은 사람들이어서 헵 파이브는 오래오래 인상 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진짜……. 입이 안 다물어지네요. "

수정이가 고개를 위로 젖혀 고래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비단 수정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것 같았다.

" 찢어져서 쇼핑해? "

" 음……. 어떡할래? 진우형은요? "

태연누나가 내게 물어오자 그것을 진우형에게로 떠밀어 버렸다.

이런 것 결정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 나는 아무래도 괜찮아. 다른 분들은? "

" 그럼 찢어질까? 전화하면 바로 모이구. "

나는 이래선 날밤새겠다 싶어서 그냥 그렇게 말하고 치울 심산이었다.

나야 윤아랑 같이 있으면 더 좋지.

근데 수정이는 어떡할런지 모르겠다.

혼자 가겠다고 해도 내가 보내주지 못할 것 같았다.

이 큰 곳에서 길을 잃으면 어떡할지가 첫번째요, 그리고 수정이 같이 예쁜 아이가 혼자 다닌 다는 것은 절대 안된다는 게 둘째였다.

" 그럼 수정이는 우리랑 같이 갈래? "

윤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직접적으로 물어보았다.

수정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럼, 2시간 정도 있다가 만나요. 급한 일 있으면 전화하고. "

그렇게, 우리는 찢어졌다.

좌 윤아 우 수정이라…….

남들의 시선이 약간씩은 느껴졌다.

뭔가 내가 좀 잘못한 것 같잖아.

" 왜 이렇게 쳐다보는거야. "

내가 인상을 구기며 그렇게 말했다.

" 당연하죠! 윤아 언니 혼자 걸어도 남자들은 전부 쳐다보겠구만. "

그것도 그렇구나.

윤아는 씩 웃으며 내 팔짱을 끼고 있었다.

" 쌤! 이러고 있으니까 제가 쌤 딸 같지 않아요? "

푸흡 -

얘는 우리가 5살때 결혼한줄 아나…….

물론 농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되는 소리를 해야지, 수정아.

" 옷 사러 갈까나……. "

수정이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뭐, 이런 쇼핑몰에서는 살게 옷이랑 전자기기 등 개인 용품이 많겠지만, 아직 이른 감이 느껴졌다.

이것저것 돌아보면서 사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나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 네. 좀 있다 사죠, 뭐. "

역시 눈치가 빠른 수정이.

이래서 얘가 좋다니까.

" 남펴언 - 배고파아……. "

윤아가 옆에서 울상으 지었다.

수정이는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얘 취미도 좀 이상한 것 같애.

" 수정이는? "

" 저도 조금 고프네요. 맛있는거 사줘요, 쌤! "

돈도 많은 애가 왜 계속 사달래.

에이, 모르겠다.

나는 인심 쓴다는 식으로 그 둘을 이끌고 음식하는 곳을 찾아다녔다.

근데, 도통 보이지가 않는다.

그 붉은 고래가 음식으로 보이는 것 같네.

" 음식점이 어딨지. "

" 저기 오뎅있네! "

수정이가 다행이라는 듯 소리쳤다.

우와, 한국이랑은 많이 다르구나.

그릇에 담아서 가져가면서 먹는 것 같았다.

나는 두 사람보고 기다리라는 소리와 함께 그 쪽으로 갔다.

" 어……. 텐! 텐! "

열 개 달라고요. 

알아 들었으면서 왜 못 알아 들은척 하시나요.

여차저차 해서 어렵게 산 오뎅을 두 여자에게 들고 가니, 환호가 들려온다.

뿌듯하다.

" 먹자. "

" 잘 먹겠습니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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