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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 - 좋다아아 - "
1시간 전 우리의 모든 노고를 싹 씻어 주듯 뜨거운 온천 물이 내 몸을 휘감았다.
모든 근육들이 이완되어 풀어진 느낌이었다.
윤아와 함께 들어가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지만, 짚으로 된 벽 하나만을 두고 있는 노천탕이라서 이야기는 나눌 수 있어 다행이었다.
" 후아 - "
진우형도 힘들었는지 축 풀어저서는 입까지 물에 담그고 있었다.
물에서 올라온 김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보았다.
옆의 여탕에서 윤아, 수정이, 그리고 태연 누나의 말 소리가 들려왔다.
즐겁나 보다.
안 데려 왔으면 어쩔 뻔 했어.
" 남펴언-! "
그렇게 긴장을 풀고 있는데 갑자기 윤아가 나를 불렀다.
" 응? 왜? "
" 메에로옹 - "
…….
대꾸할 힘도 없다.
나는 그냥 씩 웃고 치웠다.
" 삐진거 아니죠? "
" 응. 아냐. 좋지? "
나는 물에 목을 담구고 소리쳤다.
윤아가 긍정의 대답을 내게 전해주었다.
" 진우 형. 태연 누나랑 사귀신지 얼마나 됬어요? "
" 이제 한달 넘었지? "
한달이면 꽤 됬구나.
나는 팔짱을 끼고서 미소 지었다.
본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진우 형은 왠지 믿음이 갔다.
듬직할 뿐더러, 책임감도 있어서 태연 누나를 함부로 하지 않을 것 같았다.
" 태연이랑 많이 친한가봐? "
" 예, 뭐. 어릴 때 부터 알고 지냈어요. "
" 그래? 그럼 자주 봐야겠다? "
진우 형이 웃으며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내가 미영이에게 윤아에 대해서 물어보듯, 진우형도 내게 태연 누나에 대해서 물어볼 심산인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이 탱누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손해보는(?) 느낌도 적잖았으나, 그저 웃음을 남길 뿐이었다.
" 수정아 - "
" 왜요, 쌤? "
수정이가 대답했다.
그런데, 막상 불러보니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자, 벽 위로 물방울이 보인다.
" 왜 불러 놓고 말이 없어요! "
" 할 말이 없어서……. "
옆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짚을 살짝 열어서 엿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변태 취급 당할 것 같았다.
게다가 윤아만 있는게 아니라 태연 누나랑 수정이도 있기에, 나는 손을 그냥 물에 담그고 있었다.
" 남펴어언 - "
다시 윤아가 나를 부른다.
" 왜, 여보? "
" 야! 그 여보, 남편 좀 그만 하면 안돼냐? 부부인거 티내는 것도 아니고! "
그렇게 닭살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려던 찰나, 우리의 말은 태연 씨의 외침에 끊기고 말았다.
짜증나는 듯 수정이와 어우, 하며 질색을 하고는 우리 부부를 흉본다.
" 킥. 짜증나면 결혼 하시던가 - "
그리고 나는 얼굴을 온천 물에 담구었다.
냄새도 신기하고, 느낌도 신기하고.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담구고 있으니…….
뜨겁다.
나는 급히 물에서 얼글을 뺐다.
" 으아……. "
" 뭐 하냐. "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니 진우형이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쪽 다 깠다.
" 형, 근데 이러고 있기 조금 불편하지 않아요? 뭔가 떠들고 그래야 되는데. "
" 그러게. 여자들은 잘 노는 것 같은데 우리는 아직 어색하다. 나갈까나. 술 한잔 할래? "
술…….
윤아만 먹이지 말고 나는 먹어야 겠다.
솔직히 놀러와서 술 한잔 쯤이야 괜찮지 않겠는가.
나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 윤아야 - "
" 응? "
" 우리 먼저 나가 있을게 - ! 천천히 하고 와! "
나는 윤아에게 그렇게 말해 놓고 진우 형과 탕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와서 온천에서 주는 가운을 입고는 방을 하나 예약 해서 거기 걸터 앉았다.
" 일본 술은 도통 뭐가 좋은지를 모르니……. "
진우형은 아무 술이나 가져 와서 내 탁자에 놓았다.
얼마만에 마시는 술이냐…….
캔을 따자, 경쾌하고 익숙한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 윤.아.가 뭐라 그럴텐데. "
그러나 나는 술을 입에 데자마자, 나는 살벌한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분명 탕에 들어가서 피로를 풀고 계셔야 할 '윤아님' 목소리였다.
" 아, 이거 음료수야. 술은 무슨. "
" 그래요? 난 또. "
윤아는 그렇게 웃으면서 내 옆으로 와 앉았다.
불안하다.
" 나도 음료수 마실래! 오빠 꺼 줘봐아. "
…….
이럴 줄 알았다.
나는 망설이다가, 결심했다.
다 마셔 버리자고.
결심이 서자마자 나는 맥주를 바로 넘겨버렸다.
알싸하다 -
" 응? 뭐라고, 윤아야? "
" 치. "
윤아는 뾰로퉁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녀를 잡을 수 밖에 없고.
그녀의 손을 잡고 다시 끌어 내리자, 나를 째릿 - 째려보았다.
" 놀러왔잖아요, 여보. "
" 흐응……. "
윤아는 그렇게 작게 신음하더니 입맛을 다셨다.
진우형 앞이라서 뭐라고 하지는 못하겠는지 작은 얼굴을 조심스레 끄덕인다.
" 고마워요. "
나도 살짝 입을 맞춰주고 싶었으나, 진우형 때문에…….
태연 누나는 안 오나.
" 술 냄새! "
생각이 끝나자 마자 태연 누나가 급히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옷을 입다 말았는지 가운은 어깨에 위태롭게 걸쳐서 뛰어오니 곧 벗겨질 것 같았다.
" 아, 누나. 많으니까 옷부터 똑바로 해. "
" 에이, 우리 사이에 뭘. 남자친구에다가, 죽마고우에다가, 제일 아끼는 동생 두명까지. 괜찮지 않냐? "
이 누나 위험하다.
어디가서 봉변 당할 것 같아서 다시금 슬며시 걱정이 되었다.
자기 몸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걱정스러운 눈길을 거둘 수가 없었다.
" 쌤! 저도 마셔도 돼요? "
다행히 수정이가 나를 불러준 덕분에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무슨 소리지?
" 야, 너 17살 밖에 안 된 녀석이…! "
게다가 수정이는 여자잖아.
" 치. 음료수나 마셔야지. "
수정이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카운터로 가 음료수를 몇 캔 사왔다.
이렇게 되니 또 미안해진다.
그래도, 미성년자한테 술 먹이면 머리 나빠져서 안돼.
" 아우, 그래도 조금 시원하다. "
진우 형이 팔을 뒤로 기대면서 그렇게 말했다.
나도 온 몸의 피로가 다 씻겨나간 듯하다.
" 이제 좀 어두워졌으면 좋겠다. 근데 오늘 그거 다 가기에는 조금 빡시지 않나. 다시 땀 내기도 그렇고. "
" 그런 것 같기도 한데. 밖에 어두우면 내일로 미루지 그래? "
속으로 밖이 어두워졌길 바래본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어둡다!
밝은 별들이 까만 하늘을 수내어 빛내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금방이라도 내게 떨어질 것 같이 위태롭게 빛이 세는 별들이 수도 없이 박혀 있으니, 실로 장관이었다.
나는 그 상태로 멍하게 밖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스산한 바람까지 살살 불어, 윤아가 좋아하는 벚꽃이 별들을 약간씩 가렸다.
" 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