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41/57)

" 우와……. 진짜 예쁘죠? "

밖으로 나온 뒤 윤아는 한껏 기분이 좋은 듯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활짝 웃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나도 덩달아 웃게 된다.

" 좋아? "

" 응! "

좋다면서 나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윤아가 이렇게 사랑스럽다.

그녀의 따뜻한 손을 더 꽉 쥐었다.

" 남펴어언 - ! 사랑해요 - ! "

윤아가 저 멀리 소리쳤다.

그녀의 소리가 적막을 깔끔히 찢어버리고 울려퍼졌다.

" 사랑해애 - ! "

다시 소리쳤다.

그리고 활짝 웃는다.

이 귀염둥이를 어떻게 해 주어야 하나.

" 히히. "

나는 진정하라고 윤아를 이끌고 벤치로 왔다.

화려한 벚꽃이 수없이 떨어지는 나무 아래, 낭만적인 벤치였다.

꼭, 우리의 추억이 하나 하나 담겨있는 첫날 같았다.

내가 점잖게 벤치에 앉자, 윤아가 웃으며 내 무릎 위에 누웠다.

그 작은 머리를 내 허벅지에 놓고는, 허리를 감아 안았다.

"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해? "

윤아는 그 때를 생각하는지 눈을 감고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녀의 붉은 머리를 매만져 보았다.

" 아무리 생각해도, 저한텐 오빠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직도 설레는거, 알아요? "

나도 아직 설레, 윤아야.

잠잠하던 심장이 윤아만 보면 쿵덕쿵덕, 진정이 되지 않았다.

지금도.

윤아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벌떡 일어나서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댔다.

" 사랑해요, 오빠. "

" 나도, 윤아야. "

윤아가 눈을 감았다.

나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눈을 감았다.

나를 보고 우물쭈물하던 윤아. 

그리고 그녀의 손을 과감하게 잡은 나.

벤치에 앉아서, 내 여자가 되어주지 않겠냐고 말하던 나를 따뜻한 미소로 봐주던 그녀를 생각하며, 나는 또 다시 조금의 용기를 내었다.

눈을 뜨고 그녀의 갸녀린 턱을 잡았다.

그리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상큼한 애플민트 향이 내 입술에 전해졌다.

그렇게, 나는 그녀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내 여자니까.

서로의 혀를 맞대면서, 행복했다.

지금 이 느낌, 간직하겠다.

사랑한다, 윤아야.

" 치. 말 좀 해주고 하지……. "

윤아는 뾰로퉁하게 입술을 쭉 내밀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좋으면서 빼기는…….

" 싫었어? "

" 그럴리가요. 한번 더 할까요? "

그럴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 오늘 밤에. 단 둘이서. "

" 히히. 알았어요. "

윤아가 그렇게 말하며 나를 안아왔다.

윤아의 향기가 내 코를 찔러왔다.

그녀의 갸녀린 몸을 끌어안으며, 나는 눈을 감았다.

" 흐음……. "

" 졸려? "

" 아니요……. "

잠 오는 것 같은데…….

빨리 들어갈까 싶다.

나머지 세명도 기다리고 있을 것 같고.

나는 윤아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 오빠, 그 때처럼 업어주면 안돼? "

왜 안 되겠어.

나는 알았다면서 무릎을 굽히고 자세를 낮췄다.

윤아가 활짝 웃으면서 팔을 내 가슴 앞으로 쭉 뻗고 업혔다.

" 읏차! "

윤아를 업고 일어나 길을 걸었다.

살살 부는 바람이 우리를 기분좋게 훑고 지나간다.

분홍빛 벚꽃도 하롱하롱, 사뿐하게 우리의 앞을 가렸다.

" 빨리 가서 자고 싶다……. "

" 그래? 빨리 갈까? "

" 아니요……. 천천히 가요. 계속 이렇게 있고 싶어……. "

" 알았어. "

그녀를 태우고, 느릿느릿 숙소를 향해서 걸어갔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정말 행복하다.

" 내가 좋아하는 벚꽃! "

내 머리 위에 떨어진 벚꽃을 하나하나 주우면서 좋아하는 윤아를 보니 아직 어린 애다.

그래서 내가 윤아를 더욱 사랑하는 거지.

윤아야, 우리 윤아.

-쪽

윤아가 내 볼에다가 입맞춤을 했다.

왜 이래, 이 아가씨가.

" 오빠가 내 남편이지. "

그래, 내가 네 남편이고 네가 내 부인이야. 

우리는 하나라고.

" 설아야, 보고 있어? 벚꽃이야! "

윤아가 배를 어루만지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 앞에 숙소가 보였다.

아름다웠다.

일본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내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피곤 했기 때문일까?

" 누워서 오빠 손 꼭 잡고……. 같이 꿈꾸는 거야. "

" 그래. 그러자. "

" 왜 이제 와요! "

그런데 저 앞에서 수정이가 손을 흔들며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기다렸나 보다.

태연 누나랑 진우형은 뭘 하는거지?

수정이 혼자 나와 있는 걸 보니 둘이서만 놀았나 보다.

수정이가 우리에게 달려왔다.

" 에에! 윤아 언니 업혔네요? "

" 히. 너도 빨리 남자친구 사겨서 업어달라 그래! "

좋은 거 가르친다.

수정이 아직 고등학생이라고.

" 빨리 들어가요! "

수정이의 재촉에 우리 세 사람은 급히 숙소로 들어왔다.

들어가서 빨리 씻고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보아하니 윤아도 나와 같은 심정인 것 같고…….

" 태연 누나랑 진우 형은? "

" 방 안에서 놀고 있을 걸요? "

수정이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정말로 둘이서만 놀고 수정이는 혼자 있었던게 분명한 것 같았다.

텔레비젼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테고, 뭘 하고 있었을지 나도 의아했다.

" 뭐 했는데? "

" 저는 인터넷 했죠, 뭐. 컴퓨터 있으니……. "

인터넷 했단다.

가서 태연 누나 보고 뭐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우리 방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니 적막이 가득했다.

아무도 없나 생각했지만, 신발이 있는 관계로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살폈다.

" 없는데? "

그리고 나는 제일 큰 방을 생각 없이 벌컥 열어 졎혔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태연 누나가 상의를 벗고 옷을 갈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왜 소리는 안 지르는 거야.

그냥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고 있는 태연 누나.

게다가 옷으로 가리지도 않는다.

" 뭐, 뭐야. "

" 미안! 미안! 몰랐어! "

나는 쿵쾅거리는 마음에 문을 세게 닫고 감정은 진정시켰다.

왜 하필 저기서 옷을 갈아 입는거지?

문이라도 잠그던가…….

" 오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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