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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아를 낳고 나서, 우리 가족에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모든 것이 설아 중심으로 되어버렸으니까.
밤에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조마조마 하면서 잠도 이루지 못했지만, 더없이 행복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설아가 폐에 문제가 조금 있다는 점.
그래도 조심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믿고 잘 키우려고 한다.
" 으아아앙 - "
오늘도 설아의 울음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윤아는 곧바로 설아에게 달려와서 그녀를 안고 몸을 흔든다.
" 우리 공주님, 일어났어? "
" 흣……. 흣……. "
설아는 윤아가 안아주자 조금 진정이 되는 듯 울음을 그치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설아에게 다가가 윤아로부터 그녀를 넘겨받았다.
" 설아, 잘 잤어? "
정말 작은 그녀를 안고 아침 인사를 건내본다.
" 뿌봐! 푸부부 - "
알 수 없는 말로 대답하는 설아가 귀여웠다.
그녀를 안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윤아가 밥을 다 차라길 기다렸다.
오늘 아침은 뭘까, 설아야?
" 설아도 배고픈가 보다. "
" 조금만 기다려요, 두 분다 - "
윤아가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어깨너머로 그렇게 소리쳤다.
열심히 요리에 열중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정말 매혹적이다.
뒤에 가서 끌어 안아주고 싶었지만, 설아가 있으니 억지로 그 마음을 억압했다.
" 아, 맞다. 수연이가 축하한다고 선물 보내왔던데. "
" 수연씨가요? "
어제 학교에서 수연이가 조금 늦었지만 축하한다면서 준 선물이 기억났다.
그냥 방 안에 놔두고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미안했다.
" 설아야, 선물 왔대 - "
윤아가 요리를 다 했는지 가스레인지에 불을 끄고 선물을 가져왔다.
포장을 뜯어보니 설아 옷이었다.
" 와! 역시 수연씨네. 예쁘다. 그지, 설아야? "
흰 바탕에 분홍 꽃이 수놓아져 있는 예쁜 옷이었다.
설아 옷이니만큼 장난감 같이 작았다.
설아도 선물을 알아보았는지 말똥말똥 눈을 뜨고 옷에 손을 가져갔다.
" 어, 어이구. 벌써 이렇게 눈치가 빠르네. "
작은 설아를 안고 자리에 앉았다.
" 입어 볼래, 설아야? "
뭐, 대답을 바라고 말한 건 아니었으니, 설아의 반응은 패스.
수연이가 선물 해준 옷을 설아에게 입혀 보았다.
" 부와웁 - 푸화아 - "
좋은거구나?
설아가 한층 기분이 좋아졌는지 방방 거렸다.
" 우리 설아, 더 예뻐졌네? "
윤아가 새로워진 윤아를 보며 말했다.
그보다, 배고프다구요, 여보.
" 밥 주지 않을래, 여보? "
" 앗! 깜빡했네. 잠시만요 - "
윤아는 후다닥 부엌으로 가서 반찬을 옮겨 담고, 아침상을 차렸다.
설아를 안고 식당으로 가니 윤아가 미안하다면서 까치발을 들고 내게 키스 했다.
" 미안 - "
" 미안할 게 뭐 있어. "
" 히히. 그래두요. 자, 설아, 엄마한테 와. 맘마 먹자? "
쩝.
밥 먹고 수연이에게 고맙다고 전화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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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의 휴대폰이 울려댔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라도 받고 싶지 않았다.
항상 탐탁치 못하게 여겼던 민구라는 한 '방해꾼' 때문에.
비밀을 알고 있다면서 막무가내로 친구들과 함께 자기 집으로 가겠다는 어이없는 상황을 수연은 거절하지 못했다.
비밀이 뭐길래?
수연은 잔뜩 화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민구를 포함한 세명을 집으로 들여야 했다.
마침 수정이도 없고 해서…….
네 사람은 수연의 방으로 와서 앉았다.
수연이 음료를 가져오기 무섭게 민구는 약간은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닫았다.
그리고, 자기 집인양 수연의 침대에 드러 누워서는 그녀를 보지도 않은채 말을 이어갔다.
" 넌 맨날 이런 침대에서 자는구나. 네 향기 나는 것 같은데? "
" …용건이 뭐야. "
수연은 그의 농담이 역겹다는 듯이 미간을 찌뿌렸다.
민구의 친구들도 덩달아서 킬킬 거리며 수연을 조롱하듯 의자에 앉아있었다.
" 뭐, 암것도. 그나저나, 너 이연우라는 놈 없이 어떻게 지내냐? "
수연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떨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사실인데, 친하지도 않은 민구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수연이었다.
" 왜, 나는 가만 있을 줄 알았냐? 너네 아버지가 아시면 많이 화나시겠다. 그지? "
" ……. "
수연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 재벌가의 딸이 불륜과 관계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기에.
수연은 그저 주먹을 꽉 쥐고 민구를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 재밌을 것 같지 않아? 너 그럼 어떻게 되냐? "
민구는 웃긴다는 듯이 킬킬 웃으며 수연의 침대에서 일어나 편하게 걸터앉았다.
완전히 자기 집 안방이었다.
" ……. "
수연은 민구의 물음에 자신도 한번 생각해 보았다.
어떻게 될지.
아버지의 성격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바로 내쫓아 낼 것은 분명하고, 연우마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수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은 자존심이고 뭐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 제발 말하지 말아 줘. "
" 어엇? 천하의 정수연이 나같은 놈한테 부탁을? "
그의 교활한 웃음에도 수연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을 뿐.
그 때, 민구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수연의 손목을 낚아 챘다.
" 뭐, 뭐야. "
수연이 놀라서 큰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찰나, 민구는 그녀를 침대로 확 밀어버렸다.
" 꺄아! "
" 내가 진짜 이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네가 하도 예의 없게 굴어서 남자로선 조금 치욕적인 일을 하게 됬네. 약점 잡았으니, 뭐 너는 따를 수 밖에 없겠고. 아닌가? "
" ……나쁜놈. "
수연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민구는 웃긴다는 듯이 피식 하며 웃음을 흘리고는 몸을 던져 수연의 몸 위에 위치했다.
그리고는 그녀를 강제로 안고 입을 맞추었다.
" 으…읍! 무슨 읍! "
전혀 하고 싶지 않은 키스.
수연은 굴욕감에 이가 떨렸다.
게다가 단순한 입맞춤도 아니고 입 주위를 거의 핥듯이 변태같이 혀를 날름 거리는 민구였기 때문에, 수연은 숨조차 쉴수 없었다.
" 캬 - 내가 평생에 정수연이랑 키스를 하다니. 그것도 딥키스를. "
수연은 매서운 손을 힘껏 들어올려 민구의 뺨을 갈겼다.
" ……. "
그의 목이 돌아가기 무섭게, 민구의 눈은 한 마리의 하이에나와 같이 변했다.
날카로웠다.
" 네가 지금 나를 칠 상황이 아닐텐데. "
" ……. "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던 수연은 아려오는 손을 붙잡은채 그저 묵묵히 떨리는 눈을 깜빡였다.
강민구라는 나쁜 놈이 무슨 짓을 할 것 같아서 두려웠다.
연우가 눈 앞에 보였다.
' 제발……. '
" 그냥 순순히 따르는게 좋을 것 같지 않아? "
민구는 악랄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팔짱을 꼈다.
친구들도 킬킬 거리면서 다리를 꼬고 이 장면을 감상하고 있었다.
" 제발 그만 둬……. "
" 그만 두기에는 네가 한 짓이 너무 많잖아. 사람들 앞에서 나 쪽 준게 얼마냐? "
" 그만……. "
수연이 울먹거리면서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민구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 아, 얘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내가 네 집 온거 보면 모르냐? 한탕 뛸라고 그런건데. 그냥 너 내말 들어라. 거역하면 그냥 너네 아버지가 아는 걸로 생각하고. "
수연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변태 같은 민구의 더러운 말에, 수치심을 느낀 수연은 구슬같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가지고 싶었는데…….
비록 연우오빠가 아니더라도 나중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었는데…….
수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훌쩍였다.
" 아, 울지말고 좀 벗어 봐. 나 못 참는다. "
수연은 가만히 있었다.
벗으란다고 벗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마는, 대상이 민구라는 사실이 더 굴욕적으로 다가왔다.
민구는 못 참겠는지 무서운 표정을 하고 수연의 머리채를 쥐었다.
실로 강압적인 태도였다.
머리채를 잡힌 수연은 자연히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